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요!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3
엠마 야렛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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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필드 어린이 도서상, 옥스퍼드셔 그림책 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한 베스트셀러 작가 '엠마 야렛'.

우리 아이들이 최애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입니다.

아무래도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같이 논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제일 많이 책장에서 소환되었었고

잘려 나가거나 구멍 난 페이지에 손을 넣다 보면 찢어지기 일쑤였고

읽을 때마다 찾는 재미에 빠져들었던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시리즈.

드디어 4번째 얌얌이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역시나 아이들이 먼저 반응을 하였던 이 책.

이번엔 어디 어디 숨을지 저도 한 번 찾아보려 합니다.

얌얌아! 어서 돌아와!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는

이 늦은 시간에 대체 어디 갔을까요?

잘 자요!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어느 늦은 밤.

얌얌이 집을 열어 보니,



코 잠든 줄 알았던 얌얌이가 사라졌네요.

어디 갔을까요?

어머나!

잠자리 동화책을 마구마구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미운 오리 새끼> 속에 들어간 얌얌이는 다른 오리들과는 생긴 게 완전히 다른, 유난히 노랗고 복슬복슬한 털이 난 아기 오리?!

이 녀석은 늘 배고파서 동화책을 먹는 이상한 도깨비일까요?

아니면 커서 아름다운 백조가 될까요?

<신데렐라> 속에 들어간 얌얌이.

앗! 저기 보이네요!



신데렐라와 왕자님이 무도회장에서 함께 춤을 추는 그때 무엇인가 나타나 시계에 철컥!

두 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얌얌이로 무척 당황했을 거예요.

얌얌아, 이번엔 또

어디로 가는 거니?

자장가 <작은 별> 안에 들어간 얌얌이.

별까지 먹어 치우다니!

얌얌아, 이제 그만 돌아와!

'코~' 잠들 시간이야!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치는 얌얌이.

과연 잠자리에 들 수 있을까요...!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서 읽었었는데...

읽고 나서 더 눈이 말똥거리며 얌얌이를 찾겠다고...

이게 아니었는데...

더 화려한 플랩북으로 돌아온 '책 먹는 도깨비'.

저도 같이 책 넘기는 재미에 빠져들었었습니다.

뭐든지 먹어 치우는 얌얌이.

옛날이야기, 공룡 책, 백과사전.

다음엔 어떤 책과 함께 나타날지 기대하며 아이들은 가지고 있던 얌얌이를 다시 꺼내들고는 또다시 얌얌이를 찾으러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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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살 임금님과 명랑소녀 미피티 - 고정욱 선생님이 새로 쓴 미피티와 동물 친구들 이야기
Warren Timms 지음, Elena Strikhar 그림, 고정욱 편역 / 명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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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너무나 빠르게 흐르고 있겠지만...

저에겐 아직도 방학이라는 사실에...

그래서 더 아이와 함께 읽을 책들을 찾아보곤 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그림이 참 귀엽고 발랄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하여 새로운 스토리로 각색한 고정욱 작가님께서 코로나19 이후 어린이들에게서 자기주장과 자기 생각이 많이 부족해졌음을 느꼈고, 어린이들의 용기를 북돋아 줄 이야기를 생각하던 중 마침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고 이렇게 지금의 우리들에게 전해주시니 안 읽을 수 있을까!

또다시 아이를 불러 같이 읽어보자고 제안 아닌 제안을 건네봅니다.

말괄량이 삐삐와도 닮은 명랑소녀 미피티.

이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주름살 임금님 vs. 명랑소녀 미피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주름살 임금님 명랑소녀 미피티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는 주름살 임금님.

경치 좋은 발코니에 나와도, 고양이와 파랑새가 재롱을 피워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이 든 시종장 제이슨이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임금님, 성을 대청소하시면 기분이 좋아지실 겁니다."

"과연 그럴까?"

"미피티라는 소녀가 청소를 잘한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청소가 취미인 명랑소녀 미피티.

미피티에겐 동물 친구들이 있었는데

마법에 걸린 청개구리 왕자

꽃들에게 음악을 선사하는 노랑나비 스위티

미피티가 움직이면 언제건 달려와서 태워주는 멋쟁이 백마 페가소스

이들과 함께 기쁘게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성에서 심부름꾼이 찾아와 미피티에게 성을 청소해달라는 임금님의 부탁을 건넵니다.

기꺼이 승낙하며 동물 친구들과 함께 성으로 달려갔는데 임금님은 미피티를 보자마자 인상을 씁니다.

"나는 개구리를 싫어해!

왕자가 집나간 지 오래야!

북을 치고 노래하는 것도 싫어해!

말은 내 성 안에 들어올 수 없어!"

동물도 지저분한 걸레도 성 안에 들이지 말라며 호통치는 임금님.

도와주려고 왔지만 막상 꾸지람을 들은 미피티.

속상했지만 다시 용기를 낸 미피티.



미피티의 설득에도 임금님은 꿈쩍하지 않고 화난 표정으로 호통을 치는데...

과연 미피티와 동물 친구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용기 있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 미피티.

그리고 미피티와 동물 친구들이 보여주었던 우정.

짧지만 임팩트 있게 다가왔었습니다.

책의 뒤에는 '인형놀이'와 '색칠'을 할 수 있었는데 아이는 책을 읽고 저와 감상을 나누기보단 이 페이지에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가위와 색연필을 찾는 속도란...

같이 책을 읽기 위해 설득했던 시간보다 빨랐던 건...

이래서 아직도 어린아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왜 자꾸만 '삐삐'가 떠올랐는지...

개인적으로 삐삐를 좋아하기도 해서 그런가...

어쨌든!

이 책은 라임과 놀이로 즐기는 이야기 영어 『Mippity Moppity』가 원작이었습니다.

노래와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 어린이 영어 동화책이라고 하니 원서로도 한번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영어도 배우고 미피티로부터 힘과 용기도 배우고.

덕분에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갔었습니다.

옆에서 아이는 인형극 하느라 바빴고...

이 책은 활용도가 높아 아이가 있다면 같이 읽어보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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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은 신혼이 피곤하다 1
강하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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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을 길들이는 방법》 《구남친이 내게 반했다》를 쓰며 네이버웹소설 로맨스 장르에서 자신만의 세계와 팬덤을 구축해 온 작가 '강하다'.

사실 웹소설은 잘 읽지 않기에 잘 몰랐던...

(아직도 종이책만을 좋아하는 저입니다만...)

하지만 이렇게 종이책으로 나오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면 믿고 읽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재가 확실히 제 취향이면 망설임 없이 바로!

이 소설도 왠지 뻔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네이버 시리즈 다운로드 수 440만

네이버웹툰 절찬리 연재 중

드디어 저도 이들에 합류해 보려 합니다.

신입이지만 할 말은 해야 하는 온도담과

성격 파탄 일벌레로 불리는 에이스 기주원의

달콤 살벌한 일급 기밀 로맨스!

팀장님은 신혼이 피곤하다 1, 2, 3



"온도담 씨."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이라도 받은 듯한 그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 - 1권, page 7

정부 산하의 비밀 수사기관 NSO에 입사한지 고작 일 년 차인 온도담은 동기들 사이에선 성격파탄자 취급받는 남자지만 최연소 팀장이자 특급 에이스인 '기주원'에게 오늘도 불림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쏘아붙이는 그.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듯 일렁이는 눈으로 도담은 결심을 한 듯 주원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자꾸 그렇게 화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지금처럼 저 똑바로 쳐다보시면서 화난 얼굴로 한숨을 쉬면 제 마음이 너무... 그러니까 너무..."

"..."

...

"화내기 직전의 이 모습이 너무 좋아서 못 참겠어요. 인상 찡그리는 것까지 완벽했어요, 지금." - 1권, page 14 ~ 15

어마어마한 고백을 쏟아내는 도담.

그런 도담의 모습에 주원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서 있다가 후련히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제야 대놓고 눈썹을 일그러트리게 됩니다.

"또라이 아니야...?"

NSO의 회의실.

안 그래도 엄숙한 공간에 한층 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국내 굴지의 기업인 운성 중공업으로부터 산업 스파이가 러시아로 기업 기밀을 유출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게 됩니다.

유력한 용의자는 운성 중공업 사장 서태환의 이복동생이자 이사인 '서재이'.

하지만 작전 요원들이 매력적인 외모와 상냥한 성격,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서재이에게 홀려 두 번이나 실패, 요원을 두 명이나 잃어버린 상황에 양 팀장이 이 상황을 극복할 만한 제안 하나를 꺼내게 되는데...

"그냥 더 이상 인력 낭비하지 말고 에이스를 투입시키는 건 어때요?"

"에이스?"

"산업보안부의 진짜 에이스 있잖아요. 신입 때부터 맡은 임무를 전부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최연소 팀장이란 타이틀까지 섭렵한 산업보안1팀 기주원."

...

"에이, 양 팀장이 서재이를 몰라서 그러나 본데, 아무리 기주원이라고 해도 그 새끼는 못 다뤄. 증거 수집은커녕 인사도 못 트고 나가떨어질걸."

"어째서?"

"어째서라니. 맨 처음 실패했던 이유가 뭔데. 서재이는 남자 놈들은 아예 사람 취급도 안 해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든 개무시 해버린다고." - 1권, page 26

한마디로 남자에게는 난이도가 극악이라 문제, 여자에게는 마음을 홀랑 훔쳐가 버리는 옴므파탈이라 문제인 서재이.

또다시 양 팀장은 여유롭게 대답합니다.

"서재이의 마음을 여는 역할과 모질게 물어뜯어야 하는 역할, 이렇게 따로따로 필요하다는 거잖아. 그러면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을 동시에 접근시키면 되지."

"동시에?" - 1권, page 27

작전은 바로

'위장 신혼부부로, 산업 스파이 용의자의 이웃이 되어 증거를 수집하라!'

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짝사랑하는 도담에게는 황금 같은 기회였습니다.

주원과의 신혼 및 동거 생활.

잔뜩 기대에 부풀었지만 주원이 입주하자마자 방문에 대형견용 펜스를 설치하고 출입 금지를 선언하며 한풀 꺾이게 됩니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주원의 마음도 도담의 명랑함과 솔직함에 조금씩 빈틈이 생기게 되고

"온도담, 잠깐만."

주원은 출발하는 도담을 붙잡고, 성큼 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머지않아 그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팔에 채워주는 건, 네잎클로버 모양의 참이 달린 낡은 팔찌였다.

"이게 뭐예요?"

예상치 못한 선물에 놀란 도담은 그에게로 고갤 돌려 물었다. 그러자 주원은 보기 힘든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대답한다.

"손목이 허전한 것 같아서 준비했어."

"새 건 아닌 것 같은데. 누구 거예요?"

"궁금해? 귀 대 봐." 주원은 그리 말하며 제 입술을 도담의 귓가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재이가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아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속삭였다.

"... 어떤 상황에서든 멀쩡하게 돌아와. 이건 응원이 아니라 약속이야."

"여보...?"

"니가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 - 2권, page 194

그런데 주원뿐 아니라 그들의 타깃, 재이 역시도 도담의 매력에 빠져 진심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비밀 수사는 성공할 수 있을까?

만약 웹소설로 봤더라면...

기다림에 지쳐 쓰러졌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 흐름...

절대 깨고 싶지 않아!!!

역시나 매력적인 남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로 흐를 때쯤이면 빵! 하고 사건이 터지고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었습니다.

정말 책으로 나오게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이 드라마로 된다면...

대박일 것이 분명할 것이었습니다.

좋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이 느낌은 꼭 읽어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책을 덮어도 기주원 씨가 아른아른...

심장 폭격 설렘 유발자 당신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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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 철학자의 삶에서 배우는 유쾌한 철학 이야기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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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대해선 아직도 선뜻 손이 가지는 않지만...

이 책은 유독 관심이 갔었습니다.

인문학자 김헌 교수가 썼고 제목도 독특했습니다.

전쟁터?

철학자?

이는 무슨 조화일지...

읽어보면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살았을까?

이제, 철학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론이다

세상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철학자들의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한때 인문학 열풍이 불곤 하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불고 있지만...

정작 그 '인문학'이란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지금까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남겨 놓은 온갖 종류의 인문을 살피면서, '인간은 무엇이기에 이런 것들을 남겼을까?'라며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며 인간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타진하는 것, '그런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인간의 도덕적·윤리적 당위성을 모색하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 page 9 ~ 10

인문,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남겨 놓은 모든 흔적들을 바라보고 깊이 숙고하면서 '도대체 인간은 어떤 존재이기에 이런 흔적을 만들었을까?'를 물으며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라 했습니다.

이런 인문학은 문(文)·사(史)·철(哲), 문학과 역사와 철학 세 분야가 있다고 하였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당위성을 제안하는 가운데 인간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최종적인 결실을 맺는 '철학'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고 우리가 물을 때, 우리는 철학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묻게 되면, 분명히 우리는 철학의 윗자리에, 즉 철학의 밖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우리 물음의 목표는 철학 안으로 들어가는 것, 철학 안에 머무는 것, 철학의 방식에 따라 행동하는 것, 즉 '철학하는 것(philosophieren)'이다.

책은 총 4부로 철학자의 삶을 통해서 그가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경구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를 학자 특유의 긴 옷을 입은 모습으로만 상상한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친구들과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법률』과 『정치학』을 쓰는 과정을 즐겼고, 그렇게 즐기기 위해 책을 썼다. 그것은 그들의 삶에서 가장 덜 철학적이고 덜 심각한 일이었다. 가장 철학적인 일은 평온하고 단순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동안 '철학자'란 철학책을 읽고 철학 관련 글을 쓰거나 논문을 쓰는 학자들이 삶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무슨 소린지도 모르는 어려운 관념을 외치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는 오해라 하였습니다.

철학이 단순히 학문의 한 분야가 아니라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론, 삶의 양식이라는 점을 일러주면서 철학자의 삶 자체와 그 속에서 이루어진 철학적 사유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자 가장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

그의 이름이 '소'가 '몸 성히 안전한'이라는 뜻이고 '크라테스'는 '튼튼하고 힘이 세다'는 뜻으로 위대한 철학자이니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질박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름값 덕분인지 포티다이아전투에 맨발로 얼음 위를 걸으면서도, 양가죽에 담요로 몸을 감싸고 두꺼운 신발을 신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빨리 더 오래 걸어 다녔다고 하였고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세 번의 전투에 참전하면서 불굴의 정신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면 마치 영화 <300>에 나오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와 같은 근육질의 전사가 아닐까 상상할 수 있지만 작은 키에 배불뚝, 대머리에 들창코인 그의 외모.

그런 그는 오히려 거울을 보며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은 거울을 보면서 그 용모에 걸맞은 마음과 행동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외모가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은 배움과 덕행을 통해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라며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열심히 거울을 보았고 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역시!

그리고 그의 말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는 사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던 격언이었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소크라테스는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삶을 살았기에 그가 한 말처럼 전해졌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흔히 '무지의 지'라고 하는 말로부터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열어두고, 그 어떤 편견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는 정신이 나옵니다. 그것이 철학의 근본정신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이 바로 소크라테스였던 겁니다. - page 169 ~ 170

그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인 그가 고발당하고 재판정에 서서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최후의 장면.

제자들이 요구한 탈옥을 거부하고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고 또 죽음을 연습한 그.

소크라테스는 죽음이란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죽음이 영혼의 해방이었던 것이지요. 소크라테스는 죽음으로 몸을 빠져나간 영혼이 공중에 흩어져 없어지지 않고, 희멀건해서 생기라곤 하나 없는 허깨비처럼 하데스로 내려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혼은 단단하고 순수하며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자신을 닮은 순수한 존재들만 있는 이데아의 세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 page 179

철학의 절정, 철학의 완성이 바로 죽음이라 한 그.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에 이어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듯, 잘 죽을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긴 것이겠지요. 어차피 영원히 살 수 없고 죽을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곧 죽어 가는 것이라면, 잘 사는 일은 곧 잘 죽는 일과 곧바로 연결됩니다. 그런 점에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 page 181

어느 누구보다 진정한 '철학'을 일러주었던 소크라테스.

그가 전하고자 한 바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철학'하면 매우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곤 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철학은 모든 삶의 문제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철학을 했던 사람도 하나의 생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구체적인 삶의 조건 속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회 활동을 했다는 사실

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사랑하며 살 것인가?

이제 이 문제에 대해 끝없이 묻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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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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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 읽었던 건 20대였습니다.

소설을 읽었었지만 왠지 나에겐...

와 닿지 않았기에 몇 권 읽다가 말았었습니다.

그러다 30대 후반에 우연히 에세이를 읽게 되었는데...

어멋!

작가 박완서가 아닌 인간 박완서를 만나서였을까.

가장 일상적인, 진실하고 소박한 체험으로부터 쓰인 그녀의 언어는 참으로 눈부시게 빛나며 공감과 위로를 선사해주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으며 빛나는 문장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마주하게 된 작품.

이 책은 1977년 초판 출간 이후 2002년 세계사에서 재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이라 하였습니다.

25년여 이상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산문집.

무엇보다 이 산문집은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박완서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산문집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혀왔다고 하니 얼마나 더 공감되고 위로를 선사해줄지...

개인의 흔적인 동시에 작가로 통과해 온

70년대 80년대 90년대 그의 산문, 삶의 궤적들

"다시 다시 고맙습니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이 책엔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이자 개인으로 통과해 온 20여 년에서 인상적인 순간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3부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호원숙 작가가 개정판을 위해 특별히 허락한 미출간 원고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를 필두로 유년 시절부터 작가의 삶, 개인적인 삶 등 자신의 지나온 삶을 반추한 이야기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작가의 시선으로 때론 날카롭게 짚어낸 이야기들, 결국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 등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의 미소처럼 다정한 안부를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고 중일전쟁, 2차 대전, 가난, 쌀 배급, 해방, 6.25...

비록 한 사람이지만 역사의 산증인이었고 그렇게 엄청난 체험 부피가 차오를 때면 그녀만의 필력으로 그려냈던 이야기들.

마냥 글로 끝날 것이 아니었고 저마다의 빛을 비추며 우리에게 스며들어 제 안에서도 그 빛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일상에서 다채로운 빛을 발견할 수 있었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이젠 더이상 그녀의 글을 만날 수 없음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글을 곱씹으며 그의 마음을, 사랑을 물들여보려 합니다.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는데 '보통'으로 산다는 이야기.

우리는 끊임없이 부자의 상태를 흉내 냄으로써 자기 생활을 파탄과 불안으로 몰며 불행하게 만드는데...

결국 아래위를 함께 이해할 수 있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층이 바로 이 보통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돈이 귀하다는 것도 알 만큼은 알지만 세상에 사람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믿음과는 바꿀 수 없고, 돈을 자기를 위해서는 아낄 줄도, 남을 위해선 쓸 줄도 알고, 자기 일, 자기 집안일과는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더라도 크게는 관계되는 사람들과 사람들과의관계, 세상 돌아가는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의 그른 일, 꼬인 일, 돼먹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할 수 없어, 그런 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가져야 하는 양식의 소유자도 바로 이 보통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 page 260

보통 사는 걸 안 알아주고 보통 사는 게 외로운 시기.

지금의 우리는, 아니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보통 사는 사람일까...

뭉클했던 <소멸과 생성의 수수께끼>.

점점 저도 나이가 들면서 나보다 더 앞서가는 부모님을 바라볼때면 울컥하는 것이...

그동안 효도랍시고 했던 것이 어머님께는 '행복'이 아니었음을 잘 알지만...

어머니가 정말 행복해 보일 적은 무릎으로 엉겨드는 증손자를 어루만지실 때다. 그 어린놈은 그 노인의 얼굴이 늙어서 보기 싫다는 것도 그 노인의 위치가 무력하다는 것도 아직 모른다. 따습고 말랑하고 정이 흐르는 손길이 본능적으로 좋아 따르고 있을 뿐이다. - page 154

그 따스한 온정이...

생명이 소멸돼 갈 때일수록 막 움튼 생명과 아름답게 어울린다는 건 무슨 조화일까? 생명은 덧없이 소멸되는 게 아니라 영원히 이어진다고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이번 겨울에 내 어머니가 증손자가 무릎으로 엉겨붙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가 계시게 해야겠다. - page 155

참...

소멸과 생성의 공존.

또다시 울컥하게 됩니다.

"사랑이 결코 무게로 느껴지지 않기를,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여자였고 딸이었으며 엄마였고 작가였으며 한 사람이었던 박완서 작가가 건넨 편린들.

이제는 '사랑'이라 읽혀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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