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 - 산책자와 400년 느티나무와의 대화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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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독특했습니다.

붉은토끼풀?

검색을 해보니 '레드 클로버'라고 하였습니다.

괜스레 '클로버'라는 말에 설렜던...

책을 읽기 전 이 책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소개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림책 활동가이자 숲해설가인 저자 '김건숙'이 그림책과 일반 책에서 가려 뽑은 문장을 들고 숲을 걸으며 사색한 결과물을 모은 책이라 하였습니다.

책과 걷기.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을까!

저도 저자와 함께 가만히 거닐어보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당신을 성장시키는

지혜를 만나는 설렘의 순간

내 안의 품은 생각들이 꽃피고

열매 맺는 길을 함께 걸어볼까요?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



"어르신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오래 사셨으니 우리 인간보다 훨씬 많은 지혜를 갖고 계시지요? 그걸 제게도 나누어주세요."

400년 느티나무에게 건넨 질문.

그러자 낮은 목소리로 서서히 입을 열며 대답해 준 느티나무.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네. 내 가지들을 보게나. 햇볕이 많이 닿는 곳은 더 빨리 잎이 나오고, 그렇지 않은 곳은 아직 나오지 않은 곳도 있다네. 지금 이 모습이 아름답지 않다 해도 그게 전부 나일세. 나는 그 모든 것을 품고 사랑한다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것까지도 받아들인다네. 그저 묵묵히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가장 나다움을 만들어가지."

느티나무의 자세로부터 받아들이고, 내려놓고, 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죽은 가지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한 잎을 내면서 성장을 멈추지 않는 느티나무처럼 한 발 한 발 나아가자. 상록오색길을 걷듯! - page 49

그렇게 저자는 상록오색길에 문장을 들고나가 걸으며 계절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고 엽서에 써 간 문장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설계하니 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 순간을 공유하고자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었습니다.

제목에서 보았던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로부터 저도 반성하게 되었었습니다.

토끼풀을 많이 닮았지만 모조품인 듯해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풀.

누군가 토끼풀이라고 하면 아니라 부정했던 이 꽃을 검색해보니 '붉은토끼풀'이었던...

단정 짓는 것의 위험성을 알려주었던 붉은토끼풀.

이번 상록오색길을 걸으면서 처음으로 붉은토끼풀에게 다가간 것은 단순히 꽃을 본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나를 감싸고 있던 단단한 껍질이 열리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심하게 한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내게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획일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체계를 다시 점검해보아야 한다고 뇌리를 때렸으니 말이다. - page 88

이제 함부로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을.

관용과 포용력을 키울 것을.

저도 모르게 만들었던 벽으로, 닫힌 문으로 흐르지 못했던 물길이 덕분에 흐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와닿았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왔어도 뒤돌아보면 후회가 남는...

그렇다고 되돌아간들 그때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우리, 아니 저에게 건넨 이야기...

숲을 이루는 거대한 가지를 가진 어르신 느티나무는 작은 잎들을 달고 있다. 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잎을 키울 생각은 왜 안 할까? 목련이나 마로니에나무, 상수리나무, 감나무 등은 어린나무들도 잎이 넓고 크다. 잎이 큰 것은 빨리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란다.

그렇다면 어르신은 천천히 자라기로 작정하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후회도 없다는 말일까? 느리게 가더라도 하나라도 그 많은 잎들에게 고루 사랑을 주려고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자상함이 아름답고 위풍당당한 가지 숲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사랑이 몇백 년을 이어가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 page 138 ~ 139

느티나무 잎처럼 오늘 맞은 하루 귀히 쓰고 세상을 더 많이 사랑해야 함을 한 수 배웠습니다.

걷기의 미학을, 사색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와닿았던 문장과 단어들이 제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언젠가 내면의 나무로써 자라나 저에게도 인생을 살아갈 지혜를 건네줄 나무를 기다리며...

오늘은 왠지 문장 하나 들고 나무에게 말을 건네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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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묘묘의 타로카드 레슨 - 누구나 바로 점칠 수 있는 타로카드 실전 리딩 북
타로묘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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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타로'만은 믿곤 합니다.

신뢰가 된다는...!

그래서 예전엔 종종 타로를 보러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같이 다니던 제 지인은 더 알아보고 싶다며 독학으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한 번 해볼까...?'

했지만 막상 해 보려고 하니 시중에 나온 책들도 많고...

카드도 많은데 다 외워서 해석하는 것도 어렵고...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텀블벅 펀딩 오픈 당일 텀블벅 실시간 랭킹 1위!

오픈 10분 만에 1000% 달성!

펀딩 오픈 2분 만에 얼리버드 세트가 전량 매진되는 등 마니아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은 이 타로카드와 책.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바로 픽! 하였습니다.

"우연히 뽑힌 카드는 없다"

오늘 내가 선택한 카드는 '우연'이 아니라

인생에 새겨질 '운명의 메시지'다

"타로 전문가의 진짜 노하우가 담긴

가장 쉽고 직관적인 타로 책"

타로묘묘의 타로카드 레슨



타로를 보러 갔을 때 느꼈었지만...

78장의 타로카드에 새겨진 복잡한 상징과 해석은 입문자라면 선뜻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아니, 보다 쉽게 즐기고 싶은 저에겐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타로카드의 핵심인 22장의 메이저 카드로도 인생 대부분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며, 먼저 메이저 카드와 친해지고 자신감을 붙이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었습니다.

메이저 카드란 무엇일까?

메이저 카드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인생 과업'을 상징한다고 하였습니다.

카드를 보면 숫자와 함께 인물의 이름이나 카드의 정체성이 영어로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한 인간이 겪는 탄생, 만남, 행복, 슬픔, 죽음 등 인생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을 22장에 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메이저 카드에는 인생의 삼라만상,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머지않아 우리에게 찾아올 인생의 중요한 장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건에 대해 메이저 카드는 '알람'을 울려주는 존재입니다. - page 13



책은

타로카드의 주요 상징, 키워드부터 연애, 일, 학업, 금전, 조언 등 각 테마별 리딩을 볼 수 있는 PART 1,

타로 점을 보기에 적합하도록 질문법 자체를 바로잡는 것으로 시작해, 메이저 카드만으로도 쉽게 리딩할 수 있는 스프레드 방법을 알려주는 PART 2,

타로카드의 상징을 외우지 않아도 내 질문의 맞는 타로묘묘의 해설을 바로바로 차자 읽을 수 있는 PART 3

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한눈에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카드에 얽힌 상징과 키워드에 대한 해설은 물론, 리딩하는 방법에서 '타로모모'S TIP'이 있어서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실전 리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타로 점에는 적합한 질문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잘 될까? 잘 되지 않을까?'라고 추상적으로 질문하기보다,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잘 될 수 있을지 카드에게 물어보자'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왜 나는 지금 자신감이 부족할까?'등으로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뽑은 카드의 메시지를 더욱 잘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메시지를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잘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셀프 리딩을 해 보았는데...

잘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타로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이제 저에게도 새 친구가 생겨 너무 기뻤습니다.

그래서 '마이너 편'이 나온다면 무조건 구매각이었습니다.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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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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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 미스터리의 만남?!

이 장르는 서로 양극 지점에 위치하여 닿지 않을 듯한데...

그런데 출간하는 작품마다 특유의 다차원적인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며 몰입도 높은 세계관을 구축하여 독자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는 '줄리안 맥클린' 작가가 두 장르의 쾌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써 내려갔다고 하였습니다.

바로 '미스터리로맨스'.

그 전율을 느껴보고 싶어 이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에서 눈에 띈 '실종'이란 단어와 '완벽한'의 조합부터가 심상치 않았는데...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지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불현듯, 남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됐다!

이토록 완벽한 실종



1990. 마이애미

그때 그 말들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남편의 비행기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떠올랐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후회는 일이 이미 틀어지고 난 후에 하기 마련이다. - page 9

아버지 두 번째 기일로 저녁 식사 초대를 하는 엄마.

사실 딘이 유복한 집안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빠는 그와 결혼하면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었고 결국 이 둘은 마주칠 기회조차 없었기에 어색한 사이였고 엄마 역시도 그를 인정하지 않아 초대에 응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겠다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이애미를 왕복하는 프라이빗 제트기 조종사인 딘에게 갑작스런 유명인을 태워줘야 하는 일이 생겼고 이미 돌아왔어야 했던 다음 날 아침...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딘의 비행기가...... 실종됐어요."

...

"지금 알려드릴 수 있는 건 그가 세인트 토머스를 출발한 직후에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 항공 교통 관제소와 연락을 취했다는 것, 그거뿐이에요. 그리고...... 그냥 그렇게 사라져 버렸어요." - page 28

비행기 파편도 발견되지 않았고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상황.

뉴스에서는 버뮤다 삼각지대로 사라진 것이 아닐까란 추측성 보도와 미연방에선 수색을 중단하고 사망 처리를 하는 바람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올리비아.

딘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 배 속에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야 그녀는 그의 사망신고서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에 헤어졌던 첫사랑 가브리엘과 결혼을 하며 나름 안정적인 새로운 삶을 꾸려가던 어느 날.

어두운 롱코트를 입은 두 명의 남성이 이들의 집에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 젊은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었어요. 뉴저지의 오클랜드 북쪽 숲에서요. 혹시 뉴스에서 들어보셨나요?"

...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멜라니 브라운이라는 이름의 여성이었습니다. 혹시 이름을 듣고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요?" - page 393

시체가 발견됐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이 자신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는데...

"고인이 되신 남편분은요? 딘 로빈슨. 그분이 혹시 그녀를 언급한 적이 있었나요?"

나는 약간의 충격과 함께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니요. 한 번도요. 왜죠?"

그들이 딘이 이것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여기는 걸까.

"그녀가 실종된 게 언제라고 하셨죠?"

"1986년 10월 14일이요." - page 394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남편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실종된 자리에서 돋아난 불가해한 사실들로 하여금 올리비아의 딘을 향한 강렬한 사랑, 심지어 그녀가 굳게 믿고 있던 세계를 완벽하게 뒤흔들기 시작하는데...

그녀가 사랑했던, 전부였던 그는 누구였던 것일까...!

소설은 남편의 실종을 기점으로 세상이 무너진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그녀의 남편 딘, 딘과 엮인 멜라니 브라운이라는 여성, 세 사람의 시선이 교차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인물들은 각자의 서사를 조금씩 드러내면서 독자들에게 작고 미묘한 의심의 불을 지핀 다음, 교묘하게 연결해 내어 종국에서는...

예상치 못한 충격이 몰려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면 깊숙한 곳에서 숨어있던 흥분이 삽시간에 불꽃처럼 튀어 올랐다. 이게 바로 한때 내가 꿈꾸던 순간이었다. 간절했던 바람이 현실이 되는 순간.

하지만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부정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마치 원자폭탄처럼 내 안에서 폭발했다.

"그럴 수 없어. 아마 실수가 있었을 거야. 다른 사람에게 갔어야 할 메일을 잘못 보냈을지도 모르고...... DNA 결과를 잘못 입력했을지도 몰라."

내가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어쩌면, 그게 가장 납득할 만한 설명일 수도 있어. 하지만 뭐가 어떻게 됐든 진실을 알고 싶어. 엄마는 안 그래?"

"당연히 나도 그렇지." - page 454

정말 순식간에 몰입하였고 마지막의 짜릿함이란...

결국 누구나 완벽할 수 없음을,

과거에 연연하기보단 놓아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소설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

과연 당신은 두 가지 선택지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로 인한 결과에 당당히 마주할 수 있을 수 있는지...

덕분에 지난 나의 선택들을, 그리고 지금의 나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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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치의 인생 2막
버들치 지음 / 진서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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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에 눈길이 갔습니다.

50대 증권맨...

그럼 자신의 전공을 살려도 될 것 같은데 기능을 배웠다고...?!

그동안 '인생 2막'이라 하면 다들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투자, 투자, 투자...

이렇게 준비해야 한다는 책들만 보았었는데 새로웠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전할 인생 2막.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사회적 지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당신에게"

5년에 걸쳐 11가지 기능을 습득하고 소득 공백을 돌파한 이야기

버들치의 인생 2막



50대.

일을 더 할 수 있는 나이이면서 또 은퇴를 준비하게 되는 나이.

또한 50대가 되면 모든 게 하향 곡선이라 합니다.

존재감, 학습 능력, 건강, 그리고 재정 능력 등 모든 것이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가정에서 소외되고, 사회에서 매장되고, 믿었던 건강마저 흔들리면서 갈 데까지 간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

어떻게 해야 하나?

인생 2막이 답이라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러 인생 2막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나에게 맞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찾기보단 막연한 불안감만 증폭되곤 합니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직접 겪어보고 체험한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때론 충고를, 때론 조언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먹고사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투자로 먹고사는 방법, 사업으로 먹고사는 방법, 그리고 노동자로 먹고사는 방법.

첫 번째, 투자로 먹고사는 방법은 가장 폼 나는, 그래서 선망의 대상이고 품격이 있어 보입니다.

워런 버핏을 꿈꾸고 도널드 트럼프를 동경하며 투자가 쉬워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다들 워런 버핏을 꿈꾸며 들어왔다가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 나가는 것이 주식 시장이다. 상승장일 때는 워런 버핏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전설적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한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누구나 다 계획은 있다. 한 대 처맞기 전까지는." 그렇다. 하락장을 겪어보기 전에 성공을 말하는 것은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을 보고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33년 가까이 투자의 쓴맛과 약간의 단맛을 직접 겪어보았기에 투자가의 삶을 가장 먼저 접었다. - page 71 ~ 72

두 번째, 사업으로 먹고사는 방법에서 가장 흔한 사업이 요식업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를 겪고 나서 빈 상가가 속출하고 여기저기 자영업자들이 짐을 싸고 있는 이 시국에 사업을 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도 같음에, 특히나 퇴직금을 털어서 사업을 한다는 것도 불안정하기에 이 역시도 접는 것이 나았습니다.

그럼 세 번째, 노동자로 먹고사는 방법.

근육을 쓰는 기능은 정직하다. 일한 만큼 가져간다. 또 임금 격차가 금융 서비스업처럼 크지 않다. 시간이 가면 장인은 아니더라도 숙련공 소리는 듣는다. 승자 독식의 투자 세계와 달리 골고루 가져가는 셈이다. 그러니까 기능은 불평등을 완화시켜준다. 그러나 정직함과 불평등을 줄여주는 장점을 떠나 사실 우리 나이가 되면 사무직으로 들어갈 만한 직장이 별로 없다는 것이 더 솔직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자기 합리화에 능한 동물이다. 나도 예외일 수 없다. - page 74

그리하여 저자는 5년에 걸쳐 11가지 기능을 습득하고 소득 공백을 돌파하였습니다.

도배, 인테리어, 중장비, 타일, 미장, 건물보수, 전기공사, 소방, 대형운전면허, 시설관리, 조경.

국비지원 직업훈련원에 등록하면서 주경야독으로 배우며 배운 기능으로 일을 했지만 진입장벽이 낮으면 벌이가 크지 않았고 벌이가 높으면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직업을 찾을 때 단점에 주목하면 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앞에 열거한 기능 중 어디 배울 만한 기능이 하나라도 있던가?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좋다. 단점보단 장점에 주목하라. 그일을 하면서 내가 발전적인 그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찾아야 한다. 더 높은 레벨로 가기 위한 가능성을 찾아 직업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간은 이래도 가고 저래도 간다. 아무 의미 없이 흘려버리는 시간이 꽤 많다. 초창기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우두커니 있다가 갑자기 마음을 다잡고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정말 어리석다 생각만으로 일을 도모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판검사가 되고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실행이 없는 생각은 사상누각이다. 개인의 발전과 위대함은 계획을 세워서 꾸준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다. - page 97 ~ 98



무엇보다 그의 마인드가 좋았습니다.

몸으로 먹고사는 직업이 가장 정직한 직업이라는 말이.

그리고

맡겨진 일을 가리지 않고 해보겠다는 것이 당당함이다. 생각이 복잡하지 않고 행동에 거침이 없는 것이 당당함이다. 그러니까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자세다. 편한 일만 골라서 하고 폼 나는 일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면 인생 2막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자발성과 당당함이 없다면 인생 2막은 결코 올릴 수 없다. - page 128 ~ 129

챔피언처럼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의 필요성.

이는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재테크'에 대한 그의 조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재테크를 위한 방법으로 주식과 부동산 공부만 한다고 만사가 아님. 그보단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함. 특히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알아내고 캐내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함. 세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려 하거나 자신의 얄팍한 경험 하나로 다 알았다는 생각은 금물임. 세상과 사람을 주관적으로 인식하거나 평균에 묻어가려는 생각 또한 자신에게 득이 안 됨. 그보다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고 다수보다는 소수의 의견을 경청해야 함.

자신의 위치(재산, 급여, 사는 곳, 학력 등)가 대한민국 또는 전 세계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평가해봐야 함.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줄을 세우면 별것 아니라는 사실에 낙담하지 말고 분발의 기회로 삼아야 함. 또 전 세계로 줄을 세우면 꽤 괜찮은 수준이지만 위안으로 삼지 말고 감사하고 겸손해야 함. 즉, 현재를 긍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 세상과 사람을 포용하고 또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야말로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음. - page 211

현실적인 이야기였기에 더 집중하며 읽었었고 그의 일침들이 더 따갑게 여겨졌었습니다.

누구보다 진솔했던 그의 이야기.

덕분에 제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생 2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지금부터 그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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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섬세함 - 이석원 에세이
이석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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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질문을 던지는 단상들.

그리고 재미를 더하는 에피소드들이 조화를 이룬 그만의 서사가 담긴 이야기들.

그래서 전 그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합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마음 열고 읽어봅니다.

"이렇게 타인이 내 마음에 지퍼준 온기로

나는 또 얼마간은 시린 마음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상 관찰자 이석원이

따뜻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포착한

인생의 단면들

어떤 섬세함



각자 지켜야만 하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어른.

아이일 땐 그저 재미있고 신나고 맛있으면 행복했는데 어른이 되고선 단순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에...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왜 그리 작은 침범에도 무너지고 마는 허약한 사람들이 된 것인지,

왜 지금의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누리기가 그토록 어려우며 왜 그리 자주 불안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하여 진정으로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이라도 더 우리의 삶이 예전처럼 단순해질 수 있기를

그러니 적어도 이 책을 다 마칠 때까지는 모두 불안없이 평안하길

바란 그의 바람처럼 책을 읽는 동안은 참 고요하고도 따뜻했습니다.

책을 마주하자마자 저에게도 물었었습니다.

섬세함이란 무엇일까...

내 딴에는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이 누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남의 하소연을 함부로 징징댐으로 치부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 남들과 대화할 때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는 것. 누군가 아파 쓰러지면 무작정 일으켜 세울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상태를 봐가면서 그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

다시 말해서 주인공은 도움을 주는 내가 아니라 도움을 받는 상대라는 사실을 항시 잊지 않고, 따라서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고 받고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내가 생각하는 섬세함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건 다른 말로 타인과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page 97 ~ 98

누군가를 이해하고 헤아리며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은 결국...!

결국 누군가를 이해하다 보면 상대에 대해 보다 너그러워진 마음은 점점 더 큰 이해를 불러오고, 이해를 하는 만큼 원망은 계속 줄어드니,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할까? - page 90

누굴 이해한다는 건 우선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스스로가 편해지기 위해서라도 남을 열심히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런 섬세함이 필요함을 저자는 우리에게 전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떤 글도 허투루 넘길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문구들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일상의 매 순간뿐 아니라 삶의 중요한 길목에서도 사람은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욱 크고 강력한 행위의 동력이 될 때가 많다. 꼭이 부자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그저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page 34

누구에게나 꿈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정말로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든 있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그렇기에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더 중요하다. - page 38

그리고 저도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나 상대나, 어차피 우리 모두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하면, 어차피 다들 나만 불리할 것 같고, 내가 가는 차선만 느리게 가는 것 같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뭐든 잘 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착각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page 55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아서. 그게 착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 page 57

'착각'이라는 위안이 좋았습니다.

사람이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의리'라는 말...

마냥 씁쓸하게만 느껴졌었는데 그의 친구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사람이라고 나 말고 다른 사람 생각해 본 적 없겠어? 만난 지 십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치만 미안해서건 의리 때문이건 뭐건 그런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건 상대를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잖아.

우리가 함께 보낸 그 수많은 순간들이 여전히 소중하니까, 나 자신을 그렇게 함부로 놔버리고 싶지 않으니까 참는 거지. 여전히 사랑하니까." - page 202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사 '나'를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하였습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홀로 글만 쓰며 살아도, 타인과 접촉을 아예 하지 않을 도리는 없기에 여전히 '남'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 역시 타인으로부터 최소한의 이해조차 받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결국 이해라는 게 우리 인간에게 그렇게나 산소처럼 중요하기에. 그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데 있어서 섬세함이란 덕목이 꼭 필요하기에, 이 책이 독자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맺을까 한다. - page 297

모쪼록 모두 '섬세함'으로부터 지키고 싶고 지켜야만 하는 것들을 마주하길...

이렇게 저에게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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