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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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술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 작품을 보면 마음이 이끌리고 위로를 받곤 합니다.

그렇게 작품을 마주하다보면 어느새 예술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심상치 않은 삶 속에서 빛나는 작품을 만들어낸 과정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예술'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더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여기 예술 평론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로, 60여 년간 현대 예술가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류하며 그들의 삶과 작업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한 책들로 주목을 받은 '마이클 페피엇'이 추앙한 27인의 예술가들의 내면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예술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그려낼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어둡고 찬란한 매일을

'살아 낸' 이들의 이야기

불안하고 외로운 삶을 밝히는 창조적 행위에 대하여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반 고흐, 베이컨, 자코메티, 호안 미로, 앙리 미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고통스러우면서도 빛나는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삶이 곧 그의 작품이며, 그의 작품이 곧 그의 삶이다. - page 12


삶과 예술은 서로 미묘하면서도 때로는 자기 성찰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에

단순한 해석을 경계하고

예술가의 성장 환경, 생각, 삶의 태도, 인간관계, 창작 과정, 예술관 등을 살펴봄으로써

개인적인 삶이 어떻게 예술과 얽히는지를 탐구하고

예술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한 미학적 매개체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방식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이들의 이야기는 다시 만나면서 역시나!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 이들의 이야기는 뭉클함에, 찬란함에 감탄을

그렇게 이들의 이야기들로부터

예술이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음

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몇 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피카소의 그늘에 가려진 예술가 '도라 마르'

주체적인 성격과 냉정한 지적 식견을 지녔던 그녀는 피카소의 뮤즈와 연인으로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것 같았지만


"나에게 그녀는 우는 여자야. 수년간 나는 그녀를 고통받는 모습으로 그려 왔어. 그렇다고 사디즘적 관점에서 그리거나 즐거운 마음으로 그린 건 아니었어."


결국 피카소와의 관계가 끝나면서 수도사에 가까운 삶을 살아간 도라.

많은 이들에겐 우는 여자로 기억되어버린,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갔던 도라 미르.

그녀의 침묵이 그랬듯 그녀의 인생이, 작품이 이제는 그늘에서 벗어나 알려지길 바래봅니다.


교양과의 전쟁 '장 뒤뷔페'

'피카소가 20세기 전반기의 상징이 되었다면 앞으로는 그가 20세기 후반기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것이다.'

보통 사람의 가슴에 바로 가닿을 만한 미술품을 만들고자 했던 뒤뷔페.

그래서 주류의 미술이 아닌 비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며 순수하고도 독창적인 자신만의 미술사적 길을 창조하였는데


"예술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절대적으로 원시적이며,

빵을 갈망하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강렬한 것이다.

빵이 없다면 굶어 죽겠지만

예술 없이는 지루해 죽는다."


예술에 대한 틀을 깨주었던 장 뒤뷔페.

그의 작품이 지금의 저에게도 울림을 주는 건... 마음이 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하우 강제 수용소 이후의 창작 '조란 무시치'

레지스탕스 일원과 가까이 지내는 것과 그의 정치적 성향을 암시하는 다른 행동이 더해져 결국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트리에스테의 감옥에 수감된 뒤 다하우 강제 수용소로 이송되었던 그.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끔찍한 상황 속 그가 경험한 모든 고통과 치욕 중에서도 그를 괴롭히며 끊임없이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바로 '비극적 우아함'


다하우에서 죽은 이들을 기리는 무시치의 작품이 그토록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는 과장된 표현도, 복수심이나 분노의 흔적도 없다. 무시치는 그저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건 일어난 일이야. 일어나지 않았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일어나고 말았어." 사실을 전하지만 이야기로 풀어내거나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지휘관, 감시탑, 가스실, 생석회 무덤 같은 구체적인 장면을 묘사하지 않는다. 오직 이름 없는 시체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희생자들만이 놀라울 만큼 절제된 화풍으로 그려졌다. 마치 극도로 조용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소멸된 존재는 거친 결이 드러나는 캔버스의 표면에 희미한 흔적을 남길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감상자에게 '우리가 마지막이 아니다'라는 절대적인 진리이자 강렬한 경고를 남긴다. - page 294 ~ 295


과거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역사적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러주었던 조란 무시치.

그의 메시지가 지금의 우리에게도 굵게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여럿 예술가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지만...

그들의 작품도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작품을 찾아 감상하는 시간이 더 걸렸다는...!)


예술가의 목소리는 그 시대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우리에게도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선 그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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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우리 사람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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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67년 동안 25편 이상의 소설을 집필하며 현실 사회의 상충되는 도덕적, 정치적 문제를 탐구해온

20세기 인간의 의식과 불안을 기록한 최고의 작가이자 스릴러 소설의 대가

'그레이엄 그린'

당대에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와 문단의 찬사를 동시에 누렸다는 그를 이번에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1958년에 발표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범죄와 음모를 다룬 스릴러'라는 점에서 끌리지만 무엇보다

스토리텔러로서 뛰어난 재능, 탁월한 세부 묘사와 속도감 있는 서사, 현실적인 대화에 더해

가볍고 코믹한 접근 방식과 정치 풍자는 오늘날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데...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갈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쿠바 혁명 직전, 혼란스러운 도시 아바나

가짜 비밀 정보 요원의 유쾌한 활약상을 통해

냉전 시대의 정치적 혼란과 불안감을 그려 낸

풍자 소설 대가 그레이엄 그린의 대표적 스파이 스릴러


아바나의 우리 사람


쿠바 혁명 전 어수선하던 시절의 아바나.

그리고 그 속에서 17살 딸 밀리와 살아가고 있는 진공청소기 판매원 영국인 '제임스 워몰드'.

어느 날 호손이라는 자가 워몰드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연감들을 믿지 않습니다, 선생님. 정치 첩보 문제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청소기와 함께라면 선생님은 어디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가 먼짓덩어리를 분석하길 기대하시는 겁니까?」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드레퓌스 시절 프랑스 첩보의 주요 공급원은 독인 대사관의 폐지 통에서 폐지를 수거하던 청소부였습니다.」 - page 48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영국 비밀 정보부의 카리브해 요원(우리 사람)으로 일 해달라는 겁니다.

당연히 처음엔 거절을 했지만 사치스러운 딸과 살면서 돈이 궁했던 그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뭔가 해야만 해. 신원 조회할 사람들 이름을 주고, 보조 요원을 고용해서 그쪽을 기쁘게 해야만해.> - page 90


가짜로 요원들을 만들어 내고 거짓 보고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가 제출한 가짜 보고서는 현실 속에서 '진실'이 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워몰드 씨, 워몰드 씨, 애당초 이 일을 왜 시작한 겁니까?」

「당신은 그 이유를 압니다. 저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 page 234 ~ 235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당신의 삶은 다소 불안정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적이 아주 많아 보이더군요.」 - page 296


과연 워몰드의 가짜 스파이 행각은 발각될 것인가?

그의 마지막 행적까지 쫓아가 봅니다.


이 소설의 플롯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에서 영국 비밀 정보부원으로 일하던 1940년대였다고 합니다.

런던으로 돌아온 그가 이베리아반도에서 방첩 업무 부서에 배속되었는데, 그곳에서 포르투갈의 요원들이 보너스를 더 받기 위해 독일에 가짜 보고서들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써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영국이 세계에서 지니는 지위에 대한 자기 망상과 정부 부처의 무능함,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은폐물을 풍자하며 조롱하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몰입도 잘되지 않았고...

특히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의 캐릭터가 뚜렷한 느낌이 없어 이야기 흐름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었습니다.


그럼에도 책 속에서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으니


「당신이 저보다 충직하지 않나요?」

「당신은 충직해요.」

「누구에게요?」

「밀리에게요. 저는 돈을 주는 사람이나 조직에 충직한 사람에게는 조금도 관심 없어요...... 저는 심지어 조국조차 그리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핏속에는 많은 나라가 있어요, 안 그런가요? 하지만 사람은 한 명이죠. 만약 우리가 나라가 아니라 사랑에 충직하다면 세상이 엉망진창 될까요?」 - page 314


이 말은 단순히 소설 속에서 끝나지 않은 것 같아서 짙은 여운으로 남았다고 할까...!


아무튼 작가가 웃으며 즐기자고 쓴 이 책.

다시 읽을 땐 조금은 즐길 수 있을까. 

아니, 지금의 우리 사회가 더 웃기기에... 씁쓸함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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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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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이 끌렸던 건...

먼저 '아인슈타인'이라는데... 어려운 과학 이야기가 아닌 문학이라는 점에서 솔깃했었고

다음으로는 '구병모 강력 추천'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분이 추천을 했으니, 그것도 강력 추천이라면 믿고 읽을 수 있기에

눈길이 갔었습니다.

1993년에 출간되자마자 유수의 매체에 소개되고

뉴욕타임스에서 25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전 세계 30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5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모던 클래식'이 반열에 올라 그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세 번의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살만 루슈티가

"더 이상의 찬사를 생각해 낼 수가 없다"

고 극찬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이 소설.

그 매력이 무엇일까 저도 읽으면서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곗바늘은 평생 오른쪽으로 돌지만

시간은 결코 같은 궤도를 돌지 않는다..."

과학이 문학으로 변한 가장 아름다운 사례

30년간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시간에 관한 이 시대의 모던 클래식

아인슈타인의 꿈



멀리 아케이드에 있는 시계탑이 6기를 알린 뒤 침묵을 지킨다. 젊은이는 책상머리에 축 늘어진다. 오늘도 그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새벽에 사무실로 나왔다. 머리칼은 헝클어져 있고 바지는 너무 헐렁하다. 손에는 구겨진 원고 스무 장이 쥐여 있다. 시간에 관한 그의 새로운 이론으로, 독일 물리학회지에 오늘 우송할 참이다. - page 17

그렇습니다.

그는 바로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라는 명제를 최초로 깨뜨리고 상대성이론을 주창한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은

시간에 대한 상상력이 꿈결처럼 펼쳐지는 서른 번의 경이로운 시공간 여행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원을 그리며 무한 반복되기에, 우리가 아는 일들이 하나씩 순차적으로 일어났다가 다시 처음부터 반복되기도 하고

시간이 역방향으로 흐르면서 썩었던 복숭아가 다시 생생해지고,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서서히 깨어나 볼을 발그레 붉힌 채 사랑하는 가족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속도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결코 한자리에 서 있지 않고 더 많은 시간을 누리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꿈 속에서의 시간은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른 번의 꿈으로부터 저자는 우리에게

지금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시간을 살고 싶은지

에 대해 질문을 건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몽환적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런 세계 속에서 나는 어떨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고

결국 저 역시도 시간 속에서 유영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안다고 하는 '시간'은 결코 알지 못하는 것이었고

시간과 삶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면서

그 어떤 것보다 마주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이 책.

오랫동안 진한 여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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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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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담과 설화, 추리와 모험이 빚어낸 압도적 몰입!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재밌는 거에 또 재밌는 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어야 했습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모험과 미스터리.

그 속으로 저도 빠져보려 합니다.

전국 팔도를 떠도는 조선판 셜록과 왓슨의 등장

기이한 사건의 중심엔 늘 상처받은 사람이 있었다.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그 마음을 이해하고 껴안는 일.

기기묘묘 방랑길



원래 기상 시간보다도 한참은 이른 시각.

세도가의 서자 '효원'은 무언가 재미난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최 대감댁 금두꺼비가 사라졌다 합니다."

최씨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보물 금두꺼비가 글쎄! 스스로 움직여 도망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무슨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그래서 호방한 성격을 지닌 효원은 그의 오지랖으로 최 대감댁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그런데 문전박대를 당하게 된 효원.

그런 효원 옆으로 한 사람이 다가왔는데 바로 친우인 오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애정 섞인 감시 아래 제 뜻을 다 펼치지 못한 효원과 달리 오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효원에게 전해주곤 했었는데...

"얼마 전 약선의 집에서 하인 여럿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렸던 것 아는가?"

"그럼, 알다마다."

...

"하여튼 그때 그 일을 해결해 준 자가 아직 마을에 있다기에 이번 일도 그에게 물어볼까 하는데...... 내 공사다망하여 말이야."

"고, 공사가 다망하다면야 내 대신 물어봐 줄 수도 있네."

...

"뭐 하는 자라 하던가?"

"글쎄...... 이름이 사로라 했던가."

"더 재미있는 건 말일세."

"여우의 자식이라 하더군."

호기심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효원은 사로를 만나러 가게 됩니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새하얀 얼굴, 길게 묶어 내린 붉은 머리까지.

듣던 대로 범상치 않은 모습인 '사로'.

사로와 함께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이번 사건은 생각과 다른 사실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효원은 떠나려는 사료에게

"나도 데려가 줄 수 없겠나?"

저도 모르게 이 말을 내뱉게 되고...

그리하여 서로 다른 성격과 외모를 가진 두 사람이 조선 팔도를 떠돌며 기묘한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날개를 숨긴 채 살아가는 아이, 목각 인형으로 돌아온 어머니, 사람 흉내를 내는 쥐, 마셔도 계속 채워지는 술잔, 빠지지 않는 비녀못, 도깨비불이 감도는 집 등 기묘하고도 애틋한 이야기 이면엔 숨겨진 인간의 감정과 진심.

"가끔은 진실이 오히려 더 힘든 법입니다. 차라리 모르는 척하는 게 나을 정도로." - page 134

그리고 시간을 거듭할수록 드러나는 두 사람의 과거가 그려지곤 하는데...



"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다. 자기랑 다르면 다르다고 싫어하고, 같으면 또 같은 대로 흠을 잡어." - page 289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로.

그럼에도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치유하게 된' 사로.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세상 속에서 각자의 생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그 안에서 엉켜버린 크고 작은 매듭을 자신이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기를. 그것이 자신의 사명이자 살아가는 의미일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age 327

'사람'이란 존재에 대해 이야기였던 이 소설.

우연한 만남에 의미를 부여해 인연을 이야기하며, 묻지도 않은 마음 속 진실을 나누다가도, 서로를 물어뜯기도 하지만 결국 또 '서로' 살아가는 걸 보면...

이것이 '인간미'라는 걸까...?!

아무튼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역시나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선판 셜록과 왓슨이라 불릴 만큼 유쾌하고 신비로운 주인공 콤비였던 효원과 사로.

"세상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대답을 바라지는 않은 듯 효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이 방랑이 끝나도 여전히 알 수 없겠지. 그래도 나는 이 방랑길이 즐겁네." - page 191

이들의 방랑이 계속 이어지길 저 또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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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초대륙 - 지구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판구조론 히스토리
로스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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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

이 말이 넘쳐나기 전까진 무심코 넘어갔었는데...

이제는 직접 보고 느끼게 되니 그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촉망받는 지질학자 '로스 미첼'이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에서 지구 전체의 물리적 구조와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지질학에 대한 이해 없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만한 의미 있는 논의를 진척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그 어느 때보다 '지질 문해력'이 필요하다고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지구과학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꾼 판구조론의 역사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지질 문해력'을 높여보려 합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질 문해력이다!

다가올 초대륙



지금은 흩어져 있지만 한때 서로 꽉 맞물려 있었던 대륙.

판구조론의 창시자 알프레트 베게너가 '모든 땅'이라는 의미로 '판게아'라 명명하였지만 이는 초대륙이라고 불리는 반복되는 현상의 최신판이라 합니다.

지구가 존재해온 45억 년 동안 붙었다 떨어지며 적어도 두 개의 초대륙이 있었고,

다음 초대륙이 형성되기까지 앞으로 2억 년은 걸릴 테지만, 대륙이 충돌 경로에 있다고 전망하였는데...

저자는 이 책에서 다음 초대륙 지형을 노리는 주요 후보들을 제시하고,

판구조 운동에 여전히 남아 있는 현대 미스터리를 탐구하며,

대륙이 움직이는 원리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과학을 설명하며

우리에게

인간이 등장하기 전까지 판구조 운동은 주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조절했는데, 이는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이 같은 화산활동은 지구의 판들이 움직이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판구조 운동이 과거에 어떻게 온실 기후와 냉실 기후를 번갈아 일으켰는지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떻게 온난화를 완화할 수 있을지 깨닫게 될 것이다. - page 16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야 그 일부가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page 340

며 이로부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하게 해 주었습니다.

베게너가 모은 판게아와 대륙 이동에 관한 모든 증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대륙을 이동하게 할 이치에 맞는 물리적 기제를 알아내기 전까지는 '대륙 이동'이라는 개념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잠수함이 등장하고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판구조 혁명에 박차가 가해졌고

지질학계에서 판게아보다 훨씬 오래된 변성암을 발견하면서 다른 시기에 대륙 충돌이 있었음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훨씬 오래전 판게아 이전에 초대륙이 존재했음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판게아' '로디니아' '컬럼비아'

이 초대륙들에 관련된 연구와 논쟁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던 것 중 인상적이었던 '퇴적암'.

퇴적암은 지구 역사의 기록 보관소에 가장 근접한 존재다(귀중한 화성암과 변성암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퇴적암은 층층이 쌓이는 특성 덕분에 당시 발생한 사건을 상세히 기록해놓는다. 물론 화성암과 변성암도 연대를 측정할 수 있지만, 수십억 년 전에 형성된 암석의 나이를 가장 정확하게 측정한다고 해도 수백만 년만큼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반면에 퇴적물의 각 층은 이전 층 위에 쌓이기 때문에 위층이 아래층보다 더 젊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 이 같은 상대적 시간의 개념인 '중첩'의 법칙은 지질학에서 기본 개념이 되어 퇴적암에서 시간을 측정하는 데에 큰 이점을 제공한다. - page 196

그리고 먼 미래의 새로운 초대륙을 예견하였습니다.

오늘날의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가 각각 동쪽과 서쪽 해안을 마주 보도록 회전할 것이며

두 아메리카 대륙은 북극에서 아시아와 충돌할 것이며

오스트레일리아는 유라시아와 합류하게 되며 형성될 초대륙을

'아마시아'

라 명명하며 이로 인해 불러올 변화를 예측하였었는데...

정말 간만에 '지구과학'을, 그것도 '판구조론'을 마주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잠깐 배웠던 내용이 이렇게나 방대했음에 놀랍고 또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만약 이 내용을 학창 시절에 배웠다면 싫어했겠지만...)

그리고 마지막에 먼 미래이지만, 약 2억 년 후에 형성될 초대륙 '아마시아'.

우리가 아무리 기술적으로 발전하더라도 우리의 생활 방식을 크게 뒤흔들 것이라 하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아마시아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과학은 시간이 걸린다. 이는 좌절감을 주는 면이 있지만 동시에 구원하는 면도 있다. 과학은 이제 전 세계에 걸쳐 상호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로, 작은 네트워크가 광대한 규모로 확장됐다. - page 340

여러 세대가 횃불을 이어받아 아직 남아있는 '희망'의 불씨를 키우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의 초대륙에서 다음 초대륙으로의 이동.

이 과정을 밝히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중요한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대해, 지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책을 덮고 나서는 지적 갈증이 생겨났습니다.

앞으로도 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품고 관련 책들을 읽으며 안목을 넓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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