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 날의 별난 모험 - 걷고 헤매고 엉뚱하게 생각하며 건져 올린 삶의 경이
G.K. 체스터턴 지음, 지콜론북 편집부 편역 / 지콜론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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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별일 없는 날...

평범한 일상...

그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 계기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그전까지는 일상에 그리 관심을 갖지도 않았었는데...

(지금 다시 코로나가 유행이라고 하니 무섭기만 하네요...)

아무튼!

일상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었고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추리 문학의 고전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탄생시키고, 현대 문학 거장 보르헤스와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에게 깊은 영향을 준

익숙한 생각을 뒤집는 역설과 날카로운 유머로 문학과 예술, 종교와 사회를 넘나들며 글을 쓴 영국의 작가

'G.K. 체스터턴'

그가 평범하고도 기상천외한 하루들을 기록했다고 했습니다.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은 어떨까...

심상치 않을 그의 일상 속으로 가보겠습니다.

​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는 없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하루가 있을 뿐

​

『별일 없는 날의 별난 모험』


​


「엄청난 사소함」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옛날 옛적에 주로 앞마당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린 두 소년 폴과 피터.

어느 날 아침, 우유 배달부는(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는 요정이었다) 이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 주겠다고 제안을 했고

폴은 거인이 되기를, 피터는 키가 반 인치쯤 되는 난쟁이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거인이 된 폴은 진정으로 거대한 것을 찾으려 몇 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모든 것이 작아 보일 뿐, 지루해진 그는 네댓 개의 대초원 위에 드러누워 잠이 들게 됩니다.

불행히도 그가 머리를 뉜 곳이 벌목꾼의 오두막 곁이었는데 벌목꾼은

교만의 악은 우주에 비해 지나치게 커지는 데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는 글을 읽곤 그의 머리를 잘라 벌리게 됩니다.

한편 난쟁이가 된 피터는 키 큰 초록빛 정글로 뒤덮인 드넓은 평원 한가운데서 낭만적이고도 압도적인 광경에 여전히 모험을 떠났습니다.

이 이야기로부터 체스터턴은 

우리는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에 맹렬하게 집중함으로써, 평범한 일상을 하나의 모험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고

아무리 게으르고 평범한 사람이라도 스스로를 채찍질해 오직 '관찰'이라는 하나의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많고 놀라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발견하는 삶의 풍요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스물일곱 편의 별난 모험으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

정색하고 던진 농담과 짐짓 거창한 주장, 자기 자신의 서투름까지 웃음거리로 만든 익살 덕분에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고 시선을 들어보니 사물들이, 눈에 비친 풍경들이 새삼스럽게 보였습니다.

낯설기도 하였고...

경이롭기도 하였고...

그러다 예상치 못했던 풍요 속에 조금은 혼란스러웠달까...

왠지 저도 별난 모험이 펼쳐질 것 같았습니다.

​

오늘도 눕고 일어난 '침대'로부터도 그의 시선이 닿았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행위에 일반적으로 보이는 위선적이고 불건전하다는 태도에 대해

일찍 일어나는 것이 마치 근본적인 도덕의 일부이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는 풍조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

침대에 누워 있기로 했다면 아무런 이유도 정당화도 없이 그렇게 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중병을 앓는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건강한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으려 한다면 한 조각의 핑계도 없이 그냥 누워라. 그러면 그는 건강한 사람으로 침대에서 일어날 것이다. 반대로 부차적인 위생상의 이유로 침대에 눕거나 거기에 어떤 과학적인 설명을 붙인다면, 그는 건강 염려증 환자가 되어 침대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 page 47

​

모든 것에 굳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음을,

있는 그대로를 즐길 것도 이야기했고

​

「노래하지 않는 작은 새들」에서는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노래를  부르거나 부르지 않는다는데...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그.

(그러고보니 노동요는 과거에 주로 있었다는 사실을 저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전형적인 현대의 일들에는 합창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는 뼈아픈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현대적 삶에 영적으로 숨 막히는 무언가가 있다

는 사실에 안타까워 했는데...

문득 <무한상사>가 떠오르면서 가슴 한 편이 아린 건...

아마도 이 이야기와 일맥상통했기 때문이었을까......

​

그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도 지나치는지를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전한 메시지.

​

그러니 눈을 쉬게 두지는 말자. 눈은 왜 그토록 게으른가? 눈을 단련해서, 풍경을 가로지르는 색칠한 울타리처럼 뻔히 놓인 놀라운 사실들을 보는 법을 배우자. 눈의 운동선수가 되자. 길고양이나 색색의 구름에 대한 에세이를 쓰는 법을 배우자. - page 9

​

이제라도 열심히 눈을 움직여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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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예술가들 - 변기에서 바나나까지, 100년의 창작 전쟁
캐슬린 김 지음 / 작가정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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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날 세계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에곤 실레, 에두아르 마네, 구스타프 클림트, 아메데오 모딜리아 등...

이들은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지만

체포당하고, 조롱받고, 감옥에 갇히는 등 수모를 겪게 됩니다.

'예술'과 '외설'...

그 뜨거운 논쟁은 지금도 여전한데...

​

여기 법과 예술이 충돌하는 현장을 오래 지켜봐온 저자 '캐슬린 김'이 법정과 미술관, 계약서와 전시 공간을 오가며

예술이 언제 자유를 잃고, 언제 다시 회복하는지를

기록하며 예술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해 준다고 하였습니다.

예술이란...

그 '창작 전쟁'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

우아함 뒤에 감춰진 진실과 욕망,

예술을 둘러싼 '진짜' 전쟁 이야기

​

『법정에 선 예술가들』


"판사님, 이게 정말 예술 맞습니까?"

​

1927년 미국 뉴욕의 세관 법정.

루마니아 출신의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는 황동으로 만든 매끄러운 금속 덩어리 하나를 두고 세관원과 마주서게 됩니다.

세관원은 그것을 주방 도구나 공산품이라 불렀고

작가는 '새'를 표현한 예술 작품이라 주장했습니다.

세금 40퍼센트를 내야 하는 물건인가, 아니면 관세가 면제되는 숭고한 예술품인가...

​

약 100년이 지난 2019년, 마이애미의 아트 바젤 전시장.

이탈리아의 악동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인근 식료품점에서 사 온 바나나 하나를 덕트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습니다.

그 바나나는 1억 4천만원에 팔렸는데 한 행위예술가가 바나나를 떼어 먹으면서 사람들은 다시 묻게 됩니다.

​

"이것은 재물손괴죄인가, 아니면 또 다른 예술 퍼포먼스인가?"

​

앤디 워홀의 팝아트가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고,

조영남의 화투 그림은 사기죄로 법정에 서고,

AI가 그린 그림은 저작권등록을 거절당하는 등

법과 예술의 충돌 속에서 책은

​

이것은 정말 예술인가?

어디까지가 창작이고 어디서부터 표절인가?

예술의 가치는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우리는 예술 작품을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가?

소유자는 작품을 파괴할 권리까지 가지는가?

AI가 만든 결과물도 예술이 될 수 있는가?

​

이 질문들을 다루는 여섯 개의 법정을 따라가며, 추상적인 이론이 아닌

생생한 사건과 날카로운 판결

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

때로는 판사의 판결이 예술을 질식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예술가의 도발이 법의 허점을 찌르기도 하는데...

법과 예술의 관계...

​

예술을 보호하기 위해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가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그리고 법이 예술 앞에 가질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태도는 무엇인가

​

이에 대한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그 질문이 남아 있는 한, 예술은 아직 법정에서 완전히 패소하지 않았다. - page 424

​

어제의 스캔들이 오늘의 걸작이 되고

오늘의 문화유산이 어제의 범죄로 취급받았던 것이 오늘의 문화유산이 되는

이에 대해

​

과연 모든 독창성은 부정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그렇다면 예술 저작권법 개념 자체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저작권법은 창작을 보호하는 법이다. 창작이 곧 인류 진화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낯설고 새로운 것들이 세상에 받아들여지고 익숙해지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혼란과 시간을 동반한다. - page 75

​

결국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이었고 받아들이기까지 혼란과 시간은 우리의 몫이었습니다.

​

예술은 동시대인들의 사상과 철학, 감정과 관점, 그리고 당대의 사건 등을 기록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자 기록이며, 한 인간의 정체성이었습니다.

그런 예술이 법률적 판단의 대상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점이 슬프게 다가왔지만

그럼도 법정은 예술을 심판하는 곳인 동시에 새로운 미학을 세상에 선포하는 무대이기도 하기에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AI 시대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의 예술을 어디까지 규제하고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AI 아티스트 'X'의 미국에서의 판결...

​

법은 X를 금지하지 않았다. X를 파괴하거나 추방하지도 않았다. 대신 조건을 달았다.

​

너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저작자는 아니다.

너는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대체할 수는 없다.

너는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을 잠식해서는 안 된다.

너는 도구로서 활용될 때에만 자유롭다.

​

X는 오늘도 작업 중이다. "어디까지가 허용된 창작인가"라는 예전과는 다른 질문을 품은 채. 그리고 어쩌면, 이 질문을 가장 오래 붙잡고 있어야 할 존재는 AI가 아니라 인간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법은 결국 이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 책임은 여전히 인간의 것이다." - page 370

​

기술도 예술의 마지막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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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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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참 좋다고 느꼈습니다.

존재에 대해...

관계에 대해...

​

양자중력 이론의 선구자이자 세계적인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

그간 그는 어려운 용어와 수식을 벗어나 특유의 문학성으로 우리를 물리학 세계로 안내해 주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우리가 속한 익숙하지만 낯선 이 세계 속의 이야기를 건네준다고 하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답을 찾아 나아가야 할까......

​

연결로 이루어진 유연한 세계

이곳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다

​

카를로 로벨리의 과학과 세계관을 집대성한 결정적 저작

프린스턴대학교를 뜨겁게 달군 물리학자의 존재 수업

​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책은 여섯 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강의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물리학의 몇 가지 측면을 간략히 살펴본 후, 양자 물리학의 이질적 핵심으로 깊이 파고듭니다(관계적 해석).

두 번째 강의에서는 우리 자신으로 돌아와, 지식과 세상 사이의 연결 고리를 어떻게 이을 수 있을지 논의합니다(정보의 물리적 본질, 상대성이론의 반복).

세 번째 강의에서는 공간과 시간(현재주의나 블록우주론이 아닌, 시간을 초월한 역학), 그리고 20세기의 두 가지 위대한 개념적 도약, 즉 양자와 아인슈타인의 공간, 시간, 그리고 중력에 관한 발견을 결합하는 데 필요한 개념 구조를 다룹니다(양자 중력의 개념 구조).

네 번째 강의에서는 다시 우리 자신으로 돌아와 시간의 흐름에 대한 물리적 기반, 그 흐름과 관련된 현상, 특히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우리의 명백한 자유에 관해 논의합니다(일반적으로 이해되는 인과관계, 시간의 흐름, 물리학과 자유의지의 양립 가능성).

다섯 번째 강의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자연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봅니다(환원주의, 발생론, 과학의 통일성·분열성이 아닌 실재론).

여섯 번째 강의에서는 이처럼 풍부한데도 확실성과 궁극적 근거를 갖추기 어려운 지식을 종합해 이야기합니다

​

솔직히...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고 했지만...

물리학이고 특히나

​

양자역학은 어떤 물체의 속성이 그 물체가 다른 무엇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일 뿐이라는 관점을 가지게 합니다. 물체가 어떤 속성을 가진다는 것은 다른 물체에 특정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결국 물체의 속성이란 물체들 사이의 관계로, 물리적 상호작용에 관련된 개념인 것입니다.

간략히 말하면, 양자역학은 '모든 물리 시스템의 변숫값은 오직 다른 시스템에 대한 상대적 값이며, 오직 그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실현된다'라는 사실의 발견입니다. - page 35

​

양자 현상을 이해하려면 그 현상을 설명하는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는 때에만 값을 가진다고 생각해야 하고

변수들의 값은 상호작용하는 두 시스템의 속성으로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러한 해석을 '관계적 해석'이라 부르고 있었고...

​

또한 절대적 확실성은 우리 삶과 무관하고, 도달할 수 없으며,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코페르니쿠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을 폐기하지 않았고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물리학을 무너뜨리지 않듯이

확신을 내려놓고

이미 아는 것을 고쳐가며 새로운 지식을 쌓아 나아갈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

"불확실한 현실에서 무엇을 믿고 살아갈 것인가?"

​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은 없다고

다른 존재와의 관계, 불확실성 속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며 나아가는 것임을...

​

우리는 이 낯선 세상 속에서 조금밖에 알지 못하는 채로 불안하고 조심스럽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밀턴은 《실낙원》에서 불타는 칼을 든 천사에게 쫓겨 난 하와와 아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광활한 대지를 걸어갑니다. 길을 잃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서로의 손을 잡고, 어쩌면 미래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들은 잠시 눈물을 흘렸지만 곧 눈물을 닦았습니다. 온 세상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고, 운명을 믿고 편히 쉴 곳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손을 잡고 느린 걸음으로 낙원을 떠나 고독한 여정을 향해 걸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걷고 있습니다. - page 266

​

그렇게 강의가 끝이 났습니다.

​

분명하고 명확해야만,

정의나 수식에 의미를 부여했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나의 사고를 한정적 가두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흐르는 시간 속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아니 지금 이 순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정답에 얽매였다는 점에서...

​

이 세계는 단순히 사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전개되지 않는 동시에, 인과관계에 지배되지도 않습니다. 이 세계는 관계로 엮여 있고, 서로 교차되는 관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을 구체화할 때 익숙한 개념들을 수정하고, 확신을 버리며, 궁극적 근거를 포기해야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page 6

​

이 문장이 저에겐 오래도록 남았고

이제 저에게 주어진 과제는...

​

현재 과학적 지식을 포함한 우리의 지식 수준에서 세상에 관해 설명하고 탐색하는 데 효율적인 개념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다소 광범위한 맥락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세상에 관한 대략적이고 불완전한 설명에 포함되는 실체는 무엇인지 묻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개념은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모든 관계 속에서 평등하게 존재하며, 그들은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 page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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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인사이트 산책 - 5인의 창작자가 다시 읽는 낯설고 매혹적인 도쿄의 일상
김학재 외 지음 / 책밥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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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의 수도이자 문화, 경제, 정치의 중심지로,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

'도쿄'

저도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기에 저에게 도쿄란 여행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

여기 도쿄에서 평균 11년을 치열하게 살아온 5인의 창작자들이

​

관광객의 눈으로 화려하게 소비되던 도쿄를 벗겨내면 어떤 얼굴이 남을까?

​

란 질문에 대한 각자만의 답을 내렸다고 하였습니다.

여행이 아닌 삶이라는 시점...

그리고 저마다의 전문 영역에서 바라본 도쿄는

'일터'이자 '일상'

의 의미를 가질 텐데...

그들의 시선으로 본 도쿄는 어떨지 새삼 저도 궁금했습니다.

​

도시를 소비할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

도쿄를 걷고 멈추며

발견한 삶의 또 다른 속도

​

『도쿄 인사이트 산책』

다섯 개의 시선이 있었습니다.

'건축가'는 도쿄의 관문이자 일상의 축인 '역(station)'과 옛 만세이바시의 흔적을 통해

도시와 기억의 관계를 추적하고, 도시에 남겨진 매혹적인 흔적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요리사'는 36번의 계절을 지나며 체득한 일본의 식문화, 손님을 온전히 환대하는 오모테나시의 철학, 그리고 주방 안팎의 생존기를 통해 일본을 이해하는 창을 열어주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17년간 하라주쿠의 빈티지 씬(scene)을 누비며 서브 컬처가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로 진화하는 매커니즘과 다양성의 공기를 포착했습니다.

'예술가'는 아이의 유치원 등하원 길에 마주한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 롯폰기 모리 미술관을 통해 일상과 육아,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사귐'의 시간과 '머무름'의 미학을 전하였습니다.

'출판 디자이너'는 도쿄의 출판 및 인쇄 성지라 불리는 진보초에서 만화책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해 종이책의 물성과 인쇄 문화의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배운 오답노트를 전해주었습니다.

​

그렇게 5인의 시선은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의 시선들이 쌓이고 쌓여 한 도시가 이루어지게 되고,

그럼 우리의 도시엔 어떤 레이어가 숨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

오늘도 지나쳤던 '역'의 의미를...

​

건축가에게 사색이란 '멈춤'이자 '출발'이다. 멈춰서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도시의 표정이 보이고, 그 표정 속에서 다시 나아갈 다음의 선이 그려진다. 역이라는 공간은 그래서 언제나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경계의 장소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발걸음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도시가 어떻게 기억되고 변화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도시를 걷고, 멈추고, 바라보며 공간 속에 스며 있는 시간과 사람들의 흔적을 읽어내는 작은 사색의 기록들 말이다. - page 34

​

그 의미가 새겨져있었던 만세이바시역이

'철거와 신축 사이에 놓인 제3의선택지'를 실험하여 2013년 '마치 에큐트 만세이바시'로 재탄생하였는데

​

오늘날 마치 에큐트는 단순한 상업공간을 넘어 도시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차로로 존재한다. 이곳에서 나는 가끔 시선으로 벽돌을 더듬으며 '건축은 결국 기억을 어떻게 다루는가의 문제'라는 생각에 잠긴다. 벽돌은 재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벽돌이 구워지는 온도와 위치,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벽돌이 설치된 이후의 자리와 시간에 따라 풍화하며 각기 다른 색과 표정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적 재료인 콘크리트나 유리에서 느껴지는 균일한 질감과는 다르다. 벽돌 하나하나가 마치 개인의 개성처럼 동일한 시스템 안에서도 서로 다른 기억을 품은 객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page 69

​

기억의 잔향이 남아 있고.

그 위에 현재의 삶이 더해진 이곳의 의미가...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을 현대화로 바뀐 마당에 아쉬움이 남곤 했습니다.

역시 일본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 '오모테나시'

일본의 다도 문화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음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며, 섬세한 배려와 따스한 정성으로 모시는 일로

이들의 정서를 대변하기도 하는데...

이들 덕분에 느끼게 된 감정

​

'아, 이런 배려들이 어우러져 나의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구나!'

​

환한 미소와 배려가 있기에 많은 이들이 도쿄로 방문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도쿄에서 차로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치바현 사쿠라시에 위치했던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

번화가를 벗어난 곳에 위치한 미술관은 고요함 속에 인상파 작품들과 색면 회화가 그림 앞에 선 이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깊이 마주하게끔 해 주며 자연과 예술로부터 공간과 시간을 허락받고 위로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미술관은 문을 닫게 되었고...

​

이제 나는 다시 내가 가장 사랑할 작품이 있는 미술관을 찾고 있다. 나만의 방식으로 그 공간에 애정을 건네고, 그 안에서 천천히 산책할 것이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사귐이 되고, 그 사귐은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가 생긴 관계는 사라진다 해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로 내 안에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위로와 쉼이 되었던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의 색과 소리, 향기를 떠올린다. 조용히, 다시 숨을 고르고 앞으로 걸어간다. - page 241

​

굳이 미술관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공간을 찾는다는 것...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나와 도시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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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 아이 ㅣ 특서 어린이문학 22
이보리 지음, 차상미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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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표지부터 싱그러움이 물씬 풍겨집니다.

아이의 머리 위에 잎사귀가 있는 걸 보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듯한데...

귀여운 아이가 들려줄 이야기가 어떨지 벌써부터 설렙니다.

​

"어떤 선택을 해도 솔이는 솔이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우정과 사랑!

​

『잎사귀 아이』

오늘도 아빠는 등교 준비를 하는 솔이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쇠 빗으로 솔이의 긴 머리를 빗겨줄 때면 솔이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곤 하는데...

​

"아무래도 내일 소풍은…… 안 가는 게 좋겠다."

"아뇨. 갈 거예요!"

​

솔이의 얼굴빛이 부쩍 창백해지고, 시름시름 앓기까지 해 병원에 다녔지만 나아지지 않아 걱정이 되었던 아빠는 솔이가 소풍을 가지 않았으면 하지만...

​

"근데 소풍 가고 싶은 내 마음은 왜 몰라요?"

솔이는 다시 소풍 이야기를 꺼냈어요.

"흠, 이러다 늦겠다. 숙제 끝?"

아빠가 얼른 말을 돌렸어요.

"잠깐만요! 아, 엄마는…… 없으니까…… 숙제 끝."

솔이는 공책을 탁 덮었어요. 솔이 가족은 솔이랑 아빠 단 둘이거든요. 아빠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어두워진 솔이 얼굴을 봤어요.

"솔아, 다른 사람 눈은 신경 쓰지 마. 너만 괜찮으면 다 괜찮은 거야." - page 9

​

열린 창문으로 유찬이의 재채기 소리가 들립니다.

지독한 비염을 달고 사는 유찬이.

유찬이는 솔이의 모습을 보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

"이히히힛."

이상한 소리가 또 튀어나왔어요.

"어떤 기분이야?"

유찬이도 솔이처럼 해바라기 자세를 하고 물었어요.

"숨이 탁 트이는 기분." - page 19

드디어 소풍 날.

숲에 막 입장하려는데 솔이가 헝클어진 머리를 휘날리면서 나타납니다.

아빠가 화장실에 간 사이 쪽지를 써 놓고 도망치듯이 집을 나왔다는 솔이.

커다란 나무에 기대앉은 솔이는 숲 냄새도 햇살도 바람도 흙도 모두 좋았습니다.

그래서 깜빡 잠이 들어버렸는데...

​

"어? 뭐지?"

​

유찬이는 솔이 머리를 보곤

​

"아, 아냐. 어? 솔아 잠깐만. 머리에 잎사귀가……."

​

머리에 붙은 잎사귀인 줄 알고 떼어주다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진 솔이.

병실에 누워있던 솔이는 아빠와 의사 선생님의 대화를 엿듣게 되는데...

​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만, 솔이 머리에 잎사귀가 자란 게 맞다면……."

...

"소개해 드릴 분이 있습니다. 땡글 박사라면 솔이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겁니다."

​

솔이는 유찬이와 함께 땡글 박사를 찾아가게 되었고

박사님으로부터

​

"난 너와 갚은 사람을 많이 만났단다. 대부분 악몽에 시달리지. 진짜 자기 모습을 누르고 사니까. 그래……. 오래전 너희 엄마도 나를 찾아왔단다."

...

"솔아. 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너답게 살지를 선택해야 해"

"선택이요"

"선택은 오직 솔이 너만 할 수 있단다." - page 54 ~ 55

​

과연 솔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

​

"난 잎사귀 아이야."

아빠의 심정이...

저에겐 울컥하게 다가왔었는데...

​

"우리 솔이만 괜찮다면 아빠는 다 괜찮아. 다, 전부 다. 솔이가 무엇이, 무엇이 된다 해도 말이야."

​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겨웠을지 알기에...

개인적으로 저도 이 말을 자꾸만 읊조리게 되었습니다.

​

그래도 어른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솔이의 모습을 보고 제가 많이 반성하게 되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잎사귀 아이, 솔이.

어디선가 햇볕을 쬐면서

​

"이히히힛."

​

해맑게 웃음을 지을 솔이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저도 오늘은 햇볕 아래에서 눈을 감고 솔이를 그리며

그 모습 그대로 앞으로도 당당히 살아가길 응원의 박수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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