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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남자의 도움 없이도 임신이 가능하다?
생각도 못 해봤던 이 명제는 공론화된다면 분명 단숨에 논란이 될 화두임에 분명하고 즉각적으로 반대 여론이 들끓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서 더 신선하기도 했다.
남자와 여자 즉 정자와 난자의 결합을 통해 수정이 가능하다는 건 너무나 당연했기에 이 당연함에 누군가 의문을 던질 거라 생각조차 못 했는데 이 책은 그런 당연함을 깨뜨리고 있다.
줄리엣과 로지 커플은 처음 만난 순간 서로에게 끌렸으며 그때 이후로 같이 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한 쌍이다.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 들은 평범한 커플이 아닌 성소수자 커플 즉 레즈비언이라 불리는 여여 커플이었으나 주위 사람들에게서도 인정받는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커플의 일상을 깨뜨린 건 어느 날 느닷없이 발표된 정자 없이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기사를 보고 난 후였고 너무나 간절히 아이를 원했던 로지의 바램을 저버릴 수 없었던 줄스는 이 실험에 참가하게 된다.
사실 너무나 간절히 아이를 원하는 로지 와는 달리 줄스는 아이를 원한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을 뿐 아니라 가난에 허덕이며 살았던 자신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드는 모든 부대비용을 비롯해 자신이 감당해야 할 짐이 버거웠지만 로지를 너무 사랑하고 있어 그녀의 기대를 외면할 수 없었고 이런 선택은 갈수록 그를 후회하게 하고 서로 간에 틈이 벌어지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
운 좋게도 임신에 성공한 두 커플 중 한 커플이 된 줄스와 로지
임신이 성공했음을 알게 된 후의 반응조차 둘은 현격히 차이를 보인다.
주변 사람에게 절대로 이 사실이 드러나면 안 된다는 강박적인 불안 증세를 보이며 가족에게만 이 사실을 알린 후 그들에게도 입조심을 시킨 줄스의 바램과 달리 이 사실은 곧 언론에 발표되면서 모든 관심과 비난의 화살은 줄스 커플에게 쏟아지고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흘러가지만 이에 대한 줄스의 대책은 반응하지 않고 그저 이 모든 사태가 조용해질 때까지 죽은 듯이 지내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에 반해 처음부터 임신을 자랑스러워하던 로지는 굳이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줄스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그의 걱정을 이해하기에 그가 원하는 대로 따르기는 했으나 누군가 흘린 정보로 모두에게 밝혀진 이후 터무니없는 사실과 중상모략으로 그들을 공격하는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서서 잘못된 의견을 바로잡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그들의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에만 행복해하던 커플이 임신이 진행되고 주위 사람들의 혐오와 분노 그리고 노골적인 적대행위에 당황하다 하나둘 문제가 드러나면서 두 사람의 성격 차이나 자란 환경의 차이,문제를 해결할려는 방식의 차이등 둘 만 살 땐 절대로 몰랐던 서로 간의 갭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밖에선 연일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두 사람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기사가 나오고, 지역 정치인은 이 화제를 단숨에 남자 대 여자의 성대결로 부각시켜 사람들에게 미래에는 남자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면서 공포를 조장하고 불안을 야기해서 관심과 인기를 끌어모으며 화제의 인물이 된다.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의 아기를 갖고 싶었다던 로지의 바램은 그렇게나 지탄받고 증오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던 걸까?
이 문제의 핵심은 미래에는 더 이상 여자들에게서 자신들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는 남자들의 불안과 인간의 탄생은 과학적인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라 생각해 이들의 행위가 순리를 어기는 것이라 생각하는 종교계의 반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위를 통한 것이 아닌 기계적인 조치를 통해 임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지닌 대중의 반응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일매일 발전하는 의학기술은 이런 방식의 임신이 단순히 사람들의 생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연 이런 방식의 출산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연을 위배하는 방식이라고 무조건 반대해야 할까? 아님 인류의 또 다른 진보라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줄스 커플의 간절함과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보통의 부부와 다를 바가 없다는 걸 알기에 그들의 심정도 일부 공감하지만 아직까진 거부감이 좀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마도 책을 읽은 사람들 대부분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발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