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고통을, 그녀의 심정을, 디에고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 가늠할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두고
"나의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결코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던 여인.
그런 그녀를 따스하고 위트 넘치며 한없이 감각적인 언어로 우리에게 안녕을 묻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를 떠나서, 사랑과 아픔, 배신과 고통을 떠나서 아니타 브레너의 편지에서 건넨 이야기.
어떤 순간에도 "이게 나다. 나는 가치 있는 인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우리는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 세상이 주는 모욕과 멸시를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것, "궁극적으로 의지할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것! 제아무리 위대한 사랑이라 해도, 사랑보다 위에 있는 것은 예술이요, 예술보다 위에 있는 것은 나의 가치를 긍정하는 자세다. - page 190
내가 없으면, 모든 것은 사라진다...
사라지지 않을지라도, 사라진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
'사랑'에 대해, '사랑보다 위에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펼쳐나갔던 이 책.
묵직이 다가왔었습니다.
프리다 칼로가 '특별히' 불행했다면, 그 불행의 특별함은 '사랑'에서 기인한다. 그녀는 사랑의 실패에 괴로워하다 죽은 사람의 편에 서지 않았다. 사랑의 실패를 견디고 견디어서, 그녀는 드디어 '실연의 실패'에 도달했다. 물론 나는 실연의 실패가 사랑의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견디는 자는 실패할 기회를 잃은 자, 견딤으로써 열반에 든 '약한 강자'라고 생각할 뿐이다. 마음껏 실패하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울고 불며 끝내지도 못하고, 무지몽매하게 견디는 자. 사랑을 꽉 쥔 주먹을 펴지 않는 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사랑을! - page 200
가장 앞서 사랑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그게 끓어넘칠 위험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을까? 나를 나만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또한 자신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자를 바라보기는 얼마나 버거운 일인가? - page 201
참...
밤은 길고 괴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