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 -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의 은밀한 대화 엿듣기
프란체스카 부오닌콘티 지음, 페데리코 젬마 그림, 황지영 옮김, 김옥진 감수 / 북스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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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들이 소통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다양한 상황에서 서로 소통한다고 하였습니다.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경쟁자로부터 세력권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울음소리뿐만 아니라 특별한 자세, 몸짓, 악취나 향기를 활용해 소통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던 동물들의 소통.

이 책을 읽고 나면 저도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경이로운 소통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동물들이 주고받는 메시지로 가득한

경이로운 소통의 세계


동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한시도 조용히 있지 못하는 종족이라고 합니다.

조용히 있더라도 손짓이나 얼굴 표정 혹은 자세로도 소통하는, 심지어 뿌리는 향수로도 소통을 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은 어떨까?


새, 물고기, 곤충, 양서류, 포유류는 소통하는 데 있어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거짓말을 할 줄 알까?

자신의 친구를 어떻게 알아볼까?

가령 벌이나 말벌들은 자신의 벌집에 침입자가 아닌 동료가 돌아왔음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늘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의문은 역사상 자연주의 분야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인 찰스 다윈을 들볶기 시작했고

다윈이 생각하기에 동물들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의사소통 시스템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고,

이들이 내는 소리나 취하는 자세는 감정에 이끌린 것들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다 1973년 노벨상을 수상한 콘라트 로렌츠, 니콜라스 틴베르헌, 카를 폰 프리슈 로부터 동물의 의사소통 연구가 시작되면서

동물들은 서로 대화하며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메시지일 수 있으며 

직접 접촉으로 전달할 뿐 아니라 진동, 심지어 전기 신호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메시지의 유형은 생활 환경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동물들의 의사소통에도 속임수와 거짓말, 기만행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동물들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적 지능을 갖고 있음


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다채로운 동물들의 소통 세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통이 모든 종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인식하게 해 주었는데...!


포문을 열어주었던 <퍼포먼스 장인>의 이야기.

뉴기니의 우림에 서식하는 유명한 깃털 무용수 무리 중 변신에 능한 탁월한 무용수 파로티아속 극락조.

이들은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수컷들이 춤을 추는데...


그들의 춤은 암컷이 자신의 풍채와 깃털의 품질을 평가하도록 드러낼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 극락조의 춤은 단일 스텝이 아닌, 다양한 자세와 동작으로 이루어진 진짜 안무와도 같다. 우연이나 즉흥적으로 된 것은 전혀 없고, 스텝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연구된 것이며 정확한 순서에 따라 수행된다. - page 35


공연에 앞서 부지런히, 강박적으로 무대를 정리한 뒤

암컷이 도착하자마자 시작되는 쇼.

수컷은 깊게 허리를 숙여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청금석처럼 파란 눈으로 암컷을 바라본 뒤 두 눈이 갑자기 노란색으로 바뀌면서 춤이 시작됩니다.

이 춤이 잘 이루어진다면 암컷은 여기에 매료되어 짝짓기를 허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행위는 조류뿐 아니라 포유류, 양서류, 물고기, 그리고 심지어 곤충들도 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하니 사랑하는 이를 쟁취하기란 인간이나 동물이나 힘겹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었었는데...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소음으로부터 동물들의 의사소통 신호가 혼란스럽게 되고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

포투리스속 반딧불이가 구애하고 어둠 속에서 서로를 찾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신호들.

다른 종 수컷들을 유인하여 잡아먹기 위해 다른 종의 암컷인 양 위장하는 신호들.

이러한 이들의 생존과 관련된 불빛 신호가 빛공해로 인해 희미하게 만들거나 지워 버려서, 파트너 간 대화를 70%나 줄어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또한 유충 시기에 살충제와 농약 사용, 기후변화로 인해 이들의 서식지는 잃게 된 현실 앞에 그들과의 공존을 위해 우리의 태도를 되짚어보게 해 주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는 '진동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고 있었습니다.

꿀 공급원의 위치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는 기표, 즉 '기호'일 것이라는 8자 춤이 실제로 언어처럼 대하는 편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았었는데...


현대의 슬로모션 촬영 기술을 통해 사실은 배를 진동시키는 그 순간에 일벌은 가만히 있고, 벌집에 다리를 고정한 상태로 앞으로 뻗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슴 근육을 통해-비행에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230~270헤르츠 사이의 주파수로 배를 진동시킨다. 바로 이런 진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배에서 다리로, 이어서 다리에서 벌집의 방까지 진동이 전달된다. 그리고 방의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 방과 밀랍을 진동시키고, 대기 중인 '관객' 일벌들의 다리에도 지각된다. 이 벌들은 이러한 방식-'바닥'의 진동을 통해-으로 춤추는 일벌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하고 춤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다. 자리를 잡고 나면, 더듬이로 춤추는 벌의 몸을 만지고 조사하는데, 춤추는 벌은 꼬리를 흔들며 리듬감 있게 그들의 더듬이를 움직인다. 무용수 벌이 춤을 추는 동안 전기장을 발산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소통에 또 다른 역할을 담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동료 벌들을 모집하는 일은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진동하는 기계적 신호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는 위치에 대한 메시지 또한 신호화시킬 수 있다. - page 359


그렇게 생물진동학이 최근에 생기게 되고 

진짜 지진파 같은 진동의 특수성과 이것이 발생되고 수신되는 방법의 다양성 때문에 최근에서야 독립 분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동물의 의사소통에 대한 연구는 현재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에

앞으로 밝혀질 동물들의 은밀하고도 경이로운 신호들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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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즈
박소해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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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1년 「꽃산담」으로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제주 4·3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단편소설 「해녀의 아들」로 제17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을 수상한,

미스터리·호러 장르에서 필력을 인정받은 '준비된 신예'

'박소해' 작가

이번에 장고 끝에 첫 장편소설을 우리 앞에 선보였습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 속에서도 주체적인 의지와 욕망을 품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일대기.


그 여정에 저도 함께하고자 합니다.


비밀과 혼을 머금고 살아 있는 집.

장엄하고 관능적인 적산가옥에서 들끓는 욕망과 사랑,

'우리'가 써 내려간 해방의 일지


허즈번즈

1990년, 봄


놋쇠 종이 딸랑 하고 울렸다. - page 15


'카페 대나무관'에 백발의 한 남자가 들어옵니다.

머뭇거리다 카페 구석으로 향하던 남자.


"죄송합니다. 여기가 예전에 알던 집이라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습니다.

화상 흔적이 희미하게 남은 오른손으로 가방 안에 있던 'AIR MAIL' 봉투를 꺼내듭니다.

그 속에 있던 컬러사진 한 장.

그리고 편지...


기억나요? 이 시절 우리.


40년이 흐른 지금, 이 여자는 왜 낡은 기억을 소환하려는 걸까.

왜 나를 다시 만나려고 하는 걸까.

편지 한 통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가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외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던 '수향'은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무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제주도의 전통 굿인 '추는굿'을 치른 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아기 심방(무당)이 됩니다.

이후 여동생과 할머니를 여의고 혼자가 된 수향은 네 살때 헤어지고 근 6년만에 만난 친아버지 손에 이끌려 경성으로 오게 됩니다.


해방은 남자의 것이었다.

수향을 아직 해방되지 못했다. - page 29


1945년 10월.

조선이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조선총독부 토지과 고위 관료로 일하던 친아버지는 정권으로부터 나가스 가문의 대저택, 적산가옥을 불하받게 됩니다.

친아버지와 새어머니, 이복 남동생과 함께 나가스가 대저택에 입성하게 된 수향.

하지만 이 집엔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데...


후...... 회...... 할...... 거...... 야......

수향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목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주변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들...... 어...... 오...... 지...... 마...... - page 58


6·25전쟁이 발발하자 가세가 기울어진 수향의 집안은 수향을 강제로 혼인시킵니다.

쌀가게 노인의 외동아들 '최영우'에게 쌀 여덟 섬을 대가로 팔아넘기듯 결혼하게 되는데...

최영우의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게 됩니다.

일주일에 세 번 합방을 하는데 요일마다 남편이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결혼식을 밤에 치렀을까...

왜 항상 밤에만 내 방에 올까...


그의 정체는...


"정말 셋이었네?"


외동아들이라던 최영우에게는 사실 영일, 영진, 영우로 이뤄진 세쌍둥이였던 것이고

밤마다 자신의 방에 들어오던 이도 최영우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기 결혼에 절망하게 된 수향.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영우와 영진, 영일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다음...


수향은 두만과 부모가 죽기를 원했다. 아버지에게 평생 시달려온 세쌍둥이는 수향의 설득에 넘어갔다.

"죽이는 수밖에 없어. 꼭두각시 노릇을 그만두려면."

며칠에 걸쳐 수향은 세쌍둥이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

계획은 성공했다.

이제 해방은 우리의 것이다. - page 184 ~ 185


한편, 수향이 대저택에 입성할 때부터 그녀의 곁을 맴돌던 '마사키'

그러던 중 수향과 영진, 영일, 영우가 살해한 부모를 땅에 묻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이를 숨기는 조건으로 나가스 저택에 자신이 들어가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수향.

그리고 이어진 이들의 운명은......?!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수향은 두 눈 가득 해를 담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으리. 어둠이 지면 해가 뜨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저 찬란한 해처럼 나는 몇 번이고 일어서리라.

아침 햇살을 맞으며 수향을 천천히 숨을 쉬었다.

살아가리라. 이 아이와 함께. - page 491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헉!' 했습니다.

조금은 충격적이었기...

하지만 가장 약자의 자리였던 '여성'이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고 할까.

그래서 책의 중간에서 마주하였던


이제 해방은 우리의 것이다.


이 문장이 '수향'이라는 인물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수향.

이제 그녀 앞에 그려진 제주의 봄은 햇살 가득히 따스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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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즈
박소해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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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의 일대기가 이토록 관능적이면서도 매력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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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2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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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에게는 「메밀꽃 필 무렵」 작품밖에는 모르지만...

1930년대 한국 문단에서 가장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평가받는 작가 '이효석'

문뜩 이 책이 소개되었을 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였을까......

아직도 그 영문은 모르겠지만......


한국문학사의 큰 별들이 남기고 간 대표 문학 작품을 작가별로 만나볼 수 있는 '다시 읽는 우리 문학'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이 이효석 작가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문학 세계를 아우르는 단편 70여 편을 두 권으로 나누어 엮었다고 하는데...

1권에서는 사회와 인간의 관계, 도시적 감수성, 새로운 문학적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었고

이번 2권에서는 순수와 서정의 세계가 정점에 이른 시기의 걸작들을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문학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시처럼 흐르고, 정서로 남는 산문

서정의 빛으로 완성된 이효석 문학의 정수


이효석 전집 2

책에는 「메밀꽃 필 무렵」을 비롯해 「성찬」, 「개살구」, 「해바라기」, 「황제」, 「여수」 등 감각과 정서, 언어와 형식이 완숙한 경지에 도달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황제」는 말년의 나폴레옹을 회고 형식으로 그려낸 장중한 1인칭 소설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효석의 색다른 서사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이효석 작가님에 대해서는 '향토 작가'로 기억되었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그의 다면적인 작품들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가 지닌 문학적 감수성에 크게 매료되었습니다.


역시나 포문을 열어주었던 「메밀꽃 필 무렵」을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고 아련히 그려진 이들의 이야기에, 그 여운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었는데...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 page 14 ~ 15


달빛 아래 메밀꽃 밭, 그리고 회상...

열린 결말이기에 더 긴 여운을 선사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을과 산양」 작품도 좋았는데...


'사랑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물을 때,

'외롭고, 적적하고, 얄궂은 것.' 

7년 동안에 얻은 결론이 이것이었다. 여러 해 동안 적어 온 사랑의 일기가 홀로 애태우고 슬퍼한 피투성이의 기록이었다. 준보는 언제나 하늘 위에 있는 별이다. - page 179


7년간 준보를 짝사랑했던 '애라'.

하지만 친구 옥경이와 준보는 결혼을 하게 되고...


"...... 운명이라는 것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슬픈 것, 기쁜 것, 어쩌는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

"운명을 생각할 때 진저리가 나구 울음이 나요."

"...... 거역하고 겨뤄 봐도 할 수 없는 것. 고지식이 항복할 수밖에 없는 것."

"결국 그렇게 돌리구 그렇게 생각할 수밖엔 없겠죠. 슬픈 일이긴 하나......" - page 183


스산한 가을, 애라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7년 동안의 사랑의 일기(지금에는 벌써 쓸모없는 운명의 일기) 그 두터운 일곱 권의 일기장을 모조리 찢어서 염소의 뱃속에 장사 지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흰 염소는 애잔한 목소리로 새침하게 울면서 주인의 운명을-슬픈 역사를 싫어하지 않고 꾸역꾸역 먹는다. -  page 186


사랑이란 감정이...

이토록 그리우면서도 애잔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언어의 감각을 그의 문장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습니다.


풀잎」 작품도 이야기해 보자면...

이 작품의 준보는 작가 이효석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하였습니다.

실제 작품을 쓰던 무렵 이효석은 아내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었고,

작품 속 준보가 그랬던 것처럼 이효석도 아내를 잃은 후 새집으로 이사를 하기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문학가인 준보와 음악을 공부하는 옥실.

세상의 비판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네두 문학을 한다는 사람이 생각이 왜 그리두 범용하구 옹색한가. 사랑엔 인물 차별과 지경이 없다는 걸 실물로 교육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인간적인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건 생각해 보지 못하나? 한 사람의 인물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 얼마나 다르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일반이라는 것, 사랑은 자유롭다는 것, 행복은 주위 사람들의 시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의지로 창조할 수 있다는 것...... 이 많은 교훈을 난 말없이 다만 한 번의 행동으로써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네. 학생들은 흔연히 이 교육을 받을 것이요, 그 인간적인 영향과 효과두 백 권의 수신서를 읽는 것보다 나으리. 자네들의 상식 이상으로 이것은 참으로 건전한 생각이라는 걸 알아 두게. 그리구 자네 내일부터 문학 그만두게나. 문학은 인간 되자구 하는 것이지 심심파적으로 숭상하는 건 아니니까." - page 446 ~ 447


맹목적인 사랑을 사랑의 진정한 가치로 여기는 준보.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주었던 이들의 이야기 역시도 오래도록 남곤 하였습니다.


저는 단편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호흡이 짧아 아쉬움만 남는다고 여겼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설적으로 짧기에 더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 것을,

한 문장 한 문장을 허투루 읽지 않고 곱씹으며 그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이효석의 세밀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였기에 더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전집 1도 찾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2권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들.

저의 어떤 감성을 자극할지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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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유어 달링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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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내에 출간되어 10만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메스처럼 예리한 문체로 냉정한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퍼블리시스 위클리>)"

"무시무시한 미치광이에게 푹 빠져들게 하는 법을 아는 작가(<가디언>)"


찬사를 받은 작가 '피터 스완슨'

저 역시도 그의 작품은 빼놓지 않고 읽으며 팬이 되었고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만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엔 '역순 스릴러'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데...

또 저를 얼마나 옭아맬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부부란 같은 비밀을 공유한 공범이다!

치명적인 비밀로 묶인 질긴 결혼 생활의 종말

사랑을 위해 저지른 일들이 부부의 세계를 위협한다


킬 유어 달링


2023


처음 남편을 죽이려고 했던 건 디너파티가 열린 밤이었다. - page 13


고백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결혼한 25년이 넘은 ''과 '웬디'입니다.

그들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상적인 부부였지만...

디너파티가 열린 밤 영문학과 교수인 톰은 지인들에게 


"추리 소설을 쓰고 있어요." 톰은 그렇게 말하더니 마치 웃긴 말을 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어머, 그래요?"

"네, 두고 봐야죠. 추리 소설 같기는 합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 page 18


이 이야기를 어쩌다 엿듣게 된 웬디는 톰이 책을 쓴다는 이 정보로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소설이라니!


톰의 서재로 들어간 웬디는 그의 노트북을 열고 집필하고 있다는 소설(?) 아니 문서를 발견하게 되는데...


여름이 끝날 무렵

서스펜스 소설


톰 그레이브스


그는 어스름 내린 여름밤,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그녀를 봤다. 그의 삶에 극적으로 다시 등장한 그녀를 위해 도시 전체가 바다가 갈라지듯 길을 내줬다. 그녀도 그를 본 게 틀림없었다. 그가 담배를 끄고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그의 앞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재킷 칼라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두 사람이 헤어진 지난 10년간 그가 쌓아온 평온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세월이 흐르며 둘 사이가 소원해졌지만...

그래도 과거를 말하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이 둘을 단단히 이어준다고 믿었었는데...

이제 그 믿음이 깨진 것입니다.

그래서......!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졌다. 웬디는 온몸이 부자연스럽게 뒤틀린 남편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여보, 여보. 그렇게 생각하며 웬디는 하마터면 눈을 돌릴 뻔했다. 하지만 계속 그를 바라보며 언젠가는 마음 저 깊은 곳으로 밀어버릴 기억을 새겼다. 그 기억은 다른 기억들과 함께 어떤 방에 저장될 것이다. 물론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그 방에는 문이 있었고, 그녀는 문 닫는 법을 알고 있었다. - page 58


그러고는 시간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가 많이 생각해봤어." 톰이 말했다. "사실 이 생각만 했지. 근데 계속 이 일이 운명이라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야. 우리는 아등바등 절약하며 시시한 직장에나 다니려고 태어난 게 아냐. 함께하기 위해 살인을 하도록 태어난 거야. 특별한 존재가 돼야 할 운명이라고."

...

"우리가 함께 하는 거지. 하지만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정말 괜찮겠어? 그 일이 영원히 너를 괴롭히지 않겠냐고."  - page 290 ~ 291


책 제목인 'Kill Your Darlings'은 문학 격언이라 하였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문장을 지워야 좋은 글이 됨을 의미하는,

웬디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없애고 완벽한 삶으로 나아가려 했던...

하지만 그녀는 완벽한 삶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사랑해서?

아니 이들의 결말은 이미 그전에 정해져 있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한 번의...

서로 공유해서는 안 될 비밀을...

그리고 신뢰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신으로 변하면서...

그래서 두 번째가 가능했던...


소설을 읽으면서 이번 소설은 조금 불편하게 다가왔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렇다고 이것이 정당하다고?!

그의 작품이었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거...

그럼에도 난 살인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치밀했었기에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고

'역순 전개'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부'란 무엇일까...

그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해 주었던 소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역순 전개보다는......

하하핫;;;


다음 작품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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