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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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벽돌책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 책.

이미 저자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들이 벽돌책이라 선뜻 읽어보지 않았던...

명실상부한 스릴러의 제왕이자 전설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작가

'요 네스뵈'

이번 기회에 그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그간 그가 내놓았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얼론 작품이라 하였습니다.

750페이지의 두툼함 속에 그려질 스릴 만점의 이야기.

기... 대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반드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 것이다.

<라이브러리저널>

킹덤



개가 죽은 날이었다.

나는 열여섯, 칼은 열다섯. - page 7

매번 집으로 돌아와 사냥할 만한 새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며 돌아오던 칼.

어느 날 마침내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무 놀라서 펄쩍 뛰다가 칼에게 마중을 가니 두 뺨이 눈물로 젖어 있던 칼.

"죽었어?" 내가 물었다.

"아니." 칼은 이제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곧 죽을 거야. 입에서 피가 흐르고 두 눈이 박살 났어. 그냥 땅바닥에 누워서 낑낑거리면서 몸만 덜덜 떨고 있어." - page 9

아빠의 사냥용 나이프로 개의 마지막을 맞게 해 준 나 '로위'.

"형도 우네." 칼이 말했다.

"아빠한테 말하지 마."

"형이 울었다고?"

"네가 차마...... 차마 녀석을 재우지 못했다고. 어쩔 수 없다고 결정을 내린 건 나지만, 실행한 건 너라고 말하는 거야. 알았지?"

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 page 10

개의 시체를 놓고 아빠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난 뒤 아빠는 로위를 조금 뒤로 잡아끌어 칼과 거리를 둔 뒤 건넨 말은...

"너랑 나는 비슷해, 로위. 네 엄마나 칼 같은 사람들보다 강인하지. 그러니 우리가 그 둘을 보살펴야 한다. 항상. 알았지?"

"네."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알았지?"

"네." - page 13

시간이 흘러...

형 '로위'와 동생 '칼'이 오랜만에 재회하며 소설은 시작되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오스.

주유소를 운영하며 홀로 살아가고 있던 로위에게 유학을 마치고 아내 섀넌과 함께 칼이 돌아오게 됩니다.

칼이 돌아왔다. 내가 왜 개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거의 이십년 전 일인데. 어쩌면 예고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칼이 귀향한 이유가 그때와 똑같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언제나 그랬듯이 똑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형의 도움이 필요해서 왔을 거라고. - page 16

부모님이 물려준 땅에 거대한 호텔을 짓겠다는 칼.

이로 인해 마을은 온통 들썩이고 칼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지만 로위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경찰이 종결된 옛 살인사건들을 재조사하기 시작하면서 그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되기 시작하는데...

언제나 동생 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로위.

그런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칼.

이 형제의 얽히고설킨 애증의 모습은 결국 비극을 향해 가고 저자의 질문이 서슬 퍼런 칼날처럼 다가오는데...

"사랑을 위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지독하리만큼 추악했던 이들의 모습.

혈연, 가족의 의미가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이 소설.

"가족의 강한 유대와 의리가

도덕을 넘어서는 순간이 있다.

이것이 바로 그 이야기이다."

_요 네스뵈

매우 찝찝함이 남았었습니다.

"이 작고 한심한 농장을 아빠가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요?"

"뭐라고 했는데요?"

"킹덤. 오프가르 농장은 우리 왕국이다, 아빠는 항상 이렇게 말했어요. 칼과 내가 이 땅의 주인이 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처럼." - page 674 ~ 675

이 소설에서 이들의 모습을 비유하자면 딱 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 새들을 예로 들어볼까, 로위? 녀석들은 사방을 돌아다녀. 그걸 아마 '이동'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자기 선조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은 녀석들도 안 가. 매번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서식지에서 짝짓기를 한다고. 새처럼 자유롭다고? 웃기는 소리. 그냥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야. 우리도 똑같은 원 안을 맴도는 신세니까. 새장에 갇힌 새랑 똑같아. 다만 그 새장이 워낙 크고 철창이 아주 가늘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 page 198

강한 유대와 결속으로 맺어진 가족이자 형제.

이 죽일 놈의 '가족'이란 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그들의 모습.

긴 여운이 남아 쉽게 떨쳐버릴 순 없었습니다.

뇌세포를 포함해서 몸의 모든 세포가 바뀌는 데에는 칠 년이 걸린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따라서 칠 년 뒤에 우리는 원칙적으로 새로운 사람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DNA, 세포의 바탕이 되는 프로그램은 변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잘랐을 때 그 자리에는 똑같은 것이 새로 자라 나올 것이다. 새로 바뀐 뇌세포 역시 옛날 뇌세포와 다르지 않아서, 똑같은 기억과 경험을 대부분 이어받는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똑같은 결정을 내리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부전자전. 쿠르트 올센 같은 사냥꾼은 계속 사냥할 것이고, 살인자는 만약 정확히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또 살인을 선택할 것이다. 이것은 영원한 원이다. 예측이 가능한 행성의 궤도나 규칙적으로 바뀌는 계절과 같다. - page 745 ~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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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3-02-2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로 들어와서 그런가 하이라이트 하신 것만 보이네요.ㅠㅠ 북플로 다시 읽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