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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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힐링 음식 중의 하나인 '빵'.

남들이 말하는 '빵덕후'까지는 아니지만 맛있는 빵집이 있으면 언젠간 찾아가 빵을 사 먹고, 기분이 울적할 때나 위로를 받고 싶을 때도 어김없이 '빵'을 사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곤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유독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빵'을 통해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이 책.

벌써부터 따스한 빵 냄새가 솔솔 나는 듯해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앞으로도

여전히, 그리고 온전히 너의 것이야"


다정한 매일매일

 

책은 총 다섯 개의 부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권하고픈 온도>에서 시작하여 <하나씩 구워낸 문장들>,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 <빈집처럼 쓸쓸하지만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그리고 <갓 구운 호밀빵 샌드위치를 들고 숲으로>를 끝으로 '한 덩이의 빵'이 만들어져 우리에게 '위로의 맛'으로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상처는 스스로 빛을 낸다>에서는 앤 카슨의 『남편의 아름다움』이란 작품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화자인 아내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남자와 사랑에 빠져 어머니의 반대에도 결혼을 하지만 남편이 어느 날 정부가 생겼다고 고백한 뒤 그녀 곁을 떠나게 됩니다.

파국으로 끝나는 사랑을 그린 이 작품.

작가의 시적인 문장들을 살펴보면 마치 '마카롱'과도 닮았다고 하였습니다.



어지러움만 남기고 입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지독한 달콤함처럼, 어떤 아름다움은 고통만을 남기는데도 어째서 결코 포기될 수 없는 걸까.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비밀스러운 영역이 예술의 영역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 page 76 ~ 77


한 입에 쏙 들어가 달콤함을 남기고 사라는 마카롱이 참으로 야속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렇게 문학 작품과 빵의 조화는 작품의 또 다른 맛을 선사하고 있어 기회가 된다면 저자가 이야기한 작품들을 찾아 그 맛을 음미하고 싶었습니다.


저자의 이야기 중 이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뿐이다. - page 221 ~ 222


괜찮다는 말 한 마디...

이보다 더 다정한 위로가 있을까...


앞서 저자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고양이가 앉았던 자리만큼의 온기가 되어주었으면. 이상하고 슬픈 일 투성이인 세상이지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의 매일매일 또한 다정해지길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만 같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녕을 빌어줄 힘만큼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을 것이므로. 그런 마음으로 당신에게 이 책을 건넨다. - page 6


읽고 나니 다정하고 따스한 온기가 스며들었었습니다.


어느덧 올해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유독 올해는 여느 해와는 달리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서로 간 마음에도 거리가 생기지 않았는지 되돌아봅니다.

따스한 빵과 차 한 잔.

그리고 이 책과 함께 지인에게 따스한 안부를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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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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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인 『냉정과 열정 사이』. 

유화 복원사인 '쥰세이'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세한 균열, 바래진 색, 그곳을 감쪽같이 복원하는 그의 모습은 예술가이자 과학자였습니다.


그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 책이었습니다.


미술품 보존에는 과학이 숨어 있다!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그동안은 명화에만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누구의 작품이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궁금했었지 막상 이 작품을 오늘날까지 볼 수 있게 해 준 이들의 수고는 생각지도 못했었습니다.

누구보다 미술 작품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매우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들...

그들로 하여금 명화가 더 의미 있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명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미술복원에 대해서 알게 되면 우리가 오늘 눈앞에서 보고 있는 예술 작품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술 작품을 어떻게 다루어야 앞으로 천 년을 보존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도 있다. 즉 미술 작품이 겉으로 보여 주는 이야기와 속으로 품고 있는 이야기가 더해져 더 풍부한 미술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 page 6


우선 '보존'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테세우스의 배라고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나무판자 몇 개를 바꾸면 테세우스의 배가 아닌가?

사물이 변화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새롭게 복원한 숭례문은 언제의 숭례문인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모나리자는 정녕 다빈치가 500년 전에 그렸던 그림과 똑같을까? - page 14


사물이 변화하는 현상과 그 변화 속에서도 지속하는 본질에 대한 질문.

참으로 어렵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미술품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현재와 미래 세대가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미술품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와 행위를 보존이라고 하며, 각 미술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물리적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 page 15


보존 처리를 할 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철저한 기록'이라고 하였습니다.


보존 처리가 끝나고 나면 작품의 상태가 손상 이전처럼 감쪽같이 되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희망 사항일 뿐이다. 아무리 솜씨가 좋은 보존가라도 찢어진 종이나 캔버스를 손상 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되돌릴 수는 없다. 단지 마술처럼 그렇게 보이도록 할 뿐이다. 보존 처리 전후를 기록으로 세심하게 남기고, 전문가의 손길을 통해 작품의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어떤 재료로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기록하고 자료로 남기는 일은 시간이 지나 혹여 다시 복원 처리를 하게 될 때 큰 도움이 된다. - page 23 ~ 24


그렇게 미술품 복원의 역사에서부터 복원에서 과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후세에게 물려주기 위해 미술관은 어떤 노력을 하는지 등 다양한 작품들과 예술가들의 에피소드를 토대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보다 풍부한 미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바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처음의 것을 영원히 지켜 간다는 것은 낭만적이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작품의 '시간'을 창작의 그 순간으로 되돌리는 이들, 보존가와 보존과학자들.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을 바라보며 보다 풍성해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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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제임스 볼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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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참...

정치인들의 언행은 초등학생 수준만도 못하고 헐뜯기에, 그리고 '~카더라' 소식으로 비난하기가 일쑤.

이게 진정 나라를 이끌어가는 대표들인지 우리의 소중한 한 표가 부끄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JTBC 뉴스룸>에서 '팩트체크'란 코너가 있었습니다.

앵커와 기자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국내 핫이슈부터 사회, 경제, 법,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넘쳐나는 정보 속 간명한 팩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무수히 쏟아지고 있는 정보들 속에 과연 진실은 어느 정도 있을지...


당신이 오늘 보고 들은 것은 진실입니까?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흔히 '진실' 아니면 '거짓'이라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린스턴대학교의 철학 교수 해리 프랭크퍼트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과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이를테면 같은 게임에서 맞서 싸운다고 해보자. 각자는 어떤 사실에 대해 자신이 이해한 대로 반응한다. 물론 한쪽은 진실의 권위에 따라 반응하고, 다른 쪽은 그 권위를 거부하고 권위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개소리꾼은 이런 요구 자체를 완전히 무시한다. 그는 거짓말쟁이와 달리 진실의 권위를 거부하지도, 이에 맞서지도 않는다.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진실의 더 큰 적은 거짓말보다 개소리다. - page 28 ~ 29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한 발언을 할 뿐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개의치 않는 일명 '개소리꾼'의 당당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해로운 개소리에 대해 알아야겠습니다.


개소리는 영악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분노할 만한 타이밍에,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이벤트가 다가올 때 등장을 하고는 사람들의 감정을 파고들어 잘못된 선택을 하게끔 하거나 나아가 한 나라가 휘청거릴 만큼의 파괴력마저 지니고 있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속도는 급격하였고 개소리꾼들은 등장을 하고...

그들을 막지 못하는 것일까?


진실하지 못한 사람에게서는 악의를 제거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냥 농담이었다는 변명은 정치판에서처럼 미디어에서도 어느 정도는 통한다. 이아노폴로스는, 어디서 한자리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상습적 개소리만으로 다수에게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 표본이다. 단 한 번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으로는 그런 악영향을 없애기 어렵다. - page 106


무엇보다 '우리'의 태도도 문제였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있는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고, 심지어 링크된 기사를 열어보지도 않고 공유하는 버릇.

그리고 음모론에 쉽게 빠지는 우리의 믿음.

 


그래서 정치 전문 미디어 《폴리티코》의 칼럼니스트 잭 샤퍼는 음모론에 대해 이렇게 지적하였습니다.


"그 어떤 조치를 취한들 가짜뉴스는 끈질기게 나올 것이다.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법을 배우려고 돈을 허비하고, 도박을 즐기며, 이메일 금융 사기에 넘어간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닌데도 그런다. 인간의 뇌 깊숙한 곳에는 사기에 굶주린 부위가 존재한다." - page 171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자신의 '필터 버블(정보의 홍수 속 편견에 갇히는 현상)'을 깨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실제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면 서로의 간극이 좁아지면서 보다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조언이 의미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우리는 시스템 1 상태로 검색을 할 때, 내 세계관을 재확인해주는 터무니없거나 감정적인 정보를 쉽게 클릭하고 공유한다. 바로 이런 습관 때문에 보통은 개소리인 자료들이 인터넷에서 활개를 친다. 이제 이런 자료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면, 5초에서 10초라도 잠시 생각하는 시간, 즉 시스템 2를 가동하는 시간을 갖자. 그러면 허튼소리를 공유할 확률이 훨씬 죽어든다. 그 몇 초 사이에 우리는 재빨리 여러 가지 판단을 내리게 된다. 주요 뉴스 매체인지, 이름 있는 정치인인지, 익명의 계정은 아닌지 등 정보의 출처를 따져보고, 입증 가능한 주장인지 살펴보자. 어떤 자료를 공유하기 전이라면 믿을 만한 자료인지, 관계자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는지를 확인해보자. 뭔가 의문이 들면 쉽고 빠른 인터넷 검색으로 진위를 확인해볼 수 있다. 단 몇 초라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 개소리를 공유할 확률이 훨씬 낮아진다. - page 356 ~ 357 

그리고 저자가 전한 마지막 당부.


 


책을 읽고 나서 나 역시도 '개소리의 주범'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마냥 한 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의 개소리를 비난하고 있을 때 나머지 손가락은 지그시 나를 가리켰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인터넷 속엔 엄청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기사의 제목만 읽었다면 이제라도 자료들을 읽고 의심이 된다면 검색을 하면서 제대로 된 판단을,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세상을, 내 일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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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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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우리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 자산인 국보 1호 '숭례문' 방화사건.

서울에 남아있던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자 600년 동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을 견뎌온 숭례문이 하루아침에 검게 그을린 잿더미로 변한 사건은 시민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선사했습니다.

정작 범인은 토지보상금 문제에 불만이 있어서 불을 질렀다는 그는 알고 보니 전에도 문정전 방화 사건의 범인이기도 하였습니다.

참...

유구무언이라는 말밖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 역시도 우리나라의 문화 자산에 대한 관심이 희미해질 때 번쩍!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책이 등장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우리 국보 속 숨겨진 이야기로

한국사 명장면을 단숨에 독파하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앞서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필자에게 문화재를 찾아가 관람하는 것은 일종의 문화적 행위이다. 우리는 흔히 공연이나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깊은 감동을 경험한다. 국보와 같은 문화재를 답사하면서도 사람들은 감상에 젖을 수 있다. 필자는 문화재를 시간의 예술품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특히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국보는 기술적으로 당대 공력이 집결된 명품이기도 해야겠지만 그와 더불어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이 더해져야 전정한 가치를 발하게 된다. 그러한 세월의 더께는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장구한 역사 속에서 온갖 풍상의 흔적을 간직한 처연함, 그러한 세월을 모두 이겨낸 대견함, 그리고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 미묘한 감정이 솟구친다. - page 5 ~ 6


이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란 방송을 보고 우연찮게 그 근처를 방문하게 되면 그때 출연진들이, 특히 설민석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들이 문화재와 함께 다가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우리의 유산들에 무관심했던 제 태도에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엔 너무나도 익숙한 고려청자, 석굴암 석굴, 조선왕조실록 등이 나와 정작 잘 몰랐던 역사적 배경과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함으로써 우리 선조가 거쳐 온 삶의 자취이자 파란만장한 한국사의 면면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지금까지 거의 공개된 바 없는 일제강점기 이전의 국보 사진을 다수 수록하고 있어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비교하며 한층 쌓이게 되는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1966년 9월 3일, 불국사 3층 석탑의 사리함을 노리던 도굴범들.

두 번의 도굴 시도로 탑에 큰 흠집이 생기게 되고 이에 훼손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해체 수리를 하다가 놀라운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너비 약 8cm, 길이 약 620cm의 종이에 1행 8 ~ 9자를 적은 다라니경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공양품은 건축물의 건립 초에 안치하는 특성상 다라니경이 751년에 봉안됐을 것으로 추측됐다. 당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은 770년에 새겨진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이었다. 석가탑 다라니경이 일본보다 20년 앞섰던 것이다. 서체도 석가탑 다라니경이 훨씬 뛰어나 더욱 가치가 높다. - page 44


그들이 아니었으면 묻혔을 우리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아이러니하게 발견되었지만 역시 우리 선조들의 뛰어남을 또다시 입증할 수 있음에 반가웠습니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나라가 힘이 없다는 이유로 빈번하게 도굴되거나 약탈되었음은 참으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우리의 화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다보탑'

 


"들으매 이 탑의 네 귀에는 돌사자가 있었는데 두 마리는 동경 모 요리점의 손에 들어갔다 하나, 숨기고 내어놓지 않아 진상을 알 길이 없고, 한 마리는 지금 영국 런던에 있는데 다시 찾아오려면 오백만 원을 주어야 내어놓겠다고 한다던가."

경주 다보탑을 찾은 소설가 현진건(1900~1943)은 탑에 있던 세 마리의 사자상이 사라진 것을 보고 이렇게 탄식했다. 1929년 동아일보에 쓴 <고도순례 경주>라는 칼럼에서였다. - page 89


다보탑의 수호신인 사자상이...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1925년 일제강점기 다보탑을 전면 해체 수리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식 문건은 전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다보탑에는 풀지 못한 비밀이 아직도 많다. - page 95


더 이상 우리의 문화유산이 상처받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되찾는 노력을 해야 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우리 문화사에서 독보적 금자탑인 동시에 동양 전체의 건축 . 조각 예술을 대표하는 불멸의 업적으로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있는 국보 제24호 '석굴암 석굴'.


찬란하게 빛났던 석불사는 조선에 와서 불국사에 속한 암자인 석굴암으로 전락하며 구한말 혼란 속에 석굴 일부가 무너지고 천장도 크게 파손됐다. 그러다가 1909년 경주의 어느 우체부가 참담한 상황의 석굴암을 발견했을 때 일제의 조선통감부(조선총독부)는 새로운 유적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과장해 선전한다. 총독부는 애초 석굴암을 들어내 통째로 경성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돌의 무게가 엄청나 포기했다. 대신 1913 ~ 1915년 전면적 수리를 실시한다. 붕괴를 영구적으로 막겠다며 주실 돔형 지붕과 외벽 전체를 1m 두께의 콘크리트로 덮었다. - page 143 ~ 144

 


이로써 비극이 시작되게 됩니다.

모든 조각상에 곰팡이가 피고 이끼가 시커멓게 끼고 물로 인해 콘크리트가 녹으며 석재들과 시멘트층이 한 덩어리로 굳어 떼어내는 것이 불가능해지게 됩니다.

부디 온전한 석굴암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종종 문화재위원로부터 국보 중 자격 미달이거나 가짜로 판명 나 영구결번된 것이 세 건이나 된다고 하였습니다.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것에 대한 무지...

이러한 무지가 국가의 힘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또다시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보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답사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 국보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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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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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긴급구호 현장에 먼저 달려가 있던 그녀 '한비야'.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찾아 읽곤 합니다.

그 도전과 활력을,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배우고자...


5년 만에 신작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동반자가 한 분 계셨습니다.

결혼 3년 차를 맞이하게 된 이 부부, 한비야와 남편 안톤 씨.

왠지 이 부부는 뭔가 새로움이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은 행복하고

혼자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자유롭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2002년 그녀와 안톤은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의 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동료로 만났다고 합니다.

그러다 2014년 가을, 마침내 연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초빙교수로 학부 수업까지 맡으면서 방학 이외엔 시간을 낼 수 없었고 안톤 역시도 터키 남부 시리아 난민촌에서 일하면서 긴박한 상황에 실시간 대응 하느라 짬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1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든 상황.

이들은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냐. 최대한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구호 전문가 아닌가? 안톤과 나는 구호 현장에서 쓰는 방식을 우리 관계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바로 '우선순위'와 '최소 기준' 정하기다. - page 20


그렇게 모든 것을 고려해서 만든 최소 기준 네 가지.



비로소 이들의 '336타임'이란 기준을 세우고 1년에 3개월은 한국에,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함께 지내고 나머지 6개월은 각자 일을 하며 따로지내는 '자발적 장거리 부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에서 발췌한 이야기와도 닮아있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로에게 배려하는 모습이, 그래서 더 행복해보이는 모습에 읽는 저에게도 그대로 느껴져 부러우면서도 같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들은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가 《이성의 시대》에서 말한 인생의 중요한 사건은 15~ 45세에 일어나고, 그후엔 인내, 존경, 신뢰, 지혜 등이 따르는 성숙기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각자 '자기중심적'인 주관을 가지고 있을텐데 이들은 조금씩 맞추어가면서 '우리 중심적'으로 바뀌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습니다.


특히나 '혼자 있는 힘'을 키워야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과일 칵테일이 맛있고 보기도 좋으려면 한쪽 과일 맛이 너무 강하거나 한쪽의 양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흡수나 동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흔히 결혼은 자기 반쪽을 찾는 일이라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불완전한 두 개의 반쪽이 모여서 비로소 하나의 완전체가 되는 게 아니라, 혼자로도 이미 완전체가 되어야 둘이 있어도 완전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로도 충분하다는 자각, 혼자 서겠다는 각오, 혼자 버티고 견뎌내면서 마침내 혼자 해내는 힘이 있어야만 둘이 같이 있어도 좋은, 과일 칵테일식 결혼이 가능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니 비혼 상태든 결혼 상태든 관건은 '혼자 있는 힘'이고 그 힘을 길러야한다. - page 268 ~ 269

 

 

 

'따로 또 같이' 라이프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혼자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그녀의 다음 행보는 어떨지 또다시 기다려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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