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 코미디언 무어 씨의 문화충돌 라이프
이안 무어 지음, 박상현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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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저자는  영국 대도시의 소란스럽고 여유없는 환경에 질려 프랑스 루아르 계곡의 시골 마을로 이사한다. 이 책은 저자 가족이 프랑스 집에 정착하는 5년을 회상한다.

 

저자는 영국 신사지만 모드족이다. 비틀즈 혹은 오스틴 파워에 가까운 패션을 즐기며 여러 분야에 약간 강박증이 있다. 작업복이 맘에 안 들어 농장의 연못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을 싫어하며 욕 조차 두운을 맞춰 할 정도. 반면 아내 나탈리는 동물 키우기를 좋아하여 집 안을 노아의 방주로 만들어 버린다. 새뮤얼, 모리스, 테렌스, 아들 셋도 만만찮게 개성이 강하고 동물을 좋아한다.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출퇴근을 해야하는 무모한 결정을 내리면서 프랑스로 이사온 것은 평화로운 농장 생활을 꿈꾸었기 때문인데 현실은 소란과 난장판과 분뇨 더미,,,, 그러나 이 엄청난 대가족의 가장인 저자는 공연을 위해 집을 떠나면 언제나 집에 가길 꿈꾼다. 결론은 기승전가족사랑 생명사랑. 뻔하지만 기꺼이 웃어 줄 수 있다.

 

나도 내 직업에서는 유능한 사람이다. 공연 중에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나는 술에 취한 미혼남녀 400명이 가득한 장소에서도 인내심을 잃지 않고 공연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린 사내아이 세 명과 고양이 세 마리, 개 두 마리, 말 두 필, 그리고 아내와 함께 있으면 감당할 수 없다.

- 144쪽

 

개들은 위계 질서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고양이들에게 위계질서라는 게 있다면 그건 세상의 모든 생물이 자기 아래에 있다는 것뿐이다. 고양이는 프랑스인이다.

- 277쪽

 

엄청 재미있다. 영국인다운 시니컬한 유머에다가 영화, 문학, 역사 등등에서 끌어온 비유를 적재적소에 다재다능하게 사용하여 고급스럽게 웃긴다. 그리고 늘 프랑스인을 걸고 들어간다. 아내와 아이들, 동물들과 기싸움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도 너무 재미있다. 수코양이의 중성화 수술과 자신의 정관 수술을 같이 이야기하는 대목 등, 인간과 동물의 삶을 분리하지 않고 동등하게 서술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읽는 내내, 역시, 공부를 위해 읽는 역사이론서라면 내 나이보다 훨 연상인 학자들의 묵직한 책이 좋지만,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해보기 위해 읽는 에세이라면 내 또래 저자들의 생활 밀착형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불완전한 존재인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비슷한 인생의 고비를 좌충우돌 헤쳐나가는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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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말라 -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래서 더 진실한 아프리카의 역사 이야기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 1
김명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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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와 편견 투성이인 책이다.

어떻게 이런 책이 <2013년 겨울방학 책따세 추천 도서>에 선정되었을까?

꽤 많이 팔린 책인데, 얼마나 많은 청소년 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을지를 생각하면 나는 소름이 끼친다.

 

저자들이 일부러 책을 못 쓰지는 않는다. 역사 분야의 경우, 모든 분야에 다 정통하기는 어렵다. 저자에 따라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 서술이 있기 마련이다. 최신 이론을 아직 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오타 수준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오류가 계속 나온다는 것은 저자의 기본 능력과 공부 부족이다. 그리고 역사 서술 과정에 보이는 저자의 세계관의 문제는 역사 사실 기술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공해처럼 독자를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이하, 나는 최대한 분노를 억눌러 가며 이 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겠다.

 

1 역사적 사실 잘못 서술된 부분

 

=> 이 책은 아프리카 역사를 주 내용으로 다룬다. 그러다보니 서구 나라들이 침략, 식민 지배한 역사가

같이 서술된다. 나는 아프리카 역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서구 쪽 역사 오류가 이렇게나 많이 보였다.

 

1) 프랑스가 자랑하는 에펠탑이나 노트르담 성당도 아프리카인들의 피로 만들어졌다 - 12쪽

 

    이것이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는 프랑스의 실상이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노트르담 대 성당,

   에펠탑, 엘리제궁, 사크레퀘르 대성당, 심지어 샹젤리제 거리까지 아프리카 노예들의 피로 건설되었  

   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 312

 

   => 노트르담 대성당은 12세기 건설 시작, 13세기 완성. 프랑스가 아프리카 침략하기 이전 완공됨.

 

   지금이라도 우리는 프랑스의 이중성과 비열함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 313

 

  => 저자는 이렇게 책 곳곳에서 프랑스를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의 프랑스 역사 서술 틀린 곳이

     너무 많다. 앞으로 계속 프랑스사 관련 지적하겠다. 마침 나는 프랑스사를 좀 안다.

 

2) 그 찬란했던 잉카문명과 마야 문명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이들 위대한 문명에서도 독자적인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 31 

 

   => 문자 있었다. 마야, 아스텍은 그림문자. 잉카는 매듭 문자. 서구 선교사들이 이들 문자가 알파벳과

      같은 표음 문자가 아니라고 문자가 없었다고 기록한 것이 지금까지 잘못 알려진 것이다. 이 저자분,

      공부 제대로 안 하시고 중고교 세계사 시간에 들은 이야기로만 책 쓴 것 같다.

 

3)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셀주크투르크가 멸망하고 오스만투르크가 이슬람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 57 

 

  => 셀주크 투르크가 멸망한 이유는 십자군 전쟁이 아니라 몽골 침략, 내분, 호라즘 침략. 

 

4) 이후 드레이크는 영국 전함을 이끄는 제독이 돼 무적함대 아르마다를 물리친다 - 59

 

  => 제독은 찰스 하워드. 부제독이 드레이크.

 

 5) 바스티유를 습격했던 다음날(7월 15일), 국민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라파예트가 시민들에게 모자

    를  나눠줬는데, 그 모자의 색깔이 바로 이 삼색기의 그것과 같았다.

 

  => 프랑스 삼색기의 기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프랑스 국내 역사가들이 쓴 책마다 다를 정도다.

    그런데 라파예트의 경우, 자기가 만들었다고 회고록에 써 놓기는 했다. 그 날짜는 7월 17일이다.

 

6) 삼색기의 영향력은 유럽에서 로마시대부터 애용돼 왔던 독수리 휘장만큼이나 크다. 프랑스혁명 이

   후  유럽에서는 절대 왕조가 붕괴되고 시민국가가 속속 탄생했다. 이들 시민 국가들은 대부분 프랑스

   혁명의 정신을 이어 받아 삼색으로 된 국기를 사용한다. 중남미의 여러 국가들, 심지어 아시아의

   태국도 삼색기를 변형한 국기를 사용하고 있다.  - 80 ~ 81.

 

  => 뭔 소리인지? 문장학을 좀 공부하셔야겠다. 문장의 기본은 면 분할이다. 각 나라 문장과 국기가 거의 세로 분할이나 가로 분할로 이루어지는 유래는 프랑스 혁명 전까지 올라간다. 또 태국은 왜 나오는지?

 

 7) 120, 121쪽은 프랑스의 동화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타이핑하기 많은 분량이어서 이렇게 요약함)

 

  => 프랑스의 경우, 2차대전 이전까지 국내 이주노동자들은 이탈리아 등 남유럽 출신. 같은 가톨릭

   이기에 동화 정책 사용.

 

8) 히잡을 금지시킨 것은 프랑스 사람들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말로는 동화정책 운운하면서 문화적 상대성을 철저하게 짓밟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옷을 너무 벗고 다닌다고 규제하는 법은 있어도 옷을 입었다고 벌금을 매기는 법은 없다. 이슬람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건 수건을 목에 두르건 그것이 프랑스에 무슨 나쁜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 121 ~ 122

 

  =>역사서를 이렇게 서술하다니, 저자 스스로 무식을 드러내셨다. 이 분, 프랑스 역사 한 권도 안 읽고

   이 책을 쓴 것 같다. 히잡 금지는 프랑스 공화국의 정체성과 관련, 프랑스 내에서는 매우 진지한 문제.

   라이시테와 제 3공화국 교육 방침과 법 제정을 공부하시길 권한다.

 

 9) 이슬람교 전통 모자인 히잡을 쓴 - 355

 

  => 히잡이 뭔지도 모르시는 듯. 히잡은 스카프.

 

 10) 알제리 독립 전쟁은 그 유명한 프란츠 파농이 이끄는 알제리민족해방전선이 일으켰는데, 전쟁의

   후유증으로 프랑스는 제4공화국이 무너지고 만다 - 169

 

 => 파농은 대변인. 외교 담당.

 

 11) 이런 관점으로 보면 고대 로마 제국 시대의 카이사르도 분명한 독재자였다 - 181

 

 => 카이사르 이후 그의 양아들 옥타비아누스 즉 아우구스투스 때부터 제정 시작.

 

 12) 카다피, 그는 자신이 개처럼 맞아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나 있었을까? - 192

 

 =>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는 총상 사망.

 

  13) 영국 역사에서 권력의 이양은 비교적 부드럽고 무난하게 진행됐다. 1215년 마가나카르타(대헌장)가

  그랬고 1689년 권리 청원이 그랬다. (중략) 영국 역사상 피로 얼룩진 혁명에 준하는 일대 사건은 일어

  나지 않았다. 1688년 영국에서 일어난 시민혁명, 즉 명예혁명 때에도 유혈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 223  

 

  => '마가나 카르타'가 아니고 '마그나 카르타'

 

  => 권리청원은 1628년. 권리 장전이 1689년임.

 

  => 유혈 사태가 없고 부드럽고 무난하게? 그럼 청교도 혁명은 뭡니까? 청교도 혁명은 잉글리쉬 시빌  

  워 (English Civil War)임. 시빌 워는 내전임. 유혈사태 있었음. 이분, 영국사도 한 권도 안 읽은듯.

 

 

  14) 한국 이슬람교의 목표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를 이슬람교 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343

 

  => 근거를 알고 싶다. 검색해보니 광신적 기독교 단체 관련 글에만 이런 내용이 있었다.

 

  15) 고대 노예제에서 종세 봉건제로, 중세 봉건제에서 근현대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 357

 

  => 근현대 민주주의가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

     최악이다. 이건 아주 기초적인 상식인데 이조차 모르고 있다니. 이분은 기본기도 안 된 저자.

 

2 잘못된 용어 사용

 

=> 신중하게 퇴고하고 용어를 고르지 않은 부분이 보인다.

 

1) 베네치아 - 57  베니스 - 63

 

   => 한 책 내에서 인명 지명은 한 가지로 쓰는 것이 원칙.

 

2) 우간다의 인종들이 옆 나라인 케냐, 탄자니아, 르완다, 콩고 민주공화국, 수단에도 흩어져서 살고

   있었다. - 185

 

  인종은 200여 개가 넘는다. 그 중 3대 인종이 북쪽의 하우사족, 남서부의 요루바족, 남동부의 이그보족

  이다. - 249 (나이지리아 서술 부분)

 

 => 이 저자분이 생각하는 인종 개념이 궁금하다. 인종, 부족, 민족 마구 섞어 쓰고 있음.

 

3) 150만 명이 '피의 테러'라는 미명 아래 목숨을 잃었다.  - 201 

 

  => 테러가 미명인가? 美?

 

 4) 여기서 프랑스인들의 이중성을 한 번 더 살펴보자. - 262

 

 => 프랑스 국가, 정책 비판과 프랑스 사람 비판을 구분 못 하심. 

 

 5) 카가메 대통령은 카리스마가 강해 종종 인권 문제를 야기했다 - 264

 

 => 카리스마와 인권이 뭔 상관?

 

3 저자의 세계관의 경우

 

사람을 사고파는 이 비인간적인 노예무역을 시작해 놓고 이를 위대하다느니 하는 것은 역사적 개그

에 가깝다. -  46 

 

  => 저자는 '대항해 시대'라는 용어가 서구 시각이라며 위와 같이  비판한다.

 

'자신도 노예의 후손이면서',,, - 158 

 

=> 저자는 라이베리아 독립이후 아메리코 - 라이베리안들이 토착 원주민을 착취, 학대, 노예로 부린

  것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다. 

 

우리는 과연 아메리코 - 라이베리안들과 얼마나 다른가? - 162

 => 우리 모습에 비춰 반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 곳곳에 저자가 비판하는 것을 스스로 행하는 모순이 있다. 난 역사 오류 보다 이런 세계관의 문제가 더 싫다.

 

1) 아프리카 사람들의 정신 상태, 즉 변화와 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표현  

    할 수 있다 - 12

 

   => 저자는 1960년대 우리나라 비슷한 경제 수준이었던 아프리카가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든 반면

    여전히 경제적으로 낙후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노오력과 의지? 이런 시선으로 세계사를 논하

   면 위험하다. 저자는 제국주의 사관을 고발하며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라고 비판

   한다. 그런데, 저자의 시선과 서술 역시 마찬가지다.

 

 2)  인도에서는 1857년에 일어난 '세포이의 난'을 계기로 영국의 식민 지배 방식이 직접 통치로 전환

   됐다.- 152

 

=> 세포이의 '난'이라니! 그건 영국 제국주의자들의 입장에서 일컫는 말.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세포이

  '항쟁'이라 부른다. 다른 나라에서는 '인도 항쟁'이라고 하기도 하고,  인도에서는 자국사에서 세포이

   항쟁을  '제 1차 인도 독립전쟁'이라 한다. 저자 당신은 왜 백인의 시각에서 역사를 보는가? 왜 당신

  스스로 천명한 책 서술 원칙을 깨는가?  당신은 일본인이 3,1 폭동이라고 말하면 좋겠는가?

 

 3) 제국주의 시대 백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그 쉬운 과학적 상식조차 현실에서 적용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자들이었다. - 125

 

  => 이 부분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식민지 국가들과 비교적 혈연적 동화를 잘 이뤄냈다고 서술하는

 부분이다. 두 나라는 현지인과 결혼해서 혼혈아를 많이 낳은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안그랬다고, 혼혈이 

 되어야 열성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고 우성 유전자가 등장하는데, 혼혈 미인을 많이 낳지 못해서 어리석

 단다. 햐~ 말이 안 나온다. 스페인 포르투갈의 원주민 여성에 대한 성착취 역사를 하나도 모르나 보다.

 혼혈에 대해 미인 생각만 하는 이 분의 세계관이 너무도 폭력적이다. 그리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라고

 다 혼혈 결혼을 장려하지도 않았다. 멕시코의 경우, 어느 정도 정복 사업이 진전되자 도시를 스페인인

 공화국과 인디오 공화국으로 분리했다. 이슬람 무어인과 싸우며 이베리아 반도를 통일한 역사를 가진

 그들은 혈통의 순수성에 엄청 집착했다. 이분, 스페인 포르투갈 남미사도 제대로 공부 안 하신듯. 

 

4) 이런 관점으로 보면 고대 로마 제국 시대의 카이사르도 분명한 독재자였다. 현대에 와서는 우간다의 이디 아민, 쿠바의 카스트로,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스페인의 프랑코, 리비아의 카다피, 독일의 히틀러, 이라크의 후세인, 이란의 종교지도자 하메네이, 벨라루스의 루카센코, 필리핀의 마르코스, 에티오피아의 멩기스투, 짐바브웨의 무가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칠레의 피노체트, 킬링필드의 주인공 캄보디아의 폴 포트, 러시아의 스탈린,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중국의 마오쩌뚱 등이 포함된다. 실제로 미국 등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적어도 한두 명의 독재자를 보유한 경험이 있다. - 181

 

=> 이 책은 현대 아프리카 독재자 소개 부분이 충실하다.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독재자들 이름도

  호명해 주신다. 그런데 김일성 박정희 전두환은 없다. 왜? 아래에 보면 알겠지만, '백인의 눈으로' 보는

 것을 경계하는 이 저자분은 '한국인의 눈으로' 보고 있기에 우리의 단점은 절대 거론하지 않는다.

 

5)  대단히 슬픈 이야기지만, 아프리카에는 분명 '식민지 근성'이라는 것이 남아 있다.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이 식민지 근성은 식민지 잔재 중 가장 치명적이며 쉽게 치유될 수 없는 것이다. - 368

 

  식민지 근성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다는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지  

  만, 약자에게는 무자비하게 강한'형태다. - 371

 

  일본이 그렇게 주입시키려고 했던 식민지 근성이 우리나라에는 잘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 373

 

  => 아프리카의 식민지 근성을 비판하고 우리나라 찬양하는 부분이 곳곳에 있다. 엄청난 편견이 보인다.

   우리나라에 현재 식민지 근성 남아있다. 갑질이 왜 없는가. 이분은 정말 '한국인의 눈으로' 보고 쓴다.

  그리고,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특히 여성 혐오 관련해서 이상한 근성을 보이는 한국 남성들의 '식민지 남성성'은 이미 세계 학계에서 연구 대상이다.  

 

  6) 이와 같은 한국인의 의식(박은식 선생의 표현을 빌자면 '민족혼')때문에 우리 나라는 일본의 35년

  간 계속된 집요한 정신수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 374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제2의 식민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력을 키우는 길 밖에 없다. (중략) 예나 지금이나 '부국강병'이야말로 국가 생존에 있어서 최선의 길이 아닐까_ - 374

 

=> 책의 맨 마지막, 결론 부분이다. 한심하고 뻔한 결론. 일본 메이지 시대 책인가? 박정희 시대 도덕

  교과서인가? 결국 이 저자가 말하는 것은 아프리카를 '한국인의 눈으로' 보고 한국인 시각에서 느낀 점.

 

4 아재 혹은 개저씨 개그

 

=> 이 분은 아프리카를 '한국인의 눈으로' 본다. 그것도 '한국인 꼰대 아저씨'의 눈으로.

 

 1) 독일의 황제인 빌헬름 2세와 히틀러는 그를 영웅으로 칭송했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듯이 잔인  

  한 사람은 잔인한 사람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 76

 

   약삭빠른 프랑스인다운 행동이었다. - 77

 

 => 부적절한 개그가 곳곳에 있다. 재미 없고 짜증난다.

 

2) 잘생긴 것으로 유명한 스페인과 포르투갈 남자들이 정력으로 식민지를 정복했다 -  123 ~ 124

 

=> 식민지 여성들이 성적 수탈당한 것이 정력으로 정복한 것이라니? 왠 개저씨 소리? 멕시코의 백인과

  인디오간 혼혈인 메스티소들은 자신들을 가리킬 때 자조적으로 '칭가다(Chingada, 강간당한 여자)'의  

 자손이라고 할 정도다. 저자는 남성, 그것도 정복자인 강한 남성의 입장에서 역사를 보고 서술하는 관점

 을 버려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정신대 성노예 문제는 어떻게 논평할지 궁금하다.

 

3) 1969년 9월 1일, 당시 리비아의 왕이었던 79세의 이드리스가 신병 치료 차 터키에서 터키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 27살의 혈기왕성한 카다피는 수십 명의 젊은 장교 그룹을 이끌고 왕궁으로 무혈 입성했다. - 189

 

=> 역사적 사실은 신병 치료차 터키 간 사이에 카다피 쿠데타 일으켜 집권. 터키탕은 없다. 터키 목욕은

  건식 사우나. '터키탕'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성매매 업소에 쓰는 용어여서 터키 정부에서 공식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 쓰지 말라고 항의한 바 있다. 저자는 이런 표현을 개그라고 생각해서 했을까? 사적인

 자리도 아니고 책에다가? 평소 저자의 수준이 짐작된다.

 

5 퇴고와 편집 수준

 

 

 

 

172 ~ 173쪽 사진이다. 같은 내용이 중복되어 있다.

 

=> 기본적 퇴고, 편집도 안 한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6  좋은 점도 있었다만

 

아프리카 대중 역사서가 부족한 현실에, 그나마 읽을 것이 있어 좋았다. 게르만 족의 이동보다 훨씬 더 오래 광대한 지역에서 이루어진 반투족의 이동이라든가  1929년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난 압바 여인들의 전쟁은 덕분에 처음 알았다. 메넬리크 2세 관련 부분 서술이 자세한 것도 좋았다.

 

그러나 워낙 다른 부분 역사 서술에 오류가 많은 것을 보고 나니, 이 저자분의 아프리카 관련 서술을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여튼, 치약 성분만 주의깊게 볼 것이 아니라 책 내용도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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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 2017-02-09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하의 해박한 지식에 찬사를 보냅니다.
혹시 저자에게 본 내용을 전달해 보셨는지요.
아직 아니라면 필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자유도비 2017-02-15 21:49   좋아요 0 | URL
과찬이십니다.
그저 청소년 추천 도서로 선정된 책인데, 너무 오류가 많아 걱정스러워 꼼꼼히 리뷰에 적어 봤을 뿐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프랑스의 문화전쟁 - 공화국과 이슬람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02
박단 지음 / 책세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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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랑스에서 히잡 착용한 여중생들이 퇴학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1989년. 이후 거의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도 히잡 착용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이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일관되게 지켜온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똘레랑스는 여기 적용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1789년 혁명 이래 궁극적으로 '단일하고  분리될 수 없는 공화국'을 추구한다. 정교분리원칙,즉 '라이시테(laïcité)'는 프랑스 교육과 문화 정책의 근간이다. 제3공화국 시절인 1882년 '공립 학교의 비종교성과 의무 교육에 관한 페리의 법률'은 엄격한 종교적 중립성을 보인다. 1905년 '교회와 국가의 분리에 관한 법률'에서도 이런 관점은 이어진다. 히잡 착용 금지법이란 비난을 받는 '3월 15일 법' 즉 '종교적 상징물 착용 금지법'이 2004년 제정된 것도 기본적으로 말해서는 공화국 정신의 계승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인종차별인 것도 사실이다.

 

책은 히잡 착용과 3월 15일 법 관련 논쟁을 종교적·문화적 정체성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민자 집단과 정교 분리 원칙을 내세워 이들을 프랑스인으로 동화시키려는 프랑스 공화국 간에 벌어진 ‘문화전쟁’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20세기 북아프리카인들의 프랑스 이주 역사, 이민 2세대의 현실, 프랑스 공화국의 명분인 정교 분리 원칙, 공화국 내에 만연한 이슬람 혐오 주의, 프랑스의 동화주의 정책과 다문화주의 정책에 대해 꼼꼼히 짚어준다. 어찌나 내용이 충실한지, 읽으면서 여러 번 책 날개의 저자 사진과 약력을 펼쳐 봤다. 

 

특히, 히잡 착용 당사자인 무슬림 소녀들의 입장을 언급한 점은 읽다가 내가 다 고마웠다. 저자는 프랑스인도, 북아프리카 인도 아닌 이민 2세대 소녀들의 정체성 혼란을 말한다. 사실, 이게 핵심 아닌가? 프랑스 정치인이나 이슬람 남자 어르신들 입장이 뭐가 중요한가? 히잡을 쓰는 당사자는 이민 2세 소녀들인데. 보라보라, 페미니즘이란 무조건 '여권 옹호, 여성 상위'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를 보는 시선에서 여성주의 관점을 가지고 다른 시선으로, 더 약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도 나는 이 저자분이 좋았다.

 

뭐 맥빠지는 대목도 있긴 하다. 타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만이 이러한 이민자 문제와 그에 따른 민족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고, 두 공동체의 공존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란 결론은 좀 뻔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이상 다르거나 근본적인 결론이 나올 수 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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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과 시민 창해ABC북 1
마리 클로드 쇼도느레 / 창해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프랑스의 문화 정책에 대해 엄청난 헛소리를 당당하게 하는 책을 읽고 깜짝 놀랐다. 프랑스 통사 한 권만 제대로 맥을 잡아 읽어도, 프랑스 문화 정책의 기틀은 '공화국의 가치' 수호며 그 '공화국의 가치'란 프랑스 혁명으로 시작되어 제 3공화국 때 거의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텐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었다. 그래서 혹시 내 기억이 틀렸나 싶어 이 책을 다시 펼쳐 들어 읽었다.

 

 

이 책은 프랑스 근현대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통사식 구성은 아니다. 이 시기 프랑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키워드를 설정해서 그 위주로 관련 역사 설명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각 조각 조각 퍼즐이 모여 전체 프랑스 공화국과 시민의 모습이 완성되는 형식이다. 얇은 책이지만 기본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엄청 두꺼운 책 못지않게 독파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프랑스란 나라가 어떻게 지금의 공화국 형태가 되었는가,를 보여준다는 확실한 목적으로 집필된 책이기에 프랑스 근현대사 기본 지식 갖추고 있는 독자분이 다른 책 읽다가 의아한 항목만 빨리 찾아 보기에는 매우 유용하다. 전체적으로 프랑스 혁명기와 3공화국 시기에 중점을 둬서 서술한다. 깨알같은 글씨에 많은 내용을 집어 넣었다. 도판도 작게 많이 들어가 있다.

 

원제는 <l'ABC daire République et du Citoyen>이다. 아베쎄 순서로 편집된 책을 번역본으로 국내에서 내면서 가나다 순으로 재배열했다. 그래서 연도 순과 아무 상관없이 내용이 등장한다. 앞에서부터 읽으면, 제4공화국 - 제3공화국 - 제5공화국 - 제2공화국 - 제1공화국 순으로 공화국 역사를 읽어야 한다는 말. 뭐 이 정도가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장점이 훨씬 많은 책이다. 예를 들자면,

 

오늘날 마리안은 프랑스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 그러나 거기에 브리지드 바르도에서 카트린 드뇌브에 이르기까지 여자 스타들의 얼굴을 덧붙임으로써 공화국의 상징은 변질되었고, 나아가 그 의의를 상실했다. MCC

- 62쪽에서 인용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에서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앞서 나갔던 프랑스는 여성에게 선거권을 확대하는 일에는 뒤떨어졌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이민자들에게 선거권을 확대하는 일에 뒤떨어져 있다. JYM

- 66쪽에서 인용

 

인용문 마지막의 MCC는 '마리 클로드 쇼도느레', JYM는 '장 이브 몰리에'라는 필자 이름 약자다. 이 책은 네 명의 필자가 항목을 나누어 집필하고 마지막에 약자로 필자 이름을 밝힌다. 그래서 각 필자 별로 관심 분야와 개성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네 명 중 두 명은 여성, 두 명은 남성이다. 전체적으로 여성 참정권 획득 부분이나 알제리 독립 전쟁 등등 눈여겨 볼 항목만 봐도 서술하는 시각이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명쾌하다. (책 많이 읽은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필자에 따라 역사 서술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역사책이라고 다 사실만 써 놓는 게 아닌데.  )

 

현재 절판이지만 이쪽에 관심 많은 분이라면 도서관에서 대출해 한번 읽어 보시길. 중고서점 검색해서 구입해 읽는 것도 추천한다. 책장에 갖추어 놓고 두고두고 찾아 보기 좋은 책이므로. 비록 시라크 대통령 시절에서 서술이 끝나고 사르코지와 올랑드는 없지만, 어차피 5공화국이란 정체가 바뀌지는 않았으니까 큰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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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사회 -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볼프강 조프스키 지음, 이한우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이 왜 이럴까, 저 새끼들은 도대체 왜 저럴까,,, 이런 생각이 들면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서 책을 찾아 읽는다. 이번엔 '폭력'이다. 주욱 살펴보니 이 책이 땡겼다. 읽었다. 아아, 다 읽고 나니 더 무기력해진다. 그래도 리뷰는 남긴다.

 

저자는 독일의 유명한 사회문명비평가라고 한다. 사회학과 교수 출신이라고 하는데, 책 내용을 보면 서양 문명사, 정치사에 역사, 문학이 어우러져 있다. 각 장의 내용은 질서와 폭력, 무기, 폭력과 격정, 폭력 불안 그리고 고통, 고문, 구경꾼, 사형 집행, 전투, 사냥과 도주, 학살, 사물들의 파괴, 문화와 폭력을 다룬다. 기본적으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란 홉스의 견해가 깔려 있고 섣부른 희망이나 인류애, 연대를 말하지도 않는다. 핵전쟁 이후나 좀비 습격, 자연재해 이후 살아남은 인류가 등장하는 영화 속 내래이션이 떠오를 정도다. 인용해보자면, 이런 식.

 

사회는 타인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끊임없는 충동이나 노동의 필요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협력하고 단합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폭력의 경험이다. 사회란 공동체의 구성원들끼리 공동의 보호를 위해 만든 예방 조치이다.

- 13쪽

 

저자는 1장 '질서와 폭력'에서 말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도덕과 근거는 바로 인간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불안이라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는 끊임없는 유혈 사태가 아니라 그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으로 인한 지속적인 불안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그리고 2장 '무기'에서는 강자들이, 사회를 지배하는 세력이 사용하는 폭력의 무기는 돌, 쇠, 화약, 총뿐만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능력, 즉 지식이나 계략, 술책까지 포함한다고 통찰한다. 이렇게 폭력과 사회 관련한 내용이 이어지는데 각각의 장은 폭력에 관한 역사적 예나 관련 예술 작품 소개로 시작한다. 질 드 레의 예, 성경의 예, 베이컨의 그림 <십자가형을 위한 세 개의 습작>, 독일 재세례파의 우상 파괴 예, 기요틴 사례 등등,,, 그 부분만 봐도 엄청나다. 저자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사실, 나는 이 저자분의 주력 분야 쪽 배경 지식이 얊다. 지금 내가 가진 능력과 시야로는 서양 중세사 부분만 평가할 수 있다. 폭력의 맥락에 등장하는 각종 서양 중세 형벌 제도 관련 부분 서술은 정확했다. 고문의 역사는 하층민, 아웃사이더, 부적응자의 사회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있다고 고문의 희생자를 역사적으로 고찰해서 결론 내리는 부분은 물론, 사형당한 시체를 매장하지 않고 방치하는 이유를 징벌과 본보기만이 아니라 그가 아직 죽은 자들의 세계에 도착하지 않았기때문이라고 중세인들의 사고방식 속에서 설명하는 부분, 형 집행의 목적이 징벌이 아니라 붕괴된 상태의 복원임을 명시해 주는 부분  등등, 중세사 부분이 전공자 서술만큼 깊이있고 믿음직스러웠다.  이런 역사적 고찰 끝에 저자는 사형이 옛날 인간 희생관행과 맺고 있는 관계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인신공희 제사가 축제였던 시절과 현대 사행 집행을 연결시켜서 인간의 본성을 말한다. 즉, 현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사형 집행을 일반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없도록 하는데 그건 문명화된 동시대 사람들이 그 순간을 보지 못하도록 보호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그런 경험을 더 즐기고 싶어 하여 문명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놀라운 견해였다.   

 

하지만, 다른 장은 현재 내 독서이력으로는 내용 평가가 어렵다. 여기는 인상깊은 부분 인용으로 지나가기로 한다.

 

육체는 인간의 한 부분이 아니라 인간을 구성하는 중심이다. 따라서 육체에 가해지는 상해는 곧바로 영혼과 정신, 자아, 그리고 사회적 실존 방식과 관계된다.

- 95쪽

 

폭력은 삶의 연속성을 끊어버린다. 거기서 살아남은 사람은 단순히 전과 다른 사람이 아니라 또 하나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폭력을 겪기 전과 겪은 후는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세계는 더 이상 친숙한 고향이 아니라 반복되는 위협의 원천으로 바뀐다. 주변의 낯익은 것에 대한 신뢰는 붕괴된다. 주변의 사물은 그가 눈을 뜨는 순간 곧바로 사라질 것처럼 위협한다. 폭력으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된 귀환자는 모든 정상적인 것으로부터 추방당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도무지 귀 기울이려 하지 않거나 그를 주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상실의 체험이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 112쪽

 

특히, '학살' 장은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다. 저자는 인간이 잔혹 행위를 하기 위해 먼저 다른 사람들과 그들이 속한 사회에 거리를 두고 평가하거나 비인간하거나 같은 인간 종이 아니라고 간주한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살인 사건은 살해자가 희생자를 직접 죽이는 것이고 신체 접촉이 있는 것, 자기 힘을 느끼는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마치 두 사람 사이의 사적이고 친밀한 행위와 흡사하다.

- 264쪽

 

피에 대한 굶주림과 살인 욕망은 적대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증오나 분노가 대향학살을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행위 자체,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한 체험,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경험이다. 자기 한계를 벗어나려는 강렬한 충동이 마구 발산된다. 이런 충동은 더 이상 비밀의 보호막 속에 숨거나 의식의 질서 속에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 살해자들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삶을 마음껏 즐기고 표출한다.

- 267쪽

 

그것은 다름 아닌 무제한적인 자기 발산에서 오는 야수적인 만족감이다. 그는 스스로 총체적인 세계가 된다. 그의 육체는 폭력과 융합되어 스스로 폭력이 된다.

- 269쪽

 

아마도, 나는 위의 '학살' 부분을 읽음으로써, 이 사회가 왜 이렇게 폭력적이며, 저 새끼들은 어떻게 같은 인간에게 저렇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나, 에 대한 답은 찾은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 폭력은 같은 인간에 대한 몰이 사냥이 전쟁터의 전투나 이방인과 이웃 사람들에 대한 일제 검거나 린치 등 국가 제도로 정착된 것이구나, 하고. 위에서 시켜서 마지 못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폭력을 즐겨서 그랬을 수도 있구나, 하고. 즉, 역사적으로 인간 사냥은 보편적 집단 폭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맥락이 있는 일이었다고 그게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마지막 장인 '문화와 폭력'에서 저자는 말한다. 폭력은 그 자체가 인간적인 문화의 산물이자 문화 실험의 결과물이며 폭력은 그때그때의 파괴력의 수준에 따라 실현된다고. 그리고 인간들은 기꺼이 폭력에 참여하여 파괴하고 살해하고 있다고. 사회 시스템이나 인간의 문화는 이런 잠재력에 형식과 형태를 부여하면서 돕기까지 한다고. 문제는 폭력과 문화의 협력에서 생겨나며 문화는 결코 평화주의적이지 않다고.  아아, 그렇다면 문화를 바꿔야 하는 건가? 저자는 아무런 대안도 전망 제시도 없이 글을 끝내 버렸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사족 1

 

내용을 떠나, 이 저자의 문체도 관심이 간다.  매우 독특했다. 역사적인 폭력 장면을 서사시처럼 서술한다. 유장한 내래이션이 마치 일리아드를 읽는 느낌이었다. 대구가 들어맞는 문장 구사가 고급스럽다. 대단한 저자다. 이런 느낌이 독자인 내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역자분의 능력도 대단하신 것 같다. 이한우 선생님 번역이었다.

 

읽다가, 314쪽에  '7개의 성문을 가진 테벤 성' 이라는 부분이 있어서 의아했다. 분명 <안티고네>의 배경인 '테베'를 말하는 건데 왜 '테벤'이라 하셨을까? 이런 실수를 하실만한 분이 아닌데 싶어 찾아보니 헬라어(고대 그리스어) 표기로는 테벤(Theben)이었다.  실수가 아니라, 너무 꼼꼼한 번역이었던 것이다!

 

*** 사족 2

 

 

지금의 국가 폭력에 분노하여 <폭력 사회>란 책을 읽었다.

만든이들의 이름이 적힌 책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백남기 선생님, 그리고 모든 국가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을 잊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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