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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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말이~ ! 어릴 때는' 저 아저씨들은, 저 할아버지들은 왜 저렇게 이상할까?'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성인이 되어 보니 내 주위 남자애들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게 아닌가. 제일 이상한 게, 남자들은 나이들어가면서 별거 아닌 일로 자신을 무시한다면서 화 내는 거! (자매품 : 여자들은 나이들어가면서 별 거 아닌 일로 서운하다고들 하는게 이상하다)

 

저자는 1978년생이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이상한 아저씨 대열에 끼지 않는 나이. 사회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국내 현실을 토대로 여러 사회학 서적을 통해 한국 남자들이 나이들수록 이상하게 변해가는 이유를 파헤친다. 군대에서 폭력에 의한 복종을 배우고, 학교에서 권위주의와 경쟁 위주 문화에 물들고, 사회가 원하는 강한 남성상을 연기하다보니 공감 능력을 상실하고 약자와 여성 혐오를 당연시 여기게 된다는 것. 한쪽(여성)은 폭력을 조심하고 피하도록 길러지고 다른 한쪽(남성)은 폭력이 폭력인 줄 모르게 길러지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설명을 해도'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이들이 한국에는 너무도 많다. '여성혐오를  중단하라'는 말에 '왜 모든 남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느냐'고 응수하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때마다 "그런 뜻이 아니라, 한국처럼 성별 불평등이 심한 곳에서는  여자를 남자와 동급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합리적 이성을 가지지 못한 누군가의 여성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해명하다가는 말 그대로 논쟁하다가 지칠 뿐이다. 이와 비례하여 사회가 변화할 동력은 사라진다.

- 17쪽

 

그러나 저자는 남자가 일방적 가해자니까 반성하라는 주장만을 하고 있지는 않다. 남자 역시 이 잘못된 사회문화의 희생양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다함께 이야기해보고 고쳐가면 될 것을, 그 놈의 '가오'때문에, 자신의 억울함을 더 약자인 여자들을 무시하거나 이용하면서 보상받으러 하다보니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 약해진 한 쪽(여성)은 생존을 위해 더 강한 남자 요구하게 되니 이 또한 악순환. 이 악순환을 끊어내자는 목소리를 남성인 자신들을 감히 여자들이 여자 주제에 공격한다고 생각하니,,,, 하아, 답답하다. 왜들 이러나?

 

해외 학자들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한국의 자본주의가 유독 가파르게 성장한 이유로 (군부독재 외에도) ‘남자들의 사고방식’을 손꼽는다. 한국의 남자들은 ‘자본주의 노동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기도 전에 학교와 군대에서 이미 자본가가 ‘부려먹기에’ 최적화된다는 말이다.

- 118쪽

 

저자는 군대에 주목한다. 위 인용부분에서처럼, 한국 남자에게 군대 경험이 얼마나 인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한국 사회에 군대 문화가 기본으로 깔려 있는지를  저자는 일관성있게 말한다.

 

전체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고 이건 좀,,,, 싶은 부분도 있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읽어보면 서로의 성장과 관계에 도움이 될 부분이 많은 책이다. 여튼, 제발 내 주위 남자들이 좀 이상해지지 않았으면. 얼마든지 존경하고 사랑해 줄 테니 같이 읽고 이야기하고 고민하며 같이 성장해가자구요. 이런 것을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했다고 자신을 나쁜 남자로 몰고 무시한다며 화 좀 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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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 - 창조적 여행자를 위한 깊이 있는 문화 기행 Creative Travel 1
조용준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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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자기 여행 시리즈 4권을 연달아 읽고, 조용준 저자에게 관심이 생겼다. 도자기 기행서 집필 이전에 쓴 책이 2권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이번에는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이번 책 역시 저자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도자기 기행도 그렇지만, 런던에 가서 펍의 간판을 보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했다니. (나 같으면 신나게 맥주만 마시고 나올텐데! ) 그리고 역시 직접 가서 찍어온 사진을 적절하게 인용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배울만하다. 저자는 영국의 펍은 일종의 '살아 있는 화석(234쪽에서 인용)'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대중 맥주집인 펍에는 당대는 물론 과거의 역사가 온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런 시각으로 저자는 펍의 역사와 역국사를 함께 서술한다. 사자왕 리처드라든가 장미전쟁, 헨리 8세, 청교도 혁명과 왕정 복고, 영국의 해양 침략사와 해적의 역사,,,, 중세 이후 굵직굵직한 영국사는 다 나온다. 기존 정통 통사와 달리 사이사이 소소한 역사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래 인용부분처럼.

 

교회와 여인숙의 관계에는 또 다른 제휴도 있었다. 중세에 교회 건립에 관계한 벽돌공이나 장인들은 상당수가 교회의 영지 안에 자신들의 집을 지었는데, 이는 나중에 교회가 완성된 다음에 교회와의 특별한 관계에 의해 여인숙이나 맥주집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여인숙이나 맥주집들은 오늘날에도 상당수가 남아 있고, 교회와 관련한 이름을 갖고 있다.

 - 86쪽

 

기본 영국사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왕의 문장을 간판으로 내 거는 펍이 많은데, 내전이나 정치적 혼란기에 경쟁자 가문의 문장으로 간판을 교체하거나 하는 식으로 민심을 표현했다라거나, 각 시대별 펍의 다른 쓰임이라든가,,, 진짜 재미있다. 아, 그래서 영화 <셜록 홈즈>에서 술꾼들에게 둘러싸여 홈즈가 펍에서 권투 시합을 했었구나,,,하면서 읽게 된다.  

 

그러나 현재, 펍은 쇠락 중이다. 젊은 층에서 현대적 분위기의 바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금융 위기로 금융 도시인 런던의 경기가 예전만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런더너들은 전통있는 펍을 사랑하며, 펍에서 맥주만 아니라 스토리도 같이 마시고 있다. 그러기에 저자는 런던 펍에 비교하여 우리 술집의 스토리 부재를 비판하기도 한다.

 

책 뒤편에 '런던을 여행하는 맥주광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코너가 있다. 런던 각지 펍들이 지도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런던 여행객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물론 맥주광에게도!

 

 

*** 오류

 

74쪽

펍의 내력을 설명하는 동판에 따르면 바로 이곳이 로마 교황청 행정판사로서 찾아온 프랑스왕 샤를 5세와 영국의 헨리 8세가 만나 캐서린 아라곤과의 결혼 문제를 담판지은 장소로 추정된다고 한다.

 

=> 샤를 5세는 14세기 인물임. 헨리 8세와 캐서린 아라곤의 이혼 담판은 16세기 전반의 일. 아마도 영어로 기록된 동판에서 '찰스'란 이름을 보고 '샤를'이라고 생각해서 저자분이 이렇게 쓴 것 같은데, 헨리 8세 당시 교황청과 손잡고 이혼에 반대한 '찰스'라면 신성로마제국의 '카를'이 맞다.

 

 

80쪽

성 조지는 군인이면서 순교했다는 특수한 점 때문에 비잔틴 군대와 동방에서 싸우는 십자군의 사기를 장려하는 일종의 선전용 일화로 채택되기에 매우 적합했다.

 

=> 십자군은 비잔틴이 아니라 이슬람과 싸운 군대임. 4차 십자군 때 비잔티움 제국을 공격한 적이 한번 있기는 했지만.

 

80쪽

한때 운동광으로서 많은 여인들을 점령했던 탄탄한 육체는 종기로 뒤덮였으며, 통풍까지 앓았다.

 

=> 노년의 헨리 8세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고, 저자가 보기에, 두 아내를 목 잘라 죽이고, 두 아내에게 모욕을 주어 이혼한 헨리 8세의 스토리가 단지 여인을 '점령'한 것으로만 보이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중년 남성인 저자의 가치관과 여성관이 들어간 문장일뿐, 역사적 오류는 아니다. 그냥 독자인 내가 보기에 특이해서 기록해 놓는 것이다. 정말 특이하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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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2017-02-1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껌정드레스님.
항상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에 대한 관심도 고맙습니다.

솔직히 껌정드레스님의 지적은 매우 아프고, 무서워요 ^^
지적해주신 사항들은 증쇄할 때 모두 반영해서 오류가 없도록 수정하겠습니다.
올 한해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 7대 조선 가마 편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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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분의 도자기 여행 시리즈 4권을 주욱 읽고 있다. 첫권인 동유럽편은 종이질과 인쇄 상태가 안 좋아 아쉬웠는데 이번 책은 그런 점이 없다. 화려한 일본 채색자기의 멋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시리즈를 4권째 진행하면서 점점 책 편집이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물론, 내용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인문기행서 정도 수준이었던 동유럽편에 비해 이번 책은 거의 논문 수준의 전문성을 보인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도공 이삼평의 공주 고향설을 추적해 밝혀내는 부분 등등,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이 많다. 저자분의 작업에 경의를 표한다.

 

내용 면에서도 이번 책은, 유럽 도자기 역사를 여정에 따라 추적한 앞서 책들과 달리, 책 한 권 전체에 일관된 주제의식이 보인다. 일본 쿠슈의 7대 가마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임진왜란(도자기 전쟁이기도 하다) 때 조선의 도공들을 끌고가서 시작된 일본의 도자기 산업이 어떻게 각 번 다이묘들의 후원 아래 메이지 유신과 일본 근대의 부국강병을 이끌었는가를 밝혀준다.

 

이삼평이 도조가 되어 만들어낸 아리타 자기로 유명한 사가 번은 도자기를 수출해서 마련한 군비 자금으로 암스트롱 대포 등 최신식 무기와 함선을 구입한다. 이때 사가 번의 무력이 당시 세계 최강 프로이센 군대와 맞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사가 번은 이를 감추기 위해 도자기 무역에 관한 15년간 문서를 없앴다고.  한편 심수관 자기로 유명한 사쓰마 자기 역시 유신 자금으로 쓰였다고. 난 사쓰마 시마즈 집안의 식산흥업 정책과 아마미 군도의 설탕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도 도자기 수출 자금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조선 도공들에게 하급 사무라이 계급을 내려 주었다는데 그 후예가 세이난 전쟁 때 활약했다는 점도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사이고 다카모리의 정한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한 것일까? 이 부분, 좀더 공부해봐야겠다. 임진왜란 후, 조선통신사들이 조선의 사기장들을 일본 막부의 허락을 얻어 귀국시키려 해도 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던데, 그 이유가 뭘까? 이들은 국적보다 계급이 더 중요했던 것일까? 저자는 이런 의견을 보인다. 신선하다.

 

당연히 다이묘 번주들의 압력과 비협조가 첫 번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둘째 이유는 이들의 신분 상승이다. 일본 땅 조선 사기장들의 이름에 '에몬(衛門)' 이 흔한 것은 이들이 사무라이 계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향 땅에 돌아가 보았자 조선에서는 여전히 천민 계급으로 살아갈 것이 분명한데, 일본에서는 사무라이 계급으로 녹봉까지 받으면서 양반처럼 떵떵거리며 살 수 있으니 당연히 돌아가는 사람이 적었던 것이다.

- 147 쪽

 

책은 조선 도공들로 시작된 일본 도자기 역사의 전통이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는 점을 서술한다. 부럽다. 게다가 그 옛날 유럽에 팔려나간 작품 중 가치 높은 작품들을 다시 일본으로 되사와서 박물관에 전시해놓고 있다니! 정말 부럽다. 이게 일본의 저력인가?

 

이렇게 책에는 일본 도자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와 깊은 성찰이 보여서 읽는 내내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옥의 티가 꽤 보인다. 솔직히, 저자분께서는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역사 지식이 있는, 믿을만한 지인에게 출간 전에 원고 검토를 부탁하시길 바란다. 소소한 용어 오류나 오타야 큰 문제 아니지만 아래, 도고 헤이하치로 부분은 정말 심했다.

 

 

*** 오류

 

20쪽

나베시마 나오시게(金鍋島直茂)

=> 鍋島直茂이다.

 

227쪽

종전의 미망인 백파선

=> '미망인'은 '남편을 따라 미처 죽지 못한 여자'란 성차별 의미가 있는 구시대 용어라, 요즘 웬만해서는 쓰지 않는다.

 

317쪽

메이지 개혁 

=> 메이지 유신. 책에 '개혁'과 '유신'을 섞어 썼다.

 

464쪽

박평의 문중에는 또 한 사람의 도고가 있다. 해군제독을 지낸 도고 헤이하치로(東郷平八郎)가 바로 그다. 그는 러일전쟁 때 우리의 독도 부근에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전멸시켜 '구국의 영웅'이 된 전설의 해군 총사령관이다. 그 역시 박씨 혈통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 엄청난 오류!!!! 도고 헤이하치로는 1848년 생이다. 사쓰마 사기장이자 사쓰마야키 시조 중 한 분인 박평의 직계 후손인 박수승이 사쓰마 사족의 족보를 구입해서 '도고' 씨로 성을 바꾼 때는 1887년이다. 이유는 조선인 차별 때문에 수재였던 아들 박무덕의 앞날을 걱정해서였다. 그 아들 박무덕이 바로 도고 시게노리(東鄕茂德)로, 일제시절 외교관으로 활약했으며 외무대신도 2번 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패전 후 에이급 전범으로 수감되었다. 그런데 이들 박씨가 사쓰마 사무라이의 족보를 사서 도고 씨가 되었다고 어떻게 도고 헤이하치로도 박씨 혈통이 되는가? 이 부분, 저자분이 너무 엄청난 실수를 하셨다.

 

- 466~ 477쪽

그렇다면 결국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유신에 이르는 기간 중 사쓰마 번의 사무라이들은 대부분 조선인과 그들의 후예가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중략) 메이지 유신의 성공에 조선인 부대가 엄청난 공헌을 했다는 사실은 바뀔 수 없다. 너무나 엄청난 이 역사적 아이러니라니!

 

=> 이 부분도 납득할 수 없다. 사쓰마 도자기를 만든 조선인 도공들에게 하급 사무라이 계급을 주었다고하여 어떻게 사쓰마 번의 사무라이들이 대부분 조선인과 그 후예가 되는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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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2017-02-1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고 헤이하치로는 너무 큰 오류라서 사실 할 말이 없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 때 제가 잠시 미쳤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연히 증쇄할 때 수정하겠습니다.

나머지 지적 사항도 유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성차별 관련 부분에 몹시 관심을 가지신 것 같은데, 조금 있으면 60에 가까워지는 중년(?) 남성의 관습화된 우매한 시각이라고 생각하시고 좀 이해해주시길.... ^^

자유도비 2017-02-15 21:53   좋아요 0 | URL
그저 오류가 보여서 리뷰에 기록했을뿐입니다.
조용준 선생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책 내용은 물론, 선생님의 취재와 작업 과정이 도자기 시리즈에 유기적으로 반영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
 
유럽 도자기 여행 : 서유럽 편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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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 저자의 이번 <도자기 여행 서유럽편>의 여정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이다.

 

서유럽 도자기의 역사는 711년에 시작한다. 이 해에 우마이야 왕조가 이베리아 반도를 침공함에 따라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에 뿌리를 둔 이슬람의 도기 문명이 전파된다. 이로부터 러스터 웨어와 마욜리카, 타일 장식인 아술레호 제작의 역사가 시작된다. 1300도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흙이 없어 자기를 못 만들던 실정 때문에 스페인은 도자기보다 아술레호 문화가 더 발달했다. 아술레호는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타일 장식을 일컫는 스페인어다.  러스터웨어은 광택 유약 도기를 말한다. 751년 탈라스 전투때 포로가 된 당나라 도공이 당시 아바스 왕조의 수도인 바그다드로 가서 러스터 제조법을 전파한다.  러스터는 북아프리카 이슬람 문화권에서 지중해를 건너와 스페인의 세비야와 발렌시아에서 발전한다.  이들 광택유약 도기나 주석유약 석기 혹은 도기가 스페인 마요르카 섬을 거쳐 이탈리아로 전파된다. 그게 마욜리카 도자기이다. 이탈리아의  마욜리카 제작 중심지는 파엔차이기에 프랑스에서 마욜리카는 파이앙스로 불린다. 그러나 희고 값싼 자기가 출현함에 따라 18세기 들어 마욜리카는 쇠락하게 된다. 프랑스의 파이앙스 시발점은 이탈리아와 가까운 리옹이었다. 1768년, 리모주에서 고령토가 발견됨에 따라 프랑스 자기 역사에 새 시대가 열린다. 당시 설립한 마담 퐁파두르의 세브르 자기는 현재 관요가 되어있다. 영국의 경우 도자기 산업이 왕실 주도가 아니라 민간 주도였다는 점이 독특하다. 영국은 본차이나 기술을 개발한다. 우스터, 포트메리온, 앤슬리, 웨지우드, 로얄덜튼 등 귀에 익은 브랜드가 많다.  

 

저자는 위와 같이 서유럽 도자기의 역사를 자신의 여정에 따라 서술한다. 당시 유럽 대륙의 역사와 도자기 산업의 발달사를 저자의 감상과 함께 들려준다.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서 보다 저자의 감상이 많이 들어간 편이다. 화려한 아술레호 타일 장식을 한, 발레가의 성모 마리아 성당을 거대한 꽃 상여에 비유한 부분이 인상 깊다.

    

책 뒤에 유럽 도자기 연표와 참고문헌, 참고사이트 목록이 잘 나와 있다.  성당, 도자기박물관, 공장 소개도 충실해서 이 지역 여행 여정을 짤 때 참고할만하다. 편집도 사진 인쇄도 동유럽편보다 좋다. 저자나 편집팀이나 참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고료는 비행기삯도 안될텐데, 이 정도면 저자분이 순전히 열정과 사명감만으로 쓴 책이다. 존경한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쓰신 책, 이왕이면 좀더 완성도를 높이게 섬세하게 검토해주셨더라면,,, 싶은 생각이 든다. 하룻강아지인 내 수준에도 오류가 너무 많이 보인다. 주제넘은 조언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책 내기 전에 역사지식 있는 지인에게 원고를 보여주고 검토를 부탁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

 

 

*** 오류

 

1 표기상 문제.

 

공작을 왕자로, 여공작을 공주로 표기한 부분이 많다. 방문한 곳의 영어 팜플렛에 나온 '프린스'와 '프린세스'를 그대로 번역해서 책에 옮기셨나, 싶다. 섭정(regent) 왕자를 마치 프랑스 왕자라고 하듯 '리젠트 왕자'라고 쓰신 것은 정말 아니다. (그런데 저자의 다른 책인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에는 웨일즈 왕자 부분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저자분이 몰라서 리젠트 왕자, 웨일즈 왕자,라고 쓰신 것이 아니라 자신은 당연히 알기 때문에 독자들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옮기신 것 같다) '커즌'도 다 '사촌'으로 옮겼다. 그런 부분이 많이 보이는데, 예를 들자면

 

나폴레옹은 유일한 누이로 무척 사랑했던 엘리사를 이탈리아 중부 루카-피옴비노 공국의 공주, 이후에는 토스카나 대공으로 임명해 토스카나와 중부 지방을 통치하게 했다. 383쪽

 

=> 공주가 아니라 여공작.

 

웨지우드가 이때 공장을 설립할 수 있었던 데에는 먼 사촌인 사라 웨지우드와의 결혼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 583족

 

=> 먼 사촌이 아니라 먼 친척.

 

2 역사 오류

 

또한 교황 칼리스투스 3세와 알렉산데르 6세도 바티칸의 방들을 치장하는 데 마니세스 타일들을 사용했다. 이 두명의 교황은 발렌시아 출신의 부자 관계다. - 107 ~ 108쪽

 

=>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이름은 로드리고 보르자. 친부는 호프레 에스크리바였다. 칼리스투스 3세는 외가 쪽 삼촌으로 이름은 알폰소 데 보르하 오 보르자. 알렉산데르 6세는 부친 사망 후 외가인 보르자 가문 성을 따랐을 뿐이지 둘이 부자 관계였던 것은 아니다.

 

3 역사 용어 설명 오루

 

중세 포시타노는 아말피 공국(도시국가)에 속해 한 항구의 기능을 했다 - 342쪽

 

=> 공국은 공작이 다스리는 국가. 단순 도시 국가가 아님. 노르망디 공국이나 아키텐 공국 영토는 당시 프랑스 국왕 영토를 위협할 정도 크기였음.

 

4 사관의 문제

 

불과 1백만 정도의 소수 인구가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광대한 지역에서 인도인, 페르시아인, 투르크인, 말레이인, 브라질 인디언 등 수많은 적들과 맞서 싸우고, 게다가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의 견제와 전쟁을 돌파하면서 세운 이 업적이 과연 어떻게 가능했을까. - 245쪽

 

=> 포르투갈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서술하는 대목인데, 침략자의 입장에서 서술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릴적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입장에서 기술된 역사 교과서의 사관대로 쓰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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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자기 여행 : 북유럽 편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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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 저자의 도자기 여행 시리즈 4권을 한꺼번에 읽고 쓰는 리뷰다. 내가 이 글을 스는 2017년 1월 현재, 이 시리즈는 동유럽 => 북유럽 => 서유럽 => 일본 큐슈, 순서로 4권 출간되어 있다. 앞으로 일본 혼슈와 동남아편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일본 큐슈편을 먼저 읽고, 이 저자분의 열정과 저작 방식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흔히 접하는 블로거들의 여행기 수준을 뛰어넘는 깊이, 직접 현장 답사로 찍어온 사진을 한 책마다 거의 1000장 정도 싣는 열정,,,, 이 책은 의자에 앉아서 인터넷 서핑으로 긁어온 자료와 사진으로 쉽게 구성한 책이 아니다. 그래서 책 자체도 재미있지만 이 저자분의 한 주제에 대한 집필과 준비 과정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로 시리즈를 찾아 읽었음을 밝힌다. 그러니까, 내가 이 글에서 하는 비교는 다른 저자의 다른 작품이 아니라 저자의 다른 책들과 하는 비교다.

 

일단, 시리즈 2권인 이 책은 전편이자 시리즈 첫 권인 동유럽편에 비해 책 자체의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 사진은 일본 큐슈 편보다는 흐릿한 편이지만 편집, 사진 인쇄상태, 사진과 사진에 대한 설명 배치,,, 등등에서 전편인 동유럽편보다 좋아졌다. 지도도 필요한 부분마다 잘 들어가 있다. 책 날개 부분도 이때부터 일본편까지 일관되게 일러스트 지도가 들어가게 된다. 전편을 내고 새 책을 준비하면서 책에 대해 저자와 출판사에서 발전적인 고민을 한 점이 눈에 띈다.

 

반면, 도자기 기행 내용 자체는 시리즈 4권 중에서 가장 빈약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도자기를 다룬다. 앞부분 델프트 블루의 유래를 설명하는 네덜란드 부분과 끝부분 러시아 도자사 설명하는 부분 외에 중간 부분(약 4장~ 13장)은 로열 코펜하겐, 이탈라, 아라비아 등 브랜드 역사와 각 디자이너의 작품 라인 설명 위주이다. 마치 각 회사의 팜플렛이나 사이트에 있는 정보를 그대로 번역해서 보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시각은 도자기에 얽힌 역사를 보기 원하는 독자인 내 시각에서 본 것이다. 북유럽 도자기 수집하시는 분들께 이런 서술은 매우 유용할 것이다. 그리고 북유럽 도자기의 역사는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짧은 편이라 최근 디자이너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저자의 역량 문제는 아니다. 다음편인 서유럽편을 보면 저자는 이슬람 영향부터 이베리아 반도를 거쳐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으로 이어지는 빛나는 도편의 물결을 서술해 주시니까 말이다.

 

도자사가 나오는 부분은 이렇다. 북유럽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보다 앞서 독일 마이슨의 경질자기 비법을 터득해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1726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있는  뢰스트란드 도자기 회사에서 였다. 독일의 마이슨보다 16년 늦었지만 1719년 오스트리아의 로열 비엔나에 이어 유럽에서 세번째로 성공한 것이다. 북유럽 도자기는 실용적이며 단순하고 대범한 디자인이 특색이다. 북유럽 도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은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시작한다. 명청 교체기에 중국으로부터의 도자기 수출이 끊기자 네덜란드 상인들은 일본 아리타 자기들을 대량으로 유럽에 수입해와 재미를 본다. 이어, 자신들도 아리타 자기를 흉내내어 도기를 제작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도시인 델프트는 베르메르의 푸른빛 안료(코발트 블루)인 청금석(라피스 라줄리)를 수입하여 청화자기를 흉내낸다. 이게 바로 유명한 델프트 블루 자기의 역사다. 여기에는 현재 네덜란드와 벨기에 지역이 스페인의 통치를 받자 종교의 자유를 찾아 도공들이 영국 독일 네덜란드로 이주하게 된 연유도 있다. 1602, 1604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포르투갈의 상선을 강탈해 16톤 분량의 청화백자를 시중에 풀어놓아 유럽 왕실과 귀족집안에 시누아즈리(중국풍) 유행이 생긴 것도 재미있다. 1640년부터 100년은 델프트 자기의  전성기였다.  델프트 블루가 거꾸로 중국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했으며 중국과 일본이 델프트 자기를 모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이슨이 경질 자기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델프트 자기의 경쟁력은 떨어져 쇠락하기 시작한다.  장식용품만 생산할 뿐이다.  이어 저자는 로열코펜하겐 브랜드의 역사와 각 디자이너, 유명 라인을 소개한다. 로열코펜하겐은 마이슨처럼 덴마크 왕실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성립했다. 아라비아 등 유명 도자기 브랜드 서술이 길게 이어지고 러시아 도자기에서 책은 여정을 마친다.

 

당시 도자기는 외교 활동의 꽃으로 가장 존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이란 가치를 지녔다. 그 당시에 도자기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 삶의 위신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고, 당시 자기 공장들은 그 나라의 문화와 기술 수준을 집약해 나타내는 상징이었기에 자국 공장에서 생산한 화려한  자기들이 유럽 궁정들 사이에예술로 교환되었다.

- 196쪽

 

전체적으로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제품 라인 설명 분량이 많고 역사 배경 설명은 적다. 그러나 위 인용부분 같은 부분이 팜플렛 읽는 것 같아 지겨울만하면 곳곳에 있다.  영화 카모메 식당, 그룹 아바의 노래 가사 인용 등 대중적 흥미를 끄는 부분이 각 꼭지의 도입부와 마무리 부분에 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본문 설명글과 잘 어울려 배치되어 있는 사진들이다. 델프트 블루 도자기가 이마리 도자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서술이 있는 페이지에 바로 델프트 블루 도자기와 이마리 카키에몬 사진이 나란히 있다. 카모메 식당에서 오니기리를 담아내던 아라비아 핀란드 제품 '24h 아베크 플레이트'와 일본 19세기 에도 시대 이마리 '그물무늬 접시' 를 같이 보여준다. 이런 장면이 한두 페이지가 아니다. 개그 콘서트에서 '내가 이럴줄 알고 ~ ' 소리가 저절로 들릴 정도로 절묘하다. 그러니까, 저자분은 일본 쿠슈까지 이미 답사를 다 하고 사진을 준비해 놓고 전체 시리즈를 구상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 놀랍다. 저자의 이런 자세, 배울만하다. 본문 편집 디자이너분도 정말 고생하셨다.

 

 

*** 오류

25쪽

귀노 다 사비노 => 귀도 다 사비노 

 

201쪽

웨일즈 왕자 => 영국 왕세자

이 부분은 저자가 몰라서 이렇게 쓴 것 같지는 않다. 저자의 다른 책인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를 보면 웨일즈 왕자의 유래 설명이 나오고 있으므로. 그러나 일반 독자를 위해 역사계에서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를 '영국 왕세자'로 표기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도팽'도 '도팽 왕자'보다 '프랑스 왕세자'로 표기하는 게 낫다.

 

537쪽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황제 => 프리드리히 대왕

프리드리히 2세 당시 프로이센은 왕국이었다.  Friedrich der Grosse(Frederick the Great)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1871년 이후에 프로이센 주도 독일제국 성립하므로 황제라고 쓰면 안됨. 단순한 호칭 문제가 아니라 역사 왜곡이 되어버림.

 

 

558쪽

결혼하고 8년이 지나서야 예카테리나는 남편이 아니라 귀족 출신의 법관인 세르게이 살티코프에게 순결을 바쳤다.

=> 처음으로 성관계를 했다,,, 정도가 낫지 않을까?

 

563쪽

예카테리나의 '도자기 방'은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왕실과 귀족들의 단순한 호사취미를 넘어서, 스스로를 위무하고 치유하는 공간이었다. 바록 권력은 얻었지만 남편과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그 남편을 권좌에서 끌어내렸으며 결국은 목숨을 잃게 한 '어두운 과거'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안식처가 필요했다. 그녀는 끝없이 밀려오는 허망함을 도자기를 통해 위로받았던 것이다.


=> 저자분은 아내를 둘이나 죽이고 둘과는 모욕을 주어 강제로 이혼한 헨리 8세의 경우는 '여자들을 정복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또  저자분은 그외 다른 유럽 군주들의 도자기 수집 전시 방을 서술할 경우, 성적 방종 부분은 서술하지 않고 그저 중국 유행에 따라 재력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도자기방을 만들었다, 정도로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예카테리나 여제의 도자기방에 대해서만 이렇게 서술한다.찾아보니 저자는 50대 중후반 남성이시다. 뭐 저자의 가치관 인생관 여성관에 따른 서술이니 오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난 이 부분 읽으면서 매우 뜨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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