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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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토킹'

'경찰의 부실 대응'

최근에 뉴스에서도 마주했었기에...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

나오키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에 수차례 노미네이트 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미스터리 작가

'유즈키 유코'

어떤 사건이, 그 사건의 진실은 어떨지...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국가의 안녕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

경찰청 말단 직원이 파헤친

'벚꽃'이라는 암호명의 오래된 거짓

​

『지지 않는 벚꽃』

"이번 일은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시민 여러분께 불안감을 안겨 드리는 보도가 나간 점에 깊이 사죄드립니다. 그 건에 관해서는 저희도 전력을 다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는 단계이므로……."

​

아침부터 요네자키현 경찰청 홍보과 전화기 여덟 대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벨이 울립니다.

그 이유는

​

'히라이시 여대생 스토킹 살인 사건, 경찰은 사건 수사는 뒷전이고 워크숍을 갔던 것으로 밝혀져'

​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한 여대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스토킹 피해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신고 접수를 미룬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 조직은 거센 비난을 받게 되었는데...

​

"진짜 문제는 수리한 시기가 아니야. 관할서 녀석들이 수리를 미루고 워크숍을 갔던 사실이 어디서 샜느냐는 거지."

도가시의 옆자리에서 다카하시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이건 지역 신문인 요네자키 신문, 한 군데에서만 단독 특종을 낸 기사입니다. 경찰 내부 사람이 흘린 게 분명합니다." - page 14

​

홍보과에 일하는 '모리구치 이즈미'는 순간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요네자키 신문 기자 '쓰무라 지카'

고등학교 동창으로 둘이 만나면 일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고 옛 추억과 연애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고등학생 시절처럼 거리낌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

"진짜야. 진짜 내가 안 썼어!"

지카는 간절히 호소했다.

...

이즈미는 지카를 정면으로 쏘아봤다.

"나도 너를 믿고 싶어. 그렇지만 상부에서 자신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비밀을 매스컴에 흘리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그러니까 내가 실수로 내뱉은 말을 네가 듣고 기사를 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 page 34 ~ 35

​

워크숍 기사가 신문에 보도되기 이틀 전, 이즈미와 지카는 같이 밥을 먹었고

이즈미는 형사에게 받은 과자가 맛있어서 그 과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워크숍 시기를 무심코 말하다 그만...

지카에게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었는데......

​

"이 일에는 뭔가 내막이 있는 것 같아."

...

"아직은 말 못 해. 어쩌면 단순히 내 착각일지도 모르고. 그래도 조사해 볼 가치는 있어."

"그러니까 뭘 조사한다는 거냐고."

지카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이즈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네가 나한테 찍은 배신자라는 낙인을 기필코 지우고 말겠어." - page 41

​

대체 뭘 조사하려는 걸까...

내막이라는 건 또 뭘까...

​

워크숍 기사가 신문에 실리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또다시 창밖이 떠들썩합니다.

​

"무슨 일이랍니까?"

"망자가 나왔다는군."

사무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망자란 시체를 뜻한다.

"히라이시 우에노강 하류에서 여자 시신이 발견됐어. 현재로선 사고인지 자살인지, 혹은 범죄성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대. 일단 의문사로 보고 수사1과와 감식반이 출동했고, 기동 수사대도 그쪽으로 가고 있다는군." - page 45

​

알고 보니 강에서 발견된 시신은 요네자키 신문의 쓰무라 지카 기자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에게 찍힌 배신자라는 낙인을 지우고 말겠다며 투지를 다지던 지카가... 왜......

​

"문제는 요네자키 신문이 워크숍 기사를 내보낸 다음 날부터 사체가 발견되기까지, 그 일주일 동안 쓰무라의 행적이 파악이 안 된다는 거야."

​

친구의 말을 믿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은 이즈미는 지카가 죽기 전 무엇을 쫓고 있었는지 하나씩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닌

조직이 감추려 한 진실, 서로 다른 정의를 좇는 사람들, 그리고 국가의 안녕이라는 이름 아래 외면된 한 사람의 삶의 모습

이 드러나는데...

'벚꽃'이라는 암호명 뒤에 숨은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친구의 죽음을 좇던 이즈미.

그녀의 끈질긴 추적 끝에 마주했던 진실이...

'추악함'이었음에...

그래서 끝에 그녀의 결단이

​

……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국가의 안녕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

부디 오랫동안 이어지길...

지지하고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어야 한다...

안전을 위해 국가가 국민을 배신한다...

그동안 믿어 온 윤리와 도덕에 금이 가기 시작했었습니다.

아니, 이미 균열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숨만이 나왔습니다.

​

흐드러졌던 벚꽃들이...

마냥 아름답지 않았던...

그 속에서도 지지 않겠다는 이즈미의 다짐을 또다시 외쳐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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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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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안녕을 위한 희생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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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작은 정원들 -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골목 정원 이야기
최윤선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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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조금씩 자기만의 색을 내는 나무들 사이를 거닐 수 있는 요즘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집순이인 저도 비만 오지 않으면 밖으로 향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가을을 만끽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멋스러운 한옥이 돋보이는 북촌은 데이트뿐만 아니더라도 혼자 거닐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

여기 북촌을 걸으며 발견한 작은 정원들을 이야기해 준다고 해 선뜻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알면 더 자세히 보게 되고 그 아름다움으로 제 마음도 풍성해지지 않을까...?!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식물들의 이야기.

이제 몸을 낮추어 귀 기울여봅니다.

​

담장 너머 나무들과

돌담 틈의 작은 풀꽃들,

​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골목 정원 이야기

​

『북촌의 작은 정원들』

병원에서 오랫동안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하곤 정작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작가님은 어느 날, 가슴이 답답해지고 식은땀이 흐르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병원에서 일하던 시절 마음속에 품었던 물음 하나를 떠오르게 되는데...

​

'무엇'이 환자들의 몸과 마음의 균형을 지켜 줄 수 있을까

​

이 해답을 '숲'에서 찾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흔 중반, 간호사에서 산림치유지도사이자 숲해설가로 삶의 방향을 바꾸고

깊은 숲속이 아닌,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자연이 사람을 회복시키는 순간들을 마주하기 시작했고

그 기록이 이 책에 담겨있었습니다.

​

'정원'이라는 말은 동서양에서 모두 '담장 안, 나만의 자리'라는 뜻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럼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보는 자리도 '정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안국역 주차장 틈에서 자라는 오동나무, 원서동 건물 사이에 뿌리내린 쉬나무, 삼청공원의 조팝나무, 북촌로 담벼락 아래의 냉이까지

북촌의 궁궐과 공원은 물론 골목의 담벼락, 건물 틈과 보도블록 사이에 살아가는 식물 앞에 멈춰 서 스스로 두르게 되는 '마음 정원'을 그리며 우리에게 초록이 건넨 다정한 위로를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

다가올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으로 보내던 물과 영양분을 스스로 차단하고 잎을 떨어뜨리며 본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지혜로운 단절이자, 가장 전략적인 비움을 보여주었던 열린송현 녹지광장 들판의 '중국단풍'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속을 이루며 우리 땅의 귀한 혈통을 지닌, 독보적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와 인내의 결과인지를 생각하게 해 주었던 종친부 옥첩단 '미선나무'

낮에는 아름다운 나선으로 말려 있다가, 어둠이 내리면 비로소 꽃잎을 열어 향기를 뿜는, 각자의 시간에 각자의 방식으로 피어나면 된다고 알려주었던 계동길 화분의 '털독말풀'

등

식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언어'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

지금쯤이면 볼 수 있는 창덕궁 담장 너머의 스승 '은행나무'

왕실의 수많은 서책을 보관하던, 창덕궁 궐내각사의 '책고'를 지키는 나무라고도 한답니다.

이 나무에서 주목한 건 '장수'의 비결이었는데...

그건 은행나무를 올려다보면 잎이 다닥다닥 붙은 채로 자라다 멈춘 듯 짧고 뭉툭한 '단지'라고 불리는 가지로부터 건네받은 초록 처방전!

​

이것은 나무가 성장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에너지가 충분할 때는 가지를 길게 뻗고, 환경이 척박하거나 에너지를 아껴야 할 때는 속도를 늦추고 잎을 모아 효율을 극대화하는 단지를 만드는 것. 무리해서 몸집을 불리는 대신, 내실을 다지며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자라기를 택한 전략입니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더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쉼없이 달리는 우리입니다. 오랜 시간을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걸어온 창덕궁의 은행나무 앞에서, 속도보다 무너지지 않는 내면이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만의 속도로 나이 들어가는 법을 배웁니다. - page 130

​

이제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독 인상적인 식물이 있었으니...

잘 가꾸어진 화단의 부드러운 흙 대신, 주로 바위틈에서 자라는 '돌단풍'

바위틈은 흙이 얕으니 양분이 적고, 여름 한낮에는 바윗돌이 달구어지며, 겨울에는 바람이 거침없이 통과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 돌단풍은 굵고 단단한 '뿌리줄기'를 발달시켜 꽃을 피우는데...

​

환경이 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환경을 선택한 것이라는 듯, 좁은 틈새를 탓하지 않고 그 틈새를 자신만의 안전한 자리로 만들어 버린 식물.

화려하지 않아도 시선을 붙드는 이 작은 식물 앞에 잠깐 멈추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조용한 회복을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바라보면 됩니다. 바위틈에서 올라온 흰 꽃이삭을, 바람에 흔들리는 단풍 모양의 잎을, 그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바윗돌을 붙들고 있을 뿌리줄기를요. - page 260

​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어쩌면 꼭 맞는 자리일지도...

돌단풍으로부터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괜찮다...'

​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색을 낼 것을...

'인내'와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준 식물들.

여리디여린 식물들이 건넨 위로와 용기가 제 안 가득히 초록으로 물들며 살아갈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눈길이 닿는 곳, 발길을 멈춰 작은 정원에서 건네는 '작은 초록색 처방전'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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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부동산 ㅣ 기기묘묘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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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설화와 괴이를 유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내며

한국형 판타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인 이야기꾼

'박혜연'

​

전작 『기기묘묘 방랑길』을 읽었었기에...

조선판 셜록과 왓슨이라 불릴 만큼 유쾌하고 신비로운 주인공 콤비였던 효원과 사로에 한동안 사로잡혔었기에...

​

"세상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대답을 바라지는 않은 듯 효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이 방랑이 끝나도 여전히 알 수 없겠지. 그래도 나는 이 방랑길이 즐겁네." - 박혜연, (2025), 『기기묘묘 방랑길』, 다산책방, page 191

​

이들이 아니라더라도...

이런 한국형 판타지가 고팠던 독자였기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 디! 어!!

작가님이 신작을 들고 오셨습니다!!

​

이번엔 자신의 세계를 한층 확장해 전통 요괴들과 오늘날의 서울을 잇는다고 하였습니다.

전통 요괴를 불안과 외로움을 품은 캐릭터로 되살리고,

미스터리와 로맨스 요소를 결합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

한국형 판타지

​

를 완성한다고 하니 또다시 설렐 수밖에 없는데...

이미 밀리의 서재에서 선연재로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는 이 작품!

어찌 안 읽을 수 있을까!!!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

"이 계약서에 서명하시겠습니까?"

​

인간이 내놓은 몸에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오다

​

『기기묘묘 부동산』

어디서 왔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검고 커다란 것.

본래 인간이 아니었던 존재, 그렇다고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닌 것.

하지만 삿된 것들과는 달리 악의 없이 존재하는 것.

바로 '괴이'

어쩌다 길을 잃고 저승에 굴러들어 와 죽은 것, 삿된 것과 함께 엉겨 살던 괴이들을 이끌 존재 '귀구'가 등장하자 염라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껴 천신의 이름을 빌려 조건을 붙이는데...

​

'저승의 것, 특히 명부만큼은 절대 손대지 말 것'

​

16○○년 모월 모일 밤

다리 위에 한 여자가 서 있습니다.

​

"기다려. 나도 곧 따라갈 테니."

​

어렵게 자랐지만 성실했고 체격 또한 건장했던 하나뿐인 동생이 대감마님의 검에 손을 댔다는 주인집 도련님의 모함으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

"내가 죽어서라도 꼭……."

​

이 여자 앞에 어둠보다도 검은 것이, 벌건 눈을 번쩍 뜨곤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

"내가 복수해 줄게."

...

"대신…… 나한테 줄래? 네 껍데기."

​

여자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에 됩니다.

​

"네 이름이 뭐야?"

"……단야."

"기대해도 좋아."

​

이른 아침부터 고시원을 나서는 '강연준'의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어릴 때부터 연준을 덮친 불운은 그에게서 부모를 앗아 갔고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서글픔이나 우울함에 빠질 새도 없이 친척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아 학업을 마쳤지만 언제부턴가 앞길이 보이지 않은...

연준을 도와주던 친척들이며 지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연준의 사건 사고에 휘말려 하나둘 그를 멀리하게 되고

연준 자신조차도 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귓가의 들려온 목소리

​

'더 이상 버티기 힘들 때 나를 찾아오렴.'

​

어릴 적 돌아가신 부모님의 명복을 빌고자 친척들의 손에 이끌려 찾아갔던 호암사로 향하지만 자신의 기억과는 다른 호암사였고

법호 스님 대신 헌승이라는 사람이 그를 맞이해줍니다.

그러다 헌승으로부터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된 연준.

​

"건방진 놈."

​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

"하찮은 잡귀로도 존재하지 못하게 해주마."

​

펑 소리와 함께 지귀의 몸이 터져버렸고

지귀가 빠져나간 헌승의 몸은 힘없이 축 늘어지고 순식간에 바스러지더니 가루처럼 날려 그 형체가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경기를 일으키듯 몸을 떠는 연준에게 여자가 다가가

​

"내가 먹어줄게, 너."

...

"네 불운을 없애려고 그 첩첩산중까지 간 거 아니야? 그거 내가 해주겠다고."

​

제 불운을 떼어 먹어주겠다는 여자.

연준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여자를 따라가게 되는데...

​

'귀구부동산'

​

이곳은 인간세계에 살고자 하는 괴이들에게 인간의 껍데기를 구해다 주는 것으로

​

"스스로 생을 버리려는 순간 그 인간의 이름은 희미하게 저승명부에 나타나기 시작해. 정말로 죽음이 목전에 다다랐을 때야 명부에 제대로 오르지. 그만큼 생은 자기 의지에 달린 거야."

...

"그러니 명부에 이름이 완전히 오르기 전에 계약해서 껍데기를 받고, 그 혼은 내가 좋은 곳에 모셔다드리는 걸로."

...

"거기까지 간 사람들은, 우리 표현대로 하자면 생의 불씨가 다 꺼졌다고 해. 그 불씨를 다시 살려내는 건 웬만한 노력으론 불가능한 일이고."

...

"사는 건 힘들잖아. 난 그들을 최대한 돕는 것뿐이야."

​

연준은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인간의 껍데기를 얻은 괴이들이 벌이는 기기묘묘한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러다 연준은 자신이 불운했던 이유를...

그리고 단야와 자신의 우연이 아닌 인연을 알게 되는데...

과연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이야기...!

​

그 아이를 구한 게 정말 옳은 일이었을까. 만약 제가 내려왔던 결정들이 옳은 게 아니었다면……. 그저 오만하고 독단적인 판단이었을 뿐이라면……. - page 230

​

삶을 포기하려는 인간

인간의 '껍데기'를 가지고서라도 인간이 되고픈 괴이

이들을 중개하는 수상한 부동산

이곳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낯선 우리의 삶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면서 상처를 주고

행복을 바라면서 욕망에 휘둘리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실패하고 후회하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

를 묻고 있었습니다.

​

그중에서도 이 대화가 인상적이었는데...

​

"연준."

차귀가 떠난 곳을 바라보던 단야가 연준을 불렀다. 단야는 연준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솔직해지는 건, 참 힘들어. 그렇지?"

남에게는 솔직해지라 하면서도 연준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 단야는 그런 모순된 연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물어왔다. 다행히 딱히 대답을 바라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래, 참 힘들어." - page 162

​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라도 솔직했다면......

조금은 맘 편히...

인간다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왜 우린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때 비로소 깨닫는 것일까...

​

"인간이란 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마음속에 있다 한들 눈앞에 보이는 무언가를 붙들고 싶어 하니까요. 얼굴이 나온 사진이든 이름이 적힌 위패든, 혹은 추억이 담긴 물건 무엇이든." - page 210

​

무엇이든 붙들고 싶어 하는 그 마음...

​

결국 인간도 그랬지만 귀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욕심을 내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며, 다른 이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혼자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없음에,

서로를 이해하려 태도를 보며...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

괜스레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인간일까......?

아니, 그전에 나는......?

힐긋 쳐다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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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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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이 책을 2년 전에 읽었고

그때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

사랑도 행복도 내가 찾아가야 오는 것을

아끼는 마음이 쌓여서 사랑이 되고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는 행복이 되는 것을

​

'행복의 정수'를 제대로 알려주셨었는데...

​

그 봄이 지나고...

시간을 흘러...

어느덧 가을이 되었습니다.

행복의 씨앗은 그 봄에 싹을 틔우고

활짝 피었었는데...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

그래서 다시금 만나게 되었나 봅니다.

새 옷과 새 제목으로 재탄생된 『나태주의 행복수업』

그때 그었던 밑줄이...

지금도 같은 곳을 그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문장이 새로이 자리를 잡을까...

다시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

'행복의 정수'를 좇아

가장 예쁜 변두리로 떠나는 인생 여행

​

『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같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책 제목이 주는 느낌 때문일까...

전에 읽었을 땐 '봄'의 푸르른 새싹을, 길가에 핀 작은 꽃들과 같았다면

이번엔 '가을'의 갈대 같았다고 할까...

씁쓸함이 묻어나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났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이라는 응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

"서울로 가서도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그대가 행복하면 나는 그걸로 족합니다. 힘이 들면 공주로 와요. 살금살금 야금야금 또 봅시다. 혹 내가 없어도 문학관의 꽃들이 맞아줄 거예요. 때가 되면 나도 모든 걸 탁 놓을 겁니다. 최선을 다해 숨 쉬고 마지막 말은 딱 한마디면 족해요.

'됐어!'"

​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던 그.


서투른 나를 자연스럽게, 떨리는 게 못난 게 아닌, 본질이라며

떨면서 나아가면 된다고

그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던지...

​

그의 시가 참 좋습니다.

어렵지 않아서...

그가 다정한 시선으로 옆에서 속삭여주는 것 같아서...

그중에서도 유독 제 마음을 이끌었던 시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계절과도 맞아떨어지는데...!

그리고

​

아름다움의 끝, 그 끝은 항상 '나'가 아닌 '너'를 머금고 있다고 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그렇게 '너를 향한 염려' '너를 위한 준비'로 아름다워지는 거라고. - page 56

​

'너'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저도 그렇게 누군가에게도 시선을 건네며 당부해 봅니다.

​

부디 아프지 마라……

​

"산다는 건…… 말이지요. 매우 비참한 가운데 명랑한 거예요."

​

비참을 알고도 뻔뻔하게, 명랑하게

​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충분히 잘 살고 있어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

격려와 함께

​

"그럼요.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게 행복입니다. 늙음도 죽음도 내가 찾아가야 오는 거라고 했지요? 사랑도 행복도 내가 찾아가야 옵니다. 아끼는 마음이 쌓여서 사랑이 되고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는 행복이 돼요. 나는 그런 사소한 것, 낡은 것, 익숙한 것들을 수집하는 고물 장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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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내 '억지로라도 행복하기'를,

행복한 고물 장사가 건넨 메시지였습니다.

이 메시지가 부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심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남겨보며...

오늘 저는 스스로를 다정히 안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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