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건...

리마인더스
밸 에미크,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3월

느닷없이 영혼의 반쪽을 잃어버린 남자 개빈은 너무나 고통스러워 시드니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게 하는 것들을 모두 불태워 기억을 지워버리려 한다.

하지만 그의 의도 완 다르게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앞의 그의 모습만 방송을 타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로부터 걱정을 듣게 되고 시드니와 함께했던 집에서 더는 버틸 수 없다 여긴 그는 오랜 친구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소녀 조앤은 그와는 달리 모든 것을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기억하는 특별한 기억력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조앤에겐 현재의 어떤 걸 보더라도 과거와 연관이 있으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현재를 오롯이 즐기는 게 힘들다.

게다가 조앤은 사랑하는 할머니가 치매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충격을 받고 누군가로부터 잊히는 게 너무 싫어 모두의 기억 속에 언제까지나 남고 싶어 하는 소녀이기도 하다.

한 사람은 모든 기억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어 하는... 기억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함께하면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이 책 리마인더스이다.

이름을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하는 개빈에게 조앤은 시드니를 처음 만났던 날의 날짜부터 시작해서 옷차림과 그의 말투까지 비슷하게 이야기하며 개빈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조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추억이 조금씩 되살아나며 약간의 여유를 찾는듯하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의심과 절망에 빠지게 된다.

한편 조앤은 음악을 하는 아빠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음악을 듣고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로 성장했는데 이제 현실과 타협해서 스튜디오를 없애고 새로운 직업을 찾으려 하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

아빠가 음악을 하는 모습을 너무나 사랑하는 조앤은 스튜디오를 구할 방법을 찾다 위대한 미래의 작사. 작곡가를 뽑는 콘테스트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이 반드시 거기에서 우승해 그 상금으로 아빠의 스튜디오를 구하리라 결심하면서 학생 때 아빠와 함께 밴드를 했던 개빈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면서 이제 둘은 한 팀이 된다.

조앤은 개빈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시드니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개빈은 조앤에게 그녀의 곡에 붙일 작사를 해주기로 하면서 둘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함께 하는 동안 알게 된 이런저런 작은 추억들과 자신이 그때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회한이 개빈을 힘들게 하지만 어리지만 당찬 소녀 조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

기억이란 것, 추억이란 게 그렇게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언제나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미뤄둬서 후회하며 자책하는 일이 없도록 늘 현재를 충실히 그리고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 표현함을 감사해야 한다는 걸...

누군가의 기억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겨보게 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