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탄두리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지명숙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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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엄마라면 나는 감당하기 힘들듯하다.

어디서나 물건값이든 입장권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깎으려 들고 원하는 가격 흥정이 되지 않으면 될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상대방의 진을 다 빼게 하는 건 예사... 여기에다 할인하는 물건은 필요한 거는 당연하고 전혀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쓸 일도 없는 물건까지 사들이고 각종 잡동사니를 언젠가 조국 인도로 돌아가면 가난한 사람에게 준다는 이유로 쓸어 모아 집안이 항상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이렇게만 봐도 상당히 강한 캐릭터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런 타입이 사실 소설 속의 소재로는 입체적이고 온갖 에피소드를 양성하는 천애의 주인공감이지만 현실 속에서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생각만으로도 진이 빠질듯하다.

그래서 이 책이 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고 소설 속의 마마가 저자의 엄마에게서 상당 부분을 가져왔으리라 짐작하면 얼마나 시끌벅적하고 요란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을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마마는 우리의 옛날 엄마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기도 하다.

억척스럽고 뭐든 깎아서 사고 하나를 사는 데도 온갖 계산을 하는... 그러면서 자식의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물러섬이 없다.

당연하게도 무조건 열심히 공부해서 인정받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만이 성공한 것이라 믿는 마마에게 잘 다니던 대학의 경제학과를 중퇴하고 미래도 불투명한 작가로 전향한 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악마에 씐 것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웃기면서도 살짝 이해가 가는 부분인 걸 보면 나 역시 한국의 전형적인 아줌마인가 보다.

그런 억척스러움과 지나친 알뜰함이 오늘날 현재의 밑바탕이 된 것이 당연하지만 이제는 어느새 이런 지나친 알뜰함은 구차스러운 걸로 시선이 변질되었다.

그래서인지 나조차 마마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보다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녀의 편에서 그녀를 대변하자면 가난한 나라에서 딸린 식구가 많은 집의 여덟째로 태어난 데다 전쟁으로 하루아침에 살던 곳에서 쫓겨나 굶주림에 시달린 경험을 한 마마에겐 가난과 굶주림보다 더 무서운 건 없었고 가난을 타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부를 많이 해 전문직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겐 무조건 공부를 열심히 잘 해야 한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했고 절약에 또 절약을 하다 보니 모든 것에 흥정은 필수이기도 했다.

이런 마마에게 아픈 손가락인 장남의 지적장애는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장애였기에 반드시 나아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번듯하게 살아갈 거란 믿음은 희망이 아닌 신념이었고 그래서 장남을 평범하게 대하면서도 어디서든 아들의 장애인증으로 보는 혜택은 늘 당당하게 받아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녀의 입장에선 나중에 분명 아들의 병이 나을거지만 지금 당장 혜택은 혜택이니까라는 기적같은 논리로...

낯선 나라에서 외국인과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살아간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특히 유색인종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 존재하는 유럽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릴 내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좀 더 목소릴 높이고 가격을 흥정할 때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걸로 마마는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려던 것은 아니었을지...

그나저나 이렇게 피곤하고 드센 마누라와 사는 남편은 어떤 심경인지... 아들의 시선이 아닌 남편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제법 흥미로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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