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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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젊은층들이 밤새워 열광하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클럽이든지 젊은 세대들이 마음껏 자신의 젊음을 발산할 장소는 있지만 예전의 나이트클럽이라 불리던 시기와는 그 결이 조금 다른 것이 그 시절은 베이비 붐 시절에 태어난 사람들의 수가 어마무시할 때라 그런 곳은 어디든 발디딜 틈이 없었다.

또 연령층에 따라 노는 곳도 달랐는 데 밤새워 춤을 추며 놀던 그 곳에 화재가 나서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의 흡입으로 인한 사상자도 많았지만 좁은 출입구에 한꺼번에 빠져나갈려는 인파가 몰려 더 큰 참사가 났던 걸로 기억한다.

이외에 공연장이라든지 경기장 같은 곳에서 사고가 나면 사고의 이유보다 오히려 사람들이 패닉상태에 빠져 하는 행동에 의한 피해가 몇 배나 크다.

그렇다면 누군가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악용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공포를 조장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면...그 사람의 의도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

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제프리 디버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고독한 강에서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클럽 솔리튜드크리크에 밴드 공연이 있던 날 화재가 발생하고 사람들이 패닉상태에 빠져 비상구로 피하지만 그 비상구가 누군가의 불법주차로 막히는 바람에 엄청난 인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동작학전문가인 캐트린 댄스는 다른 사건에서 용의자를 심문하고서도 놓치고 총기도 빼앗기는 실수로 징게를 받아 민사부로 발령나 이 클럽을 찾게 된다.

불행한 사건이지만 화재로 인한 단순한 사건으로 생각했던 댄스는 클럽 내부에서 불이 나지않았던 점 그리고 누군가가 고의로 트럭을 가져와 비상구를 막았다는 걸 파악하고 단순한 화재사건이 아닌 계획적인 살인사건일 뿐 만 아니라 또다른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그런 댄스의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하고 범인 역시 자신이 만든 현장에서 단서를 찾아 자신의 뒤를 바짝 쫓아오는 그녀의 존재를 알게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놀이공원에서 서로의 솜씨를 제대로 확인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고 댄스는 그가 매우 영리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전문가의 솜씨를 지녔다는 걸 확실히 깨닫는다.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해서 직접적으로 사건을 발생시키지않고도 잔혹한 범죄현장을 만들어버리는 범인의 행적과 이후 발생하는 사건의 참사를 마치 현장에 있는듯 생생한 묘사로 그려내 손에 잡힐듯한 긴장감을 그려내고 있는 고독한 강은 확실히 이런 생생한 긴장감과 현장감을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다운 솜씨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범인의 시점에서 사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댄스의 시점에서 그녀가 어떻게 범인을 특정지으며 어떤 단서로 점점 더 범인에게 다가갈 수 있었는 지를 보여주는 방식은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을 넘어서는 뛰어난 가독성과 잘짜여진 스토리는 몰입감을 주고 곳곳에 별다른 의미없이 던져둔 단서가 반전의 근거로 작용한다.

매력적인 스토리, 강약을 잘 조절한 전개 그리고 반전까지...

책을 들면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고 역시 관록의 작가다운 마무리였다.

두꺼운 페이지지만 지루할 틈도 여유를 가질 틈도 주지않는...스릴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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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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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 것 같은 하나의 사건이 점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사람을 이끄는 걸 우리는 운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소설이나 드라마의 전개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데 모든 사건이 진행되는 걸 지켜보는 독자의 시점 즉 전지적 시점에서 본다면 주인공들의 행동은 코미디거나 신파나 다름없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면서 혼자 남겨진 사람으로 볼 때의 감정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파국으로 가는 게 뻔히 보이는 데도 굳이 진로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가는 걸 볼 때마다 사람들은 탄식을 하고 안타까워하기 마련인데 두 여자들의 파국적 행로를 그린 델마와 루이스가 그렇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하들리와 그레이스 두 사람은 어느 쪽을 봐도 그 두 사람 즉 델마와 루이스랑 닮아있다.

두 사람이 같은 동년배가 아니라는 점도 그렇고 성격이 서로 정반대여서 한 사람은 감정적인데 반해 다른 한 사람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서 나머지 사람을 이끈다는 점도 그렇다.

그리고 그 들을 뒤쫓는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는 그들의 목숨을 노리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에게 호감을 보이고 동정적인 사람이 있다는 점도 닮아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두 사람은 그 둘뿐이 아니라 다른 가족을 이끌고 도피 행각을 한다는 점...

그래서 이 두 사람과 그들이 이끄는 조금 특별한 가족이 델마와 루이스처럼 막다른 곳으로 몰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들었다.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모든 걸 통제당하며 살던 하들리는 동생의 아들을 집으로 데려준다는 구실로 마침내 남편에게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해 남편으로부터 약간의 돈을 가져갈 마음으로 그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갔다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레이스 역시 최악의 상황이었다.

또다시 남편이 도박에 손을 대 집세를 몽땅 날렸을 뿐 아니라 사무실에서 실적을 올렸음에도 해고될 위기에 처한 순간 그레이스는 이 모든 걸 버리고 새 출발 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 역시 돈이 필요해 사장의 사무실을 털러 왔다 사장의 아내 즉 하들리와 마주쳤고 서로 합의하에 금고인의 돈을 나눠가지기로 했지만 뜻밖에도 금고 안에 이는 생각지도 못한 거금이 들어있었다.

몰랐던 상황이지만 이 돈은 당연히 불법적으로 모은 돈이었고 FBI에서 오랫동안 그 사무실을 지켜보던 중에 두 사람이 돈을 가지고 달아나면서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FBI의 추격을 받게 된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면서 살림만 살았던 하들리와 달리 그레이스는 어릴 적부터 온갖 고생을 하며 거리에서 자란 사람답게 상황 판단이 빠르고 대처능력이 탁월해 번번이 두 사람을 쫓는 FBI를 따돌렸지만 일은 점점 더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갓난 아기와 조금 특별한 아이 그리고 말 안 듣는 사춘기 소녀까지 함께 하는 상황이라 어디를 가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서로 정반대의 성격답게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필요에 의해 함께 다니며 점점 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애정이 생겨가는 과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위기의 순간에는 합이 맞아 그 순간을 모면하는 모습은 유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도망 다닐 수는 없는 두 사람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그 선택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질까 하는 마음에 단숨에 읽어내려간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델마와 루이스의 소설판 같은 느낌이었지만 좀 더 밝고 가족적인 느낌이라 따뜻했다.

가독성도 좋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하나 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져 더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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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son Lake Road 크림슨 레이크 로드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2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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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화가이자 잔혹하기 그지없는 연쇄살인마인 에디 칼

작가의 전작인 킬러스 와이프에서는 제목처럼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에디 칼이 아닌 그의 전처이자 피해자이며 검사인 제시카 야들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에디 칼을 주인공으로 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음에도 작가는 그 모든 포커스를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고 언제나 매료되는 존재인 연쇄살인마가 아닌 아무것도 모른 채 그런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던 만큼 그의 범죄가 드러나면서 더욱 강한 충격과 트라우마를 갖게 된 범죄자의 아내를 내세워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편인 킬러스 와이프는 두 사람의 관계나 에디 칼이 얼마나 대단한 범죄자인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만큼 야들리의 존재감은 생각만큼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아쉬웠다면 이번 2편인 크림슨 레이크 로드에서는 야들리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물론 작가는 이번 편에서도 에디 칼의 존재를 잊지 않았지만...

전 남편에 이어 연이어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과 상처를 받았던 제시카는 더 이상 잔혹한 범죄현장을 보는 것도 사람들이 같은 사람에게 얼마나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자신의 직업에도 지쳐 사표를 내고 다른 곳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발목을 잡는 사건이 발생한다.

누군가 여성을 납치해 잔혹한 그림의 장면을 재현하는 일이 발생했고 첫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 인근에서 또 다른 여성이 역시 잔혹한 그림의 한 장면을 재현하는 모습으로 발견된다.

다행히도 제보자의 신고전화로 두 번째 피해자는 목숨을 건졌고 대부분의 살인사건처럼 두 사람의 연인과 배우자가 용의자로 떠오르는 중에 첫 번째 피해자의 딸 역시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사건 현장을 보고 그림 속 장면을 재현했다는 걸 단번에 파악한 제시카는 어쩔 수 없이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두 번째 피해자이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안젤라를 만나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두 여자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다 안젤라의 애인이자 현직 의사인 재커리와 첫 번째 희생자와 그 남편과의 연관성을 발견하게 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되고 이제 모든 초점은 재커리의 범죄사실을 재판에서 배심원을 상대로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스릴러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아니 그런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너무나 뚜렷한 범죄 증거가 보란 듯이 펼쳐져 있을 뿐 아니라 딱딱 아귀에 맞는다면 오히려 그 의도를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마치 눈앞에서 미끼를 흔들어 원하는 대로 사건을 이끌어가는 듯한 그 태도는 분명 의심스럽다는 것을...

변호사 역시 그 점을 지적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범행도구나 증거물을 누가 그렇게 허술하게 방치할 수 있냐며...

제시카와 수사팀은 모든 증거를 내세워 재커리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뛰어난 변호사의 변호로 인해 이 모든 증거에도 불구하고 재커리를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기소하기조차 힘든 상황이 된다.

작가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을 만든 경력이 있는 만큼 누구보다 재판에서의 부조리한 상황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미국의 법은 법리해석에 민감하고 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절차를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만큼 범죄자를 검거할 시 약간의 실수가 있으면 자칫 범죄자를 눈뜨고 풀어줘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리고 그런 틈을 누구보다 잘 파고들어가 자신의 의뢰인에게 유리한 평결을 받아내는 것 역시 미국 변호사들이 특히 잘 하는 일인데 작가는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과는 별도로 법정의 그런 현실 즉 미국 사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그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주인공 야들리가 탄탄한 커리어를 가진 능력 있는 여자임에도 자신의 딸아이를 어떤 식으로 다루고 대화를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과 더 이상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고 누구도 곁에 둘 수 없어 괴로워하는 모습은 그녀를 더 인간적으로 느끼게 한다.

2편에서의 야들리의 모습은 1편보다 더 전문적으로 느끼게 했고 그런 이유로 3편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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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의 거짓말
엘리자베스 케이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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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하지만 대부분의 거짓말은 누군가를 해하거나 나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다기보다는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서 혹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작은 거짓말을 큰 부담 없이 한다.

여기서 치명적인 거짓말은 의도를 가지고 악의적이고 계획적으로 하는 거짓말을 말하는 데 이 책 일곱 번의 거짓말에서 하는 거짓말은 과연 어느 쪽에 해당할까?

장르가 스릴러다 보니 사실 어떤 거짓말을 말하는 건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작은 거짓말로 시작해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일곱 번의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는 대상이 연인이 아니라는 건 의외였다.

대부분 이런 거짓말 즉 거짓말로 인해 점점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은 연인 관계나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한 거짓말에 관해 고백하면서 시작하고 내내 한 사람 즉 거짓말을 한 사람이 화자가 되어 왜 자신이 거짓말을 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과정의 전모를 들려주고 있다.

화자의 이름은 제인

그녀에게는 어린 시절 입학한 학교에서 혼자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 준 햇살 같은 존재 마니라는 절친이 있었다.

내내 같은 학교를 다니고 사회인이 된 후로 같이 방을 얻어 생활할 정도로 서로에게 절친이었던 두 사람이지만 둘 사이에도 보통의 미혼 친구들처럼 서서히 멀어지는 이유가 발생한다.

마니가 사귀고 있는 남자 찰스를... 그의 허세와 잘난척하는 오만함을 싫어하면서도 그와 잘 어울리냐는 마니의 질문에 진짜 마음을 숨기고 그렇다고 대답한 것... 그게 마니에게 한 첫 번째 거짓말이었고 어쩌면 그 첫 번째 대수롭지 않은 거짓말로 인해 끝내 두 사람 사이가 비극으로 치달았는 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다 제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날들을 보냈더라면 모든 관심과 초점을 친구인 마니에게 돌리지 않았을 것이고 이후의 사건들은 벌어지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불행히도 제인은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와의 결혼은 짧은 행복으로 끝났다는 게 두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을 눈앞에서 잃고 고통스러워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곁에 늘 함께 있을 거라 믿었던 마니 역시 찰스로 인해 그렇게 자신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로 하여금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더욱 집착하고 마니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온 신경을 쏟지만 오히려 그런 제인의 태도는 이제 자신의 둥지를 짓고 잘 살고 싶어 하는 마니 와 찰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느끼게 했을 뿐...

하지만 자신이 점점 마니의 일상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깨달은 제인의 찰스에 대한 미움이 점점 커져가고 있을 때쯤 또 한 번 제인에게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한 선택이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지게 한 원인이지만 그럼에도 처음에는 제인의 두려움과 죄의식에도 불구하고 완전범죄처럼 보였고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 같은 확신을 가질 즈음 당연하게도 그녀의 범행은 누군가의 의심을 사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제인이 누군가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거짓말을 고백을 하는 듯한 이 전개에 과연 그 고백의 대상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고 맨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당연히 마니였다.

자신의 가장 절친이자 제인이 절대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마니에게 자신이 한 행동과 거짓말에 대해 모든 걸 고백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평범할 뿐 아니라 이제까지 작가가 하나하나 쌓아놓은 플루트와 어딘지 안 맞는다고 느끼면서 그럼 과연 그 대상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아가고 그 사람이 누군지 밝혀졌을 때...

역시!!! 하는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소녀에서 여자로 점점 더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관계 역시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었지만 불안하고 애정이 결핍된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제인에게는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혼자 남게 된다는 공포로 작용한 듯하다.

작가는 그런 제인의 심리와 불안을 섬세하게 묘사해 왜 그녀가 그토록 마니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빚은 집착이 점점 더 도를 넘어 광기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일곱 번의 거짓말은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었다.

섬세하게 불안과 미묘한 질투 그리고 겉으로 봐선 평범해 보이는 모습 속에 숨은 광기가 점점 더 겉으로 드러나는 일련의 과정을 세심하게 묘사한 걸 보면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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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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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대낮에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용의자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가 봐도 인과관계가 분명하고 그들의 사연이 어떻든 간에 피해자와 범인이 확실하게 드러난 이 사건에 진범이 따로 있다고 한다면?

너무나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이었고 시놉을 보자마자 읽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도대체 어떻게 그 상황에서 진범이 따로 있을 수 있지?

목격자들이 전부 이해관계가 얽힌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과 같은 설정일까? 아니면 목격자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거짓 진술을 한 걸까?

읽기 전에 여러 가지 설정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폈는데 책을 읽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돼서 살짝 당황했다.

잘나가던 칼럼니스트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아 신경쇠약 직전의 상태인 여자 젠 헌터와 그런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곁에서 도와주고 보듬어주는 절친 벡스 두 사람의 시점으로 사건 당시와 이후의 전개를 펼쳐간다는 것부터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설정이었다.

대부분 이런 범죄가 발생하고 주인공이 목격자 신분이면 경찰이 등장해 사건 조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범죄가 재구성되거나 목격자들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사연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이런 과정에서 작가는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곳곳에 단서를 던져놓는다.

그리고 나중에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에야 그 단서와의 연결성을 깨닫고 무릎을 치며 반전에 속은 걸 아쉬워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보통인데 이 책에선 일단 경찰이 나오지 않는다.

어찌 보면 누가 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고 가해자가 사망함으로써 사건성이 없기 때문에 당연한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경찰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역시 의외로 느껴진 부분이었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연인 간의 다툼이 이내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변하는 현장을 목격한 젠 헌터

그날 이후 악몽에 시달리지만 그녀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sns로 진짜 범인이 따로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

커리어를 망친 젠으로서는 이 사건을 취재해 기사를 쓰면 나름의 돌파구가 되리라는 걸 직감하고 사건 취재에 나서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목격자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누군가의 시선이 그녀의 뒤를 쫓고 마침내 가면을 쓴 누군가에 의해 머리에 부상을 입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이 사건에는 분명 다른 뭔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젠에게 가면을 쓰고 폭행을 가한 사람이 오랜 연인이었던 로렌스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젠은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데 여기에 사건 당일 그 자리에도 그가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는 그날 왜 그 자리에 있었으며 그 사실을 왜 숨겼을까?

젠과 벡스의 시점을 오가며 그날 사건의 이면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점점 더 그 사건이 단순한 치정 살인사건이 아님을 암시한다.

작가는 겉으로 보이는 게 다 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모두가 보는 대낮에 살인사건을 보여주는 과감한 방식을 취하고 당연히 등장할 거라 예상하는 경찰을 빼고 그 자리에 정신상태가 다소 불안정하고 약물에 의존성이 있는 주인공 젠을 투입해서 독자로 하여금 젠의 정신상태에 따라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끼도록 장치했다.

연인 간의 치정에 얽힌 사건이라는 팩트 이면에는 질투와 암시 그리고 누군가의 치밀한 계략이 숨어있었음이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나는 5인의 목격자는 처음 예상했던 것과 모든 것이 달랐고 그 다름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독성도 좋았고 뻔하지 않은 스토리가 무엇보다 장점이었던 책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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