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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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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誘惑, Temptation)

사전적 의미로는 “1.꾀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나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끎. 2.성적인 목적을 갖고 이성(異性)을 꾐(네이버 국어사전 발췌)”인데, 풀이에서처럼 “유혹”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이성(異性)”의 유혹일 것이다. 그런데 이성 뿐만 아니라 각자의 기호나 취미, 또는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유혹의 대상이 제각각일 텐데, 예를 들어 식도락가(食道樂家)”들에게는 새로 맛보게 되는 음식이, 쇼핑 중독자들에게는 “신상(新商)”이, 다음 달 대선(大選)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대통령(大統領)”이라는 자리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이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유혹꺼리 중 거부할 수 없는 정도를 순위로 매긴다면 가장 상위 목록을 차지하게 될 유혹 중 하나가 바로 “성공(成功)”에 대한 유혹일 것이다. 이런 성공에도 사업(事業)적인 성공, 재물(富), 학문적 성취, 정치권력(政治權力) 등 사람들 마다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어떤 자기 계발서에서 성공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혹”이라고 표현 -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다 - 할 정도로 모든 이들에게 성공에 대한 유혹과 열망은 보편적인 정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이런 성공 스토리에는 정형화된 두 가지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오직 성공에 대한 열망 하나로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성공을 이룬 “인간 승리” - 이런 류는 뭔가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 버전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역시 오랜 고통 끝에 성공을 이루었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담처럼 과거의 초라했던 자신의 처지와 성공에 대한 열망은 금세 잊어버리고 성공의 달콤함에만 취해 급격하게 타락해버리는, 결국 그 성공의 정상에서 다시 끌어내려져 비참한 신세가 된다는 버전 - 물론 이 버전에서도 “교훈”적인 목적이 있긴 하다 - 이 있다. 물론 두 버전이 혼합되기도 하고, 또는 이런 패턴에서 벗어난 다른 스토리들도 있지만 대개 저 두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원제 Temptation/밝은세상/2012년9월)은 바로 두 번째 패턴을 따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뻔한 스토리와 결말,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의 교훈은 식상하지만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참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렸고 출판사 소개글에 자세한 줄거리 소개가 있으니 간단하게만 요약해보자.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무명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했던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 그의 시트콤 시나리오가 방송국에 채택되어 대 히트를 치게 되면서 미국 TV의 아카데미상이라 평가되는 “에미상(Emmy Awards)”에서 올해의 드라마 작가상을 수상할 정도로 일약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런데 이 친구,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자 무명 시절 자신과 함께 했던 아내와 이혼하고는 방송국 부사장 겸 이사인 미모의 여인과 바람을 피우는 앞에서 말한 두 번째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대재벌인 “필립 플렉”의 음모에 걸려들어 표절 혐의를 뒤집어쓰고 그의 과거 작품마저 플랙에게 모두 빼앗겨 버리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방송국 부사장 여인도 그를 매몰차게 버려 버리면서 그는 한순간에 나락(奈落)에 빠져 버린다. 결코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나락에서 그에게 실낱같은 구원(救援)의 기회가 다가온다. 다름 아닌 자신과 자칫 미묘한 관계가 될 뻔 했던 플렉의 아내가 그를 구원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는 과연 실추한 자신의 명예와 성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슨 남성(男性)판 “할리퀸 로맨스(Harlequin Romance)”를 읽는 줄 알았다. 무명작가가 일약 스타 작가로 성공해서 부(富)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여인을 얻게 된다는 스토리가 그만큼 통속적이고 뻔했기 때문이다. 성공을 이룬 후 전개될 이야기도 너무 쉽게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좋은 일에는 마(魔)가 낀다고 당연히 주인공의 적(敵)이 등장해서 그를 몰락시킬 테고, 한때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에 떨어져 좌절하던 주인공은 역시나 또 다른 여인 - 당연히 절세미인에 주인공의 처지를 단숨에 바꿔놓을 능력 있는 여성이어야 한다 - 덕분에 재기(再起)하여 자신의 적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성공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는 결말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토리는 내 예상과 한 치도 어긋남 없이 그대로 전개되고, 결말에서 예의 상투적이고 식상한 교훈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렇게 뻔하고 식상한 스토리와 결말 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이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어가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겠다. 먼저 서두(序頭)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성공하고 싶은 욕망은 속세(俗世)의 명리(名利)를 초월한 수행자나 종교인이 아닌 이상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 정서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성공을 거두고, 다시 실패했다가 재기하는 과정이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 인양 감정이입(感情移入)하게 만든다. 즉 성공으로 부와 권력, 미인을 얻을 수 있다면, 어쩌면 현실에서는 1%도 채 되지 않을 그런 불가능한 상황이 자신에게도 일어났으면 하는 판타지적 상상력이, 아니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 대리만족(代理滿足)이라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절로 감정이입을 일으키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푹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셈이다. 두 번 째는 바로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 솜씨에 있다고 하겠다. 이미 국내에서 <빅 픽처>라는 소설로 큰 인기를 끌었었던 유명 작가인 그는 출간하는 소설마다 화제와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데 - 그만큼 검증된 작가라는 의미이다 - , 그 명성에 걸맞게 이렇게 흔한 스토리 라인을 재미나고 맛깔나게 꾸며내는 글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즉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 - 성공과 부를 상징하는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최상류층만의 호화로운 파티와 생활상들은 어쩌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동경해 봤을 이야기일 것이다- 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출판사 소개글대로 참 “영리한” 작가이다. 이 책을 포함해서 국내에 출간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총 여섯 편이라고 하는데, 문학적인 성취를 떠나서 평범하고 통속적인 소재에 이만큼의 재미를 불러 넣을 수 있는 것을 보면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본 작가이지만 이 한 권 만으로도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은 재미있다”라는 평가에 절로 공감이 되는 그런 작가였다. 마지막 결말에서 주인공이 성공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내용은 자못 감동스러울 수 도 있는데 굳이 감동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이 교훈이야말로 개인적으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억지스럽고 식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차라리 주인공의 독백(獨白)으로 처리된 억지스러운 마지막 교훈만큼은 삭제해서 독자들의 판단에 맡겼으면 어땠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평가이니 이 책의 교훈에 감동하신 분들은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재미만큼은 별 점 만 점을 줘도 부족함이 없지만 식상한 소재와 결말 때문에 별 점 하나는 빼야할 것 같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솜씨가 어떤 지를 이 책을 통해서 잘 알았으니만큼 내 책장에 고이 잠들어 있는 <빅 픽처>를 이제는 깨울 때(?)가 된 것 같다. 이 책으로도 충분히 더글라스 케네디는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에 대한 올곧은 평가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빅 픽처>를 읽고 난 후 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빅 픽처>에서는 어떤 재미와 감동을 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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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 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에서 임플란트까지
허현회 지음 / 맛있는책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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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中年)의 나이로 넘어서면서 건강에 하나둘씩 이상이 생기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원래 건강 체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병원에 입원(入院) 한번 해보지 않았었는데 작년 여름에 큰 수술을 하면서 처음 며칠 입원해봤었다. 이게 물꼬를 튼 것인지 회사에서 시켜주는 년에 한번 하는 종합검진에서 수치들이 이것저것 좋지 않아 병원을 자주 다니고 있다. 그런데 병원에 갈 때 마다 드는 생각이 인터넷을 검색해보거나 비슷한 증상의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내 정도의 수치면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병원에 꼭 가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혹 의사들의 과잉(?) 진료와 처방으로 오히려 건강이 더 나빠지는 - 일부 약들은 다른 장기(臟器)를 손상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의심병은 결코 나만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의심병 수준을 넘어서 병원에 절대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81가지나 들면서 하나하나마다 많은 의학서적과 통계자료를 들면서 조목조목 설명하는 책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에서 임플란트까지(허현회 저/맛있는책/2012년 11월)>이 그 책이다.

 

 작가는 서문(序文)인 “들어가면서- 나는 이른바 종합병원이었다”에서 그동안 자신이 알레르기성 비염, 빈혈증세, 교통사고로 인한 편도선 절제, 뇌수술, 맹장수술, B형 간염 보균자, 어깨통증, 방광염 증상, 중증 당뇨병 환자, 간기능 악화 등 자신이 앓아온 수많은 질병을 열거하면서 자신이 소위 "종합병원"으로 불렸다고 밝힌다. 이렇게 많은 질병을 앓아야 했던 이유를 오염이 심각했던 부평수출공단 인근에서 태어나 20년간 거기서 살았던 환경적인 요인과 두 번의 수술, 그리고 수 십 년 간 거의 매일 복용했던 약 때문은 아니었을까 라고 진단한다. 결국 그는 40대 중반 무렵 약을 중단했는데, 그 이유가 약과 식품 첨가제의 부작용, 현대 의학의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식이요법으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으며 음식을 적게 먹고 가공식품과 약을 피하고 채식과 과일 위주의 식사를 하는, 아주 간단한 처방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많은 증상이 호전되었고, 약을 먹을 때보다 훨씬 건강해졌다고 한다. 즉, 그가 자가 진단했던 것처럼 그가 앓고 있던 질병은 대부분 약과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합성 화학물질의 부작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책은 현대 의학이라는 종교의 전도사인 주류 의사들(무지와 탐욕에 젖어 시민을 상대로 마약 장사를 하며 부를 축적해가는 대부분의 의사를 말한다)에게 속아 건강과 재산을 잃어가는 시민들에게 현대 의학과 주류 의사들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집필했다는 작가는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지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결코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함을, 사실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교통사고나 뇌졸증, 심장 마비 등의 응급 상황 뿐이라고 말하며, 응급 상황에서 벗어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현대 의학에서 벗어나 전통 의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체 환자의 95 퍼센트를 차지하는 각종 암, 고혈압, 당뇨병, 신부전증, 심장병, 관절염. 골다공증 등의 만성 질병에 대해서 의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우리의 건강과 재산만 강탈해갈 뿐이며 의사들이 컴퓨터에 입력된 대로 처방하는 모든 약은 잠시 통증만 없애주는 마약일 뿐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말한다.

 

본문에 들어가면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 81가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데, 너무 방대하니 이 감상글에서는 그중 요즈음 갈수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당뇨병(糖尿病)” - 사실 나도 경미한 당뇨병 증상이 있다 - 에 대한 그의 주장을 간략하게 소개해보자. 작가는 많은 연구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 등 대부분의 질병자는 편안하게 잘 먹고 적절하게 알코올을 섭취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질병관리라는 것을 입증한다면서 주류 의사들이 권하는 '식단의 열량을 철저히 지켜라.'라든지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실 때는 열량이 없는 소주로 마셔라'라는 지침은 거짓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당뇨병 환자들에게 절대 금물로 알려진 “설탕”은 2001년 미국 당뇨병협회가 당뇨병 환자도 적절한 설탕 섭취가 필요하다는 지침을 내렸을 정도로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며, 다만 식품업체가 제조 과정에서 천연 성분인 칼슘, 철분, 인 등 미네랄과 비타민.. 인터페론 등 미량의 영양소등이 부패하기 쉽다는 이유로 모두 제거하고, 대신 방부제, 표백제, 착색제, 보존제, 향미제 등 수십 가지의 합성화학물질을 첨가하기 때문에 몸에 해로울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즉 설탕이 급증하는 당뇨병이나 비만으로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거짓이라는 말이다. 또한 현대 의학에서 고당분, 고지방 음식과 운동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관심 돌리기'일 뿐이며,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이 약해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가공식품, 약, 플라스틱, 살충제 등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접하는 합성 화학 물질에 의해 우리 인체의 면역 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이며, 특히 가공식품을 통해 들어오는 트랜스 지방은 세포의 문을 닫게 하기 때문에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주범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당뇨병에 걸리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할까? 작가는 당뇨병 환자 가운데 치료를 받는 사람이 치료를 안 받는 사람보다 성기능장애, 심장마비. 고혈압, 뇌졸증, 신장장애, 신경계 질환, 사지 절단, 잇몸 질환, 사망 등 합병증이 훨씬 자주 나타나며, 이 같은 합병증은 당뇨병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특히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하는 노인, 여성 등의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심장 마비와 뇌졸중이라고 주장한다. 병원의 처방약을 통해 잠시 증상만 완화시키는 치료법은 오히려 췌장의 기능을 더 약화시켜 결국에는 일생동안 인슐린에 중독되어 인슐린을 입에 문 채 고통 속에서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췌장 뿐만 아니라 모든 기관은 무가공 유기농 식품을 먹고, 약물을 멀리하고 합성 화학 물질을 피하면 다시 정상적으로 재생된다며 병원 치료에 매달리지 말라고 말한다. 식이요법을 한다거나 합성 약이나 식품을 섭취하지 말라는 말은 그간 여러번 들어봤던 이야기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적어도 의사가 내게 하는 충고들이 대부분 거짓말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좀 놀라웠다.

 

그렇다면 고혈압 환자에게 치명적이라는 소금은 어떨까? 설탕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천일염(天日鹽)을 적절히 섭취하면 오히려 고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오히려 의사들이 권하는 저염분 식단은 심장병, 뇌졸증, 고혈압 등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심장병이 있는 환자들도 저염분이 사망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또한 고혈압 치료제나 가공 식품 등의 화학 물질에 의해 뇌하수체와 신장이 기능을 잃거나 소금을 적게 섭취하여 '저염분증'에 걸리면 삼투압 작용에 의해 수분이 세포 속으로 침투해 뇌 조직에 이상을 일으키는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합성 소금 - 정제염(精製鹽)) - 은 절대 피해야 되는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역시 상식을 깨뜨리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당뇨병, 고혈압 뿐 만 아니라 MRI, CT, X-RAY, 수술용 마취제 등 일반적인 검사와 치료 장비들과 암, 디스크, 유방절제술, 전립선 수술, 신장이식 수술 등 각종 수술들과 예방접종의 위험성, 암치료, 비만, 고지혈증, 심장질환, 우울증, 골다공증, 호르몬요법, 인간광우병, 임플란트 치료 등 수많은 질병들 치료법에 대한 허와 실을 낱낱이 폭로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병원에 가는 대신 어떻게 치료하라는 걸까?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이나 약초를 복용하라는 지침은 없지만 - 마늘의 효용에 대한 언급은 나온다 - 앞에서 언급한 대로 현대의학으로는 90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만성 질병 중 단 하나의 질병도 치료하지 못하지만 합성 화학 물질을 피하고 유기농으로 재배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면서 전통 의학의 도움을 받으면 대부분의 만성 질병은 쉽게 치유된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이런 사실이 감춰지는 까닭은 주류 의사들의 '끝없는 돈에 대한 탐욕'과 그들이 장악하고 싶어 하는 통제력 때문이며, 이러한 현대 의학과 주류 의사들의 시민을 상대로 한 강도 행위와 살인극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즉 그들의 굿판을 엎기 위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하고는 구체적인 네 가지 규제를 제안한다.

 

첫째, 제약회사가 독립적으로 실시하는 임상실험을 금지시키고, 철저히 국가 기관이 행하거나 감독을 받아야 한다. 둘째, 제약회사가 의과 대학에 재정을 기부하거나 교육 자재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 교육이; 제약업체가 원하는 내용으로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구에 대해서는 어느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았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셋째. 의과 대학의 교육 과정에서 음식과 약초에 대한 교육을 1년 이상 필수 과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넷째, 소비자를 상대로 TV와 라디오, 신문, 잡지 등 언론을 통한 약 광고를 금지시켜야 한다. 다섯째, 제약회사와 의시사의 회계 기록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을 해야 하며 국가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를 국회의 국정 조사 기관에 포함시켜야 한다 - P.426

 

의사와 병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좋은 책이지만 작가의 말대로 모든 의사와 병원을 자신들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병의 심각성을 확대하고 부풀리는 범죄자나 사기꾼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런 류의 책들이 요즈음 워낙 많이 쏟아져 나와 그다지 새삼스럽거나 놀라운 사실들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천연식품과 약초(藥草)들, 유기농 무농약 식품들이 몸에 좋고 합성 식품과 조미료, 패스트푸드 등 가공 식품들이 몸에 좋지 않으며, 또한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오남용(誤濫用)하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즉 무지(無知)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實踐)”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열거하고 있는 모든 정보들을 믿고 믿지 않고는 독자들의 자유 선택이 될 것이다. 다만 자신이 감기만 걸려도 병원에 가서 항생제(抗生劑) 주사 - 보통은 감기 똑 떨어지게 쎈 걸로 한 방 놔달라는 말을 많이 쓴다^^ - 를 놔달라고 하거나 각종 건강식품과 약들을 하루에도 한 웅큼 씩 삼키고 있는 현대의학 맹신(盲信)주의자라면 작가의 말들을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병이라는 게 특별한 치유법이나 약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 바로 그 병을 낫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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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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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문에서 미국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상처(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역사적 사건 -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건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 으로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1963년)”, “월남전 패배(1975년)”, 그리고 “9.11. 테러(2001년)”를 꼽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자 미국 본토 한복판인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 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장년층과 노년층에게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꼽은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43세)이자, 20세기에 태어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 경제 불황과 냉전, 핵전쟁의 공포 등에 시달리는 미국인과 세계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한 리더로 평가(네이버 캐스트에서 발췌)받는다는 그의 암살은 미국인들에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코 치유되지 않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의 암살 사건은 20세기 최고의 음모론(陰謀論) 사건으로 꼽히고 있으며 지금도 미제(謎題)로 분류된 대표적인 미스터리 사건이라고 하는데, 그를 암살한 범인으로 알려진 “오스왈드”가 사건 발생 이틀 후 암살당하고, 오스왈드를 죽인 범인 또한 구치소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했으며, 지난 50 년 동안 수많은 수사와 조사가 있었음에도 암살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 숱한 설(說)과 억측(臆測)만 있을 뿐 여전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그 어떤 허구의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기막히고 불가사의한 케네디 암살 사건과 SF 소설의 단골 소재이자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인 “시간여행(時間旅行, Time Travel)"이 결합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 기막힌 소재를 이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히는 ”스티븐 킹“이 소설로 꾸민다면? 이런 작품이라면 어느 보험 광고 멘트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당연히 “무조건” 읽어줘야 하는 소설일 것이다. 스티븐 킹의 신작 <11/22/63(황금가지/2012년 11월)> - 제목이 바로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날인 1963년 11월 22일이다 - 이 바로 그 소설이다.

 

인간적인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이혼당한 35세 교사인 “제이크 에핑”은 학교 수위로 불편한 다리와 어눌한 말투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해리 더닝”의 리포트를 읽고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만다. 아버지에게 엄마와 형제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자신 또한 불구의 몸이 되어 버린 그의 애달픈 삶이 그만 그를 울컥하게 만든 것이다. 어느날 그가 자주 가는 식당 주인인 “앨”이 그에게 식당으로 찾아와 달라는 전화를 걸어온다. 어제도 만났던 터라 별 생각 없이 식당으로 찾아간 그는 수척해진 앨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만다. 어제까지도 건강하고 혈색이 좋았던 앨이 하루 만에 얼굴에 핏기를 잃고 살이 쑥 빠진, 거기에 폐암 말기 환자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앨이 제이크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는 더 기가 막히다. 식당의 식품 창고에 1958년의 과거 시대(정확히는 1958년 9월 9일 11시 58분)로 연결되는 타임 터널이 있고, 자신은 그 터널을 통해서 과거로 여러번 들어가서 과거를 바꿨던 경험이 있으며, 1963년에 벌어질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막기 위해 과거에 체류하다가 그만 폐암에 걸렸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시간 여행은 다시 한번 타임 터널에 들어가면 다시 “리셋(Reset)"되는 묘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즉, 바뀌어 버린 과거가 다시 한번 타임 터널에 들어가면 원상복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 여행에 대해 설명을 마친 앨은 이제 자기는 죽을 날이 얼마 남아 있지 않으니 제이크가 암살 사건을 막아달라고 부탁해온다.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하루 만에 변해 버린 앨의 모습에 반신반의한 제이크는 테스트 형식으로 타임터널을 통해서 과거로 향한다. 바로 해리 더닝에게 벌어진 끔찍했던 사건을 막기 위해서이다. 우여곡절 끝에 해리 더닝의 비극을 막은 - 완벽하게 막지는 못했지만 - 제이크는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두달여를 과거에서 지내다 왔지만 현재에서 시간은 단 2분만 흘러 있었고, 현재는 제이크 덕에 바뀌어 있었다. 즉 해리 더닝은 더 이상 말더듬이에 다리를 저는 수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쉽지만 월남전에서 전사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제이크는 앨의 요청을 쉽게 수락할 수 가 없었다. 과거 여행을 통해서 앨이 말한 것처럼 과거는 스스로 바뀌길 원치 않으며, 과거가 변화에 저항하는 강도는 어떤 행위에 따라 미래가 얼마나 달라지는가에 정비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앨은 제이크에게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막아달라는 간절한 메시지를 남겨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앨의 자살에 제이크는 그의 바램을 들어주기로 결심하고 다시 한번 타임 터널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좀 더 명확하게 해리 더닝의 과거를 바꾸고, 앨이 몇 번 바꾸었던 과거 - 사냥꾼이 사슴으로 오인해서 발사한 총알에 역시 불구가 되어 버린 소녀 - 를 그 또한 바꾸고는 1958년의 과거에서 살아간다. 1963년 그날을 기다리며 말이다. 과연 제이크는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막을 수 있을까? 바뀌기를 거부하는 과거의 “고집”은 제이크에게 어떤 시련과 고난을 안겨줄까?

 

총 2권 중 기(起)와 승(承)에 해당하는 1권만 읽었지만 이 1권 만으로도 스티븐 킹 다운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이 책의 재미를 몇 가지 꼽자면 우선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과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의 기발함을 들 수 있겠다. 특히 시간여행은 그동안 만나본 SF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른 설정이 눈에 띄는데, 1958년이라는 동일 시간대로 이동한다는 점, 대개 시간 여행 모순(Time Travel Paradox) 해결 장치인 “평행우주(平行宇宙)” 개념을 채택하지 않고 과거의 변경이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 - 동일우주론 쯤으로 부를 수 있을까? -, 그리고 다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면 모든 것이 원래로 돌아가는 상황(Reset)이 참 독특하다. 물론 모순점도 없지 않지만 - 시간여행의 가장 큰 모순이 바로 작은 변화가 치명적일 수 도 있는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인데 이 책에서는 이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 어차피 현실에서 불가능한 시간여행을 작가가 나름대로 규칙을 정하면 그만 일 것이며, 스티븐 킹이 전문 SF 소설 작가가 아닌 공포, 스릴러 소설 작가라는 점에서도 일부 부족한 면은 눈 감아줄 만 하다. 오히려 주목할 점은 작가가 그려낸 1958년에서 1963년까지의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재현(再現)일 것이다. 작가가 1947년생이니 당시를 겪어봤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려냈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시 말투나 유행했던 패션, 자동차, 여관, 모텔 등 당시의 생활 여건 들, 그리고 당시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신문기사들과 그 시대 사람들의 평가 등은 단순한 기억과 경험을 통해서 그려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작가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 조사한 자료들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내가 미국인도 아닐뿐더러 그 당시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글 만으로도 당시의 모습과 생활상을 마치 드라마 한 편을 머릿 속에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그 묘사와 설정이 상당히 디테일하고 정교하다. 이렇게 디테일한 설정은 그만큼 현실감과 사실성을 부각시키는 훌륭한 장치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역시 최고의 이야기 꾼으로서의 스티븐 킹의 이야기 구성과 전개 솜씨일 것이다. 1권에서는 주인공 제이크가 학교 수위인 해리 더닝의 리포트를 읽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마침내 과거를 바꾸기로 결심하고 1958년 과거로 떠나 1961년까지 살아가는 모습까지 그려지고 있는데, 아직 본격적인 암살 사건이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긴박감과 스릴이 느껴질 정도로 몰입감과 재미를 고조시킨다. 근래 들어 스티븐 킹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들이 만만치 않은데 자신의 주 전공 분야 - 공포, 스릴러 - 가 아닌, 어찌 보면 생뚱 맞을 수 도 있는 “시간 여행”을 이렇게까지 능수능란하게 구성해내고 기막힌 재미와 스릴을 담아낼 수 있다니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기존의 작품들에서 독자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젖어들어 마지막에는 자력(自力)으로는 절대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공포 분위기 조성과 이야기 전개가 그만의 장점이라면 이 책 또한 “공포”를 뺀다면 초반에는 다소 지루하지만 중반에 넘어가면서 갈수록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마지막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다음 권에 계속” 이라는 마지막 문구가 그렇게 아쉽고 얄미울 수 없게 만드는 그 만의 마력(魔力)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이렇게 이야기를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맛깔스럽게, 그리고 마지막 한 줄 까지 집중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가가 또 어디 있을까?

 

이렇게 기막힌 소재와 스티븐 킹만의 재미와 스릴을 여실히 맛볼 수 있는 이 소설은 그래서 그의 오랜 팬인 나에게는 더할나위없이 반갑고 소중한 작품이다. 최근 그의 아들인 “조 힐”의 소설도 읽어 봤는데, 그 소설도 참 재미있고 스티븐 킹 느낌이 들어 참 좋았지만 아직은 아버지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이 소설이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소설, 2 권이 무척 기대되는 소설이다. 이 감상글 서두에서 기막힌 소재라고 칭했으면서도 막상 별로 다루지 않았던 “케네디 암살 사건”이 2 권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빤한 작가라면 결국 과거의 심한 저항 때문에 제이크가 암살 저지를 실패하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스티븐 킹 예전 소설들을 보면 독자의 예상을 철저히 깨뜨리는 충격적인 반전 또한 그의 장점이기도 하니 2 권에서는 어떤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로 깜짝 놀라게 만들지 잔뜩 기대가 된다. 그래서 아직 1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오랫만에 스티븐 킹의 재미를 한껏 맛볼 수 있었기에, 그리고 2권이 더 기대되기에 아낌 없이 별 점 만점을 주고 싶다. 스티븐 킹 만의 절절하고 무시무시한 공포를 맛보고 싶다면 이 책에 실망하겠지만 그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敍事)의 마력을 다시금 맛보고 싶다면, 그리고 그의 건재를 다시금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은 딱 안성맞춤일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이 초대하는 놀랍고도 환상적인 시간여행에 다들 동참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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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파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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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악몽(惡夢)을 꾸게 만들 정도로 깊은 인상과 여운을 남겼던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일곱 번째 권인 <스노우맨> - 국내에서는 시리즈 중 이 책이 첫 출간 작품이었다 - 을 읽고서 “스티그 라그손”의 <밀레니엄>과 함께 서구 스릴러 소설의 평가 기준이 될 것이며, 후속작이 기다려지는 작가 중 1순위가 바로 “요 네스뵈”가 될 것이라는 감상글을 올렸던 적이 있었다.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주변 지인들에게 입소문을 퍼뜨렸고, 몇 몇에게는 책을 구입해서 선물도 했었는데, 첫 반응은 너무 두껍고(624 쪽), 노르웨이 이름과 지명이 어렵다는 시큰둥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반응도 한 목소리였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는 - 다들 “너무”라는 수식어를 꼭 붙였다 - 소감과 시리즈라는 데 후속권은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이었다. 출판사 카페를 드나들면서 출간 소식을 주고 받으며 기다린 지 8개월 만에 드디어 기다리던 해리 홀레 시리즈의 신작을 만나게 되었다. 한층 더 두꺼워지고(780 여 쪽) 제목 또한 더욱 강렬해진 <레오파드(원제 The Leopard : Panserhjerte / 비채 / 2012년 10월)>이 바로 그 책이다. 지인들은 출간하자마자 책들을 구입해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오늘 몇 페이지까지 읽었다며 짧은 감상들과 스포일러 - 정작 나는 아직 읽기 시작도 하기 전인데 말이다 - 를 주고받으며 책에 열광했고, 며칠 만에 다들 읽고는 내게 보내온 반응들 또한 전작인 <스노우맨>과 마찬가지였다. 책 “너무 너무” - 이번에는 “너무”가 하나 더 붙었다^^ - 재미있고, 다음 책은 또 언제 나오느냐고.

 

 

보통 감상글을 적을 때는 줄거리 소개를 하고 감상을 적곤 하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책 읽기를 늦게 시작해서 그만큼 감상글도 늦게 올리게 되었고, 이미 인터넷 서점들에 감히 내 허접한 글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 훌륭한 서평들이 많이 올라와서 기존의 감상글 형식으로는 중언부언(重言復言) 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아직 <스노우맨>을 읽지 않은 후배에게 <스노우맨>과 이 책을 선물하면서 조언(?)으로 해준 “레오파드 읽는 방법(讀法)”으로 감상을 대신하고자 한다.

 

 

전작인 <스노우맨>을 읽지 않고 이 책을 바로 읽어도 되나?

 

 

<레오파드>는 시점(時點)이 전작인 <스노우맨>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후이다. 책은 주인공인 “해리 홀레”가 스노우맨 사건 때문에 가운데 손가락과 연인을 한꺼번에 잃고 홍콩의 뒷골목에 숨어 살고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책 속에는 스노우맨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고, 등장 인물들 또한 전작에 이어 나오는 인물들도 몇 몇 있어 <스노우맨>을 읽지 않았다면 홀레가 전 사건으로 입은 심신(心身)의 깊은 상처(트라우마)나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반가웠던 장면인 바로 해리가 병원에 갇혀서 하루하루 죽어가는 스노우맨을 찾는 장면 - 연쇄살인범을 만난다는 게 반갑다는 게 이상하겠지만 워낙 전작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범인인지라 그의 후일담을 접하는 게 마치 드라마 주인공을 다시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 이었는데, 이 또한 전작을 읽었던 분들이라면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전작인 <스노우맨>을 꼭 먼저 읽기 바란다. 전작도 만만치 않은 분량이던데 언제 다 읽느냐고? 다음 조언에도 언급하겠지만 한번 잡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게 될테니 분량은 전혀 걱정마시길. 그래도 부담이 된다면 다른 독자들의 <스노우맨> 서평도 많이 올라왔으니 그 글이라도 먼저 읽어보길 바란다.

 

 

분량이 너무 많아 언제 다 읽을지 걱정되고 갖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워. 그리고 노르웨이 이름과 지명이 영 낯설기만 하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전작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처음 대하는 분들은 웬만한 책 두 권 분량에 미리부터 겁을 먹게 되고, 낯설기만 한 노르웨이 이름과 지명, 단어들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전작을 읽을 때 그런 부담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전혀 걱정하지 마시라. 시작이 어렵지 시작하고 나면 그런 부담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히 사라지고 말테니 말이다. 우선 노르웨이식 낯선 인명과 지명은 조금만 읽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어차피 노르웨이어보다는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를 자주 접한다고 해도 우리말이 아닌 이상 낯설긴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그리고 줄거리를 요약하기 힘들 정도로 페이지를 꽉꽉 메우고 있는 많은 사건들과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 그리고 치밀한 심리묘사들은 조금만 읽어도 탄력이 붙어 분량에 대한 부담감이나 지루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페이지를 쉴새없이 넘기게 만든다. 그렇게 숨 가쁘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남은 분량이 읽은 분량보다 적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깜짝 놀라게 될 것이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는 그 분량도 너무나도 짧다는 생각이 들어 1~2백 페이지가 더 계속되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다음 책은 언제 나오는 거야 하는 조바심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책을 주로 출퇴근 시간과 밤에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읽는 터라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서 들고 다니면서, 또한 누워서 읽기가 만만치 않은 800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와 다른 책들에 비해 줄 간격도 빽빽하고 작은 글자 크기 - 많은 분량을 한 권에 편집하려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 또한 영 부담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종이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책(e-book)을 구매해서 이번에 장만한 전자책 기기에 담아서 읽었다. 글자 크기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기기 자체가 책(800g)의 1/4 밖에 되지 않은 무게(215g)인지라 휴대는 물론 누워서 읽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고, 전자책 기기는 특성상 한 페이지씩 읽을 수 있어 오히려 종이책보다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서 가독성(可讀性) 또한 만족스러웠다. 아직은 종이책 특유의 읽는 맛을 훨씬 즐겨하지만 그래도 가격도 종이책보다 싼 데다가 휴대에도 부담이 없으니 여러모로 이 책처럼 분량이 많은 책은 전자책으로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물론 전자책 기기 값이 아직은 부담되는 가격이긴 하지만 말이다.

 

 

살인 장면이 너무 잔인하다는데........

 

 

좀 잔인하다는 평은 인정한다. 전작인 <스노우맨>에서는 여인의 머리를 잘라내 눈사람 머리로 장식하는 장면이 나오며, 이번 책에서는 “레오폴드의 사과”라고 작은 공 모양의 장치를 입에 물리고 줄을 잡아당기면 24개의 바늘이 튀어 나와 얼굴을 꿰뚫어 피가 목 안에 고여 익사(溺死)하는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 거기에 여인의 목에 밧줄을 걸고 풀장 다이빙대에서 밀어 목이 잘리는 장면이나 불로 등판에 화상(火傷)을 입히는 장면 등 잔인한 장면들이 여럿 나온다. 이렇게 장면만 보면 너무 끔찍하고 잔인한데, 막상 읽어 보면 작가가 공포소설 만큼 구체적이고 상세하고 묘사하고 있진 않아서 그다지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개인마다 잔인함을 느끼는 정도는 다를 테니 너무 잔인한 장면은 그 대목만 살짝 스킵해도 좋을 것 같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책의 분위기에 몰입하려면 조금은 참아보는 것은 어떨까?

 

 

읽어보니 해리 홀레, 허점도 많고 영 성격이상자 같은데?

 

 

미국 FBI 연수를 다녀오고, 호주에서의 연쇄살인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으며, 노르웨이 최초의 연쇄살인사건인 “스노우맨” 사건도 해결했던 화려한 경력이 보여주듯이 노르웨이 현직 형사 중 가장 유명한 형사인 “해리 홀레”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단서를 척척 찾아내고 범인의 숨통을 죄어가는 수사 능력은 여느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 탐정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탁월하고 뛰어난 능력을 선보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는 전작에서도 그러더니 이번 편에서도 작은 단서를 확대 해석해서 범인을 오판(誤判)하는 실수도 여러번 저지르며, 범인에게 죽임을 당한 뻔한 위기도 여러 번 맞이할 정도로 허점을 많이 노출한다. 그래도 사건을 해결했으니 수사 능력만큼은 인정해주자.

 

 

그렇다면 개인적인 성품이나 사생활 면은 어떨까? 스노우맨 사건 때문에 손가락을 잃고, 사랑했던 연인마저도 떠나가 버린 그는 홍콩으로 도피해 와서 - 원래는 뉴질랜드로 가려고 했는데 기내(機內)에서 술을 너무 마셔 홍콩에 강제로 내려졌다 - 아편을 피워대고, 경마 도박을 하는, 말 그대로 “폐인”으로 살아간다. 스노우맨 사건을 모방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며 자신을 찾아온 여형사에게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귀국을 거부하지만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말을 듣고는 금세 마음을 고쳐 먹고 귀국길에 올라 여차저차해서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되지만 역시나 삐딱한 성격은 여전하다. 자신이 속한 강력반과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는 “크리포스” - 우리 식으로 하면 강력사건 전담 특별 조직 쯤이라고 할까? - 와 사사건건 부딪혀 상사를 곤란하게 만들기 일수이고, 홍콩에서 귀국하면서 몰래 들여온 아편을 피워대다가 크리포스 수장(首長)에게 협박을 당하기도 하며, 알코올 중독자 경력을 십분(?) 살려 술에 진탕 취해 크리포스 수사원들 회식 장소에 가서 행패를 부리다가 두들겨 맞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정의(正義)롭지 만도 않은, 오히려 지극히 이기적이기까지 한데, 눈사태에 갇혀 사경(死境)을 헤맬 때 살릴 가망성이 높은 동료 남자 형사는 버려둔 채 연인이 된 여형사를 먼저 구해는 바람에 동료 형사가 죽게 되고, 결말에서 범인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연인이 아닌 다른 여성 인질 - 그것도 그녀의 어머니께 구해오겠다고 약속한 - 에게 총을 쏴서 결국 그 인질과 범인을 함께 사살(射殺)하기까지 한다. “선택”이야 해리의 자유라지만 비난받을 만한 그런 선택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강력반 반장이라는 직책이 무색할 정도로 성격이 여린 면도 있어서 위독하신 “아버지” 때문에 폐인 생활을 접고 다시 돌아오고, 스노우맨 사건으로 자신 곁을 떠난 연인과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그녀의 아들을 못 잊고 애타 하지만 그녀에게 연락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며, 결말에서 자신을 정리해볼 시간을 달라며 다시 홍콩으로 떠나지만 어찌보면 새롭게 시작한 사랑을 책임지기 싫어 도피하는 것으로 오해살 만하다. 이쯤 되면 어느 분이 말하신 “다크 히어로” 수준을 떠나서 “사회 부적응자”, “인격 파탄자”, “성격이상자” 등 비난이 쏟아질 만 하다.

 

 

그런데 오히려 해리의 이런 “인간적인” 면이 추리소설 속의 천편일률적인 정형화된 캐릭터에서 벗어나 그를 더 현실감있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괜한 고집을 부리고, 상사들과 사사건건 부딪히기도 하지만, 작은 상처에도 아파하고, 때로는 지극히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소설이나 드라마 속의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 너무나도 인간적이기 때문에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플롯과 트릭의 기발함과 정교함이나 충격적인 반전이 아니라 바로 주인공 “해리 홀레”라고 생각한다.

 

 

다른 스릴러 소설하고 비교해보면 어때? 예를 들면 <밀레니엄> 시리즈하고 비교해 보면 말야.

 

 

추리·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올해 많은 작품들을 만났다. 그동안 써 놓은 감상글들을 읽어 보니 호들갑을 떤 감상글들이 여럿 눈에 띄인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몰입하는 성격 탓이기도 하고 그만큼 재미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재미의 경중을 비교하는 것은 작가들에게 실례이고, 또한 개인 취향이 다를 수 도 있으니 다른 책들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말기로 하자. 다만 이미 언급했으니 <밀레니엄> 시리즈와 비교해본다면 서두에서도 밝힌 것처럼 “동급(同級)”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다만 <밀레니엄> 시리즈는 작가가 안타깝게도 사망해서 이제 더 이상 만나볼 수 없지만 이 “헤리 홀레” 시리즈는 이 책에 이어 아홉 번째 작품인 <유령 The Phantom>까지 나왔다고 하니, 국내에는 <스노우맨>과 이 책, 두 권 밖에 출간되어 있지 않다니 만날 기회가 더 많다는, 그래서 즐거움과 재미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리 홀레” 시리즈에 점수를 좀 더 주고 싶다.

 

 

이 글 시작할 때는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역시나 주저리주저리 글이 늘어졌다. 내 감상도 서두에서 언급한 지인들이 반응처럼 “너무 너무 재미있다”, “후속권은 빨리 만나보고 싶다”로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어느 독자분 말씀대로 올해 추리·스릴러 소설은 <스노우맨>으로 시작해서 <레오파드>로 끝을 맺는, 나에게는 “해리 홀레” 시리즈로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수 있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그래서 올 한 해 읽었던 스릴러 소설에서 하나 만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 <스노우맨>과 <레오파드>를 추천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어질 “해리 홀레” 시리즈, 조바심나지 않게 좀 더 빠르게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보며 두서없는 이 감상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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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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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인 지난 6월에 “할런 코벤”의 <용서할 수 없는>을 읽고서 할렌 코벤에 대한 낯설음은 이제 끝났고, 그의 팬이 되었다라고 감상글을 쓴 적이 있었다. 두 권 밖에 읽지 않았는데도 이런 감상을 남겼던 이유는 스릴러 소설로서의 긴장감과 재미, 그리고 묵직한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그의 스타일이 내 입맛에 딱 맞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할런 코벤”은 나에게 작가 이름만으로 선뜻 책을 선택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작가가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번에 출간된 신작 <숲(원제 The Woods/비채/2012년 10월)>을 받아들고서 작은 흥분과 함께 설렘까지 들었던 이유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대감과 설렘을 100% 충족시켜주는 멋진 소설이었다.

 

20 년 전 숲에서 여름 캠프에 참가했던 4 명의 청소년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중 2 명의 남녀는 시체로 발견되지만 2 명은 피 묻은 옷가지만 발견되었을 뿐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은 캠프장 상담원이었던 “웨인 스튜벤스”로 이 살인 사건 외에도 여러 건의 살인사건을 저지른 연쇄살인범이었음이 밝혀져 무기징역형에 처한다. 그러나 그는 여름 캠프장 살인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끝내 2명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딸을 잃은 한 아버지는 토요일마다 숲에 들어가 죽은 딸의 시신을 찾기 위해 땅을 파헤치고, 여동생을 잃은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몰래 지켜본다. 20 년 후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 앨 꼭 찾아야 해”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20 년 전 여동생을 잃고 땅을 파헤치던 아버지를 지켜보던 아들인 “폴 코플랜드”은 장성해서 에식스 카운티의 검사가 되었다. 사랑했던 아내와는 사별하고 여섯 살 난 어린 딸과 살고 있는 그는 딸의 학예회에 참석했다가 낯선 형사 두 명의 방문을 받는다. 한 남자가 피살되었는데 주머니에서 그의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가 나왔다며 시신을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형사들을 따라 시체공시소로 간 그는 깜짝 놀라고 만다. 시신은 20 년 전 살인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자 자신의 여동생 “카밀”처럼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던 “길 페레즈” 였던 것이다. 그런데 연락을 받은 페레즈의 부모는 시신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20 년 전 사진을 꺼내본 코플랜드는 페레즈 부모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의문에 빠진다. 한편 20 년 전 여름 캠프장 주인의 딸이자 당시 코플랜드와 사귀었던 “루시”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대학교 학생 과제물을 읽고 깜짝 놀라게 된다. 20 년 전 코플랜드와 자신이 숲 속에서 밀회를 나누던 장면을 그대로 그려낸, 즉 20 년 전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던 날 밤의 일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루시는 그날 이후 만나지 못했던 코플랜드에게 연락을 하고, 둘은 그날의 사건의 진실을 캐기 시작한다. 과연 20 년 전 그 숲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왜 20 년 만에 코플랜드와 루시에게 그날의 사건이 들춰지게 되는 것일까?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던 20년 전 그 사건은 조금씩 그 베일을 벗게 되고, 마침내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그날의 모든 진실이 드러난다.

 

전작인 <아들의 방>, <용서할 수 없는>에서 맛보았던 할렌 코벤 스타일, 즉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결코 눈길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스릴 넘치는 사건과 반전의 연속, 그리고 다 읽고 나서도 쉽게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여운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 몰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20 년 전 과거에 벌어진 살인사건에 숨겨진 진실의 정체와 그리고 과연 그 진실이 어떻게 밝혀질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 북유럽 소설 열풍을 불러온 “스티그 라그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도 1부에서 수 십 년 전에 벌어진 소녀의 실종사건을 다뤄 큰 관심과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것처럼 말이다. 20년, 그저 사건과 무관한 일반 사람들에게는 전혀 기억도 나지 않을 긴 시간이겠지만 사건의 관계자들, 특히 가족들에게는 슬픔과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최근에 30년이 훌쩍 지나버린 전 모 재야인사의 의문사가 다시 화제가 되는 이유도 그의 죽음을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아직도 슬퍼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20 년 전 “그 사건”의 당사자들이었던 코플랜드와 루시에게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트라우마로 계속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결코 들춰내고 싶지 않았던 상처가 20 년이 지난 후에 다시 생채기가 난다면 그 아픔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거기에 그간에 알려졌던 진실이 송두리째 뒤집혀 버릴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면 주인공인 두 사람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독자들 또한 궁금증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비밀은 당시 사건의 살인범으로 수감 중인 “웨인 스튜벤스”나 어느 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주인공인 코플랜드와 루시, 20년 만에 다시 나타난 페레즈와 그의 부모, 캠프장 주인이자 루시의 아버지인 “아이라 실버스타인”, 심지어 딸이 살해된 후 보상금을 가지고 가출했던 코플랜드의 어머니와 딸의 시신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당시 사건의 관계자 “모두”에게 숨겨진 비밀 - 물론 비밀의 경중은 서로 차이가 나지만 - 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충격적인 진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독자들은 경악하게 되고, 긴장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일 수 밖에 없어진다. 그래서 이런 궁금증과 놀라움은 결국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 넘김을 더욱 숨가쁘게 만들어 버리고, 결말의 충격과 반전으로 놀란 가슴과 여운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자꾸 책을 펼쳐보게 만든다. 결국 전작들과 똑같은 경험을 이 책에서 다시한번 고스란히, 아니 더 충격적으로 재현된 것이다.

 

할런 코벤은 이 책에서 누구라도 궁금증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과거 사건 속에 숨겨진 진실이라는 탁월한 소재 선택 능력과 함께 어느 한 구절 소홀히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그만의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력으로 긴장감과 스릴 넘치는 사건과 반전을 촘촘히 배치한다. 여기에 “휴머니즘”이라고 일컬어지는 작가 특유의 메시지, 즉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가족애라는 미명하에 왜곡되고 감춰진 진실이라는 묵직한 생각꺼리와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까지, 자신만의 장점들을 어느 하나 빠짐없이 꼼꼼히 담아내어 이 멋진 소설을 완성해냈다. 여느 정형화된 스릴러 소설들의 스타일과 전혀 다르지만 확연히 차별화된 긴장감과 재미, 여운을 선사하는 할런 코벤만의 스타일에 이 책을 읽고 난 후 “역시 할런 코벤!”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고, 할런 코벤에 대한 나의 기대와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다면 너무 호들갑스럽고 과장된 감상일까? 먼저 읽은 독자들의 서평들 또한 호평들인 것을 보면 역시 내 감상이 과히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아뭏튼 할런 코벤, 앞으로도 이름만 들어도 즐겁고 설레이는 작가로 계속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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