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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노석미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5월
평점 :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어린 시절 가난했고 그것을 이겨냈기에 쓸 수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따뜻하고 담백한 문체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어린 아이의 사회에 대한 시각. 이 책은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하면서 작가가 유년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한 이야기 들이었다.
시간적인 순서가 없었지만 단편마다 에피소드들과 직접 겪거나 들은 일들 그 당시에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읽으면서 어쩌면 부끄러웠을 수도 있는 가난을 다른 시각으로 보면 가난했기에 가족 간의 사랑이 깊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가난과 행복은 비례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마, 하산” 이야기에서는 주인공 아이가 축구를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부잣집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를 하여 각 팀의 멤버를 선택을 한다. 주인공 아이는 가난하여 맨 나중에 선발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하산 이라고 하는 부잣집 아이가 주인공 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하지마, 하산. 하지마, 하산” 이 말만을 외치는 주인공 아이는 몇 일 후에 드디어 참지 못하고 하산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리고 엄마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면서 들판을 떠나 천천히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이들 중 한명이 주인공 아이에게 다가와서 “네가 주장해~! 와서 선수를 골라~!” 라고 이야기를 하고 주인공 아이는 하산을 뽑는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런 것인데 가난했지만 힘이 세면 모두의 주장이 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아이가 느꼈을 것이고 나 역시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약간 씁쓸하기도 했고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우열이 강하게 있구나 싶었다.
슬펐던 얘기 하나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물건을 살 때 흥정하는 것을 잘하는데 초반 에피소드 중에서 흥정하는 것이 지겹기도 하고 가난 때문에 부끄러워서 훼방을 놓다가 아버지에게 뺨을 맞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후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너무 아파서 캐비어를 먹어야지만 낫는다고 하여 아버지와 함께 시장에 가는데 그 때에는 캐비어가 너무 비싸서 아버지가 어떤 흥정을 해도 기다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다른 사람은 평소에 음식을 먹을 때에 사용하는 캐비어를 약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가 느끼면서 얼마나 슬펐을까 엄마가 아픈데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나 역시 슬펐다.
하지만 책 전체적으로 슬프지는 않다. 오히려 잘 이겨내고 극복하려는 또..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이나 밝고 아름답다. 그래서 읽는 독자도 함께 행복해진다. 나 역시 시간이 흘러서 앞으로 20년쯤 더 흘러서 유년시절을 돌아보면 지금 생각했을때 '그때 내가 참 힘들었겠다.‘ 싶은 일들도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지 않았을까. 오히려 단순했기에 모든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이가 들면서 어릴땐 행복하게 생각했던 일도 이제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일들이 많으니까...
가끔 책장에서 꺼내보며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는 가볍고 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런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