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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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 것 같은 하나의 사건이 점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사람을 이끄는 걸 우리는 운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소설이나 드라마의 전개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데 모든 사건이 진행되는 걸 지켜보는 독자의 시점 즉 전지적 시점에서 본다면 주인공들의 행동은 코미디거나 신파나 다름없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면서 혼자 남겨진 사람으로 볼 때의 감정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파국으로 가는 게 뻔히 보이는 데도 굳이 진로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가는 걸 볼 때마다 사람들은 탄식을 하고 안타까워하기 마련인데 두 여자들의 파국적 행로를 그린 델마와 루이스가 그렇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하들리와 그레이스 두 사람은 어느 쪽을 봐도 그 두 사람 즉 델마와 루이스랑 닮아있다.

두 사람이 같은 동년배가 아니라는 점도 그렇고 성격이 서로 정반대여서 한 사람은 감정적인데 반해 다른 한 사람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서 나머지 사람을 이끈다는 점도 그렇다.

그리고 그 들을 뒤쫓는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는 그들의 목숨을 노리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에게 호감을 보이고 동정적인 사람이 있다는 점도 닮아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두 사람은 그 둘뿐이 아니라 다른 가족을 이끌고 도피 행각을 한다는 점...

그래서 이 두 사람과 그들이 이끄는 조금 특별한 가족이 델마와 루이스처럼 막다른 곳으로 몰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들었다.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모든 걸 통제당하며 살던 하들리는 동생의 아들을 집으로 데려준다는 구실로 마침내 남편에게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해 남편으로부터 약간의 돈을 가져갈 마음으로 그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갔다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레이스 역시 최악의 상황이었다.

또다시 남편이 도박에 손을 대 집세를 몽땅 날렸을 뿐 아니라 사무실에서 실적을 올렸음에도 해고될 위기에 처한 순간 그레이스는 이 모든 걸 버리고 새 출발 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 역시 돈이 필요해 사장의 사무실을 털러 왔다 사장의 아내 즉 하들리와 마주쳤고 서로 합의하에 금고인의 돈을 나눠가지기로 했지만 뜻밖에도 금고 안에 이는 생각지도 못한 거금이 들어있었다.

몰랐던 상황이지만 이 돈은 당연히 불법적으로 모은 돈이었고 FBI에서 오랫동안 그 사무실을 지켜보던 중에 두 사람이 돈을 가지고 달아나면서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FBI의 추격을 받게 된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면서 살림만 살았던 하들리와 달리 그레이스는 어릴 적부터 온갖 고생을 하며 거리에서 자란 사람답게 상황 판단이 빠르고 대처능력이 탁월해 번번이 두 사람을 쫓는 FBI를 따돌렸지만 일은 점점 더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갓난 아기와 조금 특별한 아이 그리고 말 안 듣는 사춘기 소녀까지 함께 하는 상황이라 어디를 가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서로 정반대의 성격답게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필요에 의해 함께 다니며 점점 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애정이 생겨가는 과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위기의 순간에는 합이 맞아 그 순간을 모면하는 모습은 유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도망 다닐 수는 없는 두 사람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그 선택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질까 하는 마음에 단숨에 읽어내려간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델마와 루이스의 소설판 같은 느낌이었지만 좀 더 밝고 가족적인 느낌이라 따뜻했다.

가독성도 좋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하나 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져 더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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