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영 언니, 나숙 씨, 다정 할머니는 풍요실버타운의 고인물 삼총사이다. 이들은 실버타운에 들어와 무료하게 생활하던 중에, 다른 입주자들이 골프 동호회도 만드는 등 활발하자, 소일거리로 돈을 벌고자 우연한 계기로 '할마시 탐정 트리오'팀을 결성한다. - page 9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 위치한 대규모의 요양센터 '풍요실버타운'.
안전 손잡이부터 시작해 지팡이로, 노인용 보조 보행기나 각종 유모차 형태의 워커로 발전하고, 휠체어에 타게 되면서 급기야는 인 베드 상태, 즉 침상에 누워 24시 간병을 을 받는 노인이 되어 생을 마감하는 다양한 타입의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
여기도 사회의 축소판이 되어 노인 입주자들 나름의 규칙과 생활 관습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저뭅니다.
그래도...
뭔가 생산적인 일이 하고 싶은 이들이 있었으니...
"저기 있잖아. 903호 장 여사 말이야."
"아, 타운 나간다 해서 김 실장이 주마다 복권 한 장 드린다는 분이요? 복권 당첨되면 나가서 후회 없이 살라는 말에 넘어가는 90세 호호 꼬부랑 할머니?"
가영 언니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으래, 김 실장 고단수 여우 짓에 넘어가는 왕언니, 그 언니가 사실 나한테 저번에 수영 수업 때 뭔가 부탁을 하긴 했거든. 돈을 준다면서." - page 50
장 여사의 '로또 복권 2장과 빈티지 앤티크 접시 도난 사건'.
첫 의뢰 사건을 맡으면서 이들의 탐정단 이르도 짓게 됩니다.
'할마시 탐정 트리오'
첫 사건은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고 여사 부부의 청년들이 월세를 1년간이나 떼먹는 '월세 미납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출장을 나오기도 하고 박 교장의 누드 사진으로 인한 '몸캠 피싱 사건'을 해결해 주는 등 안팎으로 이들의 활약이 펼쳐지게 됩니다.
한편, 풍요실버타운에 실종자들이 발생하고 이를 조사하던 중 메타버스 실버타운으로 시설이 전환되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될 거라는 무시무시한 음모를 접하게 되는데...
과연 할마시 탐정 트리오는 풍요실버타운을 지킬 수 있을지...
그녀들의 멋진 활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웃기면서 코끝이 찡한 느낌...
유쾌하지만 왠지 서글퍼지는 느낌...
누구나 늙고 병든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음에...
읽으면서도 가슴 한켠이 아렸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게 늙으면 사람들은 꿈도 희망도 사랑도 섹스도 없을 거라 단정 짓는다는 거지, 흥."
...
"가영 언니, 왜 아니겠어요. 정신과 몸의 불균형, 호르몬은 여전히 도는데, 신체는 노화되고 사회적으로 퇴물 취급을 하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여기 있는 거죠."
"우, 우리는 여, 여기 갇힌 게 아, 아니잖아요. 근, 근데 가끔은 갇힌 거 같아요..."
"갇힌 거지, 사회에서는 너무도 심심하고 밥 찾아 먹는 것도 힘들고, 생활비도 드니까 여기 왔지만 결국 노년들밖에 없잖아. 낮에는 그나마 김 실장 같은 직원들 청년도 있지만, 밤에는 정말 경비원 말고는 평균 연령 6, 70 이상, 90까지 지팡이들이야. 휠체어 직전의." - page 42 ~ 43
노인을 정의하자면, 매일 똑같은 일을 해서 얻는 성과가 터무니없이 적은 사람.
곧 죽을 식물, 그건 바로 우리다.
민상태 씨는 그걸 어떤 방식으로라도 깨려고 하다 큰 사건을 저질러 버렸다.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과하게 다른 사람을 억압하려 하고,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서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고 사람을 해쳤다.
그는 벌을 받을 것이다. 갇히는 벌.
청년들은 감옥이나 여기나 매한가지로 여기겠지만 아니다. 그곳에는 식물을 기를 자유가 없다. 그럼 그에게는 가장 고통이 큰 무간지옥이다. - page 147
누굴 비난하겠는가.
그전에 나 역시도 '노인'에 색안경을 끼고 있지는 않았는지...
요즘은 주변을 돌아보면 청년보다 더 멋지게 지혜롭게 살아가시는 시니어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을 바라볼 때면 오히려 어리다고 자만하는 우리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에서 판사, 교수 무슨 소용이야? 늙어서 은퇴해도 판사야? 여기서는 우리처럼 두 발로 서서 건강한 거 보여 주는 게 전교 일등 수능 1등급이라니까. 자 다들 어서 일어나자구. 다시 찍어야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오자." - page 324
화끈하고 지혜롭고 서로 돕고 재미나고 아기자기한 일상을 보내시는 할마시 삼총사 트리오.
그녀들의 앞으로의 활약에도 큰 기대를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