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지켜야만 하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어른.
아이일 땐 그저 재미있고 신나고 맛있으면 행복했는데 어른이 되고선 단순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에...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왜 그리 작은 침범에도 무너지고 마는 허약한 사람들이 된 것인지,
왜 지금의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누리기가 그토록 어려우며 왜 그리 자주 불안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하여 진정으로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이라도 더 우리의 삶이 예전처럼 단순해질 수 있기를
그러니 적어도 이 책을 다 마칠 때까지는 모두 불안없이 평안하길
바란 그의 바람처럼 책을 읽는 동안은 참 고요하고도 따뜻했습니다.
책을 마주하자마자 저에게도 물었었습니다.
섬세함이란 무엇일까...
내 딴에는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이 누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남의 하소연을 함부로 징징댐으로 치부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 남들과 대화할 때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는 것. 누군가 아파 쓰러지면 무작정 일으켜 세울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상태를 봐가면서 그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
다시 말해서 주인공은 도움을 주는 내가 아니라 도움을 받는 상대라는 사실을 항시 잊지 않고, 따라서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고 받고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내가 생각하는 섬세함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건 다른 말로 타인과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page 97 ~ 98
누군가를 이해하고 헤아리며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은 결국...!
결국 누군가를 이해하다 보면 상대에 대해 보다 너그러워진 마음은 점점 더 큰 이해를 불러오고, 이해를 하는 만큼 원망은 계속 줄어드니,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할까? - page 90
누굴 이해한다는 건 우선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스스로가 편해지기 위해서라도 남을 열심히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런 섬세함이 필요함을 저자는 우리에게 전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떤 글도 허투루 넘길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문구들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일상의 매 순간뿐 아니라 삶의 중요한 길목에서도 사람은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욱 크고 강력한 행위의 동력이 될 때가 많다. 꼭이 부자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그저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page 34
누구에게나 꿈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정말로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든 있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그렇기에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더 중요하다. - page 38
그리고 저도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나 상대나, 어차피 우리 모두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하면, 어차피 다들 나만 불리할 것 같고, 내가 가는 차선만 느리게 가는 것 같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뭐든 잘 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착각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page 55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아서. 그게 착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 page 57
'착각'이라는 위안이 좋았습니다.
사람이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의리'라는 말...
마냥 씁쓸하게만 느껴졌었는데 그의 친구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사람이라고 나 말고 다른 사람 생각해 본 적 없겠어? 만난 지 십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치만 미안해서건 의리 때문이건 뭐건 그런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건 상대를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잖아.
우리가 함께 보낸 그 수많은 순간들이 여전히 소중하니까, 나 자신을 그렇게 함부로 놔버리고 싶지 않으니까 참는 거지. 여전히 사랑하니까." - page 202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사 '나'를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하였습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홀로 글만 쓰며 살아도, 타인과 접촉을 아예 하지 않을 도리는 없기에 여전히 '남'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 역시 타인으로부터 최소한의 이해조차 받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결국 이해라는 게 우리 인간에게 그렇게나 산소처럼 중요하기에. 그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데 있어서 섬세함이란 덕목이 꼭 필요하기에, 이 책이 독자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맺을까 한다. - page 297
모쪼록 모두 '섬세함'으로부터 지키고 싶고 지켜야만 하는 것들을 마주하길...
이렇게 저에게도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