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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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사히 수술을 잘 끝낸 윤소인.

이제는 이재이와의 행복만이 남았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운다는 것이다

시를 사랑하는 철학도와

화가가 되려는 미술학도의

시처럼 순수하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서리꽃 2

"우리가 장흥에 온 거예요?"

별이 있고, 바다가 있고, 숲이 있는 곳으로......

이재이는 공기가 좋은 전라남도 장흥으로 철저히 계획하에 윤소인의 건강만을 관리하고자 왔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장흥 가지산 보림사에 찾아가게 됩니다.

간절한 염원...

"... 그때 소인이는 소인이의 의지를 굳게 세우고, 결의를 강하게 다지는 기도를 올리는 거야. 나는 기필코 병을 이겨내고 완쾌해서 당당한 화가의 길을 열겠으니,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저를 지켜주시고 힘을 주소서...."

절 근처에 있는 시인의 숲 산책길에서 마주한 <겨울 바다>의 시가 이들의 모습과도 닮아있었습니다.

영원히 함께... 하... 길......

이들의 정성을 알아차려주신 걸까...!

"완쾌되셨습니다. 전이가 전혀 없습니다. 건강한 일상생활을 회복하십시오."

드디어 이들은 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오랫동안 빚으로 자신의 꿈을 접었던 윤소인은 이재이에게

"오빠, 제 심정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는요, 저는······, 그림도 그리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없는 게 문제예요.

...

오빠, 저 좀 도와주세요. 병든 저를 무조건 도와 이렇게 살려주신 것처럼 한 번만 더 도와 화가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 오래 안 걸려요. 일 년이면 돼요. 오빠가 도와줘서 일 년만 그림에 몰두하면 지하실 생활 오 년 동안 허송세월한 그 억울함을 꼭 풀 수 있어요. 일 년만 그림에 전념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입상할 자신이 있어요. 그 허송한 오 년 세월을 꼭 복구하고 회복하고 싶어요. 한 번 더 도와주세요. 오래 안 걸려요. 일 년이에요. 떳떳하게 화가가 되고, 그때 결혼해서 시집살이 잘 견뎌낼게요."

절절히 양해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윤소인을 본 이재이는 언제나처럼 그녀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게 됩니다.

치열하고 외롭게 작품 활동에 열중하지만 뜻대로 작품은 나오질 않고...

두 달 반쯤 되어가던 어느 날 아침.

"소인이가······, 소인이가······."

...

"머리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등이 콕콕······. 병원에······, 병원에······."

윤소인은 재발을 하게 되었고 주변 장기는 물론 뇌까지 침범해 치료의 가망이 없는,

짧게는 이삼 개월, 길게는 육 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됩니다.

그녀에게 무엇이든 해 주고픈 이재이.

그녀가 마지막 소원을 말하는데...

"반 고흐 그림들을 다 보고 싶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요."

무리인 줄 알지만... 그래도 여행을 감행하게 됩니다.

가는 곳마다 풍경들이, 화가의 작품들이 윤소인에게 삶을 더 살아가고 싶어지게 만들지만...

죽음은 그녀를 놓지 않았고...

결국 이들은...

어디선가 학 한 마리가 가지산 정상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ㄴ데 가지산 정상에서 또 한 마리의 학이 훨훨 날갯짓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두 마리의 학은 정상의 하늘에서 만났다. 두 마리 학은 서로 날개 부딪치고, 긴 목 서로 감으며 한참이나 휘돌며 솟구치고, 감돌며 내려앉고 하다가 각각 떨어졌다. 그리고 큰 날갯짓을 하며 나란히 날기 시작했다.

두 마리 학은 보림사를 에두르고 있는 연꽃 봉우리를 따라 날기 시작했다. 환한 달빛을 받으며 우아한 날갯짓으로 원을 그리고 있는 두 마리 학의 모습은 더욱 새하얗게 두드러졌다.

두 마리 학은 커다란 원을 세 번 그렸다. 그리고 날갯짓 맞추어 달이 떠 잇는 동쪽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두 마리 학은 점점 높이 멀리 날면서 달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점점 더 점점 더······, 두 마리 학은 이윽고 달 속으로 들어갔다.

달 속으로 계속 날아가고 있는 두 마리 학은 아득하게 멀어지며 자꾸만 작아지고 있었다. 점으로 변하고, 그 점마저 까마득하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 page 278 ~ 279

솔직히 읽으면서 이미 결말은 알아차릴 수 있었던...

그럼에도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들에게 잃어버린 순수와 사랑의 의미를 전해주며

마지막 책을 덮을 땐 우리에게 소중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주고 있었습니다.

오빠, 우리의 사랑은 밤 추위에 피어났다가 햇살이 비치면 금세 사라지고 마는 서리꽃처럼 짧았습니다. 그러나 짧은 만큼 진하고 뜨거웠습니다. 반 고흐의 그림들처럼. 아쉽고 안타깝지만 행복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 page 270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열정을, 문학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회한을 남기지 않게 살아야 한다'

는 자신이 정한 '작가의 삶'에 맞추어 반 고흐의 그림들을 취재하러 다녔던 열정이,

"흠, 저승으로 보내는 팬레터. 그 말 참 좋네. 이런 교감은 처음 보는 거야. 보들레르는 이백여 년 전 사람인데 지금까지도 이렇게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니, 이게 바로 문학의 힘인거야."

"이 시인은 죽었지만 죽은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교감하고 있으니."

이렇듯 시공간을 초월하는 문학, 아니 예술의 힘을 보여주었고

그 또한 우리에게 자신의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독자로써 이보다 더 감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라는 말이...

자꾸만 목이 메게 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전한 '사랑'의 의미...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우는 것이다

'애수'가 진하게 여운을 남기며 흔적만을 남겼습니다.

서리꽃처럼......

오늘은 왠지 저 꽃과 두 마리의 학이 아른거렸습니다.

저편에선...

부디......

눈물 한 방울로 이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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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들의 사랑에 대해... 함께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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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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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 묵직히 울려주시는 조정래 작가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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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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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한민국 근현대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지금까지 1천5백만 이상의 독자들에게 우리 현대사의 참모습을 알린,

정글만리』 『천년의 질문』 『황금종이』 등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었던,

역사성과 민족주의라는 거시적 담론과 민중성이라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리얼리즘적 서술을 통해 사회적 구조에서 일어나는 인간 군상의 현실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작가 '조정래'

그가 생애 마지막 장편을 발표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대하소설'이라는 점이 선뜻 첫 발을 내딛기 어려웠기에...

그리고 주제 자체도 무게감이 있기에...

아직 저는 그의 작품을 받아들이기엔 부족하다 여기며 언젠간 읽을 것을 다짐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그러다 이번 신작은 특별했습니다.

'작가 문학 인생에서 첫 번째 사랑 이야기'

라는 점에서 이번을 계기로 그의 작품을 하나둘 독파해 보고자 합니다.

역사와 사회 문제에 대한 작품만을 쓰시던 그가 그려낼 사랑 이야기...

뭔가 특별함이 있지 않을까...!

드디어 그의 작품을,

첫 장을 펼쳐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운다는 것이다

시를 사랑하는 철학도와

화가가 되려는 미술학도의

시처럼 순수하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서리꽃 1

"뭘 그리 넋 놓고 봐. 눈 오는 걸 처음 보는 사람처럼."

경영학을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뜻에 떠밀려 간 유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이재이'

5년 만에 돌아온 그가 친구 '민태석'과의 만남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엔

"재이야, 인사해. 여긴 내 아내 정은하, 저분은 친구 윤소인 씨. 기억하지? 시화전 때 우리 시에 그림 그리신 분들이니까."

대학 졸업을 앞두고 시 동아리 '글밭'에서 개최한 시화전에서 자신의 시에 딱 맞는 그림을 그려준 미대생 '윤소인'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는데 차마 고맙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채 유학길에 올랐던 이재이는 그녀와의 재회가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몇 년 세월에 그녀는 왜 그렇게 슬프고 우울하게 변했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별들을 화폭에 가득 차다 못해 넘치는 것처럼 아름답게 그렸던 미대생,

눈이 맑고 깊어 아름다웠고, 입술이 꽃잎처럼 고왔고, 윤기 흐르는 긴 머리카락에 청바지 차림을 하고, 커다란 화판을 멘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미대생 윤소인이 슬픈 눈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녀의 아버지 회사가 송사에 휘말리고 아버지마저 그 충격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남겨진 빚더미를 갚느라 고단한 삶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금 윤소인의 밝은 모습을 찾아주고 싶었던 이재이.

차마 아버지께는 손을 벌릴 수 없고 자신의 형에게 미래를 담보로 부탁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재이는 윤소인의 빚을 갚고 그녀의 생계까지 마련해 주고자 했는데...

윤소인의 기침...

"수술하셔야 합니다, 빨리."

지난 5년의 지하 생활이 그녀의 생사를 좌우하는 병이 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나고 이재이는 윤소인과 함께 서울을 떠나 공기 좋은 곳으로 떠나게 되는데...

앞으로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펼쳐질지...

2권으로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80년대 사랑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말투며 이들의 행동들이 매우 진지하면서 조금은 답답한...?!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 이야기라고는 했지만 작가님은 곳곳에 사회에 대한 비판을 남기셨습니다.

그 비판의 중심은 결국 ''이었음에...

그 끈질긴 유착은 돈이 황제인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백 년, 아니 만 년을 가게 되어 있다. 윤소인네 집안은 그 자본주의의 몰인정한 수레바퀴 아래 무참하게 깔려버린 것이다. 그래도 세상은 아무런 변화 없이 태평하게 돌아가고 있다. 안돼, 어쩌지, 이걸 어쩌지……. - page 73 ~ 74

씁쓸하다고 해야 할까......

이들의 운명...

마냥 행복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들이 있었습니다.

김소월의 「초혼」이 그랬고...

<서귀포 사랑> 노래가 그랬는데...

부디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길 바라며...

바로 다음 권을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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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박상영 지음 / 래빗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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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젊은작가상 대상, 허균문학작가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학 속 한국 문학의 자리를 넓혀온 주역인

데뷔 10년 차를 맞은 소설가 '박상영'

믿음에 대하여』로부터 4년 만의 신작이며,

장편소설로는 『1차원이 되고 싶어』 이후 5년 만에

재벌 일가를 둘러싼 치정과 야욕을 다룬 미스터리소설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끌렸던 건

"이 소설의 사랑은 망해도 너무 망했다"

_심은경(배우)

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너무 뜨거운 것일까...

아니면 너무 더러운 것일까...

그 사랑의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되갚는다고 해서

나쁜 일이 아닌 건 아니잖아."

"더러워져야만 비로소

붙잡을 수 있는 것들도 있어."

26년 만에 재가 되어 돌아온 여자

작은 상자에 담긴 뜨거운 진실 혹은 사랑의 기록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


"마츠노 하나 씨 되십니까?"

"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지요?"

"얼른 시립 병원으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 마츠노 사치코 씨가 중태에 빠졌습니다." - page 11

평범한 회사원 '마츠노 하나'에게 어머니 '마츠노 사치코'가 화재로 인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수술실 앞에서 숯덩이가 된 어머니.

힘겹게 하나를 향해 손을 뻗고는 떨리는 입술로

"하…… 하나야."

"응 엄마, 나야."

"하나야…… 윤동주를…… 세일백화점의 운동주 회장을 찾아가……."

"어?"

"진실을…… 알아내. 이 모든 일을…… 되돌려." - page 13 ~ 14

이 말을 남긴 채 떠나간 어머니.

하나는 일본으로 이주하기 직전인 열 살 무렵에 서울에서 겪은 화재 사건을 상기하며 이번 일이 단순 사고나 혐오범죄가 아님을 직감하고

윤동주에 관련된 기사를 찾던 중 대학 시절 교환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친구가 된 기자 '맹준호'도 세일그룹과 관련해 취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갑작스럽게 이런 연락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며칠 전 제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의 유언은 세일백화점의 윤동주 회장을 찾아가서 모든 것을 들으라는 말이었고…….'

이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주 작은 단서라도 좋으니 윤동주에게 닿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게 되고

맹준호는 그녀를 도와주기 시작합니다.

그의 도움으로 자신의 어머니가 과거 세일백화점의 미인 대회 우승자였음을 알게 되고...

엄마와 윤동주는 도대체 무슨 사이였던 걸까. 기사에 따르면 하나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알고 지내온 것이 분명한데 하나는 왜 그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걸까. 엄마는 도대체 왜 숨을 놓는 마지막 순간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렸을까.

혹시 그녀가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일까? - page 47

하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하나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밝혀내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것일까? 시작은 단순했다. 그저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과 그 이유를 알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파면 팔수록 새로운 사건이 튀어나왔다. 엄마와 하나 자신이 굴지의 대기업가 얽혀 있다는 것, 그리고 총 세 차례의 화재가 벌어졌다는 것. 뭔가 알아냈다 싶으면 사건은 또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그때마다 예상치 못한 얼굴들과 마주하게 됐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시원에는 가닿지 못한 채 가장자리만 빙글빙글 맴돌고 있는 기분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조각들을 그러모으다 보면 결국 온전한 진실에 가닿게 될까? 진실을 알고 난 뒤에도 이전과 같은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엄마는 왜 한국으로 건너가, 윤동주를 만나라 한 것일까. 도대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얻기를 바란 걸까. - page 189 ~ 190

끝내 외면하고 싶은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자신의 익숙한 삶으로 돌아갈 것인지 고민하다 끝내 안식을 얻지 못한 채 캐리어에 담겨 온 어머니의 유해에 시선이 머물게 되는데...

그러다 마주하게 된 빛바랜 양장 노트 몇 권.

'요코하마'라는 글자가 적힌 노트엔 재벌가의 성공 서사 뒤의 담합과 부패, 축적된 재화에 대한 장부였고

표지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앞선 장부들과는 다르게 빼곡한 문장들이 있던 노트엔 엄마가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기록이 있었는데...

그 모든 세월의 뒤에는 언제나 당신이 있었다. 무대 위에선 나를 처음 발견해준 사람, 나와 같은 종류의 어둠을 지녔다고 고백한 사람, 나에게 복수라는 이름의 미래를 건네주고, 동시에 내가 쌓아 올린 잔혹한 성의 주인이 되어준 사람. 내 가장 찬란한 순간과 가장 추악한 순간, 그 모든 장면을 함께 했던 바로 그, 사람.

...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미움이라고 부를 수도, 종국엔 증오라고까지 부를 수 있을 그 시간들을. 자꾸만 되뇌게 된다.

그 모든 죄와 사랑의 한중간에 함께했던 그 이름을, 지금도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을 당신의 이름을 조용히,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불러본다.

동주. - page 302

아버지 윤창국에 대한 증오로 아버지의 모든 것을 빼앗고자 했던, 그리하여 결국 왕관을 썼던 동주.

하지만 이 왕관은 지푸라기와도 같았고...

내 머리 위에 얹힌 왕관이, 세상에서 가장 호화롭다 믿었던 그 왕관이, 실은 지푸라기로 엮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야. 손을 대기만 해도 바스러질 만큼 허술하게 꿴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어. - page 337

이제 이 왕관은...

"지푸라기로 만든 왕관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

"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만큼 간절하고 애달픈, 더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엮여서 만들어진 왕관이라고. 아주 가볍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매우 질기고 단단한, 그런 왕관."

"지푸라기 왕관이라……." - page 345

이 세상에 소외된 이들에게 삶의 불씨가 되어주는데...!

우리의 현대사의 민낯과 함께 그려졌던 여자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

간절함이 누군가에겐 구원이 되었지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었던...

그렇게 허상을 쫓아 살아가다 재가 되어버린 이들...

가엽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당연한 결과였다고 여겨야 하는 걸까...

또다시 이들의 이야기는 저에게도 한 줌의 재가 되어 흔적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읽고 난 뒤...

타고 난 뒤의 재는...

누구의 몫이 되는 걸까...

아직 저는 그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마지막 장을 차마 덮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이 책을 덮어줄 것인가......

그 사람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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