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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의 필사 - 엄마 아빠의 교과서에서 되살아난 말의 풍경
윤동주 외 지음, 백승연 외 엮음 /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 / 2026년 4월
평점 :
단숨에 고등학교 문학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1학년 때 문학선생님은
'시' 를 무척 좋아하셨나봅니다
유난히 '시' 를 공부한 날이 많았고,
모든 시를 암송하도록 시키셨거든요
당시에는 번호를 불러서
잘 외웠는지 확인 하셨는데
5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 중에
제 번호가 25번이라서
모든 과목에서 자주 지목 당하는 편이었어요
고1 사춘기가 한창이던 저는 친구들 앞에서
부끄러운 상황이 싫어서 매 시간 열심히
외우고 수업에 들어갔었어요
학기 초에는 선생님께서 제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셨는데
어느 순간 저를 보고 미소 지으시면서
"그럼 25번이 일어나서 외워볼까? " 라고
더 자주 시키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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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의 필사>
윤동주 외 / 구름서재 출판사
필사책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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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_ 윤동주
<청포도> _ 이육사
<꽃> _ 김춘수
<사슴> _ 노천명
<님의 침묵> _ 한용운
<진달래꽃> _ 김소월
<모란이 피기까지는> _ 김영랑
<여승> _ 백석
등등
시간은 무려 28년이나 훌쩍 지나서
소리내어 읊으려면 다시 외우는 수고를 들여야 하지만
눈으로 마주한 순간,
90년대 후반, 고등학교 1학년 문학교실의 풍경이
눈 앞에 선하게 펼쳐졌습니다
반갑고도 울컥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언어영역은 언제나 점수가 낮았지만
매번 저에게 암송의 기회를 주신 선생님 덕분에
많은 시와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지루해질 때면
6공 다이어리에 시를 끄적여보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어요
책에 실린 시들을 다시 읽어보니
10대에는 지나쳤지만 40대가 되니 마음이 움직인 시들도 있더라구요
그 중 한편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_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학창시절을 보내신 분들에게는
80편의 시들을 읽고 써내려가는 동안
그 시절의 소년과 소녀를 다시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