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뇌과학 -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나를 설명하는 뇌의 숨겨진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박문호 감수 / 다산초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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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말이 무섭게 들렸습니다.


"당신이 인식하는 '나'는 뇌가 만들어낸 가장 정교한 착각이다!"


그럼 난 누구인 건가...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다고 여겼는데 우리의 지각, 기억, 감정, 행동에는 뇌의 '무의식'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을 계기로 뇌의 숨겨진 작동 원리에 대해 이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의식은 뇌의 일부가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다


인간의 무의식적 행동과 충동을 파악하는

가장 독보적인 안내서


무의식의 뇌과학



예일대 뉴헤이븐병원의 신경의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엘리에저 J.스턴버그'

그는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의 근본적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를 목표로 

그동안 뇌의 행동 연구-새롭고 기발하지만 행동의 근원을 밝히기 위해 뇌를 살펴보지는 않는다-에 의존했다면

이 책에서는 인간의식에 대한 여러 질문을 연구하기 위해 '뇌'라는 블랙박스를 균열시킨 뒤 내부의 작동방식을 관찰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신비한 현상은 물론, 아주 일상적으로 내리는 결정의 밑바탕에도 뚜렷한 신경학적 회로가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회로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단편적 경험들을 하나의 원인으로 통합해 설명해 주고 있다는 사실도 밝히는데...


뇌의 의식계와 무의식계의 작동방식을 모두 추적하고

이 두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동시에 작동하는지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상호작용해서 우리의 경험을 만들어내고 자아의식을 유지시키는지

살펴보며


'나는 왜 이렇게 느끼고 행동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도록 해 주는 이 책.

여느 철학책보다 더 사유할 수 있었으며

마지막에 저자는 우리에게 숙제를 남겨주었는데...


뇌 연구가 발전할수록 블랙박스를 파헤치는 여정도 계속되어야 한다. 집단 아이디어를 충분히 활용해 사고와 행동 패턴이 신경과학 메커니즘에 꼭 맞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증거는 거기에 있다. 이제 빈틈을 채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 page 380


꿈, 습관, 기억, 환상, 다중인격 등 우리 삶과 밀접한 주제로 익숙한 경험부터 신경질환의 놀라운 사례까지, 

신경과학과 뇌과학, 철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무의식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었는데...


뇌의 무의식은 과거 경험을 회상하고 시연하는 방법으로 옛 정보를 시뮬레이션해 우리의 학습과 성장을 도와준다. 무의식은 방대한 기억 저장 창고에서 정보를 가져와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문제는 기억이 항상 믿을 만한 정보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은 기억에 의존해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렇다면 정보가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것이라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

무의식계의 논리에 따르면 뇌는 정보에 빈틈이 생길 경우 기억에서든 맥락에서든 정보를 끌어와 그 빈틈을 메운다. 하지만 정보의 빈틈이 지각의 빈틈이 아니라 기억 자체에 생긴 빈틈이라면? 무의식은 거대한 기억 저장 창고의 정보에 의존해 시뮬레이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창고에 구멍이 생기면 무의식은 그것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가? 이미 알다시피 뇌는 자체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다. - page 165 ~ 166


이로 인해 무의식이 우리의 행동을 설계하고 기억을 재편하며, 심지어 '자아'라는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는 사실이.

그래서

"당신이 '나'라고 믿는 자아가 뇌가 만들어낸 가장 정교한 착각이다!"

이 말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뇌의 무의식적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는 어쩌면 ''를 이해하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미스터리라고 선포되었던 것들.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들.

그리고 앞으로 채워질 진실들까지.

우리 삶의 방향이 또 어떻게 바뀔지 기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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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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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읽지 않아도...

이미 제목만으로도 '기쁨'을 얻은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이 책.

어떤 기쁨들이 있을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시집 『부끄러움 없는 감사의 목록』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로스 게이'

그가 전하는 '기쁨'이란 무엇일지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기쁨의 책


2018년 7월의 어느 날

기쁨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나누는 일에 즐거움과 매력을 느낀 나머지

매일 기쁨에 관한 에세이를 한 편씩 쓰면 근사하고, 심지어 유익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자신의 생일 8월 1일부터 시작해

초고는 빠르게 쓸 것

손으로 쓸 것

매일 기쁨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기

그렇게 매일 기쁨을 하나씩 1년 동안 쓰겠다고

나름의 규칙을 정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에세이를 쓰는 규율 혹은 연습이 일종의 기쁨 레이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슬픔이나 두려움, 고통이나 상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압도적으로 기쁨이 더 많아짐을 느끼게 되고

이제 이를 공유하고자 책으로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100여 편의 에세이.

친구에게 붙여 준 별명, 공항에서의 짧은 대화, 낯선 이와의 하이파이브, 정원에서 자란 식물의 생명력 등 

세심한 관찰을 통해 언어로 표현했던 기쁨들.

하지만...

마냥 기쁨만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흑인'을 향한 시선을 거침없이 서술하면서


그래서 뭐가 기쁨이냐고? 여러분이 한 흑인이 쓴 기쁨의 책을 계속 읽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은 기쁨의 책을.

공기처럼 매일. - page 217


그는 우리에게 일상에 스며든 편견과 폭력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의 이야기가 막 공감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응?

왜?

어......

그래도 그가 '기쁨'에 대하는 태도만은 배우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그가 했던 말들 중


여러분이 아마란스에 더 다가가 본다면, 밝은색 꽃들(차츰 옅어지며 라벤더색으로 변하는 불그스름하고 강렬한 분홍색) 속에서 꽃들이 씨앗들에 길을 내주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텐데, 꽃마다(벌들은 이 사실을 안다, 꿀벌과 발레리나들, 내가 볼 수 없는 많은 벌들.) 내 어림짐작으로는 씨가 수천억 개다. 씨가 꽃마다 수천억 개란 말이다. 꽃이 100송이쯤 되니까 그 말은, 이참에 내 수학 실력을 확인하라, 씨가 수십조 개란 것이다. 그 말은, 여러분의 계산기는 잠시 치워두고, 수십조 그루의 미래 식물들, 그 각각에서 얼마나 많은 꽃, 얼마나 많은 씨(이 중 일부는 지금 내 주머니 속 종이봉투에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가 나오겠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하급수적 성장의 실제 의미다. 이것이 내가 감사에 대해 탐구하는 이유다. 혹은 길가의 틈새 앞에서 표하는 감사의 의미다. - page 74 ~ 75


새삼 길을 걸을 때 고개를 숙이게 되었고 

아스팔트 사이에 피어난 작은 꽃들에 눈길이 갔었고 

미소 지으며 감사를 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오늘 아침이, 오늘 이 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기분.. 나누고 싶네요.


현실의 무게에 소소한 기쁨을 느끼지 못한 우리들에게 전한 기쁨들.

마치 세잎 클로버 같았던 이야기들.

덕분에 이제 맘껏 기뻐할 일만 남았었습니다.


기쁨은 어쩌면 무언가를 가리키는 우주의 거대한 손가락 같은 것일지 모른다. 아니, 기쁨은 우주의 거대한 손가락이 무언가를 가리킨 뒤, 그 무언가(그것은 십중팔구 이미 거기에 있었을 테고, 그래서 내가 인간의 손가락이 아닌 우주의 손가락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오호! 아니면 우아, 저거야! - page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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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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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2년 소설 『다이브』로 데뷔한 후

2023년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로 박지리문학상을,

개의 설계사』로 문윤성SF문학상을 수상하며 종횡무진 활약해온 '단요' 작가.

이번엔 이민 2세대 청소년 '주현'이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야기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다문화 시대에 진입은 하였지만...

여전히 거론되고 있는 차별, 편견...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선 우리의 인식부터 중요함을...!

과연 소설 속에선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불완전한 조각들이

엉키고 섞이면서 완성되는 삶


이 가면을 쓰고

나는 무엇이 될까


캐리커처

스리랑카 출신 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주현'

식당 사장이지만 시비 거는 손님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에 


"말도 이렇게 잘하면서 왜 못하는 척하냐고.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도 되는 거잖아. 왜 고모가 주방에서 나올 때까지 가만히 있는 건데."

엄마가 호호 웃는다.

"저 양반, 딱 봐도 깔보는 상대한테 한 소리 들으면 훨씬 더 심하게 꼬장 부리는 스타일이야. 좋게 좋게 하자는 말 모르니. 나쁘게 생각하면 주름진다. 이 나이에는 주름 하나하나가 다 돈인 거 알지." - page 11 ~ 12


그런 엄마가, 아니 이런 게 싫은 주현...

갖가지 말을 입속에 눌러 담은 채 엄마가 내온 우거지국밥 한 그릇을 먹으려던 찰나

고모가 커다란 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납니다.


"주현아, 이따 승윤이네 어머니 오시면 이거 전해 드려라."

"뭔데요?"

"한라봉. 항상 신세 지고 있으니까 감사 인사도 드리고." - page 14


사실 주현은 얼마 전부터 승윤네 부모님의 호의로 대치동 학원 주말 강의를 들으러 다닙니다.

처음 학원에 들어선 날 거의 기절할 뻔했는데...

강의실 전체에 새하얀 애들로만 채워져 있는 모습에 주현은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 동네 애들은 모두 '진짜' 한국인이고, 아빠들은 죄다 근사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집은 언제나 아파트다. 여기에 몇 번을 오더라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승윤 형이 돌연 낯설어졌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 낯선 감각은 처음부터 내 안에 있었다. - page 17


한편 주현의 학교에는 이민 2세대 청소년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주현과 동갑인 '요한'은 주현과 달리 목소리가 작고 소심합니다.

승윤의 비호 덕분에 무리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 않았지만 '동남아'라 부르는 게 불편한 주현은 승윤에게 항의해 보지만...


"하는 짓이 같아야 같은 대접을 해 주지, 노아가 요한이랑 같냐. 그래도 잘해 주려 노력하고 있긴 해."

"그런 별명을 붙이는 게 노력인가. 난 아니라고 보는데. 형도 호주 살면서 힘든 거 많았을 테니까, 이런저런 부분 생각해서 잘해 줄 수도 있는 거잖아."

승윤은 잠깐 아무 말도 않더니 단호한 어조로 으르렁댔다.

"야 인마, 그렇게 부르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너도 남아시아 할래?" - page 42 ~ 43


요한의 잘잘못을 떠나, 수많은 특징 중 가장 손쉽게 공격할 수 있는 부분은 왜 그의 '존재'에 대한 것일까...?


주현은 한국에서 나고 자라 자신의 정체성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지만 요한의 문제로부터 정체성에 대해 알고 싶었고

그래서 문학 과제에 스리랑카 내전을 다룬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을 소재로 제안하게 되고

이 소설로 친구들은 주현을 스리랑카 내전 사령관인 프라바카란에 빗대어 '반군 사령관'이라 부르며 치켜세웁니다.

장난스러운 선망의 눈길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이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는 주현...

게다가 승윤이 점점 과도한 것을 요구하면서 주현은 승윤과 아슬아슬한 관계에서 균열이 생기게 되는데...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반겨 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까?"


소설이 참... 묵직했습니다.

남을 가리킨 손가락 뒤 나머지 손가락이 가리킨 나에 대해...


책 제목처럼 '캐리커처'라는 의미에


내가 생각하기에 어딘가에 온전히 소속된다는 것은 캐리커처에 갇히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

캐릭터에 완전히 잡아먹히는 상황만 피할 수 있다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솔직히 인정하건대 그때그때 캐리커처를 갈아 끼우는 능력은 인생살이를 돕는다. - page 81


모두가 저마다의 가면을 쓴 채...


누군가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기 맨 얼굴을 보이려 한다면, 건방지다는 소리나 듣겠지.

왜 저만 이런 일을 당하나요? 불공평합니다.

너만 당하는 게 아니니까 가만히 있거라.

제가 더 심하게 당하는데요......

그런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내가 보기엔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나라 사람들은 소속감 없는 상태에 소속된 사람들 같다. 돈만 잘 벌면 되는 나라라는 건 그런 의미 같다.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하고, 분수에 맞지 않는 짓을 하려면 돈이라도 많아야 한다는 거다. 나는 그게 언제나 싫다. 우리가 아무리 가까워지더라도 너한테 허락된 배역은 이것이고, 네가 넘어올 수 있는 선은 딱 여기까지라며 세상 전체가 조용히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 page 82


'더불어 산다'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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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산사 - 10년 차 디자이너가 펜으로 지은 숲속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
윤설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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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찌는 듯한 더위가 언제쯤 끝날까... 했었는데...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놀러 가고픈 마음이 생기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관심이 생겼습니다.


산사라...

푸르른 숲과 함께 고즈넉한 사찰...

상상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는데...

벌써부터 지친 마음을 책에 기대어봅니다.


지친 평일을 뒤로하고 떠나고 싶은 주말,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주말엔 산사'


주말엔 산사

삼성전자에 10년 넘게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윤설희' 작가

원룸, 카페, 사무실... 도심 속 작고 네모난 공간이 아닌 '나만의 공간'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었고


우리는 포도알만 한 눈으로 세상을 인식합니다.

더 넓은 관점으로, 세상 속의 나를 인식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공간을 벗어나보기로 했습니다.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삶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age 8


이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전국의 산사를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2019년부터 주말마다 100여 곳의 산사를 직접 방문하고 취재했다는 작가.

그중에서 가장 각별했던 산사 7곳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펜 그림으로 산책하듯 담아낸 가장 각별했던 산사 7곳

수묵화를 연상시켜 은은한 아름다움이, 단아한 멋이 느껴지면서 

마냥 마음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당장이라도 산사로 가 가만히 머무르고 싶었습니다.

모든 산사는 저마다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저자는 그중에 '금산사'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고 하였습니다.

넓게 펼쳐진 마당과 산세와 어우러진 절의 배치.


제가 느낀 한국 고건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화'입니다.

주변이 시끄러우면 나도 목소리를 높이고, 떠드는 사람이 많으면

말을 줄이고 듣습니다. 상대방의 성격에 따라 대화의 주제나

성격을 바꾸기도 하죠.

건물에 머무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어떤 자연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대화하듯 건물의 크기나 각도,

재료, 위치 등을 정합니다. 수치화된 법칙을 두지 않고 그때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합니다.

금산사가 나누는 유연한 대화가 좋았습니다. - page 206 ~ 207


이곳은 10월 11월 단풍에 방문하면 좋다고 하니 언젠간 저도 이 책과 함께 방문하고자 합니다.

(쫌 멀어서... 선뜻 나설 수가 없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눈길이 갔던 곳이 아무래도 저도 가보았던 '봉은사'였습니다.

신라 시대 만들어져 1000년이 넘은 절이지만,

접근성이 좋고

절의 구조를 잘 갖추고 있어

일반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이 절을 이해하기에 좋은 산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매년 한 번씩은 찾아가곤 하는데...

저자가 남긴 이 말을 들으니 더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좋은 장소에 자리하며 멋진 풍경을 품은 산사도 좋지만, 그것만이 

중요한 건 아닌 듯합니다.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위치라면, 모든 사람이 쉽고 재미있게

불교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봉은사는 충분했습니다. 누군가는 너무 상업적이고 고즈넉함 없이

화려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봉은사는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것보다는 그것을 보는 내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것만 채우면 됩니다. - page 334


산에 있는 절 '산사'

세계의 수많은 절이 산에 있지만, 그래도 한국의 산사가 특별한 건 

70퍼센트가 산지인 한국은 산마다 절을 짓다 보니 세월이 흘러 산에 지은 절 그 자체가 하나의 건축양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산사를 통해 한국 건축의 깊이(역사)와 너비(지역)을 이해할 수 있기에

산사를 그저 관광지로만 찾기보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가 나를 이해하는 곳으로

인지하며 그렇게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가기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그동안 주말이면 그저 카페나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찾아다니며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라는 정체성을 잃어가곤 하였는데

다가오는 주말부터 '나'를 위한 공간으로의 여행을 떠나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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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 - 열기구에서 게임, 우주, DNA까지 거리와 각도의 놀라운 수학
맷 파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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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요즘 학교에서 '삼각형'을 배우고 있습니다.

정삼각형

이등변삼각형

개념을 같이 공부하면서 배우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어?!

이것은 운명인가!

그렇다면 지금은 삼각형에 빠져야 할 때가 아닌가!!


삼각형이라 하면 생각나는 '피타고라스 정리'

a + b = c

다른 공식들은 다 잊어도 이것만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데...

그럼 나도 수학을 좋아하는...?

삼각형을 좋아하는 거 아닐까...?!

헛된 생각을 잠깐이나마 해 보았습니다만...

아무튼!

삼각형의 매력이 무엇일지 한 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삼각형의 유용한 면과 필수적인 면,

그리고 쓸모없는 면까지 모두 보여주겠다"


수학자, 공학자, 록밴드는 왜 삼각형을 사랑하는가

단순하면서도 다재다능한 삼각형의 비밀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


수학을 대중문화로 확장하는 영국의 유쾌한 수학 커뮤니케이터 '맷 파커'

그는 이제껏 크게 주목받지 못한 '삼각형'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거리와 각도를 나타내는 기본 단위이자

다양한 형태와 수학적 패턴을 만들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도형으로

현실 세계를 만들고 지탱하는 가장 실용적인 수학적 도구

'삼각형'

거리 측정부터 도로, 건축, 스포츠, 3D 게임, 우주, 음악 세포까지

그야말로 


삼각형은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삼각형이다.


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우선 살펴보았던 건 아주 이른 시기에 기록된 수학 텍스트가 남아있는 이집트의 파피루스였습니다.

기원전 1550년 무렵에 아메스라는 서기가 수백 년 전의 오래된 문서를 베껴적은 '아메스 파피루스'

(그 원본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이름이 전하는 최초의 수학 저자가 아메스가 되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수학 문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푸는 계산 기술을 보여주는 고대의 수학 교과서로

살펴보면 다양한 피라미드의 경사면 길이를 계산하는 문제들(너무 전형적이라 오히려 진짜일까 싶은 느낌이 든다는 저자...)을 비롯해 농경지 면적을 계산하는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보았던 저자의 한 마디


삼각형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친숙했었던 건물의 높이를 재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원래 기원전 6세기에 필레토스의 탈레스라는 그리스인은 이집트 여행 중 기자의 대피라미드를 보곤 높이를 측정하고자 

피라미드와 자신의 키와 그림자, 막대기의 그림자를 이용해 측정했었는데...

이렇게 그림자를 사용해 물체의 높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그는 휴가 때 자와 지도를 들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한다고 합니다.

음...

이에 대해 저자의 변명 아닌 변명이...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내가 자와 지도를 들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건, 수학자들이 휴가를 보내는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행동일 뿐, 친구와 가족 들의 말처럼 "휴가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아니고, "현지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 page 32


정말 대단히도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던 삼각형 탐험기.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나 삼각형과 삼각법이 많이 쓰였나 싶었습니다.

또한 이를 이용해

삼각형 유리판으로 UFO 모양의 돔을 설계하기도 하고

수학 마니아인 DJ의 요청으로 특별한 디스크 볼을 만드는 등

어쩌면 다소 황당하게도 여겨질 수 있었던 일들이 신비롭게 이루어지는 과정이 흥미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사물

각도가 있는 곳

그중에서 오늘도 보았던 도로 위의 표시들이 책에서 보았기에 반가웠습니다.

이는 특정 지점에서 완벽한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애너모픽 아트'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이면의 기하학은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보다 복잡하지 않다. 빛은 직선으로 움직이므로, 보는 사람의 눈과 지각 평면에 맺히는 의도한 이미지 사이를 잇는 선을 삼각법으로 계산하면, 그 선이 실제 바닥 어디에 닿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지점에 그림을 그리면 보는 사람의 눈에는 떠 있는 그림처럼 보인다. 이 계산은 자동화할 수 있는 만큼 간단하며, 초당 60번씩 실행하면서 애너모픽 이미지를 실시간 비디오 스트림에 삽입할 수 있다. - page 360


그동안 삼각형을 단순한 도형으로만 여겼었는데...

어떤 물체든 삼각형 메시(또는 격자)로 표현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며

어떤 신호든 사인파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삼각형이 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심히 놀라웠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주변엔 무수히 많은 삼각형들이 존재하고 있을 텐데...

이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는 건 어떨지!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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