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선사시대 이야기
장클로트 지음, 김교신 옮김 / 동문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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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책들을 쌓아놓고 주욱 보고 있다. 책마다 화석 인류 발굴 연대나 관련 설명이 조금씩 다르다. 정신줄 놓고 읽은 책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간 큰일난다. 최근 연구 결과를 반영했는지, 어느 쪽이 보다 많은 학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해 봐야 한다. 막막하다. 시간은 부족하고 전공자도 아니니 이럴 때엔 유명 학자들이 대중적으로 서술한 입문용 책부터 읽어서 크게크게 아우트라인을 잡아 놓아야 한다. 그래서 만만하게, 얇은 책으로 한 권 골라봤는데, 맙소사, 지은이가 무려 장 클로트 선생 아닌가!

 

장 클로트. 그는 프랑스 쇼베 동굴 과학팀을 이끌고 있는 선사시대 학자다. 라스코 등 구석기인들의 동굴 벽화에 대해 샤머니즘이 반영된 작품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샤먼이 환각식물을 복용하고 환각 상태에서 짐승 형상을 한 조상신이 지하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동굴 벽화를 그렸다는.

 

여튼, 만만한 저자는 아닌 저자가 쓴 이 책은 읽기엔 쉽고 만만하다. 저자는 6세부터 16세까지인 일곱 명의 손자들에게 선사시대에 관해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을 적게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시대와 인간, 선사시대의 세상, 생활 방식, 선사시대 사회 체계, 사고 방식이란 다섯 주제로 다시 모아 질문에 답한다. 이러니 당연히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역시 질문은 한번에 끝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래처럼.

 

Q 끓였다고요? 그들에게 냄비가 있었나요?

 물론 아니지. 단지도 없었는걸. 도자기는 이보다 훨씬 뒤인 신석기시대에 발명되거든. 빙하기가 끝나고 한참 뒤에 말이야. 하지만 그들에겐 짐승 가죽으로 만든 수통이나 가죽 부대 같은 용기가 있어서 물이나 수프를 보관할 수는 있었지.

 

Q 하지만 가죽 용기는 불에 가져갈 수가 없잖아요. 타버리고 마니까요!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뜨겁게 달궈진 자갈들을 가죽 용기에 집어넣어서 물을 끓일 수는 있지. 자갈들이 식으면 꺼내고, 다시 다른 자갈들을 넣는 거야. 우리는 지층에서 불에 탄 자갈들을 발견했단다. 따라서 음식을 끓이는 게 가능했다는 얘기지.

 

- 본문 55 ~ 57쪽에서 인용

수백만전전부터 시작하지만 책의 대부분은 구석기, 크로마뇽인들에 대한 질문과 답 위주이다. 선사시대 ,주로 구석기 시대의 생활을 빠르고 재미있게 읽어보고 싶은 독자라면 만족할 만한 책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저자도 그렇고 프랑스 선사학자가 쓴  책은 의식적으로 성평등한 서술을 넣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는 점. 구석기 여성도 사냥에 동참했다, 몰이꾼의 역할로,,,하는 식으로 서술한다. 남자가 가져다준 고기를 기다리며 채집을 했다,,,, 정도로 서술하는 다른 나라 남성 학자들의 서술과 다른 점이 확연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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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 문명과 야만의 진정한 의미 찾기, 최협 교수의 인류학 산책 비행청소년 5
최협 지음 / 풀빛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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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 쪽을 읽다보니, 아무래도 문자 기록 이전의 시대인지라 역사서보다 고고학이나 인류학 쪽으로 가서 읽게 된다. 학자들은 현재에도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 생활을 하고 있는 고립된 부족들을 연구하여 구석기 시대 우리 조상들의 삶을 추정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쿵족'에 대한 부분을 읽게 되었는데,,,, 어라? 내가 '쿵족'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어디에서 읽었더라,,,, 책장을 뒤져 찾아보니 바로 이 책에서였다.

 

그런데, 어라? 어라? 읽다가 깜짝 놀랐다. 어쩜 21년전에 나온 책이 이렇게나 좋을 수가 있을까? 쿵족 부분만 발췌독하렸는데 그만 처음부터 다 읽어버리고야 말았다. 대단한 책!

 

이 책은 문화인류학의 기본 개념을 대중적으로 풀어 설명하여 인류학 초보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장점은 물론, 인간 사회와 문화에 대한 편견을 깨 주는 보너스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특히 구석기 시대의 여아살해와 연관지어 한국의 성평등 문제를 서술, 비판한 부분은 전혀 21년전에 나온 책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의적절하게 보일 정도다.

 

우리가 미개사회라고 부르는 야노마뫼족은 공공연하게 여아를 살해하고 외견상 잔인하며, 그 결과 역시 전쟁과 같은 야만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반만 년 역사와 문명을 자랑하는 한국에서는 여아 살해 관행이 은폐되어 있다. (중략) 여기서 우리는 야만과 문명의 진정한 의미를 되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인류학에서 말하는 자민족 중심주의와 문화적 상대주의에 대한 논의를 떠올리게 된다.

- 본문 중 '야만에 대한 편견' 꼭지에서 인용

 

역시, 좋은 책의 기본은 정확한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올바른 시각에서 오는 것. 검색해보니 이 책은 현재까지 절판되지 않고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럴만 하다. 내용도 좋지만 스테디셀러란 어때야하는가에 대한 공부까지 시켜주는 책이다. 지식과 더불어 올바른 세계관을 갖고 싶은 청소년 독자, 인류학 초보 독자는 물론, 글쓰기에 고민이 많은 저자분들께 강추.

 

여튼, 이런 전차로, 2017년의 발렌타인데이는 21년만에 만난 옛 연인 아니 옛 책과 같이 보냈다는. 그는 여전히 멋졌다는.

 

 

 

- 내가 가진 구판 표지는 이렇다.

 

 

- 21년전 나온 초판 1쇄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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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 연암서가 인문교실
에릭 H. 클라인 지음, 손영미 옮김 / 연암서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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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 그리고 하인리히 슐리만의 발굴. 역사와 문학과 삽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앞서의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뛸 것이다. 한때 <소년중앙>의 슐리만 기사를 읽으며 언젠가는 나도,,, 하는 꿈을 꾸었는데 아아, 지금은 고양이 화장실 모래나 파고 있는 신세. 삽질의 꿈이 이렇게 이뤄질 줄이야. 

 

각설하고,  호메로스의 서사시집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그리고 다른 그리스 극작가의 작품들에 나온 트로이 전쟁은 3000년전 과거의 사건이다. 하지만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학자들은 트로이전쟁이 실재(實在) 사건이라면 이 지역의 청동기 시대 후기에 일어났다고 추정한다. 이때 고대 지중해 지역에서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인과 아나톨리아의 히타이트 인이 가장 강성했고 그 중간에 트로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트로이를 사이에 두고 두 문명은 기원전 1700년에서 1200사이 번성했으니까 전쟁은 그 두 세력이 멸망하기 이전에 일어났어야 한다.

 

그런데 그리스와 히타이트의 자료들을 보면 트로이란 도시에서의 전쟁은 한 번만 일어난 게 아니다. 연구자들은 호메로스가 정말 실재한 사건을 그렸는지, 그렇다면 그중 어떤 전쟁을 다루었는지 결정해야 한다. 또 고대 트로이인 히살릭에는 아홉 개의 도시가 층층이 쌓여 있기 때문에 프리엄 왕(프리아모스 왕. 이 책에 나온대로 표기했음 - 껌정)의 트로이가 이 곳인지 그렇다면 그중 어느 층이 맞는지도 결정해야 한다. 하인리히 슐리만 말로는 자신이  트로이의 보물을 트로이 2층에서 찾았다는데 이 층은 기원전 2300년, 즉 트로이 전쟁 발발 천 년 이전의 층이다. 슐리만이 발굴한 트로이는 호메로스의 그 트로이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 층이 그 트로이 전쟁의 트로이인가?

 

저자는 고고학적 증거와 히타이트 쪽 외교 서신 등 1차 문서 사료를 통해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요약해서 독자에게 들려준다. 그리스 병사들이 기원전 13세기 훨씬 전부터 아나톨리아 북서부 해안, 즉 트로이 근처에서 자주 전쟁을 벌였다는 벌였다는 사실은 입증한다. 정치적, 상업적 이유 때문이었다.

 

 

 

 

 

단지 헬레네의 납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편리한 핑계가 되었을 수는 있지만, 고대 세계에서 대개 그랬듯이 실제로는 아마 영토 확장이나 이문이 많이 남는 교역로의 통제권 확보 같은 정치적, 상업적 이유 때문에 전쟁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 본문 95쪽에서 인용

 

그런데, 그 많은 트로이 전쟁 중 호메로스의 트로이 전쟁이 발발한 시대를 꼭 찍어내기란 어렵다. <일리아드>를 보면, 호메로스는 전사들의 무기나 전투 방식 묘사에서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를 섞어 놓고 있기 떄문이다.  게다가 호메로스는 전쟁 시기 이전 시대의 인물, 장소, 사건도 삽입해 주고 있다. 이는 이 전쟁 이야기가 호메로스가 집대성하여 기록하기 전까지 5세기동안 구전되면서 겪은 변화를 반영한다. 그래서 호메로스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직업을 의미한다는 설도 있다. 결국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호메로스의 트로이 전쟁은 어떤 사건이라기보다 청동기 후기 수백년 동안 존재했던 다양한 인물, 장소 사건뿐 아니라 그 전쟁과 호메로스의 시대 사이에 존재하는 500년의 역사를 통합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 본문175쪽에서 인용

 

결국 모른다는 말. 흠, 선사시대, 고대사를 읽다보면 대개 결론은 이런 것 같다. '이러 이러한 설이 지금까지 있는데 그 증거는 각각 이렇고,,, 독자여, 확실한 것은 없다네. 지금까지 지루한 거 참고 읽느라 수고했네. 끝'  이 책도 그런 신중한 경로를 따라 진행된다. 좀 허무하기는 하지만 믿음직스럽다. 오버 없이 신중한 책이다. 책 자체도 깔끔하고 눈에 잘 들어오게 만들었다.

  

참, 트로이 목마에 대해 재미있는 설이 두 가지 소개되어 있다. 트로이의 목마는 서기 74년에 로마군이 현재 이스라엘인 마사다 성벽 부술 때 사용한 충각이나 일종의 탑 등 전쟁용 건조물을 의미하는 것 일수도 있다고. 혹은 트로이를 파괴한 지진의 비유일 수도 있다고.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은 지진의 신이기도 하고 말은 그의 상징인데, 트로이 도시 성곽이 지진으로 무너진 적이 있었던 것이 발굴 결과 밝혀졌다고.  그럼 지진으로 무너진 성벽 쪽으로 그리스 군이 침입했다는 말인데, 말이 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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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예술 기행
요코야마 유지 지음, 장석호 옮김 / 사계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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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예술기행>이란 제목이지만 라스코 동굴 벽화 위주이다. 저자는 연대 측정 전문가이다.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 연대도 측정한 경험이 있다.  저자는 연대 측정하러 다니며 본 구석기 동굴 벽화에 매료되어 라스코 동굴 벽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유럽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사실적인 소 그림을 그린 목적에 대해서 저자는 성공적인 사냥을 기원하는 것이라는 설을 제쳐둔다. 동굴벽화를 그린 시기의 주된 식량은 순록이었으니 성공적 수렵 기원이 벽화 제작의 목적이라면 순록 형상이 가장 많아야 하는데 순록은 전체 벽화에 등장하는 동물 중 겨우 0.2 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구석기 시대 예술이 보인 시기인 35000년 전부터 12000년 전까지 2만년 동안 동굴 벽화의 주제는 어느 시대든 말과 소였다. 이로보아 그림의 주제는 수렵의 주요 대상물이 말이나 소였던 시절에 정해져서 내려오는 방식으로 그렸을 것이며 그렇다면  동굴 벽화는 선사 시대 사람들에게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전설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편, 라스코 동굴 벽화에는 사실적 동물 그림도 많지만 반인반수의 기괴한 형상들도 많다. 저자는 크로마뇽인들이 왜 이런 기괴한 형상을 그렸는지를 추적한다. 이 과정을 따라가노라면 현재까지 등장한 구석기 동굴 벽화와 크로마뇽인에 대한 다양한 학설과 방법을 저절로 배울 수 있다. 이 부분이 독자로서 매우 보람차다. 기존 이론을 다 섭렵하여 독자에게 소개한 후, 저자는 원시 구석기인들의 생활을 영위하는 현대의 부족들을 찾아가 그들의 종교 의식과 암각화를 연구한 인류학자들에 관심을 둔다. 칼라하리 사막의 북방 산족의 생활과 예술을 보고 드디어 결론을 내린다. 크로마뇽인들의 동굴 벽화에 그려진 반인반수의 형상은 사먼이 환각제를 먹고 트랜스 상태에서 본 것을 깨어나서 그린 것이라고. 그래도 이하의 문단을 덧붙여 안전하게 책을 마무리한다.

 

그렇다면 유럽의 구석기 시대 예술은 모두 ‘샤먼이 본 환각이라고 해석해도 좋을까. 그렇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5장에서 논한 것처럼, 동굴벽화를 그린 크로마뇽인은 놀랄 정도로 면밀한 자연 관찰자였다. 이 동물 그림은 자연계에서 일어난 엄연한 사실이지 트랜스 상태에서 본 환각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또 라스코 동굴이나 니오 동굴에서 보이는 동물의 분명한 표정도, 트랜스 상태에서 본 환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크로마뇽인의 예술에는 샤머니즘 이상의 어떤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벽화의 기원이 샤머니즘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더라도, 크로마뇽인의 동굴벽화에서는 그것을 넘어서 진정한 예술의 발아가 시작되었던 것은 아닐까?

- 본문 중 결론 부분.

 

프랑스 및 유럽의 유적 유물과 관련 연구 위주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선사 예술에 대한 설명이 충실하다. 라스코 동굴 벽화와 크로마뇽인의 예술과 사회에 대해 나온 대중적인 단행본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책들중에 가장 내용이 많고 알찬 것 같다. 도판도 충실하다. 다른 책의 참고 문헌으로 많이 인용되는 것으로 보아 저자도 이 책도 믿을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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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읽는 세계미술사 1 - 선사에서 중세 미술까지 혼자 읽는 세계미술사 1
조은령.조은정 지음, 강응천 기획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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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인들의 동굴 벽화와 여인상 조각 부분을 찾아 읽다가, 책이 흥미로워서 끝까지 다 읽고 리뷰 남긴다.

 

모든 '史'자 붙는 것이 다 재미있었던 나는, 중고교 시절 미술 필기 시험을 보기 위해 미술사를 배우고 관련 용어를 외우는 것이 그렇게도 재미있었다. 도리아 양식이니 이오니아, 코린트 양식이니, 구륵법이니 몰골법이니,,, 너무 황홀했다. 대학에 가서도 미대에 가서 미술사 전공수업을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나같지않은 친구들도 많았다. 세계사는 물론이고 미술사 암기에도 질렸다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이 책을 그때 그 친구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 책은 그 정도로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도판도 적절히 들어가 있다. 특히 아래 도판이 좋았다. 전시실에 서 있는 상태로 전시된 사진보다, 손 안에 들어가 있는 이 사진이 아래 인용 문단의 내용을 더 와닿게 만드는 적절한 도판이지 않은가.

 

 

 

우리는 구석기인이 동굴 한쪽 구석에 이 조각상을 세워 두고 바라보거나 절을 올리는 장면을 상상하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것이다. 조각상의 허벅지와 무릎 부분은 단순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반면에 발 부분이 작게 생략되어 있는데, 전체적인 보존 상태로 보았을 때 파손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원래부터 이러한 형태였다고 추정된다. 그렇다면 세워 두기보다는 눕혀 놓았을 것이다. 또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봉헌용 조각상이나 감상용 조각상처럼 대 위에 전시하기보다는 손에 들고 다니기에 더 적합하다. 사냥을 주업으로 유목 생활을 하는 구석기인들의 생활 방식을 떠올린다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 본문 24쪽에서 인용

 

저자는 말한다. 미술사에 관심을 두어야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기 때문이라고. 앵무새처럼 외우지 말라고 저자는 당부한다. 미술 작품은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 주는 거울과도 같기에,  어느 시대 사람들이 그들의 미술 작품과 생활 속에서 어떤 특성을 중요시하고 시각화하려 애썼는지 그 배경에 궁금증을 가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답을', 그래서 이 책 제목이 <혼자 읽는 세계 미술사>인가 보다.

 

고대 이집트 벽화와 종교의 관계 등 책은 작품과 시대 정신의 관계를 잘 설명해 준다. 고대 중국의 청동기 제기를 통해 왕권 성립 과정을 보여주는 등 역사 쪽 설명도 쉽다. 그 시대 그 표현과 배경, 작가의 의도를 짚어주는 점도 재미있다. 사냥감은 생동감 있게 표현된 반면 왕과 장교는 전형화되어 있는 고대 아시리아의 부조나, 악마와 죄인은 생생하게 표현되고 그리스도와 사도들은 경직되게 표현한 중세 성당의 최후의 심판 부조나 기본 제작 의도는 같다니.

 

단, 이번 1권은 선사에서 중세 미술까지인데 거의 유럽과 중국 위주여서 세계 미술사라기엔 좀 아쉬운 면이 있다. 물론, 대중입문서이고 분량 제약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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