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어. 답이 없네. 노답이야. 누구 인생인지 참 갑갑하네.‘
3자 화법으로 거리를 두어도 갑갑함은 영 가시질 않았다.
삼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냄새가 빠지질 않았다. 누리끼리하다 못해 얼룩덜룩한 벽지가 보기 싫어 불을 껐는데 그럴수록 고민은 깊어가고 그 와중에 삼겹살의 향기는 더욱더 친해지고 문을 열 수도 없고 닫을 수도 없고 창문도 없는 이방에 갇혀 침대에 누운 육신이 불쌍해 어떻게든 마음만은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이렇게 또 갇혔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없는 이 인생.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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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시 탐정 트리오 한국추리문학선 13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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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하는 고백이겠지만...

김재희 작가분의 작품은 열심히 읽어보기에...

이번 역시도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딘지 낯익은 모습이...

뭘까? 뭐지??

하던 찰나 이미 만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에 단편으로 있었기에 낯설지 않은, 오히려 반가운 이 느낌.

그리고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후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내가 노인이 되는 날이 올까? 젊을 적에는 그런 생각을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요. 그런데 이제는 코앞에 온 걸 두고 세월 무상이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늙고 병듭니다. 아고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한탄해도 소용없습니다.

...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나이가 들면 실버타운에 들어가 사는 건 어떨까. - page 326 ~ 327

그렇게 시작된 이 소설.

가영 언니, 나숙 씨, 다정 할머니.

세 명의 할머니를 만나러 가 보았습니다.

할마시 탐정 삼총사의 탄생

찬란하고 아름다운 꽃할매들의

화려하고 아찔한 모험 판타지극

할마시 탐정 트리오



가영 언니, 나숙 씨, 다정 할머니는 풍요실버타운의 고인물 삼총사이다. 이들은 실버타운에 들어와 무료하게 생활하던 중에, 다른 입주자들이 골프 동호회도 만드는 등 활발하자, 소일거리로 돈을 벌고자 우연한 계기로 '할마시 탐정 트리오'팀을 결성한다. - page 9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 위치한 대규모의 요양센터 '풍요실버타운'.

안전 손잡이부터 시작해 지팡이로, 노인용 보조 보행기나 각종 유모차 형태의 워커로 발전하고, 휠체어에 타게 되면서 급기야는 인 베드 상태, 즉 침상에 누워 24시 간병을 을 받는 노인이 되어 생을 마감하는 다양한 타입의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

여기도 사회의 축소판이 되어 노인 입주자들 나름의 규칙과 생활 관습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저뭅니다.

그래도...

뭔가 생산적인 일이 하고 싶은 이들이 있었으니...

"저기 있잖아. 903호 장 여사 말이야."

"아, 타운 나간다 해서 김 실장이 주마다 복권 한 장 드린다는 분이요? 복권 당첨되면 나가서 후회 없이 살라는 말에 넘어가는 90세 호호 꼬부랑 할머니?"

가영 언니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으래, 김 실장 고단수 여우 짓에 넘어가는 왕언니, 그 언니가 사실 나한테 저번에 수영 수업 때 뭔가 부탁을 하긴 했거든. 돈을 준다면서." - page 50

장 여사의 '로또 복권 2장과 빈티지 앤티크 접시 도난 사건'.

첫 의뢰 사건을 맡으면서 이들의 탐정단 이르도 짓게 됩니다.

'할마시 탐정 트리오'

첫 사건은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고 여사 부부의 청년들이 월세를 1년간이나 떼먹는 '월세 미납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출장을 나오기도 하고 박 교장의 누드 사진으로 인한 '몸캠 피싱 사건'을 해결해 주는 등 안팎으로 이들의 활약이 펼쳐지게 됩니다.

한편, 풍요실버타운에 실종자들이 발생하고 이를 조사하던 중 메타버스 실버타운으로 시설이 전환되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될 거라는 무시무시한 음모를 접하게 되는데...

과연 할마시 탐정 트리오는 풍요실버타운을 지킬 수 있을지...

그녀들의 멋진 활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웃기면서 코끝이 찡한 느낌...

유쾌하지만 왠지 서글퍼지는 느낌...

누구나 늙고 병든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음에...

읽으면서도 가슴 한켠이 아렸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게 늙으면 사람들은 꿈도 희망도 사랑도 섹스도 없을 거라 단정 짓는다는 거지, 흥."

...

"가영 언니, 왜 아니겠어요. 정신과 몸의 불균형, 호르몬은 여전히 도는데, 신체는 노화되고 사회적으로 퇴물 취급을 하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여기 있는 거죠."

"우, 우리는 여, 여기 갇힌 게 아, 아니잖아요. 근, 근데 가끔은 갇힌 거 같아요..."

"갇힌 거지, 사회에서는 너무도 심심하고 밥 찾아 먹는 것도 힘들고, 생활비도 드니까 여기 왔지만 결국 노년들밖에 없잖아. 낮에는 그나마 김 실장 같은 직원들 청년도 있지만, 밤에는 정말 경비원 말고는 평균 연령 6, 70 이상, 90까지 지팡이들이야. 휠체어 직전의." - page 42 ~ 43

노인을 정의하자면, 매일 똑같은 일을 해서 얻는 성과가 터무니없이 적은 사람.

곧 죽을 식물, 그건 바로 우리다.

민상태 씨는 그걸 어떤 방식으로라도 깨려고 하다 큰 사건을 저질러 버렸다.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과하게 다른 사람을 억압하려 하고,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서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고 사람을 해쳤다.

그는 벌을 받을 것이다. 갇히는 벌.

청년들은 감옥이나 여기나 매한가지로 여기겠지만 아니다. 그곳에는 식물을 기를 자유가 없다. 그럼 그에게는 가장 고통이 큰 무간지옥이다. - page 147

누굴 비난하겠는가.

그전에 나 역시도 '노인'에 색안경을 끼고 있지는 않았는지...

요즘은 주변을 돌아보면 청년보다 더 멋지게 지혜롭게 살아가시는 시니어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을 바라볼 때면 오히려 어리다고 자만하는 우리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에서 판사, 교수 무슨 소용이야? 늙어서 은퇴해도 판사야? 여기서는 우리처럼 두 발로 서서 건강한 거 보여 주는 게 전교 일등 수능 1등급이라니까. 자 다들 어서 일어나자구. 다시 찍어야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오자." - page 324

화끈하고 지혜롭고 서로 돕고 재미나고 아기자기한 일상을 보내시는 할마시 삼총사 트리오.

그녀들의 앞으로의 활약에도 큰 기대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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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킨 이야기 / 스페이드 여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최선 옮김 / 민음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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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건 그냥? 뭘까? 두께도 얇은데? 한번 읽어나 볼까?!...

작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슈킨'은 우리에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기에 조금은 친밀감(?)도 있었고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 무수한 작가들이 그를 스승으로 삼았을 정도로 러시아 문학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는데 정작 저는...

음...

천천히 알아가면 되는 거니까!

이 단편집부터 읽어보려 합니다.

당대 러시아인들의 사랑과 탐욕, 광기를 해학적으로 묘사

탁월한 이야기 솜씨와 정제된 형식미가 돋보이는 산문소설의 정수

벨킨 이야기 스페이드 여왕



우선 『벨킨 이야기』는 서문 '간행자로부터'에 이어 독립적인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었습니다.

작가는 이 다섯 편의 이야기를 쓴 사람은 '벨킨'이라는 인물을 내세우고 간행자는 벨킨의 이웃 지주가 보낸 편지를 통해 벨킨을 소개하면서 벨킨에게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간들-편협한 군인, 탐욕스런 장의사, 딸에 대한 집착에 눈이 먼 역참지기, 사랑에 빠진 귀족 아가씨 등-을 등장시켜 유머러스하게 방황하는 당대인들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을 땐 재밌다! 하고 넘겨버렸는데...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단순히 넘겨버릴 것이 아님을...

작가 벨킨은 인물들이나 화자보다 높은 위치에서 객관적인 거리를 가지고 그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제시한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삶, 그리고 그것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벨킨은 불행한 사람을 보고나 행복한 사람을 보거나 웃음을 잃지 않는데, 이 웃음은 독자에게 감염된다. 그 자신이 웃으면서 우리를 웃게 하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아이러니와 연관된 웃음, 즉 삶의 부조리와 모순성을 관찰하고 인식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웃음이고, 다른 하나는 유머와 연관된 웃음, 즉 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흐뭇한 미소를 띠게 하여 부조리한 삶과 화해하며 짓는 웃음이다. - page 185

모순적이고 불합리하고 복잡한 현실을 보는 따뜻한 이해가 담긴 웃음이 푸슈킨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였다고 하니 그의 탁월한 이야기 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하!」

무롬스키는 말했다.

「보아하니 너희들 일은 이미 다 끝난 모양이구나......」

독자분들께서는 결말을 묘사해야 하는 쓸데없는 의무에서 나를 놓아주시리라 믿는다.

I. P. 벨킨의 이야기 끝. - page 123

『스페이드 여왕』은 출세와 돈에 집착하는 '게르만'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게르만은 러시아에 귀화한 독일인의 아들로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유산을 조금 남겼습니다.

자기의 독립을 확고히 해야 할 필요성을 굳게 믿고 있어서 게르만은 이자도 건드리지 않은 채 급료만으로 살고 있었으며 자신에게 조금도 사치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경솔한 행동에 쉽게 빠져들지 않았는데...

그래서, 예를 들어 마음속으로는 도박꾼이면서 한번도 카드를 손에 쥔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잉여적인 것을 얻으려는 바람 때문에 필수적인 것을 희생할 처지가 아니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그렇게 말하곤 했다.) - page 143

그랬던 그가 꼬박 며칠 밤을 도박판에 앉아서 열병 같은 전율을 느끼며 도박의 승패를 지켜보게 됩니다.

그러다 백작 부인이 포커에서 반드시 이기는 비법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에 백작 부인의 양녀에게 접근해 마침내 백작부인에게 알려달라고 협박을 합니다.

하지만 그가 들이대던 총에 죽게 되고...

어느 날 꿈에 백작 부인이 나타나

「네 청을 들어주라는 명령을 받아서 왔어. 3, 7, 1을 차례로 걸면 이길 것이야. 그러나 하루에 카드 1장 이상은 걸지 않아야 하고 그후에는 일생 동안 도박을 하지 말아야해. 또 네가 내 양녀 리자베타 이바노브나와 결혼한다면 날 죽에 만든 걸 용서해 주겠어......」 - page 165

그렇게 카드게임을 진행하지만 마지막에 그가 건 카드는 1이 아닌 스페이드의 여왕이었습니다.

윙크하며 비웃는 것 같은 스페이드의 여왕.

게르만은 미쳐버렸다. - page 171

짧은 이야기였지만 강렬했던 『스페이드 여왕』.

인간의 탐욕과 광기가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이야기로부터 한방 먹었기 때문에서였을까!

푸슈킨.

이 매력적인 분의 다른 작품도 궁금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읽어야 할 책들이 있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고전이 무겁다, 어렵다고 여기는 이들에겐 이 책을 조심스레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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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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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첫 문장이 워낙 유명하기에 읽지 않았지만 안다는...

이렇게 막연히 아는 것보다 직접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동양적 미의 정수를 보여 준 노벨 문학상 수상작

전세계인들의 감탄을 자아낸 눈 덮인 니가카 지방의 아름다운 정경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한 일본문학 최고의 경지

설국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 page 7

너무 큰 기대를 해서였을까.

큰 줄거리도 없었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저에게 마치 물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 느낌이라고 할까.

투명하고도 아련하게 남았습니다.

주인공 '시마무라'.

그는 부모가 남겨 준 재산으로 무위도식하며 여행을 다니는 '한량'과도 같은 생활을 합니다.

그의 모습은...

그러나 그런 도회적인 것을 향한 동경도 지금은 이미 깨끗한 체념에 싸여 무심한 꿈이 되고 말아, 도시의 낙오자처럼 오만한 불평보다는 단순한 헛수고라는 느낌이 짙었다. 그녀 자신은 이를 쓸쓸해하는 낌새도 없지만 시마무라의 눈에는 묘하게 애처로워 보였다. 그런 사념에 빠져버린다면 시마무라 자신이 살아가는 일도 결국 헛수고라는 깊은 감상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그녀는 산 기운에 젖어 생기 넘치는 표정이었다. - page 39 ~ 40

눈의 지방에 와서 만나게 된 게이샤 '고마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그녀에게 관심이 간 그는 3년 동안 3번 이곳에 오게 됩니다.

시마무라의 부인이 도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쳐내는 듯하면서도 자꾸만 이끌리듯이 붙는 고마코.

자신도 모르게 늘 산골짜기의 드넓은 자연을 상대로 고독하게 연습하는 것이 그녀의 습관이었던 탓에, 발목 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고독은 애수를 짓밟고 야성의 의지력을 품고 있었다. 다소 소질은 있다 하더라도 복잡한 곡을 아고로 독학해서 악보를 보지 않고서도 자유자재로 켤 수 있게 되기까지는 강한 의지로 노력을 거듭했음에 틀림없다.

시마무라에겐 덧없는 헛수고로 여겨지고 먼 동경이라고 애처로워도 지는 고마코의 삶의 자세가 그녀 자신에게는 가치로서 꿋꿋하게 발목 소리에 넘쳐나는 것이리라. - page 64

한편 고마코에게는 약혼 비슷하게 된 청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청년이 아파 몸져 눕게 되고 그녀는 게이샤로 번 돈으로 그 청년의 치료비를 감당하게 되지만 결국 청년은 치료가 되지 않고 어머니의 고향에서 죽기 위해 내려옵니다.

'요코'라는 어린 여자애와 함께.

요코 역시도 사랑하는 일에 온몸을 던지는 순수한 모습에 시마무라는 끌리게 됩니다.

두 여자에게 끌리던 시마무라.

도대체 이 남자는 무엇인가...

그러나 결국 시마무라가 지닌 허무의 벽에 부딪히고 시마무라가 지닌 그 투명하지만 확고한 허무라는 거울에, 고마코와 요코의 열정적인 삶, 순수한 생명은 처연하리만치 선명하게 그려지게 됩니다.

정신없이 울부짖는 고마코에게 다가가려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로부터 요코를 받아 안으려는 사내들에 떼밀려 휘청거렸다. 발에 힘을 주며 올려다본 순간, 쏴아 하고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했다. - page 152

솔직히 인물들만 바라보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허무, 무력감에 둘러싸인 시마무라.

마지막까지도 '덧없는 헛수고'로 치부하는 그의 태도는 좀...

그럼에도 이 소설이 인상적인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라 할까...

하얀 설국에서 펼쳐진 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문장들이 덤덤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지는 건 왜일까...

한 편의 일본 영화가 떠올랐던 작품.

그렇게 그들은 또 살아갈 테고...

기차는 달릴 테고...

그곳은 눈이 쌓일 것입니다...

애처롭게...

처연하게......

사방의 눈 얼어붙는 소리가 땅속 깊숙이 울릴 듯한 매서운 밤 풍경이었다. 달은 없었다. 거짓말처럼 많은 별은, 올려다보노라니 허무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고 생각될만큼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별무리가 바로 눈앞에 가득 차면서 하늘은 마침내 머언 밤의 색깔로 깊어졌다. 서로 중첩된 국경의 산들은 이제 거의 분간할 수가 없게 되고 대신 저마다의 두께를 잿빛으로 그리며 별 가득한 하늘 한 자락에 무게를 드리우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맑고 차분한 조화를 이루었다.

...

그러나 산들이 검은데도 불구하고 어찌된 셈인지 온통 영롱한 흰 눈으로 뒤덮인 듯 보였다. 그러자 산들이 투명하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하늘과 산은 조화를 이룬 것이 아니었다. - page 40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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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단순하고 평범한 남자에게는 지금껏 받은 행복이로도 충분해.〉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생각했다.〈사람들더러 거기서 얼마든지 흉보고 난리를 치라지, 내여기서 보란 듯이 일을 저지르고 죽어버릴 거야, 저지르고죽어버리는 거야 인생에서는 모든 걸 겪어봐야 해. 맙소사, 정말 대단하군, 정말 멋지잖아!> - P52

〈인생에서 사람보다 더 소중한 건 없어!>감동을 받은 아그뇨프는 오솔길을 지나 쪽문으로 가면서생각했다.
<아무렴!>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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