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은 아직 어둡고 늘 하던 일을 합니다.
제이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일...
"머리가 또 아픈 거야? 진통제는 먹었어?"
제이콥은 이마에 손을 짚으며 두피부터 목덜미까지 마치 칼로 긋는 것처럼 아프다 말합니다.
그를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이콥의 담당의와 상담해 스테로이드를 받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 제이콥?"
잠시 침묵이 흐른다.
"당신은 형편없는 간병인이야."
'당신 말이 맞아. 나는 형편없는 간병인이야. 이런 일에 재능이 없어. 10년 동안 이리저리 뛰어나디며 진통제와 아이스 팩을 가져오고, 밤마다 손님방에서 자는 일 말이야.'
내가 몸을 기울여 입을 맞출 때면 제이콥은 말한다.
"모든 걸 가진 기분은 어때?"
"나는 모든 것을 가지지 않았어. 당신이 아프니까." - page 14
수 년 동안 스테로이드를 받으러 다니던 나날들, 간병인 침대에서 지내던 나날들에, 이 병과 싸우는 동안 나눴던 대화 속 서로를 향한 보이지 않는 미움과 분노에도.
모든 것이 괜찮은 척하는 것도 이젠 너무도 지쳐버린 그녀.
괜찮지 않다. 이 모든 건 전혀 괜찮지 않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침대는 비어 있고, 욕실에서 새어 나온 빛...
제이콥이 욕실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이콥, 당신 괜찮아?"
"왜? 왜? 왜? 왜? 왜?"
제이콥이 멈췄다. 제이콥의 시곗바늘이 멈춰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제이콥?"
"왜?"
"제이콥, 당신이 누군지 알아?"
"왜?" - page 19
그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긴 투병 생활이 시작되게 됩니다.
그렇게 제이콥과 그녀의 이야기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사랑해 주던 남자.
이젠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를 못 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도 암에 걸리게 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항상, 나는 불안해하며 살았다. 제이콥은 그런 나를 늘 안심시키고, 웃게 하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나는 매번 그런 제이콥에게 고마웠다. 절벽에서, 집라인에서, 다이빙대 밑 깊은 물속으로 밀어 넣어준 것에 대하여.
내가 그토록 불안해하고 우려하던 진짜 위험은 사실 안에 있었다. 그 위험은 내 가슴 안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나는 평범한 삶의 끝이 얼마나 가까운지 모른 채로는 그 절벽을 두 번 다시 걷지 않을 것이다. 그 끝으로 걸어온 내게 보이는 것은, 절벽 너머에 있는 것은, 죽음이다. 어둡고, 끝이 없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리고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 아직은. 하지만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언젠가 저 절벽 너머로 가야 할 때가 온다면, 나는 두 팔을 벌리고 멋지게 뛰어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제이콥이 가르쳐준 것처럼. - page 212 ~ 213
그렇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두고
"우리는 행운아야"
라고 말하던 그들.
사랑했기에 필연적으로 겪어야만 했던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
저라면 아마도 파도에 휩쓸려갔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땅을 박차고 날아가려는,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려는 연처럼, 서로의 손을 잡은 채 앞뒤로 흔들리며 불안정하게 걷더라도 똑바로 서려고 노력하면서 견디는 모습으로부터 '잠재력'을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내 옆을 지켜준 사람, 그리고 사랑의 본질과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한 맹세, 서로를 향한 헌신, 사랑...
그 변함없고도 단단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새삼 옛 추억도 소환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