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읽고 말하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전화윤 옮김 / 현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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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서모임' 이야기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솔깃!

그런데...

모임의 회원 평균 나이가 85세라고 합니다.

와!

일 년에 한 번은 책태기 왔다고 책을 멀리하곤 했었고...

그냥 기분에 따라서 책 읽기 싫... 다..... 고 했던....

순간 숙연해졌는데...


20년간 이어온 초고령 독서모임.

그들의 모임에 초대장을 받은 건 아니지만...

슬쩍 모임에 들어가 볼까 합니다.


무기력의 늪에 빠진 젊은이와

할 말은 해야 하는 노인들

그들만의 독서모임의 막이 오른다!


읽고 읽고 말하다

첫 번째 노인은 오전 중에 찾아왔다.

"이야, 오랜만, 정말 오랜만입니다." - page 9


낡은 가정집을 개조한 찻집 카페 시트론에 한 노인이 들어옵니다.


토스트 샌드위치 세트 A를 주문한 뒤 "어? 다른 사람들은?" 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인가 봅니다."


노인은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더니 일어섭니다.

호치키스로 고정한 서류를 타원형 테이블에 서둘러 내려놓기 시작한 그는 자신을 포함해 여섯 명 분의 자리를 만드는데...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


그들의 모임 이름으로  도시 오타루에 사는 사람들이 인생이라는 언덕의 중간에서 책을 읽고 마음껏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으로 매달 첫 번째 금요일 오후 1시에 열리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바람에 한동안 불가피하게 쉬었고 올 3월 들어 다시 재개되었습니다.

그러니까 3년 만의 만남.


이 모임에는 여섯 명의 노인이 있었습니다.

최고령자는 92세, 최연소 멤버는 78세, 평균 나이 85세의 그들.

모두 지병 한두 가지쯤은 기본이고, 서로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쏟아내는 탓에 모임은 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매달 모여 함께 책을 읽고, 다음에 또 만나곤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명이 더 추가되었으니...!

카페 시트론의 사장 견 전 점장인 미치루 씨의 조카인 '야스다 마쓰오'.

미치루가 작년 4월 쉰 살의 나이로 재혼해 남편의 근무지가 이전하면서 하코다테로 이사하게 되면서 카페를 조카에게 인수인계하기로 했는데 자질구레한 카페 업무에 관한 설명 중에서도 미치루가 유난히 고심한 건 독서모임을 하는 노인들에 대한 사항이었습니다.


잘해드려야 해!


정각 1시.

드디어 정기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야단법석을 떨던 소란은 어느새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지고 회장의 미성만이 흘러나오는데...


"이거이거, 거의 1년 만에 만난 거네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의 정기 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

"그래서 말입니다만, 우리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도 올해로 드디어 결성 20년이 되어"


그렇지 않아도 슬럼프에 빠져 소설을 쓰지 못한 채 카페 점장으로 일하던 스물여덟 살의 야스다는 이 모임에 들어와 명예고문과 서기, 20주년 행사 책임자까지 맡게 됩니다.

그렇게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의 회원들이 구성되었고




이들은 한 권의 책을 정해 서로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들으며

야스다는 조금씩 그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하는데...!


야스다에게도 어떤 감정이 크게 일어났다. 무언가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감각이 전신에 들었다. 나는 지금, 이 이야기를 경험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가, 바로 정정했다. 우리는 지금, 이 이야기를 저마다 경험하고 있다. 낭독과 해석, 두 가지 '읽기'를 통해서, 라고 덧붙이자 '딩동댕' 하고 정답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 page 69


이들의 독서모임은, 20주년 행사는 잘 이루어질까...?!


적지 않은 나이...


"나는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아깝다구요, 시간이."


이 말을 서슴없이 내뱉던 그들.

그래서 더 이 모임이 그들에게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모임에선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희망이 있기에 이 모임은 그 어떤 모임보다 더 아름답게 빛났고 계속 이어져야 했습니다.


그들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고 할까...

마냥 안일했고 조급했으며 답답함만을 느꼈던 나에게 연륜이 담긴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덕분에 위로를 받았다고 하면 건방진 걸까...

읽는 내내 '내려놓음'을 할 수 있었고 뭉클함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었습니다.


읽고,

읽고...


읽는다는 행위가 결국은 '인생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샌가 이 책을 읽은 저에게도 제 인생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주변에서도 볼 수 있을 일상적인 이야기.

그래서 더 감동이었고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들의 독서모임이 계속되길...

저도 멀리서 응원을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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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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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학의 인간적인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전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님인

'샘 킨'

그의 저서는 빼놓지 않고 읽는 저로서는 이번 신작 역시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고대 인류...!

그들의 생활상은 남아있는 유물들로 유추하곤 했었는데...

저자 샘 킴은 과학과 기술로 고고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현장을 누비며 실험에 직접 참여, 고대인들의 삶을 짤막한 픽션으로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고 하니...!

또 얼마나 재미나게 그려낼지 벌써부터 기대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그가 전하는 고대 인류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박물관의 유물에 숨결을 불어넣는 괴짜 과학자들

고대인의 일상이 현실로 깨어난다


실험하는 고고학자





'고고학'

흔히 유물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학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고고학의 궁극적인 관심은 

유물을 통해 그것을 만들고 사용했던 사람들의 삶과 사유,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던 사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물리적 흔적을 남긴 '사람들'에 관한 학문


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물만으로는 옛사람들에 대해서 온전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유물은 그저 과거의 '결과'를 보여줄 뿐,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래! 서!!

'실험고고학'이 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게 됩니다.

직접 돌을 깨고, 

불을 피우고, 

창을 만들어 던지며, 

동물의 사체를 파묻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람의 시신을 기증받아 직접 미라를 만들어보는 등...

과거 사람들의 행위를 직접 재현하며 유물에서 떠올리기 힘든 '과정'을 복원해냅니다.

그리고 이 노력을 통해서 과거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고, 옛사람들의 삶도 생생하게 되살아나게 됩니다.


책은 

실험고고학이 어떻게 과거를 이해하는 강력한 연구 방법이 되는지를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며


유물은 건조한 과거의 결과물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누군가의 삶의 과정'


이라는 사실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수만 년 전으로 돌아가기에 그의 전작들과는 달리 논픽션과 픽션이 버무려져 있었습니다.

이 또한 색다른 묘미랄까!

(개인적으로는 전작들보다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야기로 들렸기에... 과학책에 대해 주저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 추천!!)


실험고고학자들이 연구 현장을 방문해 실험하는 모습...

어쩌면 굳이? 터무니없어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 존재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들을 몇 개 나열해 보면...

2013년 어느 날, 고고학사에서 패러다임을 뒤집은 사건이 일어나는데...

페루의 알티플라노에 사는 농부 알비노 키스페가 밭을 갈다가 오래된 석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냥꾼에게 필요한 도구 전체가 포함된 '대족장'을 발굴했다고 여겼는데 예상치 못한 대족장의 대퇴골, 즉 넙다리뼈!


"남자 어른의 넙다리는 그토록 가늘 리가 없으니까요."


이는 '대족장 사냥꾼'이 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꽤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여자 사냥꾼의 발견에 관한 논문을 서둘러 발표하라고 재촉했지만 하스는 그들의 간청을 뿌리치고 1년을 더 밍기적거리면서 고고학 문헌을 샅샅이 뒤져, 사냥도구와 함께 묻힌 고대 아메리카 원주민 사례를 더 찾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27건의 사례를 발견했고, 그중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지역에서 발견된 11건이 여자 사냥꾼이었다는...! 하스는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아이고! 젠장!'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미천한 하인부터 가장 고귀한 왕족까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식사 때마다 먹은 빵과 맥주.

이 두 가지 주식은 그들의 식사에서 중요했기에, 이집트 상형 문자에서도 ''과 '맥주'를 합친 기호가 실제로 '식사' 혹은 '자양물'을 뜻했는데...

그 빵을 재현하기 위해...


그는 비행기를 타고 이집트로 가서 멸균 면봉과 여러 가지 시료 채취용 미생물학 장비를 사용해 고대 도기에서 효모를 채취했다. 친구들은 고대의 것과 유사한 점토로 원뿔형 빵틀 복제품도 만들어주었다. 마침내 블랙리는 자기 집 뒷마당에 빵을 굽기 위한 파라오 시대의 화덕을 만들었고, 불쏘시개로 쓰기 위해 고대 이집트인이 사용한 것과 비슷한 아카시아나무를 애리조나주에서 구해오기까지 했다. 그는 "형편없는 빵이 아닌 제대로 된 빵을 만들기까지는" 1년 동안의 연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 page 204 ~ 205


결국 복제한 빵은 스펀지처럼 폭신하면서도 쫄깃했고, 아주 맛있는 효모의 톡 쏘는 맛이 살아 있었으며, 나중에 고수가 혀를 간질이는 맛을 더해준, 아주 황홀한 맛이라 하였습니다.


"기자에 가서 피라미드를 본 적 있나요? 사진에서 본 것보다 돌덩이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커요. 빵은 그 돌덩이를 옮기던 사람들에게 지급된 주요 화폐이자 그들의 음식이었어요. 그런 돌덩이를 옮기는 사람들에게 형편없는 식사를 주었을 리가 없죠." - page 206


그리고 ''과 '화살'로의 전환은 사회적 격변을 동반하였는데...


화살은 또한 남녀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2장에서 보았듯이, 투창기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잘 던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활과 화살은 대체로 남자에게 유리한 경향이 있다. 남자가 일반적으로 키가 더 크고 상체 근력이 더 강한 것이 한 가지 이유인데, 이 두 가지는 활을 쏠 때 확실히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팔 길이가 더 길고 팔 힘이 더 클수록 더 강한 활을 사용할 수 있고, 활시위를 더 많이 당겨 화살에 더 큰 힘을 실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남자에게 유리한 것은 생물학적 요인뿐만이 아니었다. 문화적 요인도 남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투창기는 처음에는 다루기가 다소 번거롭지만, 비교적 빠르게 숙련될 수 있고, 일곱 살 정도의 아이도 투창기를 사용해 사슴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에 활을 제대로 쏘려면 훨씬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10대 중반 이전의 아이가 활로 사냥감을 신뢰할 수 있게 사냥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유야 무엇이건,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를 비롯해 고대 세계의 대다수 문화에서는 어린 여자에게 이 기술을 익힐 기회를 주지 않았고, 대신에 식물 채집에 전념하게 했다. 그 결과, 활과 화살은 남자가 지배하는 무기가 되었다. - page 425 ~ 426


이로써 남자는 수렵을, 여자는 채집이 되었나 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의 우리와 먼 과거의 사람들을 통합하는 공통점을 드러내고,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

수만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그들과 우리를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덕분에 새삼 현대에 들어 잃어버린 것, 혹은 적어도 간과했던 것들을 다시 집어보며

지금의 이점과 혜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유리창 안에 진열된 유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번 방학이 끝나기 전에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 가 그들에게 다가가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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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짬뽕과 말러 교향곡 5번 특서 청소년문학 49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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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재밌습니다.

'짬뽕'과 '교향곡'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은데...

(아니...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겁니다만...)

책 표지만큼은 시원하면서도 유쾌하게 느껴지는데...!

사계절문학상 수상 작가 '탁경은'이 선보이는

중학생들의 뜨겁고 서툴지만 시원한 여름방학 이야기!

라고 합니다.

'여름 소설'

벌써부터 상쾌함이 느껴지는데...

과연 열다섯 아이들의 여름은 어떤 모습일지 저도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중학생의 여름은

원래 이렇게 이상하고 뜨거운 거야?

얼큰한 짬뽕처럼 뜨겁고,

한여름 바다처럼 시원하며,

클래식 선율처럼 섬세한

열다섯의 여름!

여름 짬뽕과 말러 교향곡 5번

개학 첫날 학교에 갔는데 하필이면 같은 반에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다면? 삐-. 날카로운 경고음이 귓가에 들린다. 그런데 하필이면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 애가 말이 엄청나게 많고 시끄러운 애라면? 나와 닮은 구석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면? 그리고 또 하필이면 그 애가 인싸인데다가 운동까지 잘한다면? 삐-. 다시 한번 부저가 울린다. Bad Luck! 한마디 망조다. - page 9

중학교 2학년 새 학기 첫날,

'정수인'의 평온한 세계에 불길한 경고음이 울립니다.

이름만 같을 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작은 공통점 하나 없는 '김수인'이라는 아이.

쉬는 시간에는 잠시도 앉아 있지 못했고 여러 무리를 천방지축 오가는,

방송부도 밴드부도 친구 관계도 뭐든 먼저 들이받는 인싸 중의 인싸 수인2(일단은 내 멋대로 나를 수인1이라 칭한다).

그에 비해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인 수인1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보단 혼자 짬뽕을 먹으며 클래식을 듣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네.'

특히나 시끄러운 교실보다는 고요한 등나무 아래가 편한 수인은 잠시 등나무 곁에 기대고 있었는데...

"이름이 뭐니?"

사람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여러 개의 소리가 중첩된 것 같은 소름 돋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등나무 근처를 이리저리 훑고 있으니...

"나야."

목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등나무 가지들이 파르르 떨립니다.

"등이 아니라 손을 대 봐."

글쎄 등나무가 수인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처음 내 곁에 왔을 때 난 알았지. 내가 기다려 온 존재가 너라는 걸.

근데 왜 이제야 말을 걸어?

나에 대한 네 마음이 차오르기를 기다렸어.

그러고는

김수인이 그랬어. 자기랑 이름 같은 애를 처음 본대. 네가 특별하게 느껴진대. 그래서 너랑 친해지고 싶대.

...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빛내 줄 또 다른 수인이 필요한 거겠지.

아직 모르겠어? 넌 독특하고 고유해.

독특하다는 건 뭐고 고유하다는 건 또 뭘까.

가뜩이나 시끄러운 속이 더 복잡해지는데...

수인은 클래식 음악, 짬뽕 다음으로 좋아하는 산책을 하던 중 누군가 엉겅퀴를 전부 뿌리째 뽑아 버리는 '살해 사건'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난 주 일요일에도 발견했었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생각하며 단골집 궁궐 짬뽕집에서 짬뽕 면발로 면치기를 하는데 한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아빠, 얘 우리 반이니까 오면 잘해 줘. 면도 곱빼기로 주고. 알았지?"

"역시, 우리 리안이 친구라 남달랐구나."

우리 반 반장 '임리안'의 아빠가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엉겅퀴 사건을 파헤치겠다는 계기로 나(정수인), 임리안, 김수인의 단체 톡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단골집 궁궐 짬뽕이 전국 최고의 짬뽕을 가리는 대회에 참여하는데 수인도 뛰어들게 되고...

간절히 바라던 오케스트라 콘서트 대신 가게 된 작가와의 만남 등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수인이의 여름 이야기!

과연 서로 다른 이 세 아이들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중2의 여름은 원래 이렇게 이상하고 뜨거운 걸까?"

짬뽕 국물처럼 뜨겁게,

한여름 바다처럼 시원하게,

클래식 선율처럼 섬세하게

서툴지만 시원했던 이들의 이야기.

우리에게

이 세상은 너와 다른 사람들로 꽉 차 있어.

등나무의 목소리가 온몸을 통통 튕기며 퍼져 나갔다. 그 박동은 마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과 흡사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친해지고 사랑하지. 너도 그렇게 될 거야.

과연 그럴까? 나와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는, 완전히 다른 사람과 친해질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잘 기다려 주렴.

누구를?

네 자신을.

등나무가 맑게 웃는 소리가 혈관을 타고 흘렀다.

누가 그랬거든. 사랑은 잘 기다려 주는 거라고. 우리도 그래. 씨앗은 기다림의 대가들이거든. 어떤 씨앗은 100년을 기다리기도 해. - page 54

이 세상은 너와 다른 사람들로 꽉 차 있어. 그러니 전부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봐.

그럼 나는 또 이렇게 물어보지 않을까?

이해되지 않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 어떻게 좋아하고 사랑해?

등나무가 기이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꾸할 것만 같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이해되지 않는 것도 받아들이게 돼. 저절로 말이지. - page 138

특별하다는 말과 독특하다는 말은 같은 걸까? 두 단어는 비슷해 보였지만 더 자세히 보면 분명 달랐다. 사람들은 독특하다는 말보다 특별하다는 말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과연 그게 더 좋은 걸까? 엄마와 아빠가 자주 말했던 '특별한 사람', '특출한 사람'이 꼭 되어야만 하는 걸까?

"누군가 나한테 말해 줬거든. 내가 독특하고 고유하다고. 그 말이 참 좋았어. 나만의 독특함이 있고 내가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라는 게. 그러니까 특별하지 않아도, 잘나지 않아도, 거대한 성취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어. 내가 나한테." - page 186

이미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고유하고 특별하다

고 다정히 용기를 건네주었습니다.

사실...

이 말을...

지금의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 그럴까...

살짝 울컥함이 있었습니다.

되돌아보니 '나'라는 존재보다 누구의 엄마, 아내의 수식어로 가득했기에...

남들보다 뒤처져있다고 여겼던 저에게 건넨 손...

이제라도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라 더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

나도 더 닫히기 전에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해야겠다...

다짐을 해 봅니다.

그리고...!

저만의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름방학 숙제>도 한 번 작성해 볼까 합니다.

음......

또 빈 종이만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는데...

우선 책에 있던

가슴이 두근거리는 순간을 기록하라.

를 쓰고...

아!!!

여름 햇살을 마음껏 쬐기.

이건 여름 한정이니까!

한 번은 피부 걱정 접고 온몸으로 여름이 가기 전 만끽해야겠습니다.

너무나도 뜨거웠던, 아니 아직도 뜨거운 여름.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뜨거움도 즐겨보는 건 어떨지...!

저는 이제 이 책을 아이에게 건네며 남은 여름방학을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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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읽는 오디세이 -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오디세이> 원작
호메로스 지음, 은상 엮음 / 빚은책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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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고대 그리스 문학의 두 주요 서사시 중 현대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히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 중 하나인

'오디세이'

서양 문학의 출발점으로 불리지만,

낯선 인명과 지명,

신과 영웅의 관계,

서사시 특유의 반복과 삽입 이야기

때문에 선뜻 읽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면서...

'오디세이'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렇다고 원작에서 너무 많은 부분이 생략되거나 하지 않을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영웅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귀향 모험담.

이제 그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위대한 귀향

찬란한 복수

한눈에 읽는 오디세이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트로이를 멸망시키고 나서 바다를 떠돌고 있는 한 남자 이야기를.

시련과 고난, 현명함과 우둔함 사이에서 사랑받고 미움받는 한 남자 이야기를. - page 11

10년간 벌어진 트로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난 후, 그리스인은

트로이를 불태우고

자식을 죽였으며

여자를 취하는

잔혹한 행위로 신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 대가로 그들의 귀향길은 모진 고통의 연속이 되는데...

특히나 10년간의 전쟁, 그리고 다시 10년간의 방황.

'오디세우스'는 집을 떠난 지 20년이 흘렀는데...

그를 아끼는 아테나가 제우스에게 말합니다.

"오디세우스가 나에게 잘못한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 평소에도 월등히 제물을 많이 바친 자인데. 하지만 포세이돈이 그를 용서하지 않는구나. 포세이돈의 아들인 폴리페모스의 눈을 그가 멀게 했기 때문이지."

그러자 제우스는

"포세이돈은 오디세우스를 죽이지는 않되 더 많은 고난을 주려 하지만 우리 신들이 모두 오디세우를 돌려보내기로 결정하면, 포세이돈도 수긍할 것이다."

이 말에

"지금 오디세우스는 오귀기아 섬에 갇혀 있어요. 요정 칼립소가 그를 흡모해서 놓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요. 빨리 전령 헤르메스를 오귀기아 섬으로 보내, 그를 풀어주라고 해주세요."

그러곤 아테나는 오디세우스의 고향인 이타카로,

오디세우스의 친구이자 타포스섬을 다스리는 멘테스로 변신해 오디세우스의 궁으로 가게 됩니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자 오디세우스의 자리를 욕심내 모인, 이타카의 권력가 및 세력가의 아들들이

남편을 잃은, 오디세우스의 부인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며 자신을 남편으로 삼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는데...

"네 어머니가 그러더군. 설사 오디세우스가 죽어서 구혼자 중 하나와 결혼하려고 해도 시아버지인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짤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기다렸어."

페넬로페는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짜야 한다며 수의 짜는 일을 3년 넘게 구혼자들을 기다리게 했습니다.

멘테스로 변신한 아테나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다가가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에 분노하며 말하는데...

"자네는 그리스에서 가장 현명한 자 오디세우스의 아들이네. 이제부터 이곳을 자네가 책임져야 하는 게야. 내일 저 구혼자들을 모아놓고 똑똑히 말하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고. 그러고 나서 자네는 사람들을 모아 항해를 떠나게. 남쪽 필로스로 가서 그곳의 왕 네스토르에게 아버지 소식을 물어보게. 그 다음으로는 스파르타로 건너가 메넬라오스 왕을 만나게. 메넬라오스 왕은 트로이에서 마지막으로 돌아온 자니 아버지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일세."

...

"아버지 소식을 듣는다면 앞으로 어떤 고난이 닥쳐도 버티게나. 꼭 돌아오실 테니.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성대히 장례를 치르고 어머니를 새 남편에게 내어주게. 그럼에도 오디세우스의 유산은 자네의 것이니 어린애 같은 생각하지 말고, 저 구혼자들을 몰아내거나 죽일 계책을 세워야 한다네."

그리하여 텔레마코스는 멘테스의 말대로 아버지의 소식을 찾으러 떠나게 되는데...

오디세우스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책은 24권의 이야기를

아들·표류·모험·귀환·갈등·복수의 6부

로 나누고

각 부가 시작될 때 줄거리와 핵심 인물을 제시해 독자가 이야기의 위치를 놓치지 않도록 해준,

그야말로 가장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면서도

머릿속엔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히 그려졌던 이 책.

지레 겁을 먹었던 저에게는 진입장벽을 낮춰줌과 동시에 드디어 호메로스의 작품을 마주하게 되었다는 기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난 뒤 영화를 마주하게 된다면 더없이 재밌게 관람할 것 같은...!

영웅이기에 가능했던...!

험난한 여정, 유혹을 뿌리치고

감히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행위들이 벌어지지만 끝끝내 헤쳐나가는 '오디세우스'

그가 그렇게나 '귀향'을 하고자 함은 단순히 장소로 돌아가는 일이 아닌

자신의 이름과 책임, 인간으로서의 삶을 되찾고자 함

이었음에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페넬로페'가 인상적인데...

20년간의 기다림...

그리고 마주했을 때 그의 정체를 시험했던 현명함...

마침내 이 둘의 만남을 끝으로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그 선택에 따른 결과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결국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한 영웅의 모험담이 또다시 제 안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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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읽는 오디세이 -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오디세이> 원작
호메로스 지음, 은상 엮음 / 빚은책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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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한 편의 영화가 그려졌던, 쉽게 읽힌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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