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빛나는 삶
마일스 프랭클린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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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픽!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난 뒤에 책 소개를 살펴보았는데...


19세기 말 호주, 여성에게 허락된 삶의 경계가 극히 제한적이던 시대에 한 젊은 여성이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다. 마일스 프랭클린의 대표작 『나의 빛나는 삶』(My Brilliant Career)은 1901년 출간과 동시에 호주 문학사의 방향을 바꾼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호주 여성문학의 출발점"으로 불린다. _ 책 소개 중에서


오늘날 호주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여성 작가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 문학상 '마일스 프랭클린 상'의 정신적 원류로 읽힌다는 이 책.

무조건 읽어야 했던 책이었습니다.


무심코 들었지만...

어마어마함을 선사하였던 이 소설.

그녀의 목소리를 건네보겠습니다.


21세기 넷플릭스가 불러낸 호주 문학의 빛나는 유산

1901년 출간 후 여성 주체 서사의 방향을 바꾼 혁명적 작품


나의 빛나는 삶



"으앙! 아포! 으앙! 아파. 으앙, 아야! 으앙!"

"자, 자, 뚝. 우리 귀여운 짝꿍이 이렇게 겁쟁이처럼 울면 안 되지? 아빠가 도시락 가방에서 기름 꺼내다 발라주고 손수건으로 감싸줄게. 그럼 괜찮을 거야. 자, 이제 그만 뚝 하자. 그렇게 계속 울면 우리 말, 다트가 놀라서 도망가버릴지도 몰라." - page 13


세상에 태어난 지 아직 세 돌도 지나지 않은 꼬맹이 '시빌라'의 최초의 기억.

어머니는 천둥벌거숭이 말괄량이가 될까봐 걱정할 때면


"그냥 놔둡시다. 어차피 크면 여자들 삶을 구속하는 터무니없는 관습대로 살아야 할 테니 지금 어릴 때만이라도 구속하지 말고 키웁시다."


라며 다정하고 너그러운 아버지이자 기사도 정신이 넘치는 남편, 훌륭히 손님을 접대할 줄 아는 집주인으로 야망과 신사다움을 고루 갖춘 분이었는데...


아홉 살 무렵, 아버지는 브루가브롱과 빈빈 같은 외진 지역에서 재능을 묵히는 건 낭비라 생각하고 더 넓은 기회의 땅에서 능력을 펼쳐보고자 이사를 가게 됩니다.

이사하게 된 포섬 걸리는 평범하고, 밋밋하고, 단조롭기 짝이 없었고

아버지의 야심찬 '가축 거래'라는 이름의 도박 같은 직업은 파산 직전까지 가게 되고 더 이상은 브루가브롱의 딕 멜빈은 없었습니다.

술독에 빠져 더럽고 초라한 몰골로 매너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가장이었지만 더 이상 가족을 돌보지 않은...

그럼에도 남편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와 엄마 배 속의 아기를 떠올리며 그녀는...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어떤 낯선 영혼이 자라고 있었다. 그건 너무 커서 감출 수도 없었고, 너무 무거워서 짊어지기도 힘든 존재였다. 섬뜩할 만큼 외롭고, 나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마치 지지대 없는 덩굴식물이 땅바닥을 기어다니며 발버둥치는 것처럼 긁히고 찢기면서도 매달려 올라갈 무언가를 찾으려 굶주린 채 헤매는 영혼과 같았다. 누군가가 손을 잡아 이끌어줘야만 하는데, 그럴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은 제멋대로 자라나, 끝내 쓰디쓴 맛을 내기 시작했다. - page 35


점점 가난과 곤궁에 빠지게 되고 결국 할머니 집으로 가게 된 시빌라.

그곳에서 어머니의 초상화를 보며 느끼던 감정은 그 시대의, 아니 지금도 그렇겠지만 주어진 삶의 테두리 안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마냥 지나칠 수 없었던 대목이었습니다.


내 마음속에 지금 포섬 걸리에 사는 한 남자와 여자가 떠올랐다. 남자의 눈은 흐리고 행색은 추레했으며, 아버지이자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여자는 손이 거칠고 표정은 신경질적이었으며, 끝없는 집안일 그리고 계속되는 가난과의 싸움에 지쳐 있었다. 그 둘이 과연 이 사진 속 인물들과 같은 사람들이란 말인가?

나는 부모님이 증명한 인생을 내 눈으로 보며 자랐다. 그런 내가 어찌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권리가 있을까? 나는 눈을 감고 내 미래에 있을 가능성과 확률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그런 삶을 위해 어머니는 젊음과 자유를 내어준 것이었다. 바로 이런 결과를 위해, 여자에게 주어진 가장 위대한 자산을 희생한 것이다. - page 84


집에 홀로 남아 고생하고 있을 가엾은 어머니 생각에,

아버지의 잘못은 잊히고 어릴 적 베풀어준 아버지의 인내심이 떠오르며

왜 그들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속상해하던 시빌라에게 이모가 건넨 위로는 이제부터 그녀가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주게 됩니다.


부유하고 신사적인 해럴드 비첨으로부터 청혼을 받지만, 그를 사랑하면서도 결혼이 자신의 자유와 창작의 꿈을 억압할 것이라 판단하며 거절했던 시빌라.

하지만...

엄마의 편지는 또다시 그녀에게 시련을 주고 맙니다.

점점 힘겨운 집에 보탬이 되라며 맥스왓 아저씨 집-다녀온 사람들 모두 입을 모아 말하길, 맥스왓 부인은 완전히 무식하고, 집안이 너무 더럽고 궁색해서 그 집에 가는 것 자체가 금기시될 정도라고- 아이들 수업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맥스왓 집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 고역이었습니다.

나라의 정치 이야기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지루하고 속물적인 그들의 모습에 지친 시빌라는 결국 가족에게도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곤 그녀는 깨닫게 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보물은,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확신이다. 내가 그의 삶의 일부이듯, 그 역시 내 인생의 일부인 그런 사람. 누구 하나가 먼저 죽는다면 남는 사람의 삶에 한동안 허전한 자리가 생길 것만 같은 사람. 그리고 그런 존재는 결국 남편이거나 아내일 수밖에 없다. 부모에게는 또 다른 자식이 있고, 형제자매는 각자의 배우자와 삶이 있을 것이며, 친구들 또한 제각각 삶을 찾아 흩어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남편이라는 존재는 다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나는 내가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page 370 ~ 371


그녀의 빛나는 삶...

누군가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삶이었습니다.

수많은 시련 앞에, 사회적 관습에 휘청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시빌라의 모습을 보며 이런 여성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나아갈 수 있었음에...

경건해지면서 또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주체적인 여성들을 바라보며 잠시 주춤했던 제 자신에게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더 빛이 날 시빌라의 앞날을 빌며...

저도 앞으로의 제 삶의 빛을 내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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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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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청소년소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가치독서'에서 이달의 책으로 두 권의 청소년 소설이었는데 그중에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2004년 첫 청소년소설 『유진과 유진』을 펴내면서 한국 청소년문학의 본격 시작을 알렸고

이후 청소년들의 생생한 현실을 소재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면서 어린이 청소년 어른 독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청소년 문학의 개척자 

'이금이'

최근 발표한 2026년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를 만큼 대단하신 분인데 이제서야 저는 작품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처음 쓸 때는 아이들이 찾아 헤매는 게 꿈이라고 확신했는데 다시 보니 희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 주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일상을 찾아 주는 것, 그게 어른이 아이들에게 해 줘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 '작가의 말'에서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하려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하였는데...

읽기도 전에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아무튼 이 소설!

저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때론 방황해도 끝내는 반짝반짝 빛날

10대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다독인다!

2006년에도, 2021년에도 여전히 공감되는

'지금 여기' 청소년들의 이야기!


주머니 속의 고래


3명의 소년과 1명의 소녀가 등장하였습니다.

공부 잘하는 누나에게 치이고 길거리에서 기획사 명함을 받는 일이 몇 번 일어나자 어느새 연예인이 꿈이 되어버린 '민기'

공부는 꼴등이지만 성격도 의젓함도 눈치도 1등인 '현중'

양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친모에 대한 애증으로 괴로워하는 '준희'

그리고

타고난 노래 실력을 지녔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꿈꾸는 것조차 어려운 '연호'

서로 다른 이 네 명의 아이들이 우연히 얽히게 되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각자의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던 고래를...

그 꿈을 이루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이들의 이야기.


이 책의 제목이 의미했던 바...


민기에겐 '연예인'이라는 꿈이 잡고 싶은 고래였다. 노래에서도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간다고 하지 않는가. 실제 고래를 잡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불가능하더라도 떠나겠다는 말이다. - page 105


민기는 아빠 노래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한 반달이 이번엔 등을 내놓고 헤엄치는 아기 고래 같았다. 민기는 그 아기 고래를 가슴속 주머니에 담았다. 아직은 길을 몰라 헤매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와 함께 자란 고래를 너른 바다에 풀어 주리라. - page 236


그 고래가 너른 바다를 갈 수 있게끔 하기 위한 어른의 자세는 무엇일까...

민기 엄마가 그랬듯...

선생님이 그랬듯...

묵묵히 지켜주는 것이었음에 지금의 저는 아이에게 어떤 어른의 모습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암만, 그래야제. 기왕 시작혔응께 핼미랑 에미마냥 흐지부지하지 말고 번듯허게 해야제. 사램은 허고 자픈 일을 할 때가 질루 행복한 것잉께." - page 243


분식집에서 현중이 연호에게 말했다.

"너 아직도 그 꿈 못 접었냐?"

준희가 물었다.

"접으면 그게 꿈이냐? 종이지." - page 249


훨훨 자신의 꿈을 펼치길...

그 반짝임을 잃지 않도록...

비록 지금 옆에서 유튜브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에게 미소 한 번 날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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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인천 트레킹 가이드 - 천천히 한 걸음씩 반나절이면 충분한 도심 속 걷기 여행, 최신 개정판
진우석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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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년 운동을 결심하고 헬스장을 등록하지만...

항상 헬스장에 기부하고 끝나버렸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새해를 맞이한 지금.

이번에도 '운동'을 결심했지만 헬스장은 등록하지 않고 색다른 뭔가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러닝하는 이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저에게도 손길을 내밀어 주었지만...

그동안 걷는 것도 싫어하던 저에게 선뜻 러닝은 무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다...

우선 천천히 걷기부터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냥 걷고자 하면...

또 안 할 것이 뻔하기에...

어쩌지...

하던 찰나!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수도권 트레킹'

책을 받는 순간부터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거창한 장비 없이도 떠날 수 있는

도심 트레킹 코스 51

서울 경기 인천 트레킹 가이드


산을 접한 지 30년이 넘었다는 저자.

그는 이 책에 51곳의 코스를 소개하며

산린이들은 정상에서 예쁘게 인증샷을 찍는 재미, 흠뻑 땀을 흘리는 쾌감, 잔잔한 성취감 등을 느낀다. 점점 그 매력에 빠지면 산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면 점점 산에 집중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노련한 트레커로 성장할 것이다. 이 책이 그런 변화의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 page 11

트레킹의 매력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트레킹을 하기 전 준비 단계부터 소개되었는데

언제 :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당일에 출발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누구와 : 길잡이 역할을 해줄 리더와 비슷한 페이스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는 구성으로

여러 사람과 부대끼는 것도 싫고, 기분 전환할 겸 조용히 트레킹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혼자 길을 나서보는 것도!

(단, 혼자 떠날 때는 일기예보 확인뿐만 아니라, 만일에 대비해서 꼭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적지와 코스, 일정(시간)을 알려두고,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챙겨갈 것)

: 어떤 동기로 떠나고 싶은가 목적에 따른 트레킹 코스를 탐색해 보자.

이건 책에서 계절별로 즐기기 좋은 코스일출·일몰, 산성, 둘레길, 역사·문화, 무장애 숲길, 섬 트레킹 등 다양한 테마별 도심 트레킹 코스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 초보자들은 단숨에 중장거리 코스를 도전하기엔 무리가 있기에 3~4시간 정도의 당일 산행을 통해 등산화, 배낭, 스틱 등 장비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진 후 걷는 거리와 시간의 난이도를 높여가는 것이 좋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나면 이제 본격적인 트레킹 코스가 펼쳐졌습니다.

이 책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었던 건

출발점과 도착점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어느 구간을 지나갈지, 몇 시간 걷는 코스인지, 휴식은 어떻게 취할지 등 지형과 구간을 미리 체크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코스별 데이터 정보를 소개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간략 지도가 수록되어 있는데 코스 정보와 함께 보면서 동선과 위치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고

교통수단, 추천 맛집 등도 소개되어

트레킹의 묘미를 제대로 마침표 찍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보는 동안 눈이 즐거웠습니다.

도심에서도 이런 풍경을 마주할 수 있구나!

마치 트레킹하는 것 같아 힐링 되었습니다.

이제야 입문을 하고자 하는 저에겐 이 코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접근성도 좋고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좋은 코스였던 '서울 고궁나들길'.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에서 시작해 조선 궁궐의 원형이 잘 보존된 '창덕궁'과 그 후원인 '비원'을 거쳐 '창경궁'을 거닌 후, 역대 왕과 왕비들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 마무리되는 이 코스는 파란만장한 궁궐의 여가와 종묘를 통한 조선의 건국이념, 그리고 유교 전통을 이해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이었습니다.

다가오는 봄에 아이들과 꼭 거닐어보려 합니다.

책날개에 <가보고 싶은 트레킹 코스 체크 리스트>가 있었습니다.

올해엔 도장 깨기처럼 적어도 5개 이상의 체크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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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의 맛 - 피아노 조율사의 우리 국수 탐방기 피아노 조율사의 탐방기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 / 린틴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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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차 피아노 조율사이자 『경양식집에서』 『중국집』을 쓴 '조영권' 작가.

마치 '고독한 미식가'의 한국판과도 같은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곤 하였는데...

드디어 신작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숨은 국숫집 탐방기'라 하였습니다.

전작과 같이 담백한 만화와 에세이, 사진으로 엮고

피아노 조율사의 우리 식문화 3부작, 완결편이라는데...

아껴 읽고 싶었지만 궁금함에 펼치게 된 이 책.

그의 비밀 수첩을 엿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율 의뢰가 오면 어디든 달려가는 피아노 조율사,

데엥, 뎅- 불협화음을 바로잡고 나면 작은 수첩을 꺼내 든다.

알 수 없는 상호와 메모, 전화번호들.

그는 서둘러 걸음을 옮김다. 오늘의 국숫집으로 -

국수의 맛

피아노 조율사인 그는 조율 의뢰가 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갑니다.

음이 맞지 않은 피아노를 손으로 고치고, 소리를 바로잡아주면 다시 맑고 고운 소리를 내게 되는데...

이번 국숫집 탐방은 여느 때와는 달리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현들이 마치 국수 같구나."

조율을 마치고 나면 그는 조그만 수첩을 꺼내 듭니다.

볼펜으로 적은 깨알 같은 글씨들이 있는데 거기엔 알 수 없는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 '제물국수'니 '올챙이국수'니 하는 음식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제 조영권 씨는 그 수첩을 보고 발걸음을 재촉하게 됩니다.

책 속엔 전국 곳곳의 보석 같은 국숫집들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그곳엔 흔히 먹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칼국수, 막국수, 냉면뿐만 아니라 건진국수, 제물국수, 오징어두부국수 등 생소한 이름의 국수와 우리식으로 정착하거나 개발된 짜장면, 우동까지 29가지의 국수가 우리의 위장을 자극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알게 된 경상북도 안동의 <골목안손국수> '건진국수'

만수무강을 비는 음식이라는 뜻을 지닌 건진국수는 여름철에 손님 접대에 많이 올리는 명물 향토 음식이라 합니다.

본격적으로 국수를 살펴보면

면에는 콩가루가 들어가 밀가루 면보다 더 고소하고

국물은 옅은 멸치 육수로

은은함에 고소함과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국수라 하였습니다.


얼음이 들어가지 않은 찬 국수와 밥을 반찬과 함께 먹는 건진국수, 지치기 쉬운 여름철에 고루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안동 지역의 지혜로움이 엿보인다. 또 여름이 오면 이 국수가 문득 생각날 듯하다. - page 172

그동안 저에게 여름의 국수로는 '콩국수'였는데 올해부터 건진국수를 추가로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전작 『중국집』이 나올 만큼, 최근 <유퀴즈>에서도 짜장면 미식가로 나와 30년간 최소 3,000곳의 짜장면 집을 방문했다고 밝혔었는데...

이번 책에서도 짜장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구 화전동의 <해주분식> '풀짜장'

10여 년 전 인연이 된 고객으로부터 피아노 의뢰를 받게 된 그는 울산에 갔었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광명역으로 가는 표를 끊고 커피를 마시던 중

"까만 커피를 보는데 갑자기 까만 짜장면이 떠오른다."

갑자기 해주분식의 풀짜장이 떠올라 홀린 듯 동대구역에 간 그.

풀짜장이 무엇일까...?

풀처럼 걸쭉한 모습, 이게 풀짜장이구나. 뻑뻑하지만 잘 비벼지는 면을 살펴보니 건면을 삶은 것이다. 크게 한 젓가락 떠 입안 가득 머금으니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진다. 초등학교 시절, 저녁 때 가끔 어머니가 분말 짜장에 감자와 물을 섞어 장을 만들어 칼국수면에 올려주시는 날에는 배가 터지도록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이 어릴 적 짜장면에 관한 선명한 내 기억이다. 해주분식의 풀짜장에서 그때 그 기억과 맛이 났고, 감정적으로 목이 메는데도 부드럽게 잘 넘어가서 더부룩하거나 속이 불편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가락국수면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끊어진다는 것은 밀가루 반죽에 화학 첨가물이 없음을 말해준다. 무를 썰어 넣어 시원한 맛과 자연스러운 단맛이 나고, 감자가 들어가서 수분이 생기지 않으며 풀처럼 걸쭉해 마치 죽을 먹는 듯 하기도 하다. - page 69

추억을 떠올려주었다는 이 음식.

이 음식의 맛도 궁금했지만 새삼 저도 추억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아니 그냥 엄마가 해 주신 밥 한 끼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이젠 속이 쓰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아...

배고프다...

저도 밥 먹으러 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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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삶을 열다
정혜윤 지음 / 녹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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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된 에세이라 선뜻 짚었습니다.

전작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을 읽으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힘을 얻고 살아갈 이유를 깨닫곤 하였었는데...

이번엔 작가님이 어떤 이야기로 어떤 울림을 선사해 주실지 기대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

제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어느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

앞날이 두려운 사람이,

상실감에 젖어 있는 사람이,

어두운 예감에 사로잡힌 사람이,


문장 안에 있는 힘을 발견하고

문장을 붉은 실 삼아 가슴의 상처를 꿰매려고 할 때,

문장을 유일한 친구 삼아 스스로 다짐을 할 때,


문장은 내 이야기가 된다.


책을 덮고 삶을 열다


이 책은 저자가 책을 통해 변신하게 된 순간들의 기록이자 그가 사랑하는 작가들에 대한 헌사였습니다.

바베트의 만찬』에서 천재 요리사의 손을 들여다보면서 자유와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순간을

모비 딕』을 다시 읽으면서 감탄할 줄 아는 인간으로 변모하게 된 순간을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을 읽으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어떻게 현실을 다시 재구성할 수 있는지 깨달은 순간을

칼비노의 작품을 읽고 현실의 무거움에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운 순간을

잘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려고 『호라이즌』을 쓴 베리 로페즈를 따라 "서로를 위한 이야기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을...

책을 덮고 난 뒤 삶 속으로 문장들을 불러와 '나'를 완성해가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의미를 또다시 일러주었던 정혜윤 작가.


우리는 읽는다. 외롭고 괴롭기에. 우리는 읽는다. 도움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읽는다. 희망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읽는다. 길을 찾길 원하므로. 읽기는 마음속에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가슴에 아름다움이 있는 채로 살아낼 수 있다. 독자인 우리의 삶은 어디에 있는가? 읽은 책 너머, 쓰인 책 너머, 아직 읽히지 않은, 쓰이지 않은 우리의 삶이 있다. - page 179 ~ 180


무엇보다 이 책이 더 의미가 있었던 건 제목처럼 '삶'에 더 의미를 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곤 또다시 전작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의 연장선과도 같이 느껴졌었는데...

결국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고

따스한 안부를 주고 힘을 주었으며

그 모습으로 세상에 참여하면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그렇기에 책을 읽고 자신을 대면하고 돌아보고 자신의 진실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뜻깊은 일로 여기고 삶과 연결시켜야 했습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읽을 땐 방대한 양에, 특히나 고래학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당황하게 되었었는데...


생명이 신비롭다는 생각이 어찌나 강력하게 가슴에 박혔던지 나는 이제 얼핏 본 낯선 사람의 피로에 절은 등판, 축 늘어진 어깨, 실망에 익숙해져가는 얼굴, 문 닫힌 가게, 언제나 약간씩 잘못되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슬픈 자매애를 느낀다. 나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삶을 견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만히 '누리기'를 바라게 되었다. - page 56


나는 사랑하는 것을 보면서, 사랑하는 것을 지키면서 힘을 내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한 가지를 더 배우고 있다. 워즈워스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학생이다. 사랑에 빠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기 속에 있게 되고 이 사랑은 세상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 일어난 일이 나로 이 일이었다. 나는 이제 고래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 page 57


다시 고래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저자를 통해 알게 된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늘 이야기와 연결시킨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아는 것은 내가 무엇에 영향을 받는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에 건드려지는 부분을 '존재의 핵심'이라고 부른다. 이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든다. 마음이 운명과 관계를 맺게 만든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나를 변하게 할 힘이 있다. 나를 사랑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신시킨다. 나는 슬픈 사람의 아름다운 자아를 사랑한다. 아무리 가슴 아픈 일이 생겨도 아름다움은 여전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page 90 ~ 91


슬픔.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다(시몬 베유의 표현을 빌리면 "햇빛처럼 모든 사람에게 관여"하는 슬픔). '그러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슬픔, 아름다움, 운명, 이 셋이 본질적으로 삶에 중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야기에 아름다움을 집어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다 찾아야 하고 붙잡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다 붙잡아야 한다. 나는 슬픔에 아름다움이 섞여 개개인의 운명이 만들어지는 것을 커다란 애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많은 날, 많은 순간 마음이 짠하다.

알베르 카뮈의 말이 생각난다. "펜을 바다에 담가 부드럽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그런 펜으로밖에 쓸 수 없다. 나에게도 이 한 번뿐인 삶에서 나를 실현할 방법은 '그러나 아름다운'뿐이다. - page 100 ~ 101


그러나 아름답다는 말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게 울리고 또 울렸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선뜻 책을 덮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해서...

덮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우선 책 속에 소개되었던 책들을 하나둘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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