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캐시 슬랙 지음, 박민정 옮김 / 로즈윙클프레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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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오랫동안 바쁘게 살아온 사람이 작은 텃밭을 만났을 때, 





삶이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웠어요




캐시는 오랜 우울 끝에 우연히 흙을 만났고, 

그 순간부터 작고 조용한 변화들이 

그녀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데려갑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그녀의 정체성이 달라지는 과정이었는데요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였던 그녀가 어느새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작물을 키우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게 되는 장면에서 오래 멈춰 있었어요






보통 우리는 새로운 일을 선택할 때 

‘지금까지 해온 것과 비슷한 것’을 고르려고 해요

전혀 다른 길로 향한다는 건 너무 두렵고, 

이미 쌓아온 것들을 버리는 건 큰 결단이니까요






하지만 캐시에게는 우울이 오히려 방향을 바꿔준 셈이었죠

흙은 그녀에게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보여주었고, 

그 가치관은 그녀를 새로운 삶으로 데려갔습니다



“내게 필요한 건 더 노력하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아는 일이었다.”




그 변화가 흥미로운 건, 

단순히 ‘정신적 전환’을 넘어서 생활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작물을 수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게 되고, 

재료가 신선하니 이것저것 요리를 시도해보게 되는데요

책에는 레시피가 정말 풍성하게 실려 있어서 읽는 내내 배가 고플 지경이었어요



곡물 넣은 채소 샐러드, 곰파 프리타타, 리크 레어빗, 도미 카르파초, 농어 세비체,

고소한 씨앗 그래놀라를 곁들인 케일렛 국수 샐러드까지…


먹는다는 건 결국 자연이 나에게 건네준 선물을 조리해 

몸에 들이는 일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이걸 보면서 저도 갑자기, 

가공식품 대신 자연식품으로 뭔가 만들어 먹고 싶은 마음이 스르륵 생겼지 뭐예요








채소밭이 모두에게 정답일 순 없지만, 

우리를 산만하게 하는 세계와 잠시 거리를 두게 하고

각자가 고요를 되찾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캐시가 말하듯 좋은 삶은 거창한 목적지가 아니라

내 몸이 기댈 수 있는 다음 연잎을 향해 폴짝 뛰어가는 개구리처럼

비교 없이, 허세 없이, 지금 내가 필요한 곳을 선택하는 일인지도요



“중요한 건 개구리는 다음 연잎이 지난 것보다 좋은지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은 어떤 마법 같은 해결책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예요

대신 아주 작고 단순한 것들이 어떻게 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 보여주지요

그리고 우리에게도 살짝 묻습니다



지금, 당신을 살게 하는 ‘작은 텃밭’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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