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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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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억만장자 아버지를 두고 있는 소년 데이비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두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접근한다.
이 모든 게 다 아버지에게 걸린 현상금 때문이란 걸 아는 소년에게 어릴 적부터 안면이 있던 소녀 에이자와 친구가 찾아온다.
데이비스는 에이자가 왜 찾아온 건지 궁금한 반면 역시 이 아이도 다른 사람들처럼 현상금을 갖기 위해 아버지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필요해 접근한 건 아닌지 의심한다.
그리고 그 의심은... 맞다.
에이자는 사방 모든 게 겁이 나는 강박증 환자다.
사람들의 모든 게 세포로 이뤄져 있고 그 세포 안에 온갖 바이러스와 균이 침입해와 자신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망상에 가까운 두려움에 한 번씩 빠질 때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중증 강박증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이자 소꿉친구인 데이지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중요하다.
그런 데이지가 데이비스와의 인연을 핑계로 현상금을 간절히 원하고 에이자는 그런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은 서로가 가족 중 누군가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고 그 상실감에 대해 안다는 것만으로도 의기투합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행방불명된 데이비스의 아버지란 존재는 두 사람을 연결해준 끈이면서 동시에 서로에게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도록 만드는 벽이 된다.
사람의 존재가 사람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게 세포나 세균에 의해 조정되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내가 한 결정이 스스로는 스스로가 한 걸로 알지만 사실은 바이러스나 다른 그 밖의 것의 필요에 의한 선택이 아닌지... 이렇게 에이자의 문제는 강박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한없이 엄격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씩 이런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로지 자신이 바이러스에 의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사방을 조여오는 듯한 숨 막힘에 허덕일 뿐이다.
이런 자신의 불안과 공포는 아무리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엄마도... 어릴 적부터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하는 데이지도 할 수 없는... 혼자서 오롯이 견뎌내고 버텨야 한다는 게 그녀를 더욱 두렵게 하지만 어쩔 수 없다.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걸 스스로도 알만큼 에이자는 영리하고 똑똑한 소녀다.
하지만 데이비스가 사라진 아버지를 원망하고 왜 이런 선택을 한 건지 궁금해도...에이자가 머리론 아닌 걸 알면서도 자신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충동에 시달리며 자신을 가해하는 것도... 자신들의 힘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문제임을 안다.
이렇게 자신들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문제로 고민하는 두 아이
결국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데이비스는 아버지가 진짜로 떠났음을...에 이자는 소용돌이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음을...
한창 예민할 사춘기 아이들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것도 많고 고민도 많은데 어려운 짐까지 짊어져야 했던 두 아이가 안쓰럽지만 어른스러운 결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작도 그렇지만 감수성 강한 글로 아이들의 가지고 있는 고민과 갈등, 여러 가지 생각들을 잘 풀어놓았는데 역시 작가의 이력이 남다르다.
강박증에 걸린 에이자의 마음속을 너무 잘 표현해서 책을 읽으면서 어떤 심정인지 십분 이해가 되었는데 작가가 그런 강박증을 앓아본 경험이 있어서였다는 소개글에 절로 납득하게 되었다.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로 감성을 건드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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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랜드
서레이 워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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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서 한 번도 다이어트나 절식 같은 걸 안 해본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물론 그 소수는 축복받은 사람들일 거고...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살이 찐 여자는 음식을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갈수록 작아지는 옷 사이즈들은 점점 더 여자들에게 강박감을 주고 있다.
그 덕분에 다이어트 산업은 불황을 모르고 오늘도 여자들에게 당신도 날씬해질 수 있다는 꿈을 팔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태어나서부터 날씬해본 적 없고 그런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주인공 플럼이 결국에는 뚱뚱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는 다소 뻔한 결말의 그렇고 소설이라고 생각해서 가벼운 마음을 읽어내려갔는데 이런!!! 독자의 가벼운 기대를 거침없이 깨부수는 책이었다.
거리를 나서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과 거친 욕설을 견뎌내기 힘들었던 플럼은 외삼촌의 아파트에서 그런 자신을 숨기고 다른 사람의 대역으로 메일로 고민을 상담하는 10대들에게 답장을 보내는 일로 일과를 보내던 중 자신을 따라다니며 지켜보던 여자 리타에 의해 오래전 자신이 가입했던 다이어트 클럽인 뱁티스트 다이어트 클럽의 상속녀인 베레나를 만나면서 일대 전환을 맞는다.
자신의 엄마가 운영했던 뱁테스트와 그 회원들이었던 사람들의 믿음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베르나 역시 플럼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면서 플럼이 자기 자신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는 훈훈한 결말로 맺는듯하지만 여기에 사회 곳곳에서 여자들에게 가해진 성폭력과 폭행으로 재판에 기소되었으나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고 풀려난 사람들을 찾아 잔인한 방법으로 응징하는 일명 제니퍼라 칭하는 여자가 나타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제니퍼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점점 더 강한 방법으로 여자들에게 함부로 한 남자들을 처단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처음의 의도 완 달리 남자 대 여자의 성 대결로 치달아간다.
여기저기서 그동안 억압되었던 여자들이 더 이상 참지 않고 남자들에게 맞서면서 곳곳에서 작은 소요가 일어나고 이런 걸 그저 남의 눈으로 바라보던 플럼은 자신을 이곳으로 인도했던 여자 리타가 제니퍼 조직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남의 일이 아닌 일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플럼과는 반대로 점점 극으로 치달아가는 남녀 간 성대결을 사이사이 넣음으로써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는 다이어트 랜드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받아온 교육이나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날씬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서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음을... 이 모든 게 그저 남자들에게 성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꼬집어주고 있다.
플럼 역시 다소 거친 방법이긴 하지만 스스로의 몸을 인정하면서 세상 앞으로 당당하게 나가 갔던 것처럼, 여자들이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부디 죄책감을 갖지 마시길... 그리고 건강 때문이 아니라면 죽도록 괴로워하면서 다이어트 따윈 하지 마시길...
다소 거친 표현과 적나라한 표현은 우리와 다른 문화에서 오는 것임을 감안하고 봐야 할듯하다.
흥미로 읽다가 점점 진지해지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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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양이 1~2 세트-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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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운 책이 출간될 때마다 독자들에게 지적 즐거움과 책 읽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나라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신간은 늘 관심을 받는데 이번에도 주인공을 인간이 아닌 고양이를 내세워 고양이의 눈에 비치는 인간세계를 보여주며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했던 것들을 고양이의 눈으로 혹은 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인간에 의해 USB 장치를 머리에 내장하고 있어 인간이 아는 거의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샴고양이 피타고라스
그리고 늘 주변과의 소통에 관심이 많고 특히 종이 다른 것들과도 소통이 가능하다 믿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자의식 강한 암고양이 바스테트
이렇게 두 고양이가 주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이제껏 작가가 가장 잘하는 방식인 일종의 멘토와 그에게 많은 걸 듣고 배우는 제자가 서로 질문하고 답을 하면서 이 세상의 원리와 온 우주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를 멘토 피타고라스와 제자 격인 바스테트가 이어받고 있는 형식이다.
그래서 익숙한 전개에 따른 식상함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기인 가독성은 좋은 편이다.
온 사방에서 시위와 폭력이 난무하는 파리에 살고 있는 고양이 바스테트가 우연히 옆집에 사는 피타고라스를 만나 그와 이야기하면서 그가 이제껏 만났던 그 어떤 고양이와 다를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아는 박식한 고양이임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겨져있던 알고 싶다는 지식 욕구를 일깨우면서 어제와 달라지게 된다.
주인이 주는 먹이와 평안함에 안주하고자 하는 보통의 고양이로서의 욕구와 늘 다른 종들과의 소통을 갈망하던 두 가지의 욕구를 가지고 있던 바스테트에게 피타고라스와의 만남은 그만큼 운명적이었다.
자신이 낳은 새끼들을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냉정하게 버리는 인간에 대한 원망이 쌓일 즈음 인간들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 역시 위험에 직면하면서 바스테트는 자신도 몰랐던 야생의 본능이 되살아남을 느낀다.
그리고 어느새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모두를 위협하는 쥐 떼들로부터 스스로를 구하고자 하는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는 각자 잘하는 것으로 이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지만 이조차도 두려움에 쉽게 동조하려 하지 않는 동족들 때문에 쉽지 않다.
마치 뭔가를 하려고 해도 반대에 의한 반대를 하며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 뭔가를 시도해보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아대는 사람들의 모습과 닮은듯한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오랜 전쟁으로 더 이상 먹을 것을 구하기도 힘들고 쥐 떼들로 인해 목숨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바로 쥐 떼가 접근하기 어려워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섬으로의 도피
이제 쥐 떼들과의 전면전을 펴면서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선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과의 연합작전이 필요하고 이를 성공하기 위해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피타고라스와 다른 동물과의 소통이 가능한 바스테트 그리고 인간이면서 동물과의 소통이 가능한 영혼을 가진 샤먼 파트리샤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책 전체에 흐르는 관념이나 사상, 철학적인 게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건 동양적인 사상이 많이 함유되어서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고픈 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바스테트가 깨닫게 된 육체가 죽어도 영혼은 새로운 육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즉,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라서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점이나 자신이 오래전 이집트의 여신인 바스테트의 환생이라 여기는 점 그리고 피타고라스와의 결합 후 느낀 극강의 정점에서 깨달은 것 나는 유일무이하다. 내가 믿는 것이 곧 나다라는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관념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친숙하게 느껴졌다.
엄청난 수의 쥐 떼와 동물연합의 피 튀기는 전쟁이 흥미롭게 그려져있고 이 싸움에 동참한 인간들이 어른이 아닌 보육원의 아이들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아마도 미래는 고집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기성세대가 아닌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없고 벽이 없는 젊은 세대에 의해 바뀔 것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닐지...
신선함은 떨어지고 작가의 특기인 철학적인 깊이 있는 사고를 요하는 묵직함도 다소 가벼워졌지만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탄탄하게 풀어내는 힘은 여전했다.
하지만 어느정도 예상가능한 전개나 기존의 작품과 비슷한 포맷등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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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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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읽었는데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참담하며 깊은 수렁에 끌려가듯 내 기분까지 축축 처지게 한 책이었다.
어린 나이의 소녀가 당한 성폭력
소재 자체만 해도 쉽지 않은데 이 모든 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게다가 이 작품을 쓴 작가가 결국 자살을 했다는 정보는 선뜻 책에 손이 안 가게 하는 요소였지만 일단 책을 손에 든 후에는 막힘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리 내 절망하거나 울분을 토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적어내려간 글 때문인지 오히려 소녀가 느꼈을 그 암담함이나 절대 고독 같은 게 더 와닿았던 것 같다.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믿었던 선생님으로부터 당한 성폭력은 가장 친한 친구를 포함,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만들었고 그 비밀의 무게로 인해 반짝반짝 빛나던 소녀가 점점 어둠으로 끌려 들어가 끝내는 스스로를 놔버리게 만든 그 과정을 보면서 왜 누구도 그녀의 변화를 눈여겨보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깊은 탄식이 되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팡쓰치 이 어린 소녀가 누구에게도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할 수 없었던 이유를 보면서 과연 우리 주변에도 누군가에게 이런 일을 당하는 아이가 있다면 마음 놓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인가 자문해보면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팡쓰치의 처지가 안타까우면서도 그런 그 아이의 선택 또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린 소녀가 누군가에게 강제 성폭행을 당했다면... 게다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이나 혹은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는 가해자보다 오히려 피해자인 소녀에게서 문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 아이가 행동을 이렇게 해서 혹은 옷차림이 나빠서 혹은 나쁜 목적을 가지고 오히려 그 아이가 먼저 접근해서 유도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 어린 눈초리로 피해자를 두 번 울린다.
여기에서도 어린 팡쓰치에게 접근해 몹쓸 짓을 한 사람이 유명 학원의 문학 강사이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며 외모적으로도 호감 가는 인상을 가진 유부남이라 그런 남자가 몹쓸 짓을 했다는 걸 믿지 않는다. 아니 믿지 않는 것보다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그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리궈화라는 인간은 자신의 비겁한 행위를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어린 팡쓰치를 유린한다.
그래서 그의 행위가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폭력으로 쓰치를 안고 난 후에도 쓰치의 부모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쓰치를 데려나갈 정도로 뻔뻔하고 파렴치한데 그가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데에는 모든 잘못을 일단 여자에게 덮어씌우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그런 걸 너무나 잘 아는 리는 자신의 이런 행위가 사람들 앞에 드러나도 천연덕스럽게 마치 실수한 것 마냥 잘못을 비는 것처럼 해서 피해 가고 사회에서는 그런 그의 행위를 실수로 인정해주면서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장면을 보고 피가 끓어올랐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과 그다지 차이 나지 않다는 걸 알기에 허탈감도 들었다.
어린 소녀의 동경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차리고 계속 뻔뻔하게 이용하는 그를 보면서 낙원에서 이브를 유혹하던 그 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성폭력은 용인되어선 안되지만 특히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이런 폭력은 더 이상 있으면 안 된다. 혹시라도 이런 폭력에 노출되었다면 적어도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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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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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한 소녀가 누군가를 향해 총을 겨눈다.
이렇게 시작하는 베어 타운은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우리도 잘 아는 작가의 신작 소설이다.
작가의 전작들이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이었기에 이 작품 역시 그럴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을 완전히 비껴간 작품이었고 그래서 뒤로 갈수록 읽는 것이 편치 않았다.
한 소녀가 성폭행을 당한다.
어른들이 없었던 떠들썩한 파티에서 그녀가 좋아하고 동경하던 남자에게서 가해진 폭력은 그녀뿐 아니라 모두를 바꿔버리는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온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여자들을 향한 성폭력은 대체로 가해자인 남자들보다 피해자인 여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왜 그런 옷을 입었는지 왜 그런 곳에 갔는지 왜 늦게까지 집에 가지 않고 있었는지를 따지며 마치 여자의 그런 행동이 남자들로부터 폭력을 자행하도록 부추긴 듯이 여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남자들은  술을 마셔서 혹은 여자들의 사인을 오해해서 그녀들도 자신을 원했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마치 순간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인 듯 남자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이런 일은 19세기가 아닌 지금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폭력의 하나이고 이 책은 그런 세상의 양면적이고 위선적인 시선을 고발하고 있다.
그녀를 성폭행한 남자는 마을 전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총아였고 마을의 사활이 그 아이에게 달린 거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소녀에게 더욱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쇠락해가는 마을 점점 더 활기를 잃어가는 산골마을 베어 타운은 하키의 도시이다.
마치 하키만이 삶의 모든 것이 생각하고 남자들만의 운동이라 생각하는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베어 타운은 그들의 자랑이자 자긍심의 근원인 하키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을이 점점 더 활기를 잃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십수 년 동안 그들은 하키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들에게는 하키만을 위해 태어난듯한 천재소년 케빈이 있었고 베어 타운 청소년팀의 빛나는 활약으로 결승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시의회에서도 청소년 하키 캠프를 이곳 베어 타운에 유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되면 마을에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가능성이 생겨서 모두가 청소년팀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던 순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면서 그들이 가진 좌절감과 분노는 모두 소녀와 그 가족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이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성폭력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까운 이웃의 외면, 차가운 냉대, 또래 친구의 언어폭력 등등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돌아서고 비난 어린 시선을 보내며 피해자 가족을 향해 분노를 내지르는 그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들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닮아있는지 알 수 있다.
내 가족에게 벌어진 일이 아닌 남의 일이었기에 거기에서 손익을 따져 계산을 할 수 있었고 그들로 인해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 생각하면서 모든 분노를 이런 일을 만든 장본인인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향하는 위선적인 모습은 베어 타운의 주민들과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하다.
승부에 있어 정정당당하고 진 것에는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스포츠 정신은 사라지고 거기에 경제논리에다 정치적인 이유까지 섞이면서 변질되어 버린 베어 타운의 정신
하지만 충분히 비극적인 결말로 갈수 있음에도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은 배크만 다운 결말은 역시 그의 소설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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