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를 타고 달렸어 민음의 시 154
신현림 지음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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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를 타고 달렸어




전에 <네 서른 살은 어디로 갔나> 라는 책을 통해 신현림 작가와의 만남을 갖고 오랜만에 시집으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남들보다 깊은 아픔이 있고 깊은 우울에도 빠져 보았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시에서는 남다른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가끔은 너무나 많이 함축된 언어가 싫을 때가 있다. 그냥 물 흐르듯 시를 읽으며 그 감정을 고스란히 내 마음속으로 갖고 오고 싶을 때가 있다. 신현림의 이번 시집은 그랬다. 그녀의 마음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느낌 그래서 시집을 읽다 몇 번을 울었다. 아주 개운하게...




그 시작을 하게 해준 시 “엄마의 유언, 너도 사랑을 누려라.” 전문을 싣는다.

(저작권에 걸리지 않겠지? )




<엄마의 유언, 너도 사랑을 누려라>




“딸아, 너도 사랑을 누려라.”




엄마가 쓰러지기 전에 하신 이 말씀이 유언이 될 줄 몰랐다

누구든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사랑을 누려라

일만 하지 말고, 열애의 심장을 가져라

누구나 마음속엔 심리 치료사가 있단다

심리 치료사가 바로 사랑이다

많은 것을 낫게 하고 견디게 하고

흩날리고 사라지는 삶을 위로하고 치료한다




“딸아, 너도 사랑을 누려라.”

사랑 안에서 고양이 같은 민감한 지혜를 배우고

타인을 위해 나 자신 내려놓는 법을 익히고 즐거워하라

웃음 샴페인을 터뜨리고 인생 신비의 동굴을 찾고

눈, 비, 빛과 바람・・・・・ 셀 수 없이 많은 축복을 누려라

살아 있는 최고의 희열감에 젖고, 그 느낌을 메모하렴

메모라도 안 하면 그날은 없다 아무것도 없다




인생의 회전목마는

성공과 명성의 기둥을 도는 듯하지만 수천만 원 지폐나

명품이 아니라 만지고 보여진 즐거움만이 아니라

사람은 사랑으로 강해지고 사랑의 능력 속에서 커 간다

혼자 살 수 없는 우리는 사랑으로 특별한 사람이 된다




바다가 배를 만나 너울거리듯

사내와 여인이 만나 아이를 낳고

폐허를 다시 세워 사람을 부르고

마음이 마음에게 전하는

영혼이 영혼에게 전하는

따뜻한 배려의 말로 힘겨운 나날을 견디는 인생

함께 있는 장소를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만들고

함께 있어 가장 평온한 들판이 되어 주어라

이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고

같은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다

다시 못 만날 때를 생각하며 사랑해라

영영 다시 못 만날 때가 오니 깊이 사랑해라


“딸아, 너도 사랑을 누려라.”

                            - End -







특히 밑줄 그은 부분에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외에도 “비누” “나약함에 대하여” 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작가들은 모두 작품을 쓰기 위해 고난과 시련을 겪어낸다고들 하는데 그녀는 이제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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