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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지음, 신혜연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6월
평점 :
환한 대낮에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용의자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가 봐도 인과관계가 분명하고 그들의 사연이 어떻든 간에 피해자와 범인이 확실하게 드러난 이 사건에 진범이 따로 있다고 한다면?
너무나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설정이었고 시놉을 보자마자 읽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도대체 어떻게 그 상황에서 진범이 따로 있을 수 있지?
목격자들이 전부 이해관계가 얽힌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과 같은 설정일까? 아니면 목격자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거짓 진술을 한 걸까?
읽기 전에 여러 가지 설정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폈는데 책을 읽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돼서 살짝 당황했다.
잘나가던 칼럼니스트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아 신경쇠약 직전의 상태인 여자 젠 헌터와 그런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곁에서 도와주고 보듬어주는 절친 벡스 두 사람의 시점으로 사건 당시와 이후의 전개를 펼쳐간다는 것부터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설정이었다.
대부분 이런 범죄가 발생하고 주인공이 목격자 신분이면 경찰이 등장해 사건 조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범죄가 재구성되거나 목격자들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사연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이런 과정에서 작가는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곳곳에 단서를 던져놓는다.
그리고 나중에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에야 그 단서와의 연결성을 깨닫고 무릎을 치며 반전에 속은 걸 아쉬워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보통인데 이 책에선 일단 경찰이 나오지 않는다.
어찌 보면 누가 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고 가해자가 사망함으로써 사건성이 없기 때문에 당연한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경찰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역시 의외로 느껴진 부분이었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연인 간의 다툼이 이내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변하는 현장을 목격한 젠 헌터
그날 이후 악몽에 시달리지만 그녀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sns로 진짜 범인이 따로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
커리어를 망친 젠으로서는 이 사건을 취재해 기사를 쓰면 나름의 돌파구가 되리라는 걸 직감하고 사건 취재에 나서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목격자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누군가의 시선이 그녀의 뒤를 쫓고 마침내 가면을 쓴 누군가에 의해 머리에 부상을 입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이 사건에는 분명 다른 뭔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젠에게 가면을 쓰고 폭행을 가한 사람이 오랜 연인이었던 로렌스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젠은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데 여기에 사건 당일 그 자리에도 그가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는 그날 왜 그 자리에 있었으며 그 사실을 왜 숨겼을까?
젠과 벡스의 시점을 오가며 그날 사건의 이면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점점 더 그 사건이 단순한 치정 살인사건이 아님을 암시한다.
작가는 겉으로 보이는 게 다 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모두가 보는 대낮에 살인사건을 보여주는 과감한 방식을 취하고 당연히 등장할 거라 예상하는 경찰을 빼고 그 자리에 정신상태가 다소 불안정하고 약물에 의존성이 있는 주인공 젠을 투입해서 독자로 하여금 젠의 정신상태에 따라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끼도록 장치했다.
연인 간의 치정에 얽힌 사건이라는 팩트 이면에는 질투와 암시 그리고 누군가의 치밀한 계략이 숨어있었음이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나는 5인의 목격자는 처음 예상했던 것과 모든 것이 달랐고 그 다름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독성도 좋았고 뻔하지 않은 스토리가 무엇보다 장점이었던 책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