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마, 소슬지
원도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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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표지에 끌려 펼쳤다가 초반부터 깔깔 웃으며 읽기 시작한 책이에요.



주인공 하주의 과민성 대장 증후군 묘사는 정말 지극히 현실적이라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유쾌함이 있었거든요.



과학수사대 경찰 하주의 원룸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귀신 소슬지.
처음엔 귀신이 나타났대서 움찔하며 긴장했는데,
슬지가 하주를 찾아낸 단서가 다름 아닌 냄새였다는 황당한 고백에 금세 긴장이 풀려버렸어요.


이들의 기묘한 동거를 응원하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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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마, 소슬지>
원도 / 오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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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주가 슬지의 흔적을 하나둘 살펴볼수록 이야기는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왔어요.
죽을 때까지만 도와달라며 매달리는 슬지의 간절함 속에는,
살아있을 때조차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던 지독한 외로움이 서려 있었거든요.
하주 역시 결핍이 있는 인물이라 그런지 두 사람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밟혔습니다.




하주가 슬지를 데리고 간 무당 집에서 아름이 슬지에게 던진 한마디가 참 날카롭더라고요.


"언제는 네가 진짜 살아 있던 적이 있었어?"


이 말은 단순히 숨을 쉬는 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뜻 같았어요.




타인과 연결되지 못한 채 투명 인간처럼 지내온 슬지의 과거는,
어쩌면 귀신이 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요.
지금 나는 누군가와 온기를 나누며 진짜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슬지가 아랫집 화장실에 갇혔을 때 하주를 기다리며 했던 말,
"기다리는 거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오실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어요."라는 대목에선 마음이 참 아팠어요.
평생을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주길 기다려온 슬지에게,
하주는 죽음 이후에야 만난 유일한 내 편이었던 셈이죠.





결국 이 소설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어요.


✔️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깨닫게 됩니다.
죽지 마라는 제목은 그저 살아남으라는 명령이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가장 간절한 안부였다는 것을요.




드라마를 보듯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필력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완독한 작품입니다.



혼자라는 외로움에 익숙해진 모든 이들에게, 이 기묘하고도 다정한 위로를 꼭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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