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3
황경신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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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에 좋아하던 사람은 그런 거 아닐까. 아니 사람이 아니라 좋아한 그 감정 속에 한계가 없는 아름다움이 숨어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차마 들추어볼 수가 없었던 거지. 나를 완전히 집어삼킬 것 같았거든. 하지만 만약 운명이 그걸 원했다면,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가서 집어삼켜졌을 거야."

 

 

세븐틴.

17살의 니나와 서른살이 훌쩍 넘은 시에나 선생님.

17살이나 서른살이 훌쩍 넘으나 사랑에 서툰 것은 마찬가지. 사랑에 대해 안다고 하지만 서툰 30대의 시에나와 아직 사랑이란 것은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니나가 매주 피아노수업을 마치고 요리를 해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에 대해서 점점 알아가는 과정이다.

 

열일곱이라는 나이는 참 그런 것 같다. 뭐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고 단정짓기에는 애매한..

이 책의 작가인 황경신의 글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보게 되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동생이 몇년전에 페이퍼 라는 잡지를 늘 구매해서 보고 황경신의 글을 읽어보라고 했었지만 그 때는 왠지 나와는 맞지 않는 잡지라는 생각에 기피했었는데 그 때 이 작가를 알았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이 책을 다 덮고 나서야 새삼 들었다.

 

글쎄..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바쁜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열일곱에 어떤 삶을 살았었고 누굴 좋아했고 사랑에 대해서 얼마나 알았었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 이 메마른 마음에 황경신의 글들이 헤엄을 치고 들어와 파도를 만들고 회오리를 만들고 태풍을 만들어 놓았다. 바늘보다도 더 가는 핀으로 내 마음 한 곳을 콕. 하고 쑤신 느낌이 든 이후로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마냥 흘러나오는 눈물에 그냥 책 끝까지 읽으면서 내내 울어버렸다. 스토리가 슬프다거나 꽤나 슬픈 이야기가 나온 것도 아닌데 가슴 깊숙이 답답한 마음이 들면서 찢어지는 느낌은 책을 읽고 감정이 추스러진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원인을 알 수 없다. 다만 황경신의 글들이 사람의 아주 사소한 감정들을 건드려서 마음을 움직이고 세세하게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나와 시에나가 각자 겉으로 사랑이라고 믿었던 허울을 잘 벗기고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까지 감정 표현이라든가 상황묘사를 너무 아름다운 글들로 가득 채워놓아서 읽는 내내 너무 좋았다. 또한 시에나가 피아노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음악과 음악인에 대한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표현이 되어 있어서 마음 가득 맛있는 음식을 먹은 듯한 포만감을 한껏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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