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윤채근 지음 / 북레시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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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의 안타까운 역사 중의 하나...

'일제강점기'

마주하면 가슴 아프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 없기에...

이 소설을 보자마자 살짝 주저함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역시나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역사의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은 이들의 이야기

소설이라지만...

소설로만 그치지 않을 듯한...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어머니의 유서 속에 주저흔처럼 새겨진

시대의 아픔과 진실

1942년 경성에서 '점'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김욱은 어머니 유품 속에 있던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폐암 말기의 어머니는 예상보다 평온하게 숨을 거뒀다. 죽음과 더불어 그녀의 이야기 역시 망각의 커튼 너머로 사라졌다. - page 7

평생 비밀지령을 받고 지구에 파견된 외계인처럼 살았던 김욱의 어머니 '최혜심'.

유일한 혈육인 아들 김욱을 데리고 경기도와 서울을 옮겨 다니던 그녀는 일본의 누군가로부터 후원을 받곤 했는데...

유품이 든 가방 속 국토통일원에서 보낸 공문으로부터 어머니가 죽기 직전까지 북에 있는 남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머니의 유서로부터

나의 삶은 놀랍고 훌륭했지만 치욕적이기도 했다.

...

욱아, 나의 아들아. 해방 이후 나의 삶은 김혁 없이 생존하기 위한 부끄러운 투쟁이었다. 너에게 아버지의 성을 물려주기 위해 겪은 고초는 따로 말하지 않겠다. 내가 죽고 난 뒤 네가 아버지를 만날 수만 있다면 후회는 없다. 설령 만날 수 없다 해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욱아, 나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 행복하지만은 않았지만, 결코 이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모든 건 1942년 가을 운명처럼 시작됐다.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녀는 왜 자기 삶에 대해 침묵했을까?

외과의사가 된 아들의 물질적 지원을 거부하고 유폐와도 같은 고독을 선택한 그녀는 누구인가?

이야기는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경성.

밀양 출신의 스무 살 청년 '김혁'은 의열단 의백 김원봉을 동경하여 독립군의 길에 뛰어들었습니다.

독립군 전사로서 김혁은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안에 깃든 스무 살 청년은 죽고 싶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갓 스무 살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구름이 걷히며 창을 타고 들어온 선홍색 달빛이 김혁 얼굴 반을 물들였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절망한 표정ㅇ도 따라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사는 것보다 가치 있는 죽음도 있소." - page 32

그는 김원봉의 비밀 임무를 받아 경성에 오게 된 것입니다.

바로

'야차'라 불리는 조선인 여인 구출

야차는 총독부 고위 관료 다나카 정무총감의 수양딸 '다나카 코코 시즈코' 였습니다.

시즈코 안에 숨은 또 한 명의 시즈코, 조선인 시즈코는 상처 입은 자존심에 몸서리치는 불안한 존재였지만 현실의 그녀보다 훨씬 영리했다. 영리한 그녀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았다. 그건 입양된 조선인 딸이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이자 제국이 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는 포용력의 끝 지점이었다.

...

삼 년 전, 그녀는 조선에 대해 간절히 알고 싶었다. 그 호기심을 억누르려 조선을 비하하면 할수록 앎의 공복은 커져만 갔었다. 지금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그 영혼의 배고픔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지 그녀는 불안했다. 하지만 분명해진 건 그녀의 야차 놀이가 사춘기의 열정만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아를 구하려는 투쟁일 수도 있었다. - page 152 ~ 153

그러다 자신이 정치적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자 결심하게 되는데...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인으로 길러진 여인 '최혜심'

중경에서 온 아나키스트 '김혁'

정의감 가득한 무도가인 '야마시타 경부'

독립운동가였다가 변절해 밀정이 된 '불곰'

일제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구로다 군조'

이들의 적대적 공생과 치명적 배반이 얽힌 경성역의 붉은 달 아래, 진실을 향한 페이퍼 체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책의 제목 '페이퍼 체이스'의 의미를

"페이퍼 체이스라고 들어봤소?"

한 차례 고개를 갸웃거린 노사가 대답했다.

"종잇조각을 떨어뜨리며 도망가는 자를 술래가 쫓는 게임 아니던가요? 조선의 숨바꼭질 같은?"

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노사의 온화한 표정 안에 숨겨진 다른 얼굴을 발견하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난 그걸 하러 온 사람이오. 떨어진 종이를 주우며 목표를 찾는 술래." - page 66

그리고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스무 살? 죽긴 아까운 나이디. 내래 독립단 아니야. 어드러케 설명해얄지 모르갔구만기래. 여기 경성 생각을 함 해보라우. 지금 여기 상황이 어떠캈어? 의열단이고 독립단이고 다 처분됐어. 우리? 조직 아니야. 우린 점이야, 점."

"점?"

"기래, 점. 독립운동 조직들 다 헤쳐 흩어진 지 오래야 선으로 연결될 게 남아 있딜 않아. 선이 끊긴 기지. 기래서 점들로 뿔뿔이 살아남은 기야. 동무래 그 점들을 따라 이리저리 뛰다닌 거이고. 용케 살아 있는 줄만 알라우." - page 33

각각의 점이 선이 되어가면서

그렇게 우리의 역사 한 페이지가 완성되었지만 정작 점이었기에 페이지에서는 그저 흔적으로 남았던...

"이름들을 기억하시오?"

정종 한 잔을 더 마신 히로시가 난로 속 감자를 꺼내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난 이름 기억 안 해요. 그게 뭔 쓸모가 있다고? 광나루를 지나는 나그네가 하루에도 수백 명이오. 그 속엔 독립군도 있고 친일파도 있고 밀정들도 있을 거고. 많이 보다 보면 다 그게 그 사람으로 보이거든. 기억이든 기록이든 다 부질없는 겁디다." - page 109 ~ 110

참...

슬펐습니다...

나라면 이 시대에,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김혁이 외쳤던 이 시가 잠시나마 제 곁에 바람으로 불어왔습니다.

안녕이라 속삭이면

들녘 바람은 기억하리

물러설 곳 없어

하늘가 우두커니 선 그림자

돌이키지 못해 천천히

저무는 석양

아무도 남지 않은 언덕

바람은 기억하리

안녕이라 속삭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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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소 밀레르의 소설
마르소 밀레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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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을 마주했을 때...

묘했다고 할까...?

자전소설인 걸까...?

뭔가 몽환적이었고...

그래서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보니


1978년생으로 추정되고 있고, 텔레비전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고, 이 소설의ㅣ 배경이 된 알프스와 레만호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다. 마르소 밀레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가 언론과 전혀 접촉하지 않고 있고, 출판사에도 신상과 관련해 제공된 정보가 거의 없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마르소 밀레르가 이 소설을 쓴 작가 마르소 밀레르와 동일 인물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 작가라니...!

빨리 이 소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찐'이라 믿었던 우정이 배신의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 눈에 보이는 진실은 모두 허구일 수 있다!


출간 전 이미 12개국에 판권이 팔린 프랑스 최고의 화제작!


마르소 밀레르의 소설

번갯불이 머릿속을 뚫고 들어오는가 싶더니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내 몸이 비틀거린다. 나는 지금 내가 잘 안다고 자부하는 해발 200미터 암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화강암 표면을 잡은 나의 두 손에서 갑자기 힘이 빠져 달아나는 순간 이제 마지막이라는 걸 깨닫는다. 불타는 도전 정신인지 무모한 오기인지 몰라도 나는 산악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고 암벽을 탔기에 이미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결말이다. - page 7


'마르소 밀레르'

소설가인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원고를 남기고 떠납니다.


나는 떨어지면서 몸이 바닥과 충돌하면 영혼이 가장 먼저 몸과 분리되는지 궁금했다. 이제 곧 내 몸은 바닥과 충돌한다.


50미터

10미터

암흑. - page 9


그의 죽음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마르소 밀레르가 죽기 전날 아내 '사라'의 이야기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마르소가 새로운 소설을 출간할 때면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하지만 왠지 석연찮았던 부분이 있긴 했었지만...


마르소와 친구들 간의 모임은 20년 전, 걱정 없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제야 정원으로 나온 마르소의 얼굴이 왠지 심상찮다. 이전에도 비슷한 표정을 본 적이 있다. 마르소의 심각한 얼굴을 보고 왜 그러는지 알고 싶어 질문을 던졌다가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하고 마치 절벽 끝에 서있는 것 같은 좌절감을 느낀 적이 있다. 거기까지가 바로 우리 커플의 한계다. 우리 부부에게는 서로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 page 22


그리곤 홀연히 사라진 그.

사라는 즉시 토농레뱅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델마 서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입니다.


델마 서장, 당신은 곧 나를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나는 다시 한번 머리를 짜내본다.

그 순간 번쩍 머리를 스쳐 지나는 섬광이 있다.

나는 즉시 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 page 34


사라는 평소 가까이 지낸 전직 경찰서장 레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벨랑 첨봉 절벽 아래로 추락해 숨져있는 마르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경찰은 실족사로 추정하지만 타살로 확신하는 사라.

결국 그녀는 레노와 함께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하는데...


그런데...

마르소가 숨을 거둔 이후 자신에게 온 우편물 가운데 하나의 편지봉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HSBC 은행로고가 찍힌 편지봉투.





마르소가 간직해온 비밀이라니?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사라.

사라는 롤랭, 알렉시와 함께 은행을 방문해 금고를 열어보는데...

금고 속에 자신의 소설 원고를 써 넣어두었다는 그 원고는 사라지고 첫 번째 소설을 쓰고 받았던 거액의 저작권료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마르소가 쓴 원고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가 남긴 마지막 원고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그 진실을 향해 갈수록 추악한 민낯을 마주하게 되는데...


책을 읽는 내내 눈을 한시도 뗄 수 없었습니다.

하나의 잘못을 덮으려고 저지른 살인...

인간의 어리석고 추악한 민낯은 매번 그랬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

아무리 감추려 해도 진실은 언제나 밝혀진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심리 스릴러였습니다.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고 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눈부신 대자연

평온한 분위기 속에 저마다 감춰진 시커먼 속내

그리고 반전

이보다 더 짜릿한 영화가 있을까!


그보다...

작가님이 누구일지가 더 궁금한데...

이런 필력을 지니신 분...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써주시면서 작품마다 하나씩 작가님에 대한 힌트를 주시는 건 어떨지요...

이 또한 추적해 나가야 하니 또 하나의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 page 167


그리고


20년 전부터 우리 가족을 따라다닌 비극의 뿌리를 밝혀내고, 내 실존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위기에 놓인 내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는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나는 어느 순간 놓쳐버린 과거와의 연결 고리를 다시 찾아내야 한다. - page 245


그래서 마르소는


"마르소는 작가였고, 글쓰기는 부조리한 현실을 극복하는 수단이기도 하니까. 뭔지 몰라도 마르소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 있었는데 그냥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에 글로 남기려 했겠지 그 일이 뭔지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지만 말이야." - page 169


자신의 방식으로 저주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이제 와 밝힌들...

이게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숲에서 나는 소리가 우리를 감싼다. 우리의 발밑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땅속으로 잦아든다. 나무들은 오랜 친구처럼 나를 에워싸고 있고, 듬직하고 묵묵히 위로를 보낸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손을 뻗어 수령이 백 년도 더 되어 보이는 참나무의 우툴두툴한 껍질을 어루만진다. 나무가 바라는 평화가 나의 마음 속 깊이 닻을 내릴 수 있길 바라며. 숲은 나무의 냄새를 품고 있다. 익숙한 숲의 냄새가 새삼 우리가 겪은 끔찍한 비극과 관계없이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바람이 불자 나뭇잎들이 부르르 몸을 떤다. - page 354 ~ 355


삶이 계속된다는 이 문장이...

저에게도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울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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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소 밀레르의 소설
마르소 밀레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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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목에 작가의 이름을 썼을까... 그 진실을 같이 밝혀보시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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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 특서 어린이문학 19
황지영 지음, 불키드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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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아! 문제아 이야기인가 보군!'

이란 편견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다른 의미였다는...!

요즘 사회 이슈에서도 볼 수 있었던 문제를 다루고 있었는데...

어쩌면 민감할 수 있는 이 소재를 작가는 어떻게 그려냈는지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반복된 민원, 학폭 신고, 소문과 편견……

오늘의 학교를 정면으로 다룬 이야기,

상처를 넘어 마음을 잇는 두 소년의 우정!

요주의 인물

새 학년이 시작된 초등학교 5학년 교실.

정후는 너무 긴장되고 떨려 수영이에게 전화해서 학교에 같이 가자고 합니다.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집이 가까워서 그 뒤로 쭉 친했던, 5학년에 드디어 같은 반이 된 수영은 정후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데...

"현정후, 경고한다. 채이찬을 멀리해라. 5학년을 망치고 싶지 않으면 명심해."

"채이찬?"

"응. 채이찬! 그 이찬!"

"어? 걔가 우리 반이야?"

"그래! 넌 채이찬이랑 한 번도 같은 반 안 해 봤지? 완전 운 좋았네." - page 8

사실 이찬이는 부모님을 좋아했고

부모님은 이찬이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해 준다는 것이 의도와 달리 폭풍의 씨앗이 되어

부모님은 학교에 폭풍을 일으켰고, 그 폭풍에 이찬이도 휩쓸려 휘청거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러다 회장 선거에서 의도치 않게 이찬이와 정후가 부딪히게 됩니다.

"네 공약이 너무 센스 넘쳤잖아! 이찬이 디스 공약 진짜 좋았어."

"이찬이 디스?"

"그래! 너 이찬이 공약을 정반대로 말했잖아. 완전 고품격 디스였어. 속이 시원하더라." - page 37 ~ 38

본의 아니게 역효과가 나서 회장이 되고 만 정후.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그리고 체육 시간.

제자리멀리뛰기를 하는데 또다시 이찬이와 정후가 부딪히게 됩니다.

리듬감이 전혀 없고 삐거덕거리는 기계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인 이찬이를 보며 큰 소리로 웃었던 정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이찬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던 정후는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 과장해서 마구 몸을 흔들다가 곧바로 매트 위에 넘어지는데...

"현정후, 오늘도 한 건 했네. 근데 아무리 이찬이가 싫어도 살살해라. 그러다 학폭으로 신고당할라."

"학폭은 무슨 학폭? 얼른 교실 가자."

정후는 수영이 등을 밀었다.

"정후야, 넌 이게 농담 같아?" - page 55

자꾸만 쌓이게 된 작은 오해들.

과연 이 둘은 어떻게 될까...?!

"누가 날 걱정해? 아무도 걱정 안 해. 너도 회장이라서 나 찾으러 온 거잖아."

"아니야. 난 진짜 네가 걱정돼서……."

"넌 회장이라서 그동안 나랑 놀아 준 거잖아. 친구 없는 불쌍한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신 거잖아."

...

"불쌍해서만은 아니야. 난 너랑 노는 게 재밌었어." - page 152

이찬이는 정후네 집에 거의 다다랐다. 정후가 자전거 두 대 옆에서 이찬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후는 달려오는 이찬이를 보고 손을 크게 흔들었다. - page 165


읽으면서 참... 답답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방패 같은 부모님.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창으로 찔러도 절대 뚫을 수 없는 방패.


"네 말 다 들었어. 우리가 너의 보호자니까 너에게 가장 좋은 쪽으로 선택할 거야. 엄마 아빠만 믿어." - page 162 ~ 163


하지만 어디까지가 아이를 위하는 것일까......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날 지켜 주려고 한 건 고마워. 그런데 날 위한다고 하는 일들이 정말 날 위한 일인지 생각해 줘. 엄마 아빠가 안심하려고, 죄책감 덜려고 하는 일들이 아닌지 돌아봐 줘." - page 164


그리고 이야기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주었습니다.


"우리 반 애들 좀 보라고. 이찬이에게 말 거는 애 아무도 없잖아. 다들 근처도 안 간다고."

정후는 교실을 돌아봤다. 수영이 말처럼 이찬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건 따돌리는 거잖아. 저거야말로 학폭이다."

"따돌리는 게 아니라 이찬이가 워낙 예민하니까, 이찬이를 배려해서 자발적으로 거리를 두는 거지. 오죽하면 애들이 그러겠냐?" - page 16


'요주의 인물'이라는 건 결국 우리 모두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손을 내민 이가 있기에 희망의 씨앗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친구와의 관계와 학교생활을 돌아보게 하고,

학부모가 가져야 할 자세를 일깨워 주었던 이 이야기는 아이와 어른이 반드시 읽고 짚어야 했습니다.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게교실에서는 웃음소리가 사라지지 않게하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하며...
오늘은 왠지 학교에서 돌아오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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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달리 멍멍타로 보름달문고 106
은소홀 지음, 김수영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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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독자가 선택한 『5번 레인』 은소홀 6년 만의 신작 장편!


아이와 함께 읽었던 『5번 레인』.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제 아이도 꿈을 키우곤 하였었는데...


작가님의 오랜만의 신작에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아이에게도 이 소식을 전하자마자 먼저 읽겠다며,

하지만 엄마인 저 역시도 양보하지 못하겠다며,

그러다 가위바위보 라는 아주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제가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타로'가 눈에 띄는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우리 강아지의 마음이 궁금하신가요?

아픈 데는 없는지, 부족한 건 없는지 알고 싶으신가요?

타로 카드로 개의 마음을 읽어 드립니다.

아래 채팅창을 눌러 주세요.


남달리 멍멍타로

타로술사에게 필요한 능력은 딱 두 가지다. 첫째는 화려한 손기술, 둘째는 그보다 더 화려한 말솜씨. 카드를 읽는 능력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카드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보다,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니까. 그리고 달리는 그런 쪽으로 탁월한 타로술사였다. - page 7


열세 살 '남달리'

그에게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강아지와 '연결' 되는 것


이었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지만

가까이에 개가 있으면 개와 자신이 보이지 않는 줄로 연결되어 개가 느끼는 방식 그대로 세상을 감각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능력에 대해 엄마 하나 씨는 

이 능력으로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지 않고 어떻게든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기를,

달리가 열세 살 생일이면 모든 게 끝날 거라는 아리송한 말만 남기곤 했는데...

그는 아침마다 코를 찌르는 냄새나는 약수 스프레이를 건네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하나 씨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이 능력을 토대로 '멍멍타로'를 하며 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안녕하세요, 타로를 의뢰하고 싶은데요.

...

-근데…… 혹시 출장 타로는 안 하시나요?


밤 열한 시에 다짜고자 울리는 휴대폰 속 의뢰인은 강아지가 아파서 데리고 나갈 수 없다며 출장 타로를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모르는 사람의 집으로 들어갈 수 없는 일.

거절하고자 했지만 상담비를 세 배가 준다는 말에 수락하게 된 달리.

그렇게 찾아간 곳엔 교내 방송부 '송제인'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취급하던 제인이었지만 연이은 사과에 달리의 마음이 누그러들면서 제인의 강아지 레오를 보았는데...

제인이 보내 주었던 사진 속의 레오와 생김새는 닮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의 레오인 것입니다.


"언제부터 이랬어?"

"병원 다녀오고 나서부터. 얼마 전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거든. 눈이 뿌예져서."

...

"아닌 것 같지?"

"응?"

"나는 레오가 괜찮은 것 같지가 않아. 근데 뭐가 문제인지 도무지 모르겠고 아빠도 모르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는 거야. 레오를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 page 73 ~ 74


제인의 집에 있는 레오는 누구인걸까?

진짜 레오를 찾아가면서 달리와 제인은 그동안 감춰졌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레오가 보고 싶어요."

"그래. 레오 보러 가자.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 page 186


엄마와 할머니, 증조할머니와 고조할머니 그리고 그 위의 조상들까지 전부 다, 이렇게 오래도록 이어지는 운명의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달리는 너무도 알고 싶었는데, 결국 사랑이었다. 열세 살 생일이 되어서야, 달리는 그 진실을 깨달았다. - page 213


상대방을 위한다는 명분이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오해와 상처...


"어른들이 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어차피 다 핑계고 거짓말인데. 우리 엄마만 봐도 그래. 말로는 나 위하는 거라고 그러지. 내 마음은 하나도 모르면서." - page 160


"아빠 병원에 오는 개와 고양이는 대부분 어딘가 아프지. 아픈 동물을 돌보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야. 몸도, 마음도. 병원에 오는 사람들이 몇 번이고 무너지는 걸 아빠는 너무 많이 봐왔어. 그래서 아빠는, 네가 그런 일을 겪기엔 어리다고 생각했나봐. 조금만, 조금 더 클 때까지만 그런 아픔은 모르게 하고 싶었다." - page 185 ~ 186


나 역시도 그러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아이들은 작지만 강한 목소리로


"달리야, 나 예전에 실팔찌 만드는 거 배운 적 있다."

...

"이거? 그런 걸 어떻게 팔찌로 써? 금방 끊어질 텐데."

"그럴 것 같지? 근데 전혀 안 그래. 한 가닥은 힘이 없지만, 여러 가닥을 모으고 감아서 매듭을 지으면 엄청 질겨져. 게다가 엄청 엄청 예쁘다? 나중에 하나 만들어 줄게."

제인이 이미 팔찌를 한 것처럼 손목을 흔들어 보였다.

"달리야, 이러면 어때? 사람들을 모으자. 내가 레오를 되찾고, 네가 해리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자. 넌 할 수 있잖아. 이 아이들이 얼마나 아팠고, 지금은 또 얼마나 행복한지 말해 줘.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 우리 둘은 힘이 약해도, 사람들을 모으면 뭔가 바뀔지도 몰라." - page 202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성숙하게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달리야, 엄마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달리가 엄마를 마주 보고 섰다.

"엄마, 저도 엄마랑 똑같은 겁쟁이예요. 근데, 그동안 엄마 몰래 타로 하면서 강아지들에게 한 가지 배운 게 있어요. 겁쟁이는 겁쟁이 나름대로 소중한 걸 지키는 방법이 있다는 걸요. 저는 그 개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아요. 구하고 싶어요. 그 아이의 외로움이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아니, 잊으며 안 될 것 같아요."

달리의 말에 하나 씨가 고개를 들었다. 겁쟁이의 눈빛치고는 단단하고 반짝거리는 두 개의 눈동자가 하나 씨를 보고 있었다. - page 194 ~ 195


책은 더불어 '동물 복제'라는 이슈와 '생명 윤리'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습니다.

복제를 통해 반려견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한다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동물들을 동원하면서까지 자신의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어린 왕자가 했던 행위가...

B612 행성의 장미가 소중했던 것처럼...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역시나 은소홀 작가님의 이야기에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 선사했던 '이해'와 '사랑', '진심'

어른인 저도 이 선물들을 한 아름 안고 아이와 함께 발맞춰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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