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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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캄캄한 우주 저편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칼 세이건의 명저 《코스모스》의 흡인력과 설명력을 뛰어넘는 필치로 그려낸 '우주에 관한 가장 최신의 바이블'이다. _ 책 소개글

이 문구를 보자마자 책을 덥석 집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학 교양서의 고전이 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를 뛰어넘는다니...

우주로부터 그가 우리에게 전해줄 그 서사가 무엇일지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

"우주를 이해하는 여정은

곧 우리 인류를 이해하는 여정이다!"

우주의 경이를 추적하는 인류와 과학의 흥미진진한 역사!

코스모스를 넘어

"저 아득히 먼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래전부터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인류는 질문을 해 왔습니다.

그 답을 찾고자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밤하늘은 신들의 메시지로 가득했고, 신들은 천체의 운행을 통해 의지를 드러내며 인간 세상에 영향력을 미친다

고 여겨 사제들이 우주의 메시지를 해독하는 일을 하곤 했습니다.

특히나 그들은 60진법 수 체계를 활용하여 행성의 이동을 추적하였고 다음 월식을 예측하는 등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체계적인 틀을 세우려 한 최초의 시도를 하였고

그 결과적으로 헬레니즘 세계와 중세 이슬람 제국을 거쳐 현대의 서양에 이르기까지, 후대 문명들의 천문학적 탐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가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쓰게 된 건 고대 그리스인들 덕분이라고 합니다.

'질서'와 '장식'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는데

그들에게 아름다움은 곧 질서를 의미했고,

별들이 우아하게 조화를 이루며 움직이는 하늘은 그들의 이런 생각을 입증하는 완벽한 예였습니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위대한 왕국들이 흥망하고, 제국들이 일어섰다 무너지고, 인간의 허영과 변덕이 펼쳐지는 동안에도 하늘은 변하지 않았다. - page 20

모든 것이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벗어나거나 흐트러지는 일이 없는 하늘...

그 경이로움에 숙연해졌습니다.

그렇게 책은

우주에 숨겨진 진실을 찾고,

그 광대한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류의 끊임없는 탐구

를 그려내면서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

우리의 우주 탐사는 단지 과학의 최전선으로 향하는 행진이 아니라, 불가능한 질문들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이 종이 수행하는 영혼의 여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밤하늘의 불빛에 매혹되어왔고, 한때 신으로 섬기던 바로 그 별들로 향하도록 운명 지어졌다. 남은 질문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그곳에 도달할 것인가다.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다. 우리의 시작을 가능케 한 수십억 년의 진화, 우리와 긴밀한 연대를 이루며 살아온 무수한 생명들 그리고 우리의 성장을 위해 자원을 내어주며 여정을 가능케 한 이 행성을 기억해야 한다. 미지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의미를 찾는 연약한 종이며, 전혀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 page 312

개인적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우리를 깊게 사유하게 만들어주었다면

이 책은 조금은 가볍게 우주에 대해 이해하려는 인간의 탐구 여정이 그려진, 조금은 가볍게, 대신 우리에게 먼 우주를 향한 기나긴 항해 끝에 다시 우리에게 '인간다움'에 대해 성찰하게 해 준 우주 가이드였습니다.

"별을 올려다보라, 발밑을 보지 말라."

-스티븐 호킹

우주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던 이유...

'우리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세계에서 어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책의 제목처럼 코스모스를 넘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우주라는 공간 안에서 나는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지만, 사유를 통해 그 우주를 이해한다."

-《팡세》,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파스칼

그래서 수많은 실험과 검증, 관측을 통해 우주와 이 세계의 진실에 한 발씩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광활한 공간에서 저 역시도 하나의 별로 반짝여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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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 클래식 리이매진드
야코프 그림.빌헬름 그림 지음, 얀 르장드르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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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9세기 초 독일에서 출간된 이래 16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얽힌,

민속학적·문화적으로도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고전 명작

'그림 형제 동화'

이 책은

그러한 원전의 가치와 대중성을 기반으로 한 스무 편의 이야기

주목받는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얀 르장드르'의 매혹적인 작품을 덧붙였고

각각의 이야기마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흥미를 배가하는 패턴과 색채를 활용

이야기의 깊이를 확장시켰다고 하였습니다.

익히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어떤 매력일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200년간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은 '진짜 동화'의 원작을

강렬하고 매혹적인 이미지로 재해석하다!

스무 편의 이야기에 담긴 인간의 본성과 삶에 전하는 말

그림 형제 동화

책 표지부터가 강렬했습니다.

그동안 '동화'라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어린이' 맛이었다면

이 책은 자극적이고 화끈한 '어른' 맛이었던,

그래서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도 색다르게 다가왔었습니다.

스무 편의 이야기 중 <황금산의 왕>을 살짝 엿보자면...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전반적인 그림 형제 동화의 모티브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옛날에 장사꾼이 살았습니다.

(이 정겨운 멘트라니...!)

그의 상선 두 척이 물건을 가득 싣고 항해 중이었으므로 그는 곧 큰 이익을 보게 되리라 기대했지만 모두 바다에서 실종되고 만 것입니다.

전 재산을 상선 두 척에 실었던 그는 하루아침에 부유한 상인에서 빈털터리가 되는데...

그런 그의 앞에 피부가 검고 인상이 험악해 보이는 난쟁이 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 집으로 돌아갔을 때 제일 먼저 당신을 맞이하는 게 무엇이든, 12년 후에 이 자리에서 내게 주겠다고 약속하시오.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만큼의 재물을 주겠소."

어려울 게 없다고 생각한 상인은 동의를 했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어린 아들 하이넬이 반가워하며 그의 뒤로 기어와 다리를 끌어안는 것이었습니다.

두려움에 벌벌 떨었지만 금전을 보고는 기쁜 나머지 아들이 걸려 있는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됩니다.

12년이 지나 이제 약속을 이행해야 할 때가 되었을 때 아버지와 아들은 난쟁이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갑니다.

이때 하이넬은 착한 요정을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요정은 하이넬을 아낄뿐 아니라 그의 앞날에 어떤 행운이 찾아올지 알고 있었기에 난쟁이를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하이넬이 누구의 차지도 아니므로 바닷가에 매여 있는 보트에 태워 바다로 떠나보내 바람과 날씨에 그의 운명을 맡기자고 합의하게 되는데...

그러다 어느 낯선 땅에 닿게 된 하이넬.

그곳에서 마법에 걸린 공주를 만나게 됩니다.

"저를 구해주러 오셨나요? 저는 요정의 약속을 믿고 12년 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만이 저를 구할 수 있거든요. 오늘 밤에 열두 명의 남자가 올 것입니다. 그들은 피부가 검고 사슬로 된 갑옷을 입고 있을 거예요. 당신에게 왜 여기 있느냐고 묻겠지만 대답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들이 당신에게 무슨 짓을 하든, 때리든, 채찍질하든, 꼬집든, 찌르든, 다 견디셔야 합니다. 한마디도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자정이 되면 그들은 돌아갈 것입니다. 둘째 날에는 다른 열두 명이 올 것이고, 셋째 날에는 스물네 명이 와서 당신의 목을 벨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밤 자정이 되면 그들은 힘을 잃고 저는 자유의 몸이 될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제가 생명수를 가져와 당신을 씻겨 다시 건강한 몸으로 되돌려놓겠습니다."

하이넬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견뎌내며 황금산의 왕이 됩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8년쯤 지났을 때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당신이 떠나면 불행이 닥칠 거예요."

그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소망의 반지를 건네주며 당부를 하는데...

"이 반지를 끼고 가세요. 당신이 소망하는 건 무엇이든 이루어줄 것입니다. 다만 이 반지로 저를 당신 아버지 집으로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셔야 합니다."

아버지가 사는 마을의 성문 앞 경비원은 옷차림새가 이상한 하이넬을 들여보내주지 않아 근처에 있는 산으로 올라가 양치기의 낡은 옷을 빌려 입고 마을로 들어가게 됩니다.

아버지의 집에 도착한 하이넬은 아들이 돌아왔다고 말했지만 상인은 믿지 않아 결국 왕비와의 약속을 어기게 된 그.

왕비는 잠든 그의 손에서 반지를 빼내어 아들과 함께 자기 왕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혼자 남게 된 하이넬은 다시 왕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정처 없이 걷던 하이넬 앞에 거인 셋이 아버지가 남긴 보물을 나눠 갖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검을 쥔 사람이 '목을 쳐라!'라고 말하면 적의 목을 베는 신비한 검, 두르기만 하면 투명 인간이 되거나 원하는 모습으로 둔갑할 수 있는 망토, 그리고 신기만 하면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장화.

하이넬은 먼저 자기가 그 물건들을 몸소 체험해봐야 각각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겠다고 말했고

세 가지 물건을 손에 넣은 하이넬은 황금산으로 가고

성에 가까워지자 왕비가 새 남편을 맞이해 결혼한다고 합니다.

하이넬은 망토를 두르고 성으로 들어가 왕비 곁으로 가는데...

"마법에 걸린 당신을 풀어주기 위해 내가 왔었지.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당신 곁에 돌아와 있어. 그런데 당신은 그런 나를 어떻게 이용했지? 내가 왜 당신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해?"

그리곤 그에게 달려든 이들에게 검을 뽑아 들고 외칩니다.

"목을 쳐라!"


허황된 욕망, 과시...

그 끝은 비극이라는 것을...

그림 형제 동화에선 동물들도 종종 등장합니다.

여우와 고양이, 쥐, 염소, 새 등과 같은 동물을 의인화하여 인간의 오만함과 거짓된 언행, 그로 인해 어떠한 운명으로 이어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저에겐 <빨간 모자>를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이 꼬마는 아주 맛이 좋을 거야. 늙은 여자보다 훨씬 낫겠지. 하지만 꾀만 잘 쓰면 둘 다 먹을 수 있겠는걸.'

늑대에게 잡아먹힌 할머니와 빨간 모자.

그때 지나가던 사냥꾼에 의해 이들은 무사히 살아나게 됩니다.

까지가 제가 알고 있던 내용이었는데 그 후에 이야기가 더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절대로 가던 길을 벗어나 수풀로 들어가지 않을 거야. 엄마 말을 잘 들어야지.'

그 후에도 집에서 구운 빵이나 과자를 가지고 할머니 댁에 가던 빨간 모자.

다른 늑대가 다가와 빨간 모자를 꼬여내려 했는데...

지붕 위로 올라가 주위가 어두워지면 잡아먹으려는 늑대의 음흉한 속내를 읽은 할머니는

"빨간 모자야, 양동이를 가져오너라."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내가 어제 소시지 요리를 했는데, 소시지 삶은 물을 저 여물통에 부으렴."

소시지 냄새가 늑대의 코끝을 간질였고

지붕 꼭대기에 있던 늑대는 목을 길게 빼고 아래를 내려다보다 그만 여물통에 빠져 죽게 됩니다.

빨간 모자는 즐겁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아무도 그녀를 해치지 않았습니다.

유혹과 위험, 그리고 규범 위반의 결과를 서사적으로 형상화했던 이야기.

'경계심'을 갖자!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처음 세상에 소개된 이들의 동화집.

직접적인 교훈을 제시하기 보다 서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윤리적 판단을 유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도덕적 기준을 형성하게 해 주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던 이야기들.

그래서 과거를 넘어 현재까지도, 아동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읽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동화 속 환상의 세계에서 노닐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실로 돌아오니 아쉽긴 하지만...

내면의 아이가 깨어나면서 순수함이 피어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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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 클래식 리이매진드
야코프 그림.빌헬름 그림 지음, 얀 르장드르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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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매혹적이었던 그림 형제 동화. 사뭇 다른 느낌이라 신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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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다 그럼에도, 그렸다 - 일제강점기에서 전쟁까지, 한국 근대미술 대표 화가 40인 40선
박영택 지음 / 심통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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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의 미술사에 대해...

저는 조선 시대, 그리고는 현대미술 정도(?) 밖에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끌렸었습니다.

가슴 아픈 역사인 식민지적 근대화와 전쟁...

그 시대에도 끝내 붓을 놓지 않았던 화가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 미술이 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난망함 속에서도 매력적인 작가들이 남긴 소중한 결실.

이제 만나러 가보려 합니다.

"한국 근대미술의 불우함 속에서도

매력적인 작가들은 소중한 결실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나는 화가다 그럼에도, 그렸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1910년 조선의 붕괴부터 1958년 현대미술의 태동까지

이 땅에서 생산된 다양한 '시각이미지'를 대상으로 하여 작품 해석을 했습니다.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

우선 1910년부터 1958년까지로 시기를 설정한 이유는 이 시간대가 한국 근대 미술기에 해당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여전히 한국 근대미술의 시기 설정 문제에 대해선 논쟁적이지만...

1910년경부터 일본을 통해 서구미술을 수용하고 다양한 시각이미지가 출현함과 동시에 미술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시기가 근대미술의 시작점이라고 보고

일제강점기가 끝난 후 해방과 해방 공간 그리고 한국전쟁과 휴전 등의 시대적 질곡을 지나며 어느 정도 미술계가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가 대략 1950년대 후반으로 보이기에

1910년에서 1958년 이전까지 한국 근대 미술기에 해당한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각이미지라 한 건 순수미술 작품만을 다룬 그간의 시각과 차이를 두려는 의도라고 하였습니다.

조선의 붕괴와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다양한 서구의 시각이미지가 유입, 산포되면서

신문에 실린 사진과 만평, 광고 그리고 각종 출판물의 표지와 삽화, 사진 등 일반인들에게 우선적으로 전통적인 시각문화와는 다른 서구식 시각 기제를 익히게 한 매개들로 당대 사람들의 감수성과 사물과 세계를 보는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에

이를 미술 작품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고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작품-특히 미술 영역이 확장되어 책 표지, 신문 만평, 조각, 사진 -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라 하면 우울하고 비극적인 작품들만 있을 것이라는 제 편견을 깨주었고

이 시기에만 접할 수 있었던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어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포문을 열어준 건 이도영의 「배우창곡도」였습니다.

1910년 4월 10일자 「대한민보」에 실린 한국 최초의 시사만화로,

치욕스런 한일 합병을 앞둔 시점에 그림과 문자를 통해 국권의 존망이 위태롭던 당시 상황에 대한 경각심과 국권 회복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이 날카로운 정치풍자화는 당시 신문 구독자들의 의식을 각성시키는 동시에 이미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중요한 인식 전환을 가져왔고 1910년 8월 31일 「대한민보」가 폐간당할 때까지 이도영은 꾸준히 시사만화를 그렸다고 합니다.

제 편견을 깨 주었던 작품인 작자미상의 『능나도』 표지화.

1919년 유일서관에서 간행된 최찬식의 신소설로 본래 "경중영"이라는 제목으로 1914-15년 「조선신문」에 연재된 바 있었고

통속적 연애소설로 당대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신소설들이 대체로 일부일처제를 강조하고 있음에 반해, 이 소설에서는 한 남자가 두 여자와 정식으로 혼례를 올린다는 점에서,

또한 대담한 표지에 눈길이 끌릴 수밖에 없는데...

밝고 화창한 봄날, 남녀가 능나도에서 데이트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

이는

『능나도』는 시대를 거듭하면서 지속적으로 읽히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흥미로운 표지화를 남기고 있다. 해방 이듬해에 출간된 『능나도』의 표지화는 해방을 맞이한 조선 민족의 앞날에 대한 벅찬 두근거림과 희망의 시선 아래 해방된 아름다운 국토에서 사랑의 순간을 자유롭게 노래하고 있는 어느 순간을 기념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page 222

그리고... 이 사진...

가슴을 찡하게 해 주었는데...

6·25전쟁을 거치며 춥고 배고픈 시절인 1950-60년대 피폐하고 초토화된 시기에

일본 유학을 통해 사진을 전공한 이는 소수였고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은 독학의 아마추어들이었던

무엇보다 사진을 한다는 건 무모한 일이거나 '미친 짓'(이형록)이었는데...

여기 사진에 미친 아마추어 사진작가 '이해문'이 있었습니다.

회사원으로 일하는 틈틈이 사진을 찍은 그는 자기 가족들이 잠자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비록 단칸방의 가난한 살림살이지만, 가족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에 겨웠던 시대를 보여주었는데...

사진관에서 찍는 가족사진은 연출된 위선적인 모습의 사진일 수 있다. 그 사진들은 가족 구성원들의 삶과 갈등, 상처와 소망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박제된 웃음과 단란한 가족을 강박적으로 표상하며 얼어 붙어 있기 마련이다. 반면, 이해문의 「가족」 사진은 너무나 적나라한 가족의 삶, 일상의 정경이 안쓰럽고 따스하게 응고되어 있다. 그는 누구보다도 일관되고 깊이 있게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보여준 아마추어 작가였다. 그러나 단순한 아마추어를 뛰어넘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 page 403

이 사진이 의미있었던 건

1950년대 한국사회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수없이 많은 이산 가족이 생겼고, 죽음과 이별과 생사불명의 아픔을 겼었는데

단지 한 개인의 가족에 대한 기록이 아닌, 사회적인 예리한 관심과 인간성을 깊이 있게 추적한 진정한 가족사진이라는 점이,

저에게 지금의 삶에 감사함을 느끼도록 해 주었습니다.

식민과 냉정에 의해 깊이 왜곡되고 많은 상처를 받았던 이 시기에도

당대 한국의 작가들은 그 시대를 포용하고 자신의 색으로 붓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다양한 시선으로 시대를 마주할 수 있었고 더 이야기가 풍성했었습니다.

한국 근대미술 대표 화가 40인 40선.

그들의 발자국이 쌓여 길이 되었고 앞으로 나아갈 곳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를 안고 앞으로도 우리의 화가들에 대한 행보에 관심을 가져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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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다 그럼에도, 그렸다 - 일제강점기에서 전쟁까지, 한국 근대미술 대표 화가 40인 40선
박영택 지음 / 심통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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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적 근대화와 전쟁이라는 비극적 모순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선사했던 치열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
감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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