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주 미술 여행 - 카이로에서 뉴욕까지, 일곱 도시의 미술관을 따라 떠나는 예술 여정
오그림 지음 / CRETA(크레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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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술관 여행이라...

이 점에서 끌렸습니다.

카이로에서 뉴욕까지,

일곱 도시의 미술관은 각각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을지 기대하며

저도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여행하듯 가볍고 즐겁게,

세계의 도시와 미술관을 거닐며 만나는

생생한 예술 이야기


세계 일주 미술 여행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의 카이로와 룩소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피렌체프랑스 파리일본 도쿄오스트리아 빈미국 뉴욕까지

총 6개국, 7개 도시를 여행하며

각 도시를 대표하는 미술관과 그곳의 예술 이야기

를 담고 있었습니다.

여섯 나라를 '여행'하는 콘셉트로

반드시 들러야 할 메인 미술관들을 소개했고

'Bonus Spot'에서 여행 중 놓치지 아까운 숨은 보석 같은 공간들을 소개하며

하나의 도시, 하나의 미술관, 그리고 예술 이야기를 건네며 우리에게

결국 미술관을 여행하는 일이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

을 일러주며 사유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마냥 그 미술관의 유명한 작품만을 이야기하지 않아 좋았고

공간의 이야기가, 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져 보다 시선을 확장시켜주었으며

예술의 여정이 우리에게 건넨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중세 미술부터 한참을 돌아 현대 미술에 도달했는데 다시 원시 미술이나 어린아이와 같은 그림 앞에 서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돌고 돌아 처음의 근본으로 돌아온 것이죠. 우리는 살아가며 늘 새로운 것, 다른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며 이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을 걸어온 역사의 흔적과 그 흔적을 담은 예술은 우리에게 다른 무언가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예술의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어떤 분야에서든 결국 가장 중요한 본질만 남게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page 243


'본질'이 무엇인지...


오늘날 존재하는 수많은 예술의 뿌리는 기원전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이집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오벨리스크 와 같은 거대한 건축물과 조각은 권력의 상징을 넘어, 인류 역사 최초로 집단적 상징을 시각화한 사례였고 사후 세계를 믿고 영원을 꿈꿨던 그들의 정신세계는 종교적 미술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렇기에 이집트 예술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한 고대문명을 아는 것이 아닌 인류 전체의 시각적 상상력의 근원을 이해하는 일이었는데...

이곳에서 전한 이야기는 우리가 한 번쯤 짚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집트의 문명을 보면 '발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전의 문명은 미개하고 오늘날이 더 발전한 상태라는 보편적인 인식에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죠. 발전의 형태와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기에 다른 표현으로 나타났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page 35


그리고 일본 도쿄로 넘어가 보고자 합니다.

도쿄 미술관 투어 콘셉트는 '도쿄에서 만나는 파리'였습니다.

사실 저도 의아했었는데...

그 배경은 1880년대 후반에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1855년부터 1937년 사이 프랑스에서 여덟 차례 개최되었으며,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전 세계 수십 개국이 참여한 이곳에 일본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의 인재들을 모아 참가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서구권 사람들이 일본이라는 세계 전도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의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특히 일본이 자국의 주요 예술 종목으로 내세웠던 도자기, 그리고 이를 감싼 포장지.

포장지에는 섬세하고 세밀한 표현이 일품인 우키요에 회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이 당시 빛의 색을 그렸기에 윤곽선도 없고 형태도 명확하지 않은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들을 주로 접해오던 유럽인들에게 우키요에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섬세한 그림이었고 모네나 고흐 등도 일본의 문화 예술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한 일본 작가들의 유럽 진출을 도왔던 사업가들이 모네, 르누아르와 같은 인상주의 회화를 컬렉팅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도쿄에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못지않은 인상주의 회화를 볼 수 있게 된 배경이라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미술관들 중 하코네 '폴라 미술관'과 함께 자리한 '조각의 숲 미술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는데...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 자연을 품은 작품, 그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의 가치를 아는 이들의 발걸음이 모아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곳으로의 여행.

언젠가 일본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방문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종착지였던 지평선 가득 펼쳐진 마천루와 허드슨강 너머 당당히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뉴욕'

19세기 후반, 철도, 철강, 석유 등 산업 자본이 집중되고 금융업이 성장하며 미국 경제의 심장으로 떠오른 뉴욕.

유럽의 예술품들도 대서양을 건너 이곳에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릭 컬렉션, 뉴욕 현대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 오늘날까지도 뉴욕을 세계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어주고 있는데...

그중에서 '미국 미술'의 맥을 짚어주는 '휘트니 미술관'


특히 주목할 부분은 휘트니 비엔날레입니다. 1932년에 시작된 휘트니 비엔날레는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언급될 만큼 권위 있는 행사입니다. 그 해의 사회적 이슈와 예술 트렌드를 실험적인 작가들의 시선으로 조망해 오고 있죠. 젠더, 인종, 정치, 정체성, 기후 등 동시대의 첨예한 문제들을 예술이라는 언어로 풀어내는 자리로, 이 비엔날레를 통해 주목받은 작가로는 에드워드 호퍼, 바바라 크루거,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기와 매체를 통해 '미국'의 정체성과 그 이면을 시각적으로 탐색해냈습니다. - page 391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칼더의 모빌'

마냥 바라보고만 싶었습니다.


칼터의 모빌은 움직임 자체가 곧 형식이자 내용입니다. 빛과 공간, 보는 이의 시점에 따라 매번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어느 곳에서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지가 무척 중요한데, 휘트니 미술관에 자리한 칼더의 모빌은 맨해튼 시내와 허드슨강이 오롯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자리합니다. 테라스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흔들리는 모빌과 그 움직임을 따라 반사되는 빛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모든 우연의 순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가 우리의 마음에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page 394


도시의 어느 거리에서,

여행 중 짧은 멈춤의 순간에서,

혹은 책 속의 한 문장에서

우리가 잠시 멈춰 바라볼 수 있다면 예술은 언제든 말을 걸어 온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주변을 바라보니 어느새 예술은 묵묵히 제 곁에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음 미술관, 다음 그림, 다음 여행지...

그곳이 어디든 함께 떠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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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편지
이머전 클락 지음, 배효진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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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반전과 감동의 가족 서사

이 말에 끌렸습니다.

연말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책의 두께감만큼 묵직이 다가올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진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감춰져 있던 충격적인 진실에

마침내 가까워지는 순간

낯선 편지

1987년

툭 하고 우편물이 현관 매트에 떨어진다. 몇 달간 귀를 곤두세우고 있던 터라 그는 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 page 8

아이가 엽서 한 장을 내밉니다.

침팬지가 새끼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하지만 그는 굳이 내용을 읽지 않습니다.

이미 무슨 말이 적혀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전에도 얘기했잖니, 카라." 그가 아이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우편물에 손대지 말라고. 아빠 거니까." - page 9

그리고 세월은 흘러 2017년.

"이젠 정말 나 혼자서는 못 해먹겠어!"

홀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카라'

2살 때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격한 아빠와 오빠 마이클과 살았던 카라는 미술을 전공하였고 이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당연히 도와주고 싶은데,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거 너도 알잖아..."

미안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오빠.

물론 런던에서 자리 잡아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냅다 달려올 수 없는 노릇이란 걸 알지만 아빠 문제에 대해 모든 걸 카라에게 넘긴 오빠.

결국 카라는 간병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안젤라 파팅턴 씨, 아니 호칭을 P 선생님으로 부르기로 한 카라.

P 선생님이 간병을 시작한 지 일주일쯤 지나자 그녀가 늘 함께 있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빠의 정신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언제 집안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감사한 P 선생님.

그러다 라디오를 듣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익숙한 물건을 만지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를 들어 아빠 물건들 가운데 추억이 깃든 보물을 찾으러 용기 내어 다락방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어릴 적 출입이 금지되었던 다락방.

이제 어른이고 여기는 내 집인데도 왠지 이곳에만 올라오면 뭔가 불안하달까...

앞쪽 다락방은 떠다니는 먼지와 거미줄만 있을 뿐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쪽에 있는 첫 번째 다락방과 달리 두 번째 방은 아빠 인생의 자취가 천장까지 꽉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적은 흰색 라벨을 붙여둔 종이 상자들.

여분 벨트 버클 같은 걸 가지고 있으며 굳이 라벨까지 붙여 상자에 보관한 걸 보니 역시...

아빠니까. 아빠는 삶의 모든 일을 완벽히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이 아빠에게는 더욱 가혹한 병이기도 하다. 살아갈 이유 자체를 앗아 간 셈이기 때문이다. 이 방은 아빠가 얼마나 철저히 모든 것을 통제했는지 보여주는 마지막 흔적이다. - page 67

그때 구석에 놓인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상자들과는 다른,

쇠로 되어 있고,

초록빛이 도는 칙칙한 회색에 큼직한 현금함처럼 보이는,

하얀 라벨도 없이 손잡이 한쪽에 오래된 수화물표가 매달려 있고

'A'라고만 쓰여 있는 이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언뜻 사진인 줄 알았다가 자세히 보니 엽서였습니다.

역시...

이게 엄마 물건일 리가 없지...


낯선 편지들...

1987년 3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이어진 엽서들.

엄마는 그해 2월에 돌아가셨는데...

그리곤 2002년을 끝으로 엽서도 끊겼습니다.

나는 엽서를 입술에 톡톡 치며 정신없이 요동치는 생각을 정리하려 애쓴다. 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에게 이런 엽서를 보낼 만한 사람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딱 한 사람, 절대 보낼 수 없었던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는. - page 71

엽서에 관해 아빠에게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하고

오빠에게 물어봤지만

"괜히 들쑤셔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우릴 버렸다면 죽은 거나 다를 바 없잖아. 제 자식을 두고 떠나는 사람이 어떻게 엄마야? 뭐가 됐든 다시 다락방에 처박아두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려."

과연 엽서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

엄마?

그럼 왜 우리를 두고 간 것일까?

이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고...

결국...

하아...

가슴으로는 이해를 하지만...

끝을 향해 갈수록 갑갑했다고 할까...?!

그럼에도 결국 '가족'이란...

그렇구나...

그렇게 그들은 또다시 나아간다는 것에...

낯설었지만 친숙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중에서 이 문장이 참...

가슴을 아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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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랑이 전설 대모험 100 - 전국 16개 광역 호랑이 탐험기
강효백 지음 / 좋은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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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에게 '호랑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무서운 맹수이자 정의로운 수호신,

인간의 벗이자 자연의 상징으로

호랑이는 우리 전설 속에서 신과 인간,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였습니다.

저에게 호랑이를 묻는다면...

호랑이 모습의 한반도 지도가,

옛날에는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대여하면 인트로에 등장하는 '호환마마'가,

'호돌이'가 떠오르곤 하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부터 호랑이 '더피'가 더 친숙하네요.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호랑이.

여기 각 지역마다 전해 내려오는 호랑이 전설을 한데 모은 책이 있었습니다.

호랑이의 발자취를 저도 한 번 좇아보려 합니다.

호랑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그리고

우리의 가슴 속에서 살아 있다.

한국 호랑이 전설 대모험 100


저자 '강효백'이 전국 228개 시군구를 직접 답사하며 전설을 찾고 정리한 방대한 기록의 호랑이 이야기.

전설과 역사가 결합되어 구전 설화와 현대 기록을 잇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며

각 지역별 전설에 담긴 인간의 사랑, 효심, 용기, 슬픔을 감동적으로 복원하였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래동화 속, 민화 속에서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나 호랑이가 천의 얼굴을 지니며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어떤 호랑이는 나쁜 사람을 벌주는 심판자였고

어떤 호랑이는 차간 이들을 지켜 주는 수호신이었으며

때로는 사악한 요괴로

때로는 변신하는 인간으로

이 책을 통해

"호랑이는 정말로 우리 곁에 있었다"

라는 사실을 몸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우선 제가 사는 '서울'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서울수도권오늘날 대한민국의 심장부이지만, 옛날에는 호랑이의 땅이었다고 합니다.

이 지역의 전설은 두려움과 함께 지혜와 유머가 살아 있었습니다.

꾀 많은 토끼가 호랑이를 속이고, 현명한 며느리가 범을 물리쳐 마을을 구하는 등

단순한 맹수가 아닌 삶의 스승으로 남아 있었는데...

그중 <흑석동 범바위 전설 - 호랑이의 슬픈 기다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아파트와 도로가 가득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이지만 예전엔 넓고 고요한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진 강마을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강가엔 거칠고 울퉁불퉁한, 어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깊은 구멍이 뚫려 있는, 마치 슬그머니 웅크린 호랑이 모습과도 닮아 '범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있었는데...

때는 조선시대 중엽.

가난하지만 마음씨 곧은 한 낚시꾼이 이른 새벽 낡은 낚싯대를 메고 한강변으로 갑니다.

아이 둘 딸린 집은 요 며칠 쌀이 떨어졌고, 부인은 병치레 중이기에 무엇이든 잡아야했던 그.

한참을 기다리니 눈이 부실만큼 반짝이는 커다란 금빛 잉어를 잡게 된 것입니다.

기쁨과 안도도 잠시,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모래바람과 눈발이 몰아칩니다.

그리곤 깊은 슬픔을 품은 듯한 눈동자를 지닌, 움직임엔 위엄과 조심스러움이 섞여 있는 호랑이가 그에게 다가오더니 앞발을 천천히 내미는 것입니다.

으르렁거리지도, 날뛰지도 않고 조용히 낚시꾼과 잉어를 번갈아 바라보는 호랑이.

하지만 두려웠던 낚시꾼은 도망을 치다 범바위 속에 숨게 되고

호랑이는 바위 앞에 조용히 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한참을 바위를 바라보게 됩니다.

하루, 이틀, 사흘...

결국 그는 바위 속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게 되는데...

"그 잉어는 호랑이가 100년 전 인간으로 살던 시절, 사랑하던 아내의 환생이었단 말도 있소."

"범은 오직 그 잉어를 돌려받고 싶었을 뿐이라지."

호랑이의 눈빛이, 진실을 아무도 모르지만...

한강을 걷다 잠시 멈춰 섰을 때, 당신 귀에 호랑이의 낮고 슬픈 숨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물속 어딘가엔 아직도 금빛 잉어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눈빛이 아련히 그려지곤 하였습니다.

백두대간이 이어지는 중원 지역, 교통의 요지이자 문화의 중심지였던 세종과 충북.

이곳의 호랑이는 길을 열어 주는 안내자이자, 효자와 선비의 충정을 시험하는 존재였습니다.

인간은 두려움 속에서 용기와 지혜를 배웠는데...

<호랑이가 지킨 효자, 김사준 - 세종의 전설>을 이야기해 보자면...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정치 참극, 계유정난의 생존자였던 김사준.

그는 권력과 명예 대신 '효'를 선택해 다섯 형제 중 누구보다 아버지를 극진히 모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김백곤이 병상에 누운 채

"사준아... 연근이 먹고 싶구나..."

이 한마디에 김사준은 한겨울 연못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하늘에 기도를 하는데

"연못이여 열려라... 연근이여 솟아나라... 아버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 내 생명도 바치겠다..."

그 정성을 알았는지 일곱 번째 날, 해가 지기 직전 연꽃의 줄기가 떠올랐고 연근을 들고 아버지에게 달려갑니다.

그 후 아버지의 병세는 호전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역시나 김사준은 예법을 지켜 산소 옆에 움막을 짓고, 무려 3년간 시묘살이를 시작하는데...

거대한 호랑이가 조용히 김사준의 옆에 엎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산신령께서... 내 마음을 들으셨구나..."

여름이면 벌레를 쫓아주고, 겨울이면 추위를 막아주었던 호랑이.

시묘살이를 마친 날, 호랑이는 조용히 뒷산 너머로 사라졌는데...

지금도 세종시 전의면 양곡리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고 합니다.

"진심이란, 결국 하늘도 짐승도 움직인다"

이 진정성 있는 이야기...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저자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호랑이를 단순한 옛이야기로가 아니라,

한국인의 혼을 상징하는 살아 있는 토템으로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의 바람이 저에겐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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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제인 오스틴 365 - 하루 한 문장, 제인 오스틴을 오롯이 만나는 기쁨
타라 리처드슨 지음, 박혜원 옮김, 제인 오스틴 원작 / 알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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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뒤를 이어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로 꼽힌 '제인 오스틴'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세대를 넘어 울림을 주는 특유의 재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오만과 편견》, 《에마》, 《설득》 등 여러 번 영화화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고전을 좋아하지 않는 저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아보자면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특히 《오만과 편견》은 여성들의 삶을, 섬세하면서도 재치 있게 표현하여 두께감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며 읽었었고

재독까지 하는 몇 안 되는 작품이랄까...

내년에는 '필사'를 꾸준히 해보고자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2026년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매일매일 만나게 될 제인 오스틴의 문장들.

그녀가 건네는 따뜻한 목소리가 기대되었습니다.

인간 본성과 사랑의 복잡함을

놀라운 통찰과 재치로 풀어낸 문장들.

당신의 하루에 제인 오스틴을 초대하세요!

매일매일 제인 오스틴 365



이 책은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에마》, 《맨스필드 파크》, 《노생거 사원》, 《설득》은 물론

사후 출간된 《레이디 수전》,

미완성 유작 《샌디턴》과 《왓슨 가족》,

어린 시절의 실험 정신이 담긴 초기 습작 모음집 《쥬베닐리아》,

그리고 오스틴이 가족·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까지

그녀의 거의 모든 작품 속에서 엄선한 365개의 문장과 함께 짧은 해설을 통해 우리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존심과 용기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나답게 산다는 건 어떤 선택을 의미하는가?"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게 해 주었습니다.

365일 이 책과 한다면 삶이 참 풍성해지지 않을까...

제가 필사를 결심하게 된 건

어제보다 오늘을

오늘보다 내일을

'나'로써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냥 필사하는 것보다는 사색의 시간을 갖고자 함이었는데 제인 오스틴의 문장들은

마치 작가와 단둘이 수다를 떠는 것 마냥

시대를 건너더라도 공감할 수 있었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기에

다시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고 싶었습니다.

알고 보니 내일 12월 16일이 제인 오스틴 탄생이었습니다.

책에서도 엿볼 수 있었는데...



제인 오스틴, 당신이 태어나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슬쩍 제 생일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맨스필드 파크》에서의 문장이었습니다.

읽어보지 않았는데...

이 문장을 보니 이 소설 속 인물은 그동안의 여성과는 다른 느낌일까...?!

아직 제인 오스틴을 만나보지 않았다면 이 책으로 맛보기 해보는 건 어떨지...!

펼쳐보는 재미가 있었고

읽었던 소설이라면 그 상황이 그려지면서 왠지 모를 친밀감이

모르는 소설은 호기심을 자극한

얼른 내년이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까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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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제인 오스틴 365 - 하루 한 문장, 제인 오스틴을 오롯이 만나는 기쁨
타라 리처드슨 지음, 박혜원 옮김, 제인 오스틴 원작 / 알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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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책으로도 좋은, 제인 오스틴의 명문장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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