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 코미디언 무어 씨의 문화충돌 라이프
이안 무어 지음, 박상현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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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저자는  영국 대도시의 소란스럽고 여유없는 환경에 질려 프랑스 루아르 계곡의 시골 마을로 이사한다. 이 책은 저자 가족이 프랑스 집에 정착하는 5년을 회상한다.

 

저자는 영국 신사지만 모드족이다. 비틀즈 혹은 오스틴 파워에 가까운 패션을 즐기며 여러 분야에 약간 강박증이 있다. 작업복이 맘에 안 들어 농장의 연못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을 싫어하며 욕 조차 두운을 맞춰 할 정도. 반면 아내 나탈리는 동물 키우기를 좋아하여 집 안을 노아의 방주로 만들어 버린다. 새뮤얼, 모리스, 테렌스, 아들 셋도 만만찮게 개성이 강하고 동물을 좋아한다.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출퇴근을 해야하는 무모한 결정을 내리면서 프랑스로 이사온 것은 평화로운 농장 생활을 꿈꾸었기 때문인데 현실은 소란과 난장판과 분뇨 더미,,,, 그러나 이 엄청난 대가족의 가장인 저자는 공연을 위해 집을 떠나면 언제나 집에 가길 꿈꾼다. 결론은 기승전가족사랑 생명사랑. 뻔하지만 기꺼이 웃어 줄 수 있다.

 

나도 내 직업에서는 유능한 사람이다. 공연 중에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나는 술에 취한 미혼남녀 400명이 가득한 장소에서도 인내심을 잃지 않고 공연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린 사내아이 세 명과 고양이 세 마리, 개 두 마리, 말 두 필, 그리고 아내와 함께 있으면 감당할 수 없다.

- 144쪽

 

개들은 위계 질서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고양이들에게 위계질서라는 게 있다면 그건 세상의 모든 생물이 자기 아래에 있다는 것뿐이다. 고양이는 프랑스인이다.

- 277쪽

 

엄청 재미있다. 영국인다운 시니컬한 유머에다가 영화, 문학, 역사 등등에서 끌어온 비유를 적재적소에 다재다능하게 사용하여 고급스럽게 웃긴다. 그리고 늘 프랑스인을 걸고 들어간다. 아내와 아이들, 동물들과 기싸움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도 너무 재미있다. 수코양이의 중성화 수술과 자신의 정관 수술을 같이 이야기하는 대목 등, 인간과 동물의 삶을 분리하지 않고 동등하게 서술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읽는 내내, 역시, 공부를 위해 읽는 역사이론서라면 내 나이보다 훨 연상인 학자들의 묵직한 책이 좋지만,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해보기 위해 읽는 에세이라면 내 또래 저자들의 생활 밀착형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불완전한 존재인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비슷한 인생의 고비를 좌충우돌 헤쳐나가는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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