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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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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우리나라 일본 추리소설 애독자들에게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일본 추리소설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추리소설 매니아를 자청하고 있다 보니 나도 이 작가의 작품들을 여러 권 만나봤는데,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방범>을 시작으로 <화차>, <이름 없는 독>, <용은 잠들다>, <이유>, <낙원> 등을 들 수 있겠다. 그중 “미미 여사” - 미야베 미유키의 애칭 - 를 가장 처음 만났던 <모방범>은 그동안 읽어본 일본 추리소설들 중 단연 “백미(白眉)”라 꼽고 싶을 정도로 참 “대단”한 소설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만나본 미미 여사 소설들을 대부분 2009년 이전에 만나봤으니 벌써 5년 가까이 그녀를 만나보지 못했었다. 물론 그 중간에도 여러 번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그녀의 시대물(時代物) 작품들은 내 취향에 잘 맞지 않았고, 비교적 최근 출간작인 <고구레 사진관(2011년)>은 그녀의 또 다른 열혈 팬인 여동생이 책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 바람에 표지만 구경(?)하고는 여태 만나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를 5년 여 만에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다. 바로 그녀의 신작 소설인 <눈의 아이(원제 チヨ子/북스피어/2013년 2월)>을 신간평가단 4월의 소설로 만났기 때문이다. 오래전 연인을 다시 만나는 심정이라고 할까? 책을 받자 말자 반가운 마음에 표지를 열어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미미여사의 작품들 - 익히 아시겠지만 <모방범>은 세 권 모두 합산하면 1,500 페이지가 훌쩍 넘는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소설들도 대부분 분량이 만만치 않은 장편 소설들이다 - 보다도 분량이 작고(224 페이지), 처음 만나보는 미미여사의 단편 소설들이다. 거기에 그간 정통 미스터리에 초자연적인 요소(심령(心靈))을 가미한 스토리텔링을 간간히 보여줬던 경향처럼 미스터리와 호러가 결합된 일종의 장르 혼합적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그동안 읽었던 그 어떤 작품들보다 덜 심각하고 가벼운, 어쩌면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그녀를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당황스럽기까지 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에 담겨있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에는 그동안 그녀의 작품들에서 만나봤던 연쇄살인범이나 테러범, 또는 경제사범이나 사기꾼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소꿉장난하고 허름한 공터나 빈 건물을 아지트라고 부르며 몰려다니던, 우리들 어린 시절에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었던, 아니 우리들 자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평범한 아이들이 이야기의 주인공들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단순히 아련한 추억 속의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에게 소꿉친구 유령이 찾아오고 살해당한 여인의 유령이 나타나며, 죽은 소년이 힘없는 아이들의 원한을 갚아주기도 한다. 이렇게 어쩌면 비현실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이야기들인데도 읽으면서 위화감이나 거리낌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들도 어린 시절에 그런 일을 겪어봤었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은 나이 들어 그저 아련함으로만 남아있는 어린 시절 추억을 돌이켜 보면 누구나 다 책 속 이야기들 중 하나 둘 쯤은 어렴풋이 기억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 두 살 위인 동네 형이 들려준 귀신 이야기들이나 어느 학교나 하나 쯤은 있었던 전설들, 그리고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었던 빈집에 얽힌 귀신 이야기들 말이다. 미미 여사는 이처럼 추억을 돌이켜보게 하는 이야기들에 비록 찰나이지만 모골이 송연하게 만드는 공포와 미스터리를 잘 버무려서 비현실적이면서도 누구나 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친숙한 ,그리고 전작들처럼 묵직하지는 않지만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적 소양 또한 결코 빠뜨리지 않은, 여러 가지 요소가 골고루 혼합된 복합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앞서 말한 대로 그녀만의 묵직한 주제 의식과 반전의 묘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도 있을 것이고, 미미 여사에게 이런 소박한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내는 재주도 있었나 하고 의외의 즐거움을 맛본 분들도 있을 텐데, 나는 후자였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5 년 여 만에 만난다는 반가움이 책 본연의 재미보다 더 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미미 여사가 펼쳐 보이게 될 “미야베 월드”는 계속해서 더 탐험해볼 만한 가치와 재미가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 소설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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