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방랑하며 곤충을 관찰하는, 그러고는 누구도 사건이라 생각하지 않은 순간 속에서 미스터리를 발견하는 아마추어 탐정 '에리사와 센'
책 속의 다섯 가지 에피소드
지진이 지나간 자리에서 마주친 유령의 정체 <매미 돌아오다>
교통사고와 상해 사건, 두 사건의 상관관계 <염낭거미>
관광지에서 사망한 외국인 청년 <저 너머의 딱정벌레>
과학잡지 작가의 실종과 빛나는 밤 <반딧불이 계획>
버림받은 병을 둘러싼 미스터리 <서브사하라의 파리>
에서 곤충의 생태를 알아차리는 예리한 '관찰자'가 되었다가 마음의 무게까지 함께 짊어지는 '동행자'가 되기도 하는,
여느 명탐정과는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첫 이야기였던 <매미 돌아오다>를 읽고 어? 혼란스러웠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미스터리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에...
마치 슴슴한 평양냉면과도 같다고 할까...
지극히 제 느낌이었는데 점점 읽으면서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어 책을 덮는 순간 왠지 모를 뜨끈함이 느껴졌다고 할까...
묘한 매력에 앞으로의 작가님의 작품이 기대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곤충으로부터 인간을 엿보게 되니...
그 시선 자체도 새로웠습니다.
우화를 위해 땅에서 나오는 '매미'에게서 죽은 자의 부활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라든지, 매미를 먹는 건 죽은 자를 기리는 공양의식의 하나로 여겨지는 것으로부터 해묵은 진실과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마주한다는 것이
'애어리염낭거미'의 어미는 새끼에게 자신의 몸을 먹이로 제공하며 생을 마치는 모습을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 연결하는 것이
똥을 태양으로 비유, 몸속에 특별한 나침반을 가진 '쇠똥구리'의 신비한 능력을 토대로 인간의 악의와 진심을 그려낸 것이
'반딧불이'의 빛을 내는 물질처럼 빛나는 것을 쫓아 이어진 사건들의 진실이
아프리카 수면병의 매개체가 되는 '체체파리'로부터의 병에 둘러싼 미스터리까지.
마냥 작은 생명체라 여겼던 곤충이 새삼 달리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왓더닛 What done it'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났는가'
'무엇이 사건인가'
를 파헤치는 그의 추리 끝에 도달했던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란 묵직한 울림 속에 저자는 우리에게
'무엇이 인간을 살게 하고 또 죽게 하는가?'
에 대해 넌지시 질문을 던지곤 하였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관습, 인간의 악의 등으로 우리를 죽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건 인간미가 있기에, 그리고 나를 이해해 주는 이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