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의 거짓말
엘리자베스 케이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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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하지만 대부분의 거짓말은 누군가를 해하거나 나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다기보다는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서 혹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작은 거짓말을 큰 부담 없이 한다.

여기서 치명적인 거짓말은 의도를 가지고 악의적이고 계획적으로 하는 거짓말을 말하는 데 이 책 일곱 번의 거짓말에서 하는 거짓말은 과연 어느 쪽에 해당할까?

장르가 스릴러다 보니 사실 어떤 거짓말을 말하는 건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작은 거짓말로 시작해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일곱 번의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는 대상이 연인이 아니라는 건 의외였다.

대부분 이런 거짓말 즉 거짓말로 인해 점점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은 연인 관계나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한 거짓말에 관해 고백하면서 시작하고 내내 한 사람 즉 거짓말을 한 사람이 화자가 되어 왜 자신이 거짓말을 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과정의 전모를 들려주고 있다.

화자의 이름은 제인

그녀에게는 어린 시절 입학한 학교에서 혼자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 준 햇살 같은 존재 마니라는 절친이 있었다.

내내 같은 학교를 다니고 사회인이 된 후로 같이 방을 얻어 생활할 정도로 서로에게 절친이었던 두 사람이지만 둘 사이에도 보통의 미혼 친구들처럼 서서히 멀어지는 이유가 발생한다.

마니가 사귀고 있는 남자 찰스를... 그의 허세와 잘난척하는 오만함을 싫어하면서도 그와 잘 어울리냐는 마니의 질문에 진짜 마음을 숨기고 그렇다고 대답한 것... 그게 마니에게 한 첫 번째 거짓말이었고 어쩌면 그 첫 번째 대수롭지 않은 거짓말로 인해 끝내 두 사람 사이가 비극으로 치달았는 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다 제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날들을 보냈더라면 모든 관심과 초점을 친구인 마니에게 돌리지 않았을 것이고 이후의 사건들은 벌어지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불행히도 제인은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와의 결혼은 짧은 행복으로 끝났다는 게 두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을 눈앞에서 잃고 고통스러워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곁에 늘 함께 있을 거라 믿었던 마니 역시 찰스로 인해 그렇게 자신의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로 하여금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더욱 집착하고 마니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온 신경을 쏟지만 오히려 그런 제인의 태도는 이제 자신의 둥지를 짓고 잘 살고 싶어 하는 마니 와 찰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느끼게 했을 뿐...

하지만 자신이 점점 마니의 일상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깨달은 제인의 찰스에 대한 미움이 점점 커져가고 있을 때쯤 또 한 번 제인에게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한 선택이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지게 한 원인이지만 그럼에도 처음에는 제인의 두려움과 죄의식에도 불구하고 완전범죄처럼 보였고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 같은 확신을 가질 즈음 당연하게도 그녀의 범행은 누군가의 의심을 사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제인이 누군가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거짓말을 고백을 하는 듯한 이 전개에 과연 그 고백의 대상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고 맨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당연히 마니였다.

자신의 가장 절친이자 제인이 절대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마니에게 자신이 한 행동과 거짓말에 대해 모든 걸 고백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평범할 뿐 아니라 이제까지 작가가 하나하나 쌓아놓은 플루트와 어딘지 안 맞는다고 느끼면서 그럼 과연 그 대상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아가고 그 사람이 누군지 밝혀졌을 때...

역시!!! 하는 만족감을 느끼게 했다.

소녀에서 여자로 점점 더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관계 역시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었지만 불안하고 애정이 결핍된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제인에게는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혼자 남게 된다는 공포로 작용한 듯하다.

작가는 그런 제인의 심리와 불안을 섬세하게 묘사해 왜 그녀가 그토록 마니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빚은 집착이 점점 더 도를 넘어 광기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일곱 번의 거짓말은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었다.

섬세하게 불안과 미묘한 질투 그리고 겉으로 봐선 평범해 보이는 모습 속에 숨은 광기가 점점 더 겉으로 드러나는 일련의 과정을 세심하게 묘사한 걸 보면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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