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문화전쟁 - 공화국과 이슬람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02
박단 지음 / 책세상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프랑스에서 히잡 착용한 여중생들이 퇴학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1989년. 이후 거의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도 히잡 착용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이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일관되게 지켜온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똘레랑스는 여기 적용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1789년 혁명 이래 궁극적으로 '단일하고  분리될 수 없는 공화국'을 추구한다. 정교분리원칙,즉 '라이시테(laïcité)'는 프랑스 교육과 문화 정책의 근간이다. 제3공화국 시절인 1882년 '공립 학교의 비종교성과 의무 교육에 관한 페리의 법률'은 엄격한 종교적 중립성을 보인다. 1905년 '교회와 국가의 분리에 관한 법률'에서도 이런 관점은 이어진다. 히잡 착용 금지법이란 비난을 받는 '3월 15일 법' 즉 '종교적 상징물 착용 금지법'이 2004년 제정된 것도 기본적으로 말해서는 공화국 정신의 계승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인종차별인 것도 사실이다.

 

책은 히잡 착용과 3월 15일 법 관련 논쟁을 종교적·문화적 정체성을 고수하고자 하는 이민자 집단과 정교 분리 원칙을 내세워 이들을 프랑스인으로 동화시키려는 프랑스 공화국 간에 벌어진 ‘문화전쟁’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20세기 북아프리카인들의 프랑스 이주 역사, 이민 2세대의 현실, 프랑스 공화국의 명분인 정교 분리 원칙, 공화국 내에 만연한 이슬람 혐오 주의, 프랑스의 동화주의 정책과 다문화주의 정책에 대해 꼼꼼히 짚어준다. 어찌나 내용이 충실한지, 읽으면서 여러 번 책 날개의 저자 사진과 약력을 펼쳐 봤다. 

 

특히, 히잡 착용 당사자인 무슬림 소녀들의 입장을 언급한 점은 읽다가 내가 다 고마웠다. 저자는 프랑스인도, 북아프리카 인도 아닌 이민 2세대 소녀들의 정체성 혼란을 말한다. 사실, 이게 핵심 아닌가? 프랑스 정치인이나 이슬람 남자 어르신들 입장이 뭐가 중요한가? 히잡을 쓰는 당사자는 이민 2세 소녀들인데. 보라보라, 페미니즘이란 무조건 '여권 옹호, 여성 상위'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를 보는 시선에서 여성주의 관점을 가지고 다른 시선으로, 더 약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도 나는 이 저자분이 좋았다.

 

뭐 맥빠지는 대목도 있긴 하다. 타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만이 이러한 이민자 문제와 그에 따른 민족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고, 두 공동체의 공존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란 결론은 좀 뻔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이상 다르거나 근본적인 결론이 나올 수 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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