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의 맛 - 피아노 조율사의 우리 국수 탐방기 피아노 조율사의 탐방기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 / 린틴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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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차 피아노 조율사이자 『경양식집에서』 『중국집』을 쓴 '조영권' 작가.

마치 '고독한 미식가'의 한국판과도 같은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곤 하였는데...

드디어 신작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숨은 국숫집 탐방기'라 하였습니다.

전작과 같이 담백한 만화와 에세이, 사진으로 엮고

피아노 조율사의 우리 식문화 3부작, 완결편이라는데...

아껴 읽고 싶었지만 궁금함에 펼치게 된 이 책.

그의 비밀 수첩을 엿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율 의뢰가 오면 어디든 달려가는 피아노 조율사,

데엥, 뎅- 불협화음을 바로잡고 나면 작은 수첩을 꺼내 든다.

알 수 없는 상호와 메모, 전화번호들.

그는 서둘러 걸음을 옮김다. 오늘의 국숫집으로 -

국수의 맛

피아노 조율사인 그는 조율 의뢰가 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갑니다.

음이 맞지 않은 피아노를 손으로 고치고, 소리를 바로잡아주면 다시 맑고 고운 소리를 내게 되는데...

이번 국숫집 탐방은 여느 때와는 달리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현들이 마치 국수 같구나."

조율을 마치고 나면 그는 조그만 수첩을 꺼내 듭니다.

볼펜으로 적은 깨알 같은 글씨들이 있는데 거기엔 알 수 없는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 '제물국수'니 '올챙이국수'니 하는 음식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제 조영권 씨는 그 수첩을 보고 발걸음을 재촉하게 됩니다.

책 속엔 전국 곳곳의 보석 같은 국숫집들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그곳엔 흔히 먹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칼국수, 막국수, 냉면뿐만 아니라 건진국수, 제물국수, 오징어두부국수 등 생소한 이름의 국수와 우리식으로 정착하거나 개발된 짜장면, 우동까지 29가지의 국수가 우리의 위장을 자극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알게 된 경상북도 안동의 <골목안손국수> '건진국수'

만수무강을 비는 음식이라는 뜻을 지닌 건진국수는 여름철에 손님 접대에 많이 올리는 명물 향토 음식이라 합니다.

본격적으로 국수를 살펴보면

면에는 콩가루가 들어가 밀가루 면보다 더 고소하고

국물은 옅은 멸치 육수로

은은함에 고소함과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국수라 하였습니다.


얼음이 들어가지 않은 찬 국수와 밥을 반찬과 함께 먹는 건진국수, 지치기 쉬운 여름철에 고루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안동 지역의 지혜로움이 엿보인다. 또 여름이 오면 이 국수가 문득 생각날 듯하다. - page 172

그동안 저에게 여름의 국수로는 '콩국수'였는데 올해부터 건진국수를 추가로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전작 『중국집』이 나올 만큼, 최근 <유퀴즈>에서도 짜장면 미식가로 나와 30년간 최소 3,000곳의 짜장면 집을 방문했다고 밝혔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짜장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구 화전동의 <해주분식> '풀짜장'

10여 년 전 인연이 된 고객으로부터 피아노 의뢰를 받게 된 그는 울산에 갔었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광명역으로 가는 표를 끊고 커피를 마시던 중

"까만 커피를 보는데 갑자기 까만 짜장면이 떠오른다."

갑자기 해주분식의 풀짜장이 떠올라 홀린 듯 동대구역에 간 그.

풀짜장이 무엇일까...?

풀처럼 걸쭉한 모습, 이게 풀짜장이구나. 뻑뻑하지만 잘 비벼지는 면을 살펴보니 건면을 삶은 것이다. 크게 한 젓가락 떠 입안 가득 머금으니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진다. 초등학교 시절, 저녁 때 가끔 어머니가 분말 짜장에 감자와 물을 섞어 장을 만들어 칼국수면에 올려주시는 날에는 배가 터지도록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이 어릴 적 짜장면에 관한 선명한 내 기억이다. 해주분식의 풀짜장에서 그때 그 기억과 맛이 났고, 감정적으로 목이 메는데도 부드럽게 잘 넘어가서 더부룩하거나 속이 불편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가락국수면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끊어진다는 것은 밀가루 반죽에 화학 첨가물이 없음을 말해준다. 무를 썰어 넣어 시원한 맛과 자연스러운 단맛이 나고, 감자가 들어가서 수분이 생기지 않으며 풀처럼 걸쭉해 마치 죽을 먹는 듯 하기도 하다. - page 69

추억을 떠올려주었다는 이 음식.

이 음식의 맛도 궁금했지만 새삼 저도 추억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아니 그냥 엄마가 해 주신 밥 한 끼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이젠 속이 쓰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아...

배고프다...

저도 밥 먹으러 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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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삶을 열다
정혜윤 지음 / 녹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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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된 에세이라 선뜻 짚었습니다.

전작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을 읽으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힘을 얻고 살아갈 이유를 깨닫곤 하였었는데...

이번엔 작가님이 어떤 이야기로 어떤 울림을 선사해 주실지 기대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

제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어느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

앞날이 두려운 사람이,

상실감에 젖어 있는 사람이,

어두운 예감에 사로잡힌 사람이,


문장 안에 있는 힘을 발견하고

문장을 붉은 실 삼아 가슴의 상처를 꿰매려고 할 때,

문장을 유일한 친구 삼아 스스로 다짐을 할 때,


문장은 내 이야기가 된다.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이 책은 저자가 책을 통해 변신하게 된 순간들의 기록이자 그가 사랑하는 작가들에 대한 헌사였습니다.

바베트의 만찬』에서 천재 요리사의 손을 들여다보면서 자유와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순간을

모비 딕』을 다시 읽으면서 감탄할 줄 아는 인간으로 변모하게 된 순간을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을 읽으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어떻게 현실을 다시 재구성할 수 있는지 깨달은 순간을

칼비노의 작품을 읽고 현실의 무거움에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운 순간을

잘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려고 『호라이즌』을 쓴 베리 로페즈를 따라 "서로를 위한 이야기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을...

책을 덮고 난 뒤 삶 속으로 문장들을 불러와 '나'를 완성해가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의미를 또다시 일러주었던 정혜윤 작가.


우리는 읽는다. 외롭고 괴롭기에. 우리는 읽는다. 도움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읽는다. 희망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읽는다. 길을 찾길 원하므로. 읽기는 마음속에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가슴에 아름다움이 있는 채로 살아낼 수 있다. 독자인 우리의 삶은 어디에 있는가? 읽은 책 너머, 쓰인 책 너머, 아직 읽히지 않은, 쓰이지 않은 우리의 삶이 있다. - page 179 ~ 180


무엇보다 이 책이 더 의미가 있었던 건 제목처럼 '삶'에 더 의미를 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곤 또다시 전작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의 연장선과도 같이 느껴졌었는데...

결국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고

따스한 안부를 주고 힘을 주었으며

그 모습으로 세상에 참여하면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그렇기에 책을 읽고 자신을 대면하고 돌아보고 자신의 진실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뜻깊은 일로 여기고 삶과 연결시켜야 했습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읽을 땐 방대한 양에, 특히나 고래학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당황하게 되었었는데...


생명이 신비롭다는 생각이 어찌나 강력하게 가슴에 박혔던지 나는 이제 얼핏 본 낯선 사람의 피로에 절은 등판, 축 늘어진 어깨, 실망에 익숙해져가는 얼굴, 문 닫힌 가게, 언제나 약간씩 잘못되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슬픈 자매애를 느낀다. 나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삶을 견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만히 '누리기'를 바라게 되었다. - page 56


나는 사랑하는 것을 보면서, 사랑하는 것을 지키면서 힘을 내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한 가지를 더 배우고 있다. 워즈워스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학생이다. 사랑에 빠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기 속에 있게 되고 이 사랑은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 일어난 일이 나로 이 일이었다. 나는 이제 고래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 page 57


다시 고래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저자를 통해 알게 된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늘 이야기와 연결시킨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아는 것은 내가 무엇에 영향을 받는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에 건드려지는 부분을 '존재의 핵심'이라고 부른다. 이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든다. 마음이 운명과 관계를 맺게 만든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나를 변하게 할 힘이 있다. 나를 사랑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신시킨다. 나는 슬픈 사람의 아름다운 자아를 사랑한다. 아무리 가슴 아픈 일이 생겨도 아름다움은 여전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page 90 ~ 91


슬픔.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다(시몬 베유의 표현을 빌리면 "햇빛처럼 모든 사람에게 관여"하는 슬픔). '그러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슬픔, 아름다움, 운명, 이 셋이 본질적으로 삶에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야기에 아름다움을 집어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다 찾아야 하고 붙잡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다 붙잡아야 한다. 나는 슬픔에 아름다움이 섞여 개개인의 운명이 만들어지는 것을 커다란 애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많은 날, 많은 순간 마음이 짠하다.

알베르 카뮈의 말이 생각난다. "펜을 바다에 담가 부드럽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그런 펜으로밖에 쓸 수 없다. 나에게도 이 한 번뿐인 삶에서 나를 실현할 방법은 '그러나 아름다운'뿐이다. - page 100 ~ 101


그러나 아름답다는 말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게 울리고 또 울렸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선뜻 책을 덮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해서...

덮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우선 책 속에 소개되었던 책들을 하나둘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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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유해성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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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맞추는 쾌감보다는 그 과정에서 오는 찌릿, 아니 묵직함을... 그동안의 미스터리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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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흐르는 Dear 그림책
변영근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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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동안은 활자 중독처럼 글자를 좇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몸이 아프게 되면서 잠시 쉼이 필요했었습니다.

글자보다는 잔잔하지만 울림을 선사해 줄 무언가를 찾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섬세한 수채 그림이...

저 푸르른색들이...

마냥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과연 저 청년은 무엇을 찾아가는 것일까...

그 여정에 저도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낮게 흐르는 물처럼

나를 발견하는 여행


낮게 흐르는

소규모 투어로 도착한 어느 숲의 유명한 폭포.

사람들은 아름다운 경치를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청년도 몇 장의 사진을 찍곤 돌아오는데...


그러곤 혼자 폭포를 찾아 나서기 시작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결국 걷기로

자신의 속도로

잠시 멈춰 주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됩니다.

뜨거운 태양 하래,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에 몸을 씻은 뒤 청년은

또다시 길을 찾아떠나게 됩니다.

초록이 점점 물들면서...


글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림 하나하나가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 그림들마다 글이 있었다면...

이렇게 그림에 집중하며 내 안의 이야기도 꺼내어 읽을 수 있었을까...!


시끌벅적한, 빠르게만 흐르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속도를 찾는다는 거...

어쩌면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과부하가 걸리더라도 그저 열심히만 달리다 그만 고장이 나버린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는데...

이게 맞는 걸까......

자꾸만 책 속의 청년에 제 모습을 투영하곤 하였습니다.

결국은 잔잔히,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 물처럼 우리도 결국 나 자신으로 돌아가야 함을.

찬찬히 되짚고 새겨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제 눈에 띄는 곳에 이 페이지를 펼쳐 놓았습니다.

나아가는 길에

저도 저 초록에 조금씩 물들이고 싶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이가 있다면 가만히 이 책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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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흐르는 Dear 그림책
변영근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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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춰 서 이 책에 마음을 기대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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