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0 - 달러구트와 양치기 소년 이야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꿈 백화점' 신드롬을 일으킨 '이미예' 작가.

첫 만남이 2020년이었고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잠든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온갖 꿈을 한데 모아 판매한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그곳엔 범상치 않은 혈통의 주인장 '달러구트'를 비롯해

최측근에서 일하게 된 신참 직원 '페니'

꿈을 만드는 제작자 '아가넵 코코'

...

꿈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었던 이 소설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물론 저에게도 공감과 따뜻한 위로를 선사하고 있었는데...

1권과 2권을 만나고...

한동안 뜸했습니다.

그러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의 마법 같은 여정의 마침표가 될 이번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꿈 백화점'의 태동기를 다룬 이번 이야기.

전작으로부터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젊은 달러구트의 모험과 성장 이야기를 들려준다는데...

첫 시작이자 피날레를 장식할 이번 이야기.

아쉽지만 또다시 달려봅니다.

"마침내 달러구트의 마법 같은 과거가 밝혀진다!"

청년 달러구트의 환상적인 모험과 놀라운 비밀

모두가 기다린 '꿈 백화점' 시리즈의 처음이자 마지막 이야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 0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달러구트가 아직 가게를 물려받기 전의 기록이다. 당시만 해도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이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대신 사람들은 그곳을 아주 오랫동안 '세 번째 제자의 유서 깊은 가게'라고 불러왔을 뿐이었다.

이것은 바로 그 시점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 page 9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를 도와 '세 번째 제자의 유서 깊은 가게'를 운영하던 '달러구트'.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실종되면서 열아홉 살의 나이로 홀로 가게를 지키며 밤낮없이 엄마의 행방을 찾아 헤맵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가 사라지기 전 가게를 담보로 큰 돈을 빌리셨고,

빨리 빚을 갚지 못하면 가게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돈을 갚기 위해 일을 구해보고자 하지만 꿈과 잠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이곳에서 달러구트는 심각한 불면증으로 마을 사람들이 그를 멀리하고 일자리마저 구할 수 없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할까...!

"내 동생이 불면증인 것 같다고."

...

"달러구트, 네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넌 오랫동안 그걸 겪었으니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을 거잖아? 효과가 있는 거라면 뭐라도 좋아. 도와준다면 반드시 사례할게. 보다시피 나도 곧 가게를 정리해야 하는 입장이라 큰돈은 못 내지만……." - page 73 ~ 74

불면증 치료를 하면서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러다 누구든 잠을 푹 자게 해준다는 '양 세는 꿈'을 알게 됩니다.

'양 100마리를 세면 어디서도 꿔보지 못한 꿈을 보여드립니다. 평소보다 더 깊은 잠을 약속합니다.'

상자에 적힌 문구 아래 검은 양 그림이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진짜 같은 모양새였다. 달러구트는 한참 동안 검은 양을 쳐다보다가 마침내 상자를 열었다. 검은 양처럼 새까맣고 울퉁불퉁한 꿈은 이렇다 할 포장도 없이 덩그러니 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 루페를 갖다 대자 짐승의 털 뭉치 같은 것이 소용돌이치는 게 보였다. 파란 것과 하얀 것, 붉은 것도 섞여 있었는데, 그건 그가 평생 보아온 어떤 꿈의 형상과도 달랐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만든 건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달러구트가 아는 어떤 제작자도 이런 꿈을 만든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 page 107

달러구트는 꿈 상자에 적힌 대로 양을 세기 시작하다가 꿈속에서 기묘한 모습의 검은 양과 양치기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을 늑대라고 우기는 검은 양은 달러구트가 잠들 수 없는 이유를 알고 있다며 알 수 없는 말을 하곤 한 입에 삼켜버리는데...

스산하고 불쾌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4시간 넘게 잔 희열에 점점 위험한 꿈의 유혹에 빠져들게 됩니다.

얼추 빚을 갚을 만큼 돈을 모았던 달러구트는 발레곤에게 찾아갔지만

"돈은 충분하지만 빌린 사람이 직접 가져와야 해요. 본인 확인은 거래의 기본이잖아요. 대충 속아 넘어가려고 해도 당신은 심포니와는 너무 다르게 생겼네요. 어머니랑 안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듣죠?"

"뭐라고요? 우리 어머니가 실종 상태라는 걸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

"강제 집행일까지 2주 정도 남았네요. 그 안에 어머니가 돌아오길 진심으로 기도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자가 더 불어나지는 않도록 특별히 사정을 봐줄게요." - page 145 ~ 146

엄마의 행방을 좇아가던 달러구트.

이번엔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양 세는 꿈'을 만든 이는 누구일까...?

이번 이야기는 가장 완벽한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기발하고 매혹적이었던...!

(반전이 있기에 더 짜릿했습니다!)

"다수의 연구 결과에서 밝혀진 건데, 꿨던 꿈들이나 우리와 나눈 대화가 기억 저장소와는 별개로 무의식 속에 각인된다는 거야. 자아 뒤에 각인된 비현실의 경험들은 현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채로 오직 꿈과 꿈 사이의 징검다리를 건널 때만 나타나 꿈을 사는 데 영향을 준다는 거지……. 그럼 손님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결코 헛수고가 아니라는 거잖아?" - page 117

잠은 삶의 유예가 아니라, 나를 온전히 수용하고 복원하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의 쉼에 더없이 관대해지시기를 바랍니다. - page 298

오늘 밤엔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꿈 백화점의 주인으로 거듭난 달러구트.

다시 정주행을 해보고자 책장에 있던 책들을 소환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춤추는 단백질 - 탄생, 사랑, 변신, 그리고 죽음을 순환하는 생명의 과학
샤히르 S. 리즈크.매기 M. 핑크 지음, 홍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동안 생명과학이라 하면...

'DNA'

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관련된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상 깊었던, 워낙 유명한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

이며

자기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존재

라고 외쳤었기에

나아가 생명체 복제 기술의 발달과 인간 유전자 지도의 연구로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면서 유전자의 영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짧은 저의 지식으로는 DNA, 유전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됩니다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이 서사에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DNA는 요리책에 불과하다.

실제로 요리를 하는 것은 단백질이다.

지금부터 '단백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DNA는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비밀은 단백질에 있다

춤추는 단백질

'단백질'이라 하면 보통 음식을 떠올리곤 합니다.

우리 식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그렇지 않아도 평생의 숙제처럼 '다이어트'라 하면 무조건적으로 단백질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그럴 수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있는 모든 세포 안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단백질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생명을 유지하는 일'

여기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단백질은 세포 안의 아주 작은 일꾼들입니다.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지금까지 이 땅에 존재한 모든 생명체들의 거의 모든 생물학적 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경이로운 기계들이 바로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은 우리 존재 자체의 원동력입니다. - page 9

DNA가 생명의 설계도라면,

단백질은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존재로

단백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전적으로 '어떤 형태로 접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였습니다.

같은 아미노산 사슬이라도 접히는 방식에 따라 코브라의 독이 되기도 하고 악성종양을 치료하는 약이 되기도 하는데...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의 그 변천사를 좇으며 단백질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었습니다.

책은 다양한 예시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삽화는 저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단백질의 다양한 구조를 볼 수 있었는데

멋진 3D 구조의 색상이 더해진 단백질 사진도 좋겠지만 오히려 삽화라 더 친숙하게 와닿았다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마치 그들의 연구노트를 엿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과학자이지만 이야기꾼과도 같았던, 이들의 단백질 이야기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말해준 이야기'와도 같았습니다.

고통, 기쁨, 두려움, 불안, 우울, 황홀감, 후회, 심지어 사랑까지. 이 모든 감정은 단 하나의 수용체가 아니라 수천 종의 단백질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산물이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도 있고,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도 있다. 그 모든 것의 밑바탕에 단백질이 있다. - page 117 ~ 118

모든 것이 단백질의 작품이라는 것에...

그럼에도...

유전자 치료가 이런 질환을 치료하고 나아가 완치할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단백질 기반 질환들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할머니가 ALS로 돌아가신 지 거의 20년이 지났지만 다른 이들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병은 여전히 진단받는 사람들에게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여전히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간다. 단백질은 여전히 잘못 접힌다. DNA에는 여전히 복구할 수 없는 오류가 생겨난다.

우리 몸은 어떤 식으로든 결국 작동을 멈출 것이다. 죽음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단백질의 교향곡을 더 많이 알아갈수록 우리 자신과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 이해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난다. 자연에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무언가를 설계하는 능력을 우리는 얻게 됐다. 유전자 편집의 희망은 단순히 오류를 바로잡는 데 있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창조하는 데 있다. - page 322

자연은 가능한 아미노산 조합의 일부만 시도하기에

우리는 자연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무수한 가능성이 남아있기에

우리가 단백질이라 부르는 이 작은 기계들은 매일 커다란 기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단백질들이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놀라운 다양성과 단백질 공학의 비약적인 발전은, 디자이너 단백질이 오늘날 우리의 상상을 훨씬 능가하는 과업을 수행하게 될 미래를 가리킵니다. 미래가 어떤 모습이든, 단백질은 더 건강한 세상과 더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이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page 359

새로운 가능성,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쇼팽을 읽다 득수 읽다 1
권정현 외 지음 / 득수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음악을 듣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 소설과 시로 탄생시킨 '득수 읽다' 시리즈.

그 첫 책이었습니다.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

그는 폴란드의 시인 아담 미츠키에베치의 서사시를 읽고 그것으로부터 발라드 4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서사시라는 언어를 음악의 언어로 바꾸었던 쇼팽.

이제 4명의 소설가와 4명의 시인이 쇼팽 발라드를 듣고 썼다고 하니 그 느낌은 어떨지...!


8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쇼팽 발라드


쇼팽을 읽다


얼핏 보더라도 책의 두께는 상당히 얇았습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흐름에 몸을 맡겼고 마음을 맡기다 보니 어느새 쇼팽의 발라드와 글은 선율을 따라 조화를 이루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쇼팽 발라드 1~4번에서 찾아낸 이야기들.

쇼팽 발라드 1번에서의 유희란 소설 <그 한 가지>에서 '준수'와 쇼팽의 닮은 모습이,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이

잔잔하지만 때론 몰아치는 깊은 감정에 잠시 휘둘리곤 하였습니다.

쇼팽 발라드 2번에서는 시인 이소연의 시 <금목서, 금목서>에서 


꾹꾹 눌러쓴 별자리

쇼팽의 음표 같았어요


라는 구절로 발라드 2번을 풀어냈는데...

서정적인 듯하지만

그래서 더 치명적이었던...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사이드미러 속엔 꽃과 향기의 거리가 들어 있지요


금목서


마음을 끌다가

끌다가

누가 그랬죠

치명적이라고

...

창문에 그려진 그림이, 푹 꺼졌어요

닫힌 창문이 코피를 흘렸어요

치명, 죽을 지경에 이름

그러나 죽지는 않죠


쇼팽 발라드 3번에서는 권정현 소설 <노이즈 캔슬링>에 직접적으로 언급되면서 노래가 녹아져있었습니다.


어떤 인연은 헤어진 뒤 원수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인연은 헤어져 아쉬움이 남고 어떤 인연은 담담하다. 내게 아버지의 기억은 그 모든 감정이 혼합된 형태다. 나를 버린 친아버지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증오로 남았다가 어느 순간 잊히는 기억이 됐고 키워준 아버지의 대한 기억은 애증으로 남아 조금씩 희석되고 있다. 가끔 그들이 생각나면, 장마철 시멘트 다리 앞에 서서 망설이던 날이 떠오르면, 혼자 아프게 웃고는 한다. 그들도 사느라 참 힘이 들었겠구나. 다시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어깨를 두드려 주며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나이가 됐다. 쇼팽이 연인 조르주 상드와 헤어진 뒤에도 계속 아름다운 음악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아쉽거나 쓸쓸했던 기억의 힘일 것이다. 그 힘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겠지. - page 101


4개의 발라드 중에 깊은 아름다움이 느껴졌던 발라드 3번이었습니다.

쇼팽 발라드 4번에서는 시인 유종인 시 <물결치는 유리창들>이 저에게 이 음악과 너무나 닮은 것 같았습니다.


물결치는 유리창들

유종인


가령, 이런 일이 있다고 치자

그것은 단단히 붙박인 건물의 유리창이 그날따라 노을에 설레는 것

노년의 응석이라고 해두자


저 봐라, 노을이 창세기의 기억으로 빗발치면

단단했던 외벽의 유리창들의 어깨가 술렁이는 것

어깨를 겯고 물결치는 노래의

첫 악장은

탄성을 위한 비워둠이 제격인 것


그럴 때면 따라오라 이 도시에

날아든 표범이 퇴근 중인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토막난 정원을 큐빅처럼 펼쳐 초원으로

한두 발짝씩 내딛게 하는 것

은밀한 과감함은 한두 발짝 바람의 시음에서 비롯된 것


아 영원의 응석은 봄일까

하루마다 찾아드는 겨울날에도 볕 든 모래 반 줌을 쥐는 버릇은

영원의 무진장한 천안에 흩뿌려

감정 없는 눈물을 쥐어짜 보려는 오래된 버르장머리,

이중적 삼중적 사중적 그러나 하나의 다면체인

사랑의 천수관음의 물결들,

저 고딕체 빌딩의 유리창을 일렁이는 거북 등짝으로

영원의 점괘를 불태워 보려는 것


거두절미, 미처 거두지 못한 술잔에

몰락과 갱생의 몰약이 고요한 입술을 부르듯


이번을 계기로 알게 되었던 쇼팽 발라드.

서사적으로 때론 평화롭게 속삭이는 듯했지만 때론 격정적이었던...!

이 음악이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로 탄생된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로웠습니다.

여러 이야기로 다양한 감정을 마주했다면...

다시 음악으로 돌아가 내 느낌과 감상을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쇼팽의 피아노 선율에 저를 맡겨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 도스토옙스키 단편 백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윌마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소설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이 소설은 도스토옙스키가 대문호로 불리기 전,

20대 청년 시절에 쓴 청춘의 연가

라 하였습니다.

사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라 하면...

죄와 벌』, 『카리마조프가의 형제들』 등과 같이

이름도 어렵고 방대한 양에 주제도...

선뜻 접근하지 못했었는데...

(그래서 저는 아직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을 마주했을 때 선뜻 용기가 났습니다.

소설의 두께도 이 정도면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서툰 첫사랑의 기록'

이라는 점에서 보다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서야 대문호의 작품을 읽게 된 이 순간!

설렘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26세에 쓴,

가장 투명하고 순수한 연가!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런 밤은, 친애하는 독자여, 젊은 날에나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 page 8

이름은 모르겠고 스스로를 '몽상가'라 부르는 이 소설의 화자.

밤이 깊어서야 그는 시내로 돌아오고, 집으로 발길을 향하던 중 저만치에서 어떤 여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 사실,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두렵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늘 참 행복했습니다. 길을 걸으며 노래를 부를 정도였죠. 교외에 다녀왔거든요. 오늘처럼 행복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어쩌면…… 음, 혹시 괜한 일을 상기시키는 거라면 죄송합니다만, 당신이 울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저는 차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이 미어지듯 아파서……. 세상에나! 네, 그래요, 제가 정말 당신에게 형제의 연민을 느끼는 게 죄라도 되는 걸까요? 연민이라는 말을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그래요, 한마디로, 제가 저도 모르게 당신에게 다가가려 한 것이 당신을 모욕하는 일이었을까요……?" - page 27 ~ 28

떨고 있던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던 몽상가.

그녀의 이름은 '나스텐카'로 1년 전 마음을 빼앗긴 남자가 있었는데 1년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났고, 사흘이 지났지만 나타나지 않았던 그...

이런 사정을 묵묵히 들어주었던 몽상가에게 그녀는 오지 않은 그에게 편지를 대신 전해 달라고,

(조금은 이기적이지 않나...)

몽상가는 그녀를 향해 커져가는 마음을 애써 숨기며 그녀의 곁을 지켜주게 됩니다.

결국

"그 사람이에요!" 그녀는 떨리는 몸을 내게 더 바싹 붙이며 속삭였다……. 나는 버티고 서 있기가 힘들었다.

"나스텐카! 나스텐카! 당신 맞지!"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거의 동시에 젊은 남자가 우리 쪽으로 몇 발짝 다가왔다. - page 123 ~ 124

다음날 아침, 나스텐카로부터 편지를 받아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몽상가의 고백...

그대의 하늘이 언제나 맑기를, 그대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언제나 밝고 구김 없기를, 한없이 기쁘고 행복한 순간에 그대에게 축복이 넘치기를, 그대는 어떤 이의 외로운 가슴에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안겨 주어 감사한 마음을 가득 품게 했으니!

그래! 한순간이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한 사람의 일생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 page 130

순수하였고 찬란했던 청춘의 한 페이지...

비록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다시 고독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이 찰나의 행복으로도 인생을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저도 지난날을 회상하며 옅은 미소를 남겨보게 되었습니다.

짧지만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던 이 소설.

백야』라는 제목보다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가 더 깊이 새겨졌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아르만드 푸치 지음, 송병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거장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가우디 타계 100주기인 6월 10일,

그의 평생의 역작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교황 레오 14세가 성당을 직접 찾아 미사를 집전하고,

2월 공사가 끝난 성당에서 가장 높은 첨탑 '예수 그리스도의 탑'에 성수를 뿌리며 축복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가우디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여기 이 책에서는 가우디의 삶과 사상을 입체적으로 복원한, 20세기 유일한 가우디 전기라 하였습니다.

그동안 가우디라고 하면 천재 건축가라는 것, 그의 업적들만 알고 자세히는 몰랐었는데...

이번에 한 사람으로서의 삶과 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신화가 아닌 진짜 가우디를 만나다"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1852년 6월 25일 레우스에서 태어나 1926년 6월 10일 바르셀로나에서 일흔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책은 그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의 인생과 작품, 그리고 사상을 조명하고 있었습니다.

생전에 말과 글 대신 오직 건축을 통해 자신을 표현했던 가우디.

그래서 그를 둘러싼 수많은 신화와 과장, 불분명한 해석들이 반복되었는데

레우스의 자연과 빛 속에서 감수성을 키운 어린 시절을 거쳐 바르셀로나에서 젊은 건축가로 성장하던 초기

폭발적인 창작 활동 속에서 사순절의 단식과 정신적 위기를 겪으며 내면의 변화를 맞이하는 중기

점차 신앙과 상징, 전례적 의미에 깊이 몰두하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삶 전체를 바치게 되는 말년

으로 나누어 실증 자료, 동시대 기록과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보다 가우디의 실제 삶과 사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가우디에게 '영성'은 부수적이고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그의 활동, 다시 말해 창의력의 원동력이자 중심축이었습니다.

그는 믿고 창조하며, 자기가 믿는다고 고백하는 신앙에 따라 창조하였는데...

그 결정체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그가 이룬 건축물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어릴 때부터 선천성 폐병과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었고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며 사색에 잠기거나 자연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는 자신만의 건축 스타일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혼자였고 고독을 견디기 힘들어했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도 결국 혼자였던...

특히나 6월 9일 위중한 상태에서 실처럼 가는 목소리로

"오 하느님, 저의 하느님"

이라고 중얼거리며 마지막 숨을 고했을 때 비로소 하느님을 마주했을 그...

하느님을 찾으며 하느님을 만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안토니 가우디.

가우디의 성스러움과 관련된 결정체로서 네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섭리, 승천, 희생, 영광인데, 이것은 그가 신비주의의 길로 걸어갔음을 보여준다. 그는 "우리를 지켜보고 돌보시는 섭리가 있다"라고 굳게 확신했다. 라몬 류이와 마찬가지로, 가우디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사색이나 기이한 현상에 몰두하는 신비주의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의 신비주의자였다. 발로는 땅을 딛고 서 있으면서도 지중해의 빛으로 그의 영적인 통찰력과 현실 체험을 구성했다. 그래서 토라스 이 바제스의 가르침을 따라, 한편으로는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인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노동을 선택하여, 이 두 개를 결합했다. 가우디가 걸어간 신비주의의 길은 "눈으로 보는 마음의 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page 306

이제는 평안하시길 바라봅니다......


건축물은 남겼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하지 않았던 그.

대신 이 책에서도 큰 틀로 잡았던 세 시기, 세 개의 서명으로 그를 알아보았었는데...

첫 번째 시기(1868~1894) 가우디가 열여섯 살에 레우스를 떠나 학생으로서 바르셀로나로 이주해 살면서 시작되고, 1894년의 극단적인 사순절 단식에까지 이어진, 이 시기의 그의 서명1에 대해 조안 베르고스는

"생동감 넘치는 상상력, 미적 취향, 천재성, 그리고 허영심, 확장성, 관능성"

이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두 번째 시기(1894~1911)는 1894년의 사순절 단식으로 시작됩니다.

이 단식이 초래한 내적 체험은 가우디를 그리스도교 신앙과 무엇보다도 겸손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평으로 이끌었는데 이 시기 그의 서명2를 보면 '자아'가 낮아졌으며, 성숙함과 도덕적 힘이 굳건하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에 베르고스는

"단순함, 직관, 명료함, 그리고 능력의 균형"

이라 평하였습니다.

세 번째 시기(1911~1926)는 심각한 병, 곧 몰타열 혹은 브루셀라증에 걸리면서 시작됩니다.

세 번째 서명은 두 번째 서명과 상당히 닮아 있고 베르고스는 여기서

"끈기, 절제, 그리고 더욱 커진 감성"

을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가우디는 자기 여정의 끝에 이르게 되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