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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꾼들
발따사르 뽀르셀 지음, 조구호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스페인은 나에게 있어 낯선 나라다.

스페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세계사 수업시간에 배운 역사적 상식들 몇 몇과 1982년 스페인 월드컵,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그리고 세계 3대 축구 리그 중 하나라는 “프리메가리가(Primera Liga)”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는 정도이다. 스페인 문학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는데 고전(古典)으로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정도만 알고 있고, 현대 소설은 추리소설 및 대중 소설 작가인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소설 몇 편들과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은 작가의 추리소설 한 두 편들을 읽어본 것이 다 인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북유럽 추리소설들 보다 더 낯선 곳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로 만난 “발따사르 뽀르셀(Baltasar Porcel i Pujol)”의 모험 소설 <밀수꾼들(원제 Los argonautas/책으로보는세상/2013년 2월)>이 아마 처음 만나 보는 스페인 현대 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소설이 순수 문학 범주에 들어가는 지, 또한 스페인 현대 문학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리고 앞서 언급한 다른 스페인 작가 작품들과 굳이 차별을 둬야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 솔직히 기대보다는 낯선 나라, 낯선 작가라는 부담감 때문에 읽기 시작하기가 꽤나 어려웠다는 변명을 미리 밝혀두고 이 허접한 감상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뻬레 마르꼬 선장이 이끄는 “보따폭” 호가 밀수품을 가득 싣고 지브롤타 해협에서 마요르까의 섬까지 가는 항해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보통 책 말미에 배치하는 것과는 달리 특이하게 책 앞 면에 배치한 “옮긴이의 서문”을 보면 노벨문학상 후보였음에도 우리에게는 영 생소하기만 한 작가 “발따사르 뽀르셀”의 문학 인생과 이 소설에 대한 해설이 잘 나와 있는데 이 소설은 그리스 신화인 “아르고스 호 원정대”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화 속 원정대처럼 거창한 영웅담을 담고 있진 않고, 선원들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가족들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되는, 즉 밀수꾼들의 고단하고 신산스러운 삶들이 펼쳐진다. 특히 밀수꾼들의 개인사들에는 내전으로 얼룩졌던 스페인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행의 과정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그 자체가 희망을 내포하듯이 선원들의 아프고 힘들었던 과거사와 현대사들과 함께 한 이 여행의 끝은 결국 희망으로 끝을 맺는다. ‘내일은.....(선장은 생각했다) 좋은 날이 될 거야.‘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바다를 누비는 거친 선원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중해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광 등 분명 흥미로운 점들이 많은 소설 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 내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역시나 앞서 언급한 낯섦에 대한 부담감이 읽는 내내 영향을 미쳤는지 등장인물들 이름이 영 입에 배지 않아서 앞 장을 펼쳐보게 만들었고,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아르고스 호 원정대” 신화를 잘 알고 있음에도 이 책에서 어떤 비유와 상징으로 쓰였는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알 수 가 없었으며, 등장인물들 개인사에 영향을 끼친 스페인 근현대사의 아픔들은 역시나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이 책에서의 지브롤타 해협에서 마요르까 섬으로 이어지는 항해(航海)는 기대했던 것 만큼 재미있거나 또는 감동적이지 않고 읽는 내내 이 항해 언제 끝나나 하는 지루함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책이 가치가 없거나 또는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표지 문구처럼 선원들 각자의 사연들도 결코 가볍지 않은 시대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어떤 희망을 내포하고 있는 진한 휴머니즘을 느껴볼 수 있지만 그저 나에게는 잘 맞지 않았던, 그래서 난감했던 소설 쯤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 싶다. 그래서일까. 아무래도 스페인 소설들은 앞으로도 계속 낯설기만 한 그런 소설들로 기억될 것 같은 이유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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