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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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주 시노의 <슬픈 호랑이>는 마주하기 고통스러운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경고했듯, 

책장을 넘기는 내내 일상이 흔들릴 정도의 역겨움과 심리적 저항이 밀려왔다.


하지만 내가 이 지독한 기록을 끝내 덮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직접 겪은 저자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간 속에 살고 있는데, 

독자인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고개를 돌리는 것은 비겁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소름 돋는 지점은 

가해자가 초반에 내뱉은 "여덟 자식을 두고 싶다"는 말이 

결말에 이르러 기어코 실현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밖에서는 인심 좋은 가장의 가면을 썼지만, 

안에서는 조니 할리데이의 거친 음악으로 

집안의 공기를 장악하고 가족의 눈치를 살피게 만든 

'비겁한 나르시시스트'였다.









그가 꿈꾼 대가족은 행복한 가정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힘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자신만의 왕국'이었을 뿐이다

그 안에서 가족들은 숨죽이며 그의 눈치만 살펴야 했다




저자는 성인이 된 후에야 깨닫는다

그가 대단한 악당이 아니라, 

그저 "자기보다 훨씬 약한 존재들이 지닌 

상처받기 쉽다는 특성을 이용하는 보잘것없는 사내"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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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저 / 열린책들

외국에세이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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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어머니와 친아버지는 

각기 다른 이유로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남편의 불같은 화를 피하기 위해, 

그저 그의 기분을 만족시켜야만 한다고 믿었다. 

어디로도 도망갈 곳이 없던 지옥 같은 집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마지막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주말마다 찾아오던 친아버지는 

가해자의 교묘한 방해와 경제적 무력함 앞에 

딸을 데려가 달라는 외침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구원자가 부재했던 그 7년 동안, 

아이는 "모든 감각이 깨어 있음에도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채로 그 어두운 나라"에 갇혀 있어야 했다.








우리는 흔히 <롤리타> 같은 소설 속의 화려한 문장에 속아, 

그것이 마치 아름다운 사랑이나 합의된 관계인 것처럼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슬픈 호랑이>는 그런 가짜 환상을 완전히 깨뜨려버린다





저자는 할 수 있는 한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써 내려가려 노력했다고 하지만, 

그 문장들 사이사이에 예고 없이 등장하는 기억들은 숨이 막힐 정도로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단순히 몸이 다친 것만이 아니라 '믿었던 어른이 나에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시작한 순간'이자,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처음으로 느낀 지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묘사로 독자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진실을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저자의 처절한 노력이 느껴져 

때로는 책장을 덮고 한참을 쉬어야만 했다.









저자는 왜 이토록 끔찍한 기억을 다시 꺼내어 놓았을까? 그녀는 말한다



"내가 아직 살아 있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이고, 

내가 되도록 거짓말을 덜 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며, 

나 스스로 더 잘나 보이게 하거나 더 못나 보이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를 숨김없이 털어놓는 

저자의 이 정직한 용기가 결국 승리했다



가해자는 여덟 자식이라는 외형적인 꿈을 이뤘을지 모르나, 

저자는 이 기록을 통해 그가 세운 가짜 왕국을 무너뜨렸다. 






책을 덮고 나니 비로소 숨이 쉬어진다. 

저자가 그 어두운 나라에서 무사히 걸어 나와 우리에게 이 기록을 건네주어 다행이다. 

이 리뷰가 그녀의 용기 있는 고백에 작은 응답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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