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사아씨전 안전가옥 오리지널 29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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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있으나 없으나,

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되나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에 가슴이 시렸는데...

이 문구를 보자마자 심쿵 하였습니다.

어떤 사연이길래...

이들의 이야기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눈에 띈 점이 있었는데 바로

'오컬트 판타지 로맨스'

라는 점이었습니다.

벌써부터 흥미로워지는데...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서문빈의 모든 시간에, 현은호가 있었다.

그리고 현은호의 모든 시선 끝에 서문빈이 있었다.

벽사아씨전



사곡에 뭔가 있긴 한가 보오. - page 9

이곳은 왕보다 더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영의정의 별장, 사곡정이었습니다.

여기에 희뜩한 얼굴, 핏기 없는 입술, 남자치고는 가느다란 체구, 하지만 눈빛만큼은 폭풍우를 닮아 있는, 절대 스러지지 않을 바람의 눈을 가진 깊고도 깊은 눈동자를 지닌 이가 서 있었습니다.

바로 그는, 아니 그녀는 귀를 보는 체질을 타고나 남장을 한 채 벽사(삿된 것을 쫓음)를 하러 다니는 '서문빈'이었습니다.

서문빈이 이곳에서 찾은 이유는 살아 있는 자들의 권세나 돈이 아닌 사곡에 있는, 알 수 없는 무언가, 길고 가느다란 그림자가 꿀꺽꿀꺽 술을 마시는 남자들의 입과 목을 타고 내려가고 있는 무언가였는데...

'응?'

빈처럼 이 방 안을 몰래 엿보고 있던 한 남자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왕의 총애를 받는 동부승지이자 조선 팔도 일등 신랑감으로 불리는 '현은호'.

"말했다시피 내가 벽사 일은 초보라. 그대가 하는 일에 동행을 좀 했으면 하는데." - page 16

빈에게 동행을 요청하고 두 사람은 별채로 쓰이는 전각에서 수많은 뱀귀들을 상대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기절한 은호를 데리고 불타는 사곡정에서 탈출하던 빈은 누군가 은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게 됩니다.

이런 곳에서 다시 마주칠 거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억 속 그 얼굴을 한구석으로 밀어 두고 있었건만.

현은호.

서문빈의 정혼자, 현은호.

어릴 적 빈은 은호를 구하기 위해 이승의 존재가 아닌 이에게 소원을 빌었고, 그 존재는 은호를 살려주는 대신 그에게서 빈에 관한 모든 기억을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 두 사람이 함께했던 기억은 오로지 빈만의 것이었는데...

다시 만날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어쩐지 계속 마주치게 되고 그러다 빈의 옷자락에서 어릴 적 자신이 쓴 쪽지를 본 은호.

기억하는 한 사람과 기억하지 못하는 한 사람.

과연 이 두 사람의 인연은 어디로 흘러갈까...?

한씨 가문에서 하나뿐인 딸로 태어난 '한채령'.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남편감이라는 남자를 보았을 때

'저것이 나를 왕비의 자리에 올려 줄 사다리로구나.' - page 187

라 생각했었습니다.

방계의 핏줄로 태어나 왕의 자리에 오르는 건 꿈도 꾸지 못했던 '이휘'.

그는 한채령을 보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왕비가 되고자 태어난 자입니다." - page 56

이렇게 말하는 채령과 혼인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세자가 병에 걸려 죽고 다른 왕자들 역시 세자의 자리를 받기도 전에 급사한 것입니다.

거절할 수 없는 독주와도 같은 왕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 휘.

어쩌면 자신이 왕이 된 것보다 저 여인이 왕비가 된 것이 어떤 이들에겐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age 57

중전의 속내를 알고 있는 휘는 동부승지 현은호와 함께 영의정의 세력을 몰아내고 진정한 왕이 되려 하고 채령은 자신의 아들이 하루라도 빨리 세자가 되기만을 바라고...

휘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정한 왕이 될 수 있을까...?

태어나 한 번도 자신의 비늘이 아름답다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죽어 가던 구렁이였던 그에게 염라대왕이

내 너에게 파려라는 이름을 준다. 이는 칠보 중 하나이니, 너의 비늘이 수정을 닮았기 때문이다. - page 111

수정처럼 빛나는 이름.

그 한마디로 파려는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모든 것을 그분께 바쳤습니다.

그렇게 염라의 권속이 되어 함께하던 어느 날, 이승의 삶을 살러 간 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오직 염라만을 따르기로 한 파려는 이승에 머무르며 염라를 찾아다닙니다.

"내 존재의 이유며, 앞으로 살아갈 이유며, 내가 만약 죽는다면 그분을 위해 죽으리라, 그리 다짐하게 만든 분입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파려의 옆얼굴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떤 감정에 물들어 있었다.

그걸 본 빈이 나직이 말했다.

"그분을 사랑하는군요, 파려는?" - page 110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사랑에 빠진 업신이라...

빈의 말을 듣고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비어져 있는 염라의 자리.

이 자리를 노리는 전륜(오도전륜대왕)은 호시탐탐 파려를 감시하는데...

"이 손으로 직접 염라의 혼을 깨트렸건만. 왜 아직까지 염라의 완전한 소멸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왜, 어째서." - page 139

염라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어딘가에 조각으로 존재할 염라를 찾아 완전히 없애려 하는데...

파려는 전륜의 방해를 물리치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염라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은호와 빈, 채령과 휘, 파려와 전륜.

이들의 결말이 어떨지...

매력적인 이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빈과 파려.

닮은 듯 닮지 않은 이 둘의 이야기가 가슴 저미게 다가왔었습니다.

반은 저승에, 반은 이승에 걸쳐 있는 빈의 육체.

이승의 존재가 아닌 파려.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준 은호와 염라.

닿을 듯 닿지 않는 애처로운 마음...

"원래의 운명은, 나에게 허락된 원래의 운명은 이것이었습니다." - page 493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실타래...

그래서 한순간도 눈이 뗄 수 없었고 가슴 졸이며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간만에 너무 재미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손색없을,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남을 이들.

저도 그대들을 사랑하게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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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10-2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 일욜에 주문해서 오늘 책이 옵니다. 기대되네요. 근데 어제 주문할 걸 그랬어요ㅠㅠ 땡투 했을텐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