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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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레 형사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여전히 놀라게 만드는 요 네스뵈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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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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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친구들에게 자주 추천받는 작가 중에 하나인 “폴 오스터(Paul Auster)”는 그의 대표작이라는 <뉴욕 3부작>과 <달의 궁전>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지난 2011년 3월에 알라딘 신간평가단 소설 부문 선정 책인 <보이지 않는(원제 Invisible/열린책들/2011년 1월)>으로 만나본 적이 있었다. 추천을 많이 받았었던 터라 기대감에 읽었는데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은 서사 구조, 대화 부분과 서술을 구별하기 힘든 형식, 근친간의 사랑 장면 등 내 취향과는 잘 맞지 않는 작품이었지만 묘한 여운이 느껴졌던 책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한 권 만으로는 호불호를 평가할 수 가 없어서 서평에도 이 책 한 권만으로 온전히 평가하긴 힘들어 그에 대한 평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고 적었었다. 그런데 2년 여 만에 다음으로 미뤘던 평가를 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선셋 파크(원제 Sunset Park / 열린책들 / 2013년 3월)>이 바로 그 소설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알라딘 신간평가단 소설 부문 선정 책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신간평단으로서 참 묘한 인연이다. 시기적으로 2년이라는 터울은 있지만 한 작가가 두 번이나 신간평가단 책으로 선정된 것을 보면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를 온전히 평가할 수 있을까? 기대감과 부담감을 함께 느끼면서 책 표지를 열었다.

 

버려진 집을 청소하고 수리해서 구매 희망자들에게 보여줄 사진을 찍는 일 - 그런 작업을 폐가 처리라고 부른다 - 을 하고 있는 스물 여덟 살 청년 “마일스 헬러”는 여섯 달 전 5월 중순 어느 토요일 늦은 오후, 공원에서 순전히 우연으로 자신과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열 일곱 살 소녀 “필라 산체스”를 만난다. 소녀가 아직 미성년자이긴 했지만 둘은 사랑을 했고, 결국 함께 살림을 차리게 된다. 소녀도 2년 전 차 사고로 부모가 돌아가시는 불운한 환경이었지만 청년 또한 결코 순탄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그는 단순한 Em내기 폐가 처리 노동자가 아니라 명문 고등학교를 나오고 유수의 대학을 3년간이나 다닌 똑똑하고 유능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의붓 형과의 다툼이 우연치 않게 형의 죽음으로 이어져 그 죄책감에 집을 뛰쳐나와 7년 동안 미국 여기저기를 방황하며 닥치는 대로 삶을 살아오다가 드디어 소녀를 만나 정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소녀와 얽힌 어떤 사건으로 다시 플로리다를 떠나게 되고, 방황 중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던 고등학교 친구 “빙 네이선”의 도움으로 7년 전 떠나온 고향인 뉴욕으로 돌아온다. 뉴욕 외곽 지역인 “선셋 파크”의 구석진 곳에 위치한 버려진 전물에 함께 모여 살게 된 빙과 “엘런”, “앨리스”, 그리고 마일스. 모두 간단치 않은 사연과 아픔을 간직한채 기묘한 동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책은 이렇게 선셋 파크에 모여 살게 된 네 청춘들의 각자의 사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조금씩 치유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오스터의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오스터의 작품들은 대개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실로 시작하는 경우가 만나고 하는데 이 책 또한 상실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 동일한 경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미국의 금융 위기 이후인 시점 - 정확하게 몇 년도라는 지칭은 없지만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마일스의 직업이 빚 때문에 주인이 도망간 버려진 집을 청소하는 일인지라 이를 통해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 을 다루고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실과 함께 미국 전역에 드리워진 경제적인 상실감 또한 주요 테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뻔한 스토리라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과거의 상처 때문에 현재를 괴로워하지만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나가면서 실낱 같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그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뻔함”을 폴 오스터는 자신만의 필치와 스토리텔링으로 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아니 오히려 약간은 감동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이야기로 창조해냈다. 단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폴 오스터의 색깔이 어떤 것인지 인지해낼 수 있을 정도로 자신만의 “틀” - 단어로 정의하자면 “상실”과 “치유”, 두 단어로 할 수 있겠다. 그의 작품들을 계속 읽어온 독자들이나 출판사는 여기에 “환상”이라는 단어도 추가하는 데 “환상”의 이미지를 느껴보기에는 두 권의 소설로는 너무 적은 것 같다 - 을 완성해낸 작가인 셈이다. 이처럼 폴 오스터 만의 완성된 주제의식과 스토리라인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의 작품들을 계속 찾아 읽게 될 테고 그래서 그가 탄탄한 독자층을 거느리는 “성공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어떨까? 서두에 언급한 폴 오스터에 대한 평가를 이제는 내릴 시점인 것 같다. 그의 문체나 스토리 설정, 전개와 결말은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가 느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흥미와 재미도 책에 몰입할 정도로 큰 것은 아니며,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평범함은 넘어섰지만 그렇다고 비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평범과 비범의 중간 수준의 소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갖게 된 폴 오스터에 대한 느낌이다. <보이지 않는>과 <선셋 파크>, 단 두 권 만으로 이런 평가를 하기에는 너무 성급하고, 그리고 많은 분들이 극찬한 <뉴욕 3부작>을 읽고 나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다음 권을 읽고 평가를 내려보겠다는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시점에서는 이런 평가 밖에 내릴 수 없을 것 같다.

 

폴 오스터, 나에게는 아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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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꾼들
발따사르 뽀르셀 지음, 조구호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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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나에게 있어 낯선 나라다.

스페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세계사 수업시간에 배운 역사적 상식들 몇 몇과 1982년 스페인 월드컵,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그리고 세계 3대 축구 리그 중 하나라는 “프리메가리가(Primera Liga)”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는 정도이다. 스페인 문학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는데 고전(古典)으로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정도만 알고 있고, 현대 소설은 추리소설 및 대중 소설 작가인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소설 몇 편들과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은 작가의 추리소설 한 두 편들을 읽어본 것이 다 인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북유럽 추리소설들 보다 더 낯선 곳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로 만난 “발따사르 뽀르셀(Baltasar Porcel i Pujol)”의 모험 소설 <밀수꾼들(원제 Los argonautas/책으로보는세상/2013년 2월)>이 아마 처음 만나 보는 스페인 현대 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소설이 순수 문학 범주에 들어가는 지, 또한 스페인 현대 문학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리고 앞서 언급한 다른 스페인 작가 작품들과 굳이 차별을 둬야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 솔직히 기대보다는 낯선 나라, 낯선 작가라는 부담감 때문에 읽기 시작하기가 꽤나 어려웠다는 변명을 미리 밝혀두고 이 허접한 감상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뻬레 마르꼬 선장이 이끄는 “보따폭” 호가 밀수품을 가득 싣고 지브롤타 해협에서 마요르까의 섬까지 가는 항해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보통 책 말미에 배치하는 것과는 달리 특이하게 책 앞 면에 배치한 “옮긴이의 서문”을 보면 노벨문학상 후보였음에도 우리에게는 영 생소하기만 한 작가 “발따사르 뽀르셀”의 문학 인생과 이 소설에 대한 해설이 잘 나와 있는데 이 소설은 그리스 신화인 “아르고스 호 원정대”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화 속 원정대처럼 거창한 영웅담을 담고 있진 않고, 선원들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가족들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되는, 즉 밀수꾼들의 고단하고 신산스러운 삶들이 펼쳐진다. 특히 밀수꾼들의 개인사들에는 내전으로 얼룩졌던 스페인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행의 과정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그 자체가 희망을 내포하듯이 선원들의 아프고 힘들었던 과거사와 현대사들과 함께 한 이 여행의 끝은 결국 희망으로 끝을 맺는다. ‘내일은.....(선장은 생각했다) 좋은 날이 될 거야.‘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바다를 누비는 거친 선원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중해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광 등 분명 흥미로운 점들이 많은 소설 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 내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역시나 앞서 언급한 낯섦에 대한 부담감이 읽는 내내 영향을 미쳤는지 등장인물들 이름이 영 입에 배지 않아서 앞 장을 펼쳐보게 만들었고,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아르고스 호 원정대” 신화를 잘 알고 있음에도 이 책에서 어떤 비유와 상징으로 쓰였는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알 수 가 없었으며, 등장인물들 개인사에 영향을 끼친 스페인 근현대사의 아픔들은 역시나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이 책에서의 지브롤타 해협에서 마요르까 섬으로 이어지는 항해(航海)는 기대했던 것 만큼 재미있거나 또는 감동적이지 않고 읽는 내내 이 항해 언제 끝나나 하는 지루함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책이 가치가 없거나 또는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표지 문구처럼 선원들 각자의 사연들도 결코 가볍지 않은 시대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어떤 희망을 내포하고 있는 진한 휴머니즘을 느껴볼 수 있지만 그저 나에게는 잘 맞지 않았던, 그래서 난감했던 소설 쯤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 싶다. 그래서일까. 아무래도 스페인 소설들은 앞으로도 계속 낯설기만 한 그런 소설들로 기억될 것 같은 이유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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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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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우리나라 일본 추리소설 애독자들에게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일본 추리소설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추리소설 매니아를 자청하고 있다 보니 나도 이 작가의 작품들을 여러 권 만나봤는데,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방범>을 시작으로 <화차>, <이름 없는 독>, <용은 잠들다>, <이유>, <낙원> 등을 들 수 있겠다. 그중 “미미 여사” - 미야베 미유키의 애칭 - 를 가장 처음 만났던 <모방범>은 그동안 읽어본 일본 추리소설들 중 단연 “백미(白眉)”라 꼽고 싶을 정도로 참 “대단”한 소설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만나본 미미 여사 소설들을 대부분 2009년 이전에 만나봤으니 벌써 5년 가까이 그녀를 만나보지 못했었다. 물론 그 중간에도 여러 번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그녀의 시대물(時代物) 작품들은 내 취향에 잘 맞지 않았고, 비교적 최근 출간작인 <고구레 사진관(2011년)>은 그녀의 또 다른 열혈 팬인 여동생이 책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 바람에 표지만 구경(?)하고는 여태 만나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를 5년 여 만에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다. 바로 그녀의 신작 소설인 <눈의 아이(원제 チヨ子/북스피어/2013년 2월)>을 신간평가단 4월의 소설로 만났기 때문이다. 오래전 연인을 다시 만나는 심정이라고 할까? 책을 받자 말자 반가운 마음에 표지를 열어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미미여사의 작품들 - 익히 아시겠지만 <모방범>은 세 권 모두 합산하면 1,500 페이지가 훌쩍 넘는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소설들도 대부분 분량이 만만치 않은 장편 소설들이다 - 보다도 분량이 작고(224 페이지), 처음 만나보는 미미여사의 단편 소설들이다. 거기에 그간 정통 미스터리에 초자연적인 요소(심령(心靈))을 가미한 스토리텔링을 간간히 보여줬던 경향처럼 미스터리와 호러가 결합된 일종의 장르 혼합적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그동안 읽었던 그 어떤 작품들보다 덜 심각하고 가벼운, 어쩌면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그녀를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당황스럽기까지 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에 담겨있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에는 그동안 그녀의 작품들에서 만나봤던 연쇄살인범이나 테러범, 또는 경제사범이나 사기꾼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소꿉장난하고 허름한 공터나 빈 건물을 아지트라고 부르며 몰려다니던, 우리들 어린 시절에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었던, 아니 우리들 자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평범한 아이들이 이야기의 주인공들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단순히 아련한 추억 속의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에게 소꿉친구 유령이 찾아오고 살해당한 여인의 유령이 나타나며, 죽은 소년이 힘없는 아이들의 원한을 갚아주기도 한다. 이렇게 어쩌면 비현실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이야기들인데도 읽으면서 위화감이나 거리낌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들도 어린 시절에 그런 일을 겪어봤었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은 나이 들어 그저 아련함으로만 남아있는 어린 시절 추억을 돌이켜 보면 누구나 다 책 속 이야기들 중 하나 둘 쯤은 어렴풋이 기억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 두 살 위인 동네 형이 들려준 귀신 이야기들이나 어느 학교나 하나 쯤은 있었던 전설들, 그리고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었던 빈집에 얽힌 귀신 이야기들 말이다. 미미 여사는 이처럼 추억을 돌이켜보게 하는 이야기들에 비록 찰나이지만 모골이 송연하게 만드는 공포와 미스터리를 잘 버무려서 비현실적이면서도 누구나 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친숙한 ,그리고 전작들처럼 묵직하지는 않지만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적 소양 또한 결코 빠뜨리지 않은, 여러 가지 요소가 골고루 혼합된 복합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앞서 말한 대로 그녀만의 묵직한 주제 의식과 반전의 묘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도 있을 것이고, 미미 여사에게 이런 소박한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내는 재주도 있었나 하고 의외의 즐거움을 맛본 분들도 있을 텐데, 나는 후자였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5 년 여 만에 만난다는 반가움이 책 본연의 재미보다 더 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미미 여사가 펼쳐 보이게 될 “미야베 월드”는 계속해서 더 탐험해볼 만한 가치와 재미가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 소설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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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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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서 손에 마리오네트(인형)을 조종하는 장치를 치켜 들고 째려보듯이 쳐다보는 수염 덥수룩한 남자의 모습이 마치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인형처럼 쥐락펴락하겠다는 도발처럼 느껴진다. 영국에서 가장 있기 있는 범죄소설, 역사소설 작가라는 “로버트 고다드”의 <끝까지 연기하라(원제 Play To The End/검은숲/2013년 1월)>은 이처럼 표지 그림부터 한 수 먹고 들어간다. 처음 만나는 작가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한지 책을 받아들고서도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표지 그림과 책날개 작가 소개글, 뒷 표지 책소개글부터 먼저 꼼꼼히 읽어 본다. 한물 간 배우가 휘말리는 범죄사건 이야기라니 스토리도 제법 신선하고 흥미로울 것 같다. 책을 듬성듬성 펼쳐보니 분량은 만만치 않지만 활자 크기와 줄간 간격이 눈에 편해 그다지 부담 없을 분량인 것 같다. 마치 맹수가 사냥감을 찬찬히 살펴본 후에야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서듯이 나는 이 책을 한참을 살펴본 후에야 펼쳐 들 수 있었다.

 

 

한 때는 유명 배우였지만 이제는 한물 간 퇴물 배우 신세가 된 “토비 플러드”는 일주일 남은 순회 공연을 마무리하기 위해 영국 남부의 휴양도시 브라이턴에 도착한다. 그런데 별거중인 아내 제니에게서 뜻밖의 연락을 받는다.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이상한 남자가 하나 있는데, 아무래도 토비의 팬 같으니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둘은 이혼을 앞두고 있던 터이지만 제니와의 이혼이 못내 아쉬운 토니는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날 그 남자를 만나고, 문제의 남자는 제니 주변을 맴돈 것을 순순히 시인하고 정중한 사과를 해온다. 별거한 아내 스토킹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된 듯 싶었는데, 이런 이 남자, 토비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은 것처럼 다시 제니의 주변을 배회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에게 제니를 내버려두겠다고 약속할 때, 퍽 진실되게 들렸건만 이렇게 약속을 저버리다니, 생각보다 두배는 괴벽스러운 인간인 듯 하다고 생각하던 토니에게 그 남자에게서 볼펜으로 또박또박 작은 필체로 적은 편지가 배달되어 온다. 당신을 속인 일은 죄송하지만 토니에게 밝혀야 할 진실이 있으니 오늘 저녁 8시에 만나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가 만나기로 요구한 오늘 저녁 8시는 7시 45분부터 저녁 공연이 있는 시간이 아닌가. “이 기회를 무시한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편지 말미의 협박성 문구가 영 맘에 걸린 토비는 동료 배우에게 대역을 부탁하고 약속 장소에 나간다. 토비에게 있어 가장 특별하면서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주일이 이 만남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막이 올라가게 된다.

 

 

앞서 소개한 표지 그림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스티븐 킹마저 두렵게 한 작가”라는 출판사 홍보글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분들도 꽤나 있었을 듯 싶다.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다. 평범한 연극 배우가 자신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범죄에 휘말리고, 사건의 전말을 한눈에 꿰뚫는 천재형 명탐정이나 범죄자들과 멋진 액션 활극을 벌이는 수사관이 아닌 이상 영문도 모르고 음모에 휩쓸려 가는 이 퇴물 배우의 아슬아슬한 행적은 절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뒷 페이지가 절로 궁금하게 만들 정도로 긴장감있게 그려진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짜릿한 반전과 함께 모든 궁금증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볼 수 있으니 이만하면 추리소설로써는 합격점을 줘도 좋을 만큼 재미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스릴과 재미가 과연 스티븐 킹이 극찬을 할 만한 수준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범”하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면 실제 극작가의 흥미로운 생애와 한물간 연극배우, 그리고 휴양도시 브라이턴의 문화적 지형적 특성을 교묘하게 연결하는, 허구와 사실의 교묘한 이음매의 탁월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국 독자들이나 그 탁월함을 이해할 뿐 실재한다는 극작가가 누군지도 모를뿐더러 휴양도시 브라이턴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나에게는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탁월함인 셈이다.

 

 

재미는 있지만 나에게는 그저 “평범”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재미 정도만 느껴볼 수 있었던 추리소설이었다. 아니면 “여타 스릴러와는 달리 뭉근하게 끓어오르고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주는”영국 스릴러 소설의 참 맛을 느끼기에는 아직 견문이 넓지 못했던 탓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인상적인 표지 그림이나 요란스러운 스티븐 킹의 찬사에 괜한 기대만 가지지만 않는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딱 제격인 부담없는 추리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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