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역습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과거 신분상승이 단절된 시대에는 자신의 신분은 운명이었다. 더이상 다른 삶을 꿈꿀 수 없다. 체념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시대가 흘러 누구나 신분상승할 수 있고 최고의 자리까지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불행히도 그런 낙관적인 믿음은 얼마가지 못해 깨졌다. 여전히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높은 신분까지 갈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씁쓸히 받아들인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 태어남과 동시에 결정되지 않고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은 세상인것은 확실하다. 부에 대해 알려주는 온갖 책들은 거의 대부분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또는 엄청난 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가끔 탐욕스러운 부자에 대해 고발하는 책이 있다. 프랑스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는 평등이나 똘레랑스다. 내가 많이 읽지 못해 한계가 있겠지만 프랑스에서 넘어 온 번역물은 사회 고발이나 비슷한 종류다.


미국, 영국에서 번역된 출판물은 부자가 되라는 독려를 하고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식이다. 가끔 유럽 쪽 책들도 그런 종류가 있는데 내가 읽은 프랑스 책은 기욤 뮈소와 같은 작가이거나 사회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부자들의 역습>에서도 기욤 뮈소가 나오는데 엄청난 부자로 성공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부자들은 이제  새로운 신분이다. 과거에 왕과 귀족, 양반 등이 있었다면 지금은 모든 것을 다 떠나 부자만 남아있다.



산업혁명 시기까지는, 그러니까 18세기 후반까지 부는 대체로 안정적이어서 세대를 바꾸어 가며 상속돼 전해졌다. 본질적으로 '부'라는 것은 토지의 소유나 그 토지가 남기는 농업 생산물, 왕의 권력에서 부여된 특권들 등에서 오는 것이었다. 물론 고대에서부터 금융가와 상인들이 가진 부는 약간 예외였다. 왕이 지배하는 땅을 확장하기 위한 방법에는 전쟁과 결혼 두 가지가 있는데, 이중 전쟁을 선택한 왕은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부자들을 필요로 했다. -47페이지


이제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군수업체가 수익을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음모론은 있지만 부자들은 굳이 전쟁을 벌이지 않아도 이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다. 꼭 토지를 소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금융을 얻었다. 여전히 결혼은 부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이제 오로지 부만이 모든 권력과 지위와 신분을 상징하고 대변한다. 부를 가진 자만이 꼭대기에 서 있다. 과거와 다른 방법이라 누구나 신분 상승을 꿈꾼다. 신분 상승을 이룬 사람도 있으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갈수록 이는 꿈과 같은 일로 여긴다. 그나마 경제가 성장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좀 더 기회가 있을 뿐이다. 신규 부자가 드문 시대로 접어들었다.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 시상대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훌륭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는 돈이 있는 사람만이 자녀들이 공부할 수 있게 지불할 수 있다. 물론 돈이 많은 집 자녀라 하더라도 게으르거나 의욕이 없다면 쓸 만한 직업이나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부모의 회사에서 일자리를 잡게 되거나 부모가 남긴 유산으로 생활을 할 것이다.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부자들이 달리기의 선두에 서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121페이지


교육은 과거부터 신분상승과 신분고착의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시대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에도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고 고등학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닌다. 갈수록 교육이 필요없는 시대가 될 것이라 말한다. 대학은 너무 많고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누구나 대학 졸업장이 있는 시대에 대학은 의미없다고 말한다. 맞다. 하지만, 그런 대학 졸업장마저 없으면 더 비참해질 수 있다. 가면 갈수록 대학이 나온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해진다.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체험했기에 잘 사는 집 부모들이 그토록 자식들의 교육에 올인하는지도 모른다. 정 안되면 외국 유학이라도 해서 세탁해야 할 정도로.


부자들에게 교육은 최소한 기본이다. 교육으로 더 뛰어난 사람이 되지는 못해도 최소한 추락하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다. 가면 갈수록 대학을 들어가기 힘들다. 역설적이게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대학은 갈 수 있지만 대학을 다닐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대학을 가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대학을 다닐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 와중에 좋은 대학을 다니지 못하면 다녀도 남들만큼이라는 출발선에 겨우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워질 뿐이다. 부자들은 대학이라는 곳을 통해 출발선을 좀 더 앞에 놓는다.



시기를 막론하고 비즈니스나 산업적 측면을 제외했을 때 부자들의 주요 투자처가 바로 주택이다. 사는 곳에 위엄을 깃들기 바라는 것은 돈이 있을 때 종종 생기는 욕구인데, 부자들은 그런 집에서 살며 이 욕구를 충족시킨다. 부유한 동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주택, 특별한 대저택을 짓는 일은 언제나 그들의 부를 드러낸 줄 기념비를 짓는 것처럼 부자들의 반사적 행동이기도 하다. -172페이지


아무리 금융이 발달하고 금융으로 커다란 돈을 번다고 해도 주택은 변함없는 부자들의 가장 대표적인 부의 상징이자 자랑이다. 맨하튼의 비싼 맨션은 수십억을 넘어 수백억이다. 굳이 그럴 집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돈을 그렇게 깔고 앉아도 아무런 부가 창출되지 않지만 그 주택이 바로 부를 상징하고 자신의 능력을 대변한다. 절대자일수록 엄청나게 커다란 성을 짓고 궁궐을 만들고 묘를 짓는다. 후대에 건축물로 관광상품이나 유산이 되었지만 당대에는 그저 자랑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주택은 부의 상징이다. 부자들은 그들끼리 모이길 원한다. 아무에게나 자신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방법은 바로 비싼 가격이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금액으로 주택가격을 올린다. 남들은 말도 안되는 금액이라 고개를 저을찌라도 그들에게 그 정도의 돈은 문제되지 않는다. 내가 이런 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인정을 받고 인증되면 끝이다. 그 정도의 돈이 없어도 생활하는데 문제되지 않는다. 내가 그럴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80대 20 법칙을 넘어 90대 10이라고 하지만 또 다시 10 안에서 99대 1만큼의 차이가 난다. 엄청난 부자는 부자 안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보다 더 많이 난다. 부자들을 가장 억압하고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세금이다. 세금은 가장 부를 평등하게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세금으로 부자들의 부를 가져오려하면 역효과가 난다. 부자들은 늘 한 발 앞서거나 조정한다. 엉뚱한 피해를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받게 된다. 그만큼 현재는 부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 책 <부자들의 역습>은 책 제목만큼 부자들의 날 것을 보여주는 책은 아니었다. 생각보다는 다소 다르게 전개되진 않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반복한다. 단지 늘 미국 이야기만 듣다가 프랑스 이야기를 들으니 신선하다는 점이 좋았다. 몰랐던 프랑스 상황을 알 수 있는 점과 함께. 그 외에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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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대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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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과학이 들어가니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은 과학분야 책으로 분류해야 한다. 막상 책을 읽으면 과학으로 분류하자니 애매하다. 차라리 인문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가깝지 않나한다. 인문으로 분류하면 심리에 좀 가깝다는 느낌도 들고 인지과학으로 봐야 할 것도 같고. 이런 혼란이 오는 것은 뇌라는 아주 이상한 놈때문이다. 뇌는 인간을 지배하는 놈이다. 인간이 인지하고 연구하고 조사하는 모든 것이 뇌를 거쳐 인식한다. 


인간이 신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쩌면 뇌를 탐구해서 정복한 날일지 모른다. 여전히 인간의 생각과 판단, 행동을 정확한 메카니즘을 밝히지 못했다. 과학의 발달로 fMRI등을 통해 인간의 뇌에 대한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하지만 우주를 탐구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최근 '김대식'저자는 여러 곳에 많이 출연한다. 책도 꽤 많이 냈고. 이번 책 사진을 볼 때 다소 독특한 사람이 아닐까도 싶다. 일반인도 쉽지 않은 포즈를 과학자가 저리 자신있게 하다니.


책은 딱히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쭈우욱 이어졌다기 보다는 이런 저런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정 주제를 배우려 읽기보다는 흥미위주로 신기한 것을 알아 둔다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저자가 워낙 박학다식해서인지 역사, 예술, 과학 등 다루지 않는 영역이 없다. 워낙 다양한 소재를 근거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알려주고 있어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뇌라는 놈이 어떤지 보다 별 생각없이 각 에피소드를 읽어도 충분히 상식을 넓히는 책으로 읽어도 된다. 특이하게도 전반보다 후반에 좋은 내용이 더 많았다.



고향을 떠난 이방인들. 미국에 사는 한국인은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에 사는 한국인은 과거를 그리워한다. 과거에 살던 사람들은 더 먼 과거와 더 먼 곳의 진정한 고향을 동경한다. 마치 망가져서 거꾸로 돌아가는 필름같이 온 세상 사람들은 잃어버린 세상을 그리워한다. -84페이지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과거는 다시 돌아가 수 없다는 현실때문에 과거는 늘 추억의 대상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기억을 재생하며 편집한다. 스스로 좋게 포장한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한 포장이 시간이 지나며 스스로 믿고 확신한다. 누구나 어릴때는 천재였던 이유다. 노스텔지아. 절대로 우리는 과거를 이길 수 없다. 나이를 먹을수록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잦다. 아무리 노력해도 젊음은 지나갔다. 지금이 더 살기 좋지만 여전히 그 당시는 각자에게 흐믓한 추억일뿐인데 그때가 더 좋았다고 말한다.


나라는 인간은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쌓아진 결과물이다. 그 덕분에 내가 존재할 수 있으니 끊임없이 과거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리워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자꾸 현재를 비난하는 용도로 쓰면 안 된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주 비슷한 상황도 찾아오지 않는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만큼 못난 것도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 젊은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해야 할까? 한 가지는 확실할 듯하다. '취업'과 '직장'의 의미가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직업'이라는 개념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인류는 오랫동안 타고난 신분과 운명에 따라 살았을 뿐이다. 취업이란 무엇인가? 논리적으로 취업이란 사실을 말한다. 취업이란 언제나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내 숟가락을 올려놓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은 이런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더이상 이미 존재하는 일자리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 새로운 일자리, 아니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인생을 살기 원하고, 무엇을 이 세상 누구보다 더 잘하는지를 인식한 다음, 그 무엇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치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 269페이지


제 2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갈수록 기계화 되어간다. 기계가 인간을 대치한다. 단순 노동을 대치하는 것보다 갈수록 인간이 갖고 있는 인공지능까지 장착한다. 아직까지 인식 능력은 쉽지 않지만 인공지능을 갖게 된 기계는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하며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저렴하다.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면 도태된다. 아무리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생존의 문제가 걸린 일이니 최소한 쫓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교육도 변해야 한다.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인재를 배출하려 체계가 잡힌 현재의 교육제도는 이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는 느리다. 시대를 쫓아가지 못한다. 교육은. 결국은 내가 변화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의 싸움에서 이겨 살아남았고, 오늘날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승리의 비결은 바로 '픽션'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 전설과 신화는 사람들을 응집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도구였고, 다시 말해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더 빠르고, 더 큰 것만을 여전히 최고로 생각하는 국내 기업들과 새로운 전설과 스토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 미국 기업들, 이제 우리도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싸움을 기억해야 한다. 기능과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 더 정확히 말해 스토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이다. -275페이지


애플이 스티브 잡스 시절에는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고 한 대형 아이폰을 출시했다. 이미 기존에 갤럭시 노트와 다를 바 없지만 사람들은 줄 서서 구입한다. 이런 차이는 전적으로 스토리다. 애플에게는 있고 다른 회사에는 없는. 기능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다. 더 이상 첨단기술로 사람들을 모집하고 구입하게 만드는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는 얼마나 내가 구입하려는 물건이 남과는 다른 차별성을 갖느냐다. 이마저도 속는 것일지라도 그래도 사람들은 스토리에 열광한다. 인간은 고대부터 스토리에 집착했다. 은유, 비유, 과장, 축소 등.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각종 설화와 우와를 비롯해 전래동화까지. 모든 것이 스토리를 뒤집어 썼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스토리로 각색한다. 지금도 인간은 스토리에 열광한다. 그럴싸해야 호기심을 갖고 선택한다.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잘못되었다고 깨닫기도 하지만 또 다시 스토리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포장한다. 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객체는 인기를 얻는다.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스토리는 내 가치를 올려주고 사람들에게 선택받게 해주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엔 본질이 다른 두 가지 타입의 복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완벽할 수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아이코네스'와 현실을 또 다시 왜곡하는 '시뮬라크라'들 말이다. 플라톤은 그렇기에 시뮬라크라들이야말로 존재에 대한 가장 큰 범죄라 생각했다. 이미 왜곡된 현실을 다시 한번 왜곡함으로써 인간을 이데아 세상에서 더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297페이지


아이코네스보다 시뮬라크라가 더욱 각광받는 시대다. ~척 하는 사람이 더욱 인기를 끈다. 실제로 있는 그대로 본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것만 들려주는 사람을 선호한다. 현실에서 진행되는 것과는 동 떨어져 있어도 시뮬라크라는 무시한다. 그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열광한다. 현재 벌어진 사실이 아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내용을 알려주는 사람이 최고다. 


시간이 지나야만 아이코네스와 시뮬라크라가 구분된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는다. 내가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이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아이코네스는 심심하고 지루하다. 시뮬라크라는 화끈하고 흥분된다. 나를 움직이고 뜨겁게 만드는 것은 아이코네스가 아닌 시뮬라크라다. 시뮬라크라에 더 시선이 가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코스프레는 우리가 사실이 아니라는 본질을 인지하고 즐길 수 있지만 시뮬라크라는 본질이라고 착각하고 믿게 만든다. 깨닫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미 늦을 때가 대다수다. 


지금 나를 뜨겁게 만들고 흥분시키는 것이라면 아이코네스가 아닌 시뮬라크라일 가능성이 크다. 늘 유혹은 달콤하고 매력적이다. 나쁜 남자와 연예는 이상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나는 아이코네스인가, 시뮬라크라인가. 내가 쫓는 것은 아이코네스인가, 시뮬라크라인가. 선택은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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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며칠 전에 나의 사랑하는 후배가 문자 메시지를 한 줄 보냈다. 그 메시지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언니언니언니언니언니.' 시계를 보았다. 열 시 반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언니, 매일 새벽 세 시에 내가 우는 것 알고 있었어? 언니가 알아? 아느냐고? 그리고 나서 그녀는 우주 전체가 울릴 만큼 큰 소리로 엉엉엉 한없이 울었다.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데 실용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어 책에서 나온 문장같은 글을 못 쓴다. 소설 종류의 글이 세밀한 묘사와 관찰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한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는 소설이나 에세이에서만 맛볼 수 있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있지만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법. 노력을 해 본 적이 없어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글을 써 보고 싶다. 저자인 '정혜윤'은 이 전 책인 <삶을 바꾸는 책 읽기>로 알게 되었는데 다른 책소개하는 책과는 달랐다.


라디오 PD라고 하는데 감수성 돋는 글이 많았다. 그 책에서 소개하는 책에 대한 설명은 내가 <책으로 변한 내 인생>을 쓸 때 목차를 주제로 참고를 했다. 그 이후에도 계속 다른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는데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다. 이번 책 <침대와 나>는 에세이와 책 소개가 연결되었다. 자신의 상황이나 주변에 일어난 걸 자신이 읽은 책과 연결하고 책 내용이나 문장을 보여준다. 이런 형식의 글은 참 어렵다. 연결하는 것도 힘들고 소개하는 책을 꽤 잘 알고 많이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물론 살아오는 내내 내가 성실한 독자였단 뜻은 절대 아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는 영재여서 '너는 책을 그렇게 좋아하니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란 말을 들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집엔 상대적으로 많은 책이 있기 했지만 그건 어린아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책들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순간 완전히 기분이 좋아졌던 적이 있고 그렇다보니 책 이야기를 하는 사람 말에는 항상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기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가 잘 모르는 책 이야기를 하면 무관심한 척 있다가 득달같이 서점에 달려가 일단 사놓고 보는 충동적인 쇼핑광이었고 그 결과 가방 속에 온갖 잡동사니와 함께 언제나 책이 한 권씩 들어 있게 되었다. 내 자동차 바닥엔 읽고 던져놓은 책이 하도 많아서 내 차를 타려는 사람은 모두 두 발을 들고 타야 하고, 결국은 사람들이 내 차에 동승하는 걸 거절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독서광인 적은 없다. 지금도 독서광은 아니다. 내 기준으로는 1년에 200권 정도를 거의 대부분 정독으로 읽고 있지만 독서관정도는 아니다. 이제부터 꼭 정독을 하지 않아도 그 책에서 얻을 것이 있으면 그 정도만 읽고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고 있다. 실천이 될지 습관적으로 그래도 끝까지 읽고 리뷰를 쓰게 될련지 정확하지 않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 책에 관해 나에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상대방은 나에게 읽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야기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될 수 있는 한 읽지 않았으면 솔직히 이야기하고 서점 등에서 봤으면 가볍게 대화를 이끌어 가지만 가끔은 읽은 척 할 때도 있다. 읽지 않았지만 어떤 내용일지 알고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 알고 있는 내용이라 나도 모르게 나를 속이는지 상대방이 속는지 모를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나도 모르게 남들이 책에 대해 알려주면 어떤 책인지 들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 누군가 책읽는 모습을 보면 어떤 책인지 확인하고 싶다.


지금도 그렇다. 꼭 독서를 할 때 목표를 하지 않지만 지금은 열심히 이번 달 읽어야 할 책 20권을 위해 달리고 있다. 누가 강요하지도 내가 누군가에게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그저 이번 달에는 20권을 읽자며 결심했고 노력중이다. 주말마다 밖에서 약속이 있고 강의가 잡혀 거의 읽지 못하지만 평일 기준으로 한 권씩 읽어야 하는 뭐 어렵지 않은 - 뻥 - 목표다. 이렇게 되면 좋은 점은 시간이 날때면 다른 짓(?)을 하지 않고 틈날때마다 무조건 책을 읽게 된다. 이런 점은 장점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이 순간 자네 뭐 하나?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이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시게.


조르바를 읽지 못했다. 세계문학전집을 1권부터 읽자는 별 쓸데없는 결심을 하다보니 미루게 되었다. 벌써 세계문학전집을 1년도 넘게 한 권도 읽지 못하고 있어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야겠다. <그리스인 조르바>도 읽어야겠다. 조르바를 읽지 않아도 워낙 여러 사람이 언급해서 아는 바는 이거다. 조르바는 현재를 사는 남자다. 미래가 아닌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상황에 충실하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행복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그 뿐이다.


자꾸 벌어지지 않은 일을 떠올리며 걱정한다. 현재가 지나야 미래가 된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느니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 맞다. 현재에 대비하면 된다. 오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른 것은 신경쓰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카르페디엠. 쾌락, 만족, 행복은 모두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집중할 때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지. 현재만 집중하면 되는데.



오늘 내가 나에게 들려주기 위해 책장에서 뽑은 책은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 그리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이런 책들은 반성을 권하지 않아서다. 이런 책들은 반성하라고 말하는 대신 성찰하라고 말한다. 쉽게 화해하라고 말하는 대신 오랫동안 싸우라고 말한다. 무조건 받아들이고 사랑하라고 말하는 대신 극복한 연후에 사랑하라고 말한다. 내가 온몸으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삶뿐이며 삶을 증오할 때가 삶을 가장 사랑하고 있는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알려준다.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재미있고 시간을 때우려고 읽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무엇인가 강박적으로 배우기 위한 방편으로 책을 택한다. 책에서 나에게 말한다. 반성하라고. 책을 읽고 난 반성한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내가 잘못 살았구나.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데 난 무엇을 했나. 이런 식으로 반성을 하게 된다. 그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성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진국이다. 자신도 하지 못한 일을 책에서 권유하고 독려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라고 다를바 없다. 그도 나도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지가 뭔데 나보고 반성하라고 이야기하나. 


나도 열심히 살아왔다. 최소한 남부럽지 않고 성실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인간 삶이 있다. 꼭 정답은 없다. 왜 우리는 정답을 권하고 정답을 찾으려 하는가. 난 그것자체가 불행이라 본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반성보다는 성찰해야 한다. 책을 읽고 내 삶을 성찰해야 한다. 이런 책은 대부분 좀 밋밋하다. 나를 자극해서 심장을 뜨겁게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게 만든다. 뜨거운 심장은 살아있는 한 계속 뛴다.


흥분하면 심장소리가 들린다. 심장 소리는 오래도록 들리지 않는다. 흥분은 사물을 오해하고 착각하게 만든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할 때는 신나게 무엇인가 한다는 즐거움에 빠져도 어느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었거나 이상하다는 판단이 든다. 나에게 반성을 권하지말고 차분하지만 성찰을 권했어야 하고 나도 그랬어야 한다. 오늘도 반성하라고 날 꾸짖는 책과 강의와 이야기를 쫓는다. 무엇인가 부채감에 젖어 오늘도 반성한다. 그런데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우리 반성하지말자. 내가 살아온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저 그들과 다를뿐. 좀 달랐다는 것이 반성해야 할 이유는 못 된다. 치열하게 모든 시간을 쏟아부은 삶만이 성공한 삶이고 그에 비해 나는 시간을 허송세월한 실패자가 아니다. 차라리 그 시간동안 내가 무엇을 갖게 되었고 무엇을 알게 되었고 얻었는지 성찰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와는 다른 나만의 경험과 지식이 있지 않겠나. 부정하지 말자. '네 까짓것이 뭔데 나한테 그래!!!'라고 차라리 욕하자.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조금 지루하긴 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좋은 문장이 나에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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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습관의 힘 - 하루 5분 나를 성장시키는
신정철 지음 / 토네이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난 메모를 전혀 안 한다. 여러 차례 시도를 안 한것은 아니지만 메모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시도라는 것도 그저 해 볼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정도의 노력이었다. 딱히 필요성을 갖고 있지 못하니 노력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메모로 성공했다는 사람이나 메모가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관한 책은 읽었다. 읽을 때 분명히 생각은 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딱히 불편함이 없었다는 변명 내지 핑계를 대자면 그렇다. 강의를 들을 때도 그저 듣기만 한다. 내가 지금처러 리뷰를 쓸때도 앞에 책을 놓고 쓴다. 이런 나에게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한다. 나는 리뷰라기보다 독후감에 가깝기 때문에 생각나는 대로 쓴다. 가끔 읽으면서 이 내용을 리뷰에 써야지 할 때도 있는데 깜빡하고 안 쓴다. 쓰고나서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만큼 내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쓰지 않는다.


내가 기억력이 뛰어나고 잘나 그런 것이 아니라 습관이 되지 않아 그렇다. 내 리뷰가 애매하고 제대로 된 서평형식을 갖지 못한 한계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 포스트 잇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어느날부터 또 다시 안 하고 있다. 올해에는 비록 책에 메모하거나 줄치진 않아도 그 정도는 하려 했다. 워낙 책을 빌려보니 습관자체가 책을 다 읽어도 새책 그대로다. 


몇몇 메모 관련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읽을 당시에 감탄하지만 결국 활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읽은 <메모 습관의 힘>은 나를 변화시킬까. 그건 잘 모르겠다. 글을 쓰고 자료를 정리하는데 있어 최근 한계를 느끼긴 했다. 내 경우에는 딱히 자료를 정리하진 않는다. 자료라고 하면 내가 블로그에 올린 서평정도다. 그 외에는 글을 쓰며 떠 올린 자료를 찾는다. 그러다보니 가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다양한 메모 앱도 나왔다. 메모 앱을 활용해서 쓰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난 게으르다. 무엇인가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하지 않아 잃어버린 경우도 많다. 정정한다.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나중에 떠올리기도 한다. 정말 필요한 아이디어였다면 분명하고도 반드시 다시 떠오른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까지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책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몇몇 앱은 일단 다운받았다. 구글 킵이나 포켓같은 경우 괜찮을 듯 싶어 우선 다운 받았는데 과연 쓰게 될련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예쁜 펜을 갖고 메모하는 것은 나름 로망이다. 워낙 악필이라 글쓰는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 오죽하면 내 책에 싸인할 때도 될 수 있는 한 국어가 아닌 영어로 표현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확실히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식범위를 넓힐뿐만 아니라 인식전환이 된다. <메모 습관의 힘>을 읽으니 메모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아이디어나 책을 읽다 괜찮은 대목이 있으면 그 부분을 메모하며 따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저 욕구일뿐 실천은 또 다른 문제지만. 그렇게 메모한 후에 아예 따로 사진을 찍어 올리면 괜찮을 듯. 할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디지털인간이 아닌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 메모처럼 손으로 직접 펜을 갖고 쓰는 로망은 있다. 습관도 되어있지 않고 글도 예쁘게 쓰지도 못하는지라 엄두를 내지 않을 뿐. 저자는 자신도 글을 못 쓴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 글씨도 예쁘고 그림도 제법 잘 그린다. 그 정도면 나도 충분히 자신감으로 쓸 수 있을 듯 하다. 나는 그 정도도 못된다.


저자도 처음부터 메모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메모를 활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글쓰기 덕분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좀 더 잘 쓰고싶어 메모를 활용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책읽기에 활용했다. 책을 읽고 좋은 부분을 필사하고 그 밑에 자신의 생각을 다른 색깔 펜으로 적는다. 책을 읽기만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독서방법이었다고 한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도 메모를 다 한후에 메모를 정리하고 마인드 맵을 활용해서 쓴다. 저절로 글이 좀 더 체계적이다. 게다가 한 번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글을 노출하기 전에 며칠전부터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서 쓴다. 제목도 잘 쓰고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올려 여러번 메인에 노출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받고 공유되며 방문자수가 늘어났다.


이런 지점에서 과거 메모에 관한 책과 달리 흥미가 생겼다. 이전 메모 책들은 전부 비지니스와 연관된 내용을 설명하고 어떻게 접목해서 활용했는지 알려준다. 자신의 비지니스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메모 습관의 힘>은 내가 읽었을 때 글쓰기와 독서에 좀 더 방점이 찍혀있다보니 나와 무척이나 연관성이 커서 좀 더 호기심이 강해졌고 욕구가  생겼다. 


책은 메모를 중심으로 두고 있지만 메모를 제거하면 저자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알려준다. 메모가 기본이지만 글을 썼고 글을 블로그에 올렸고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스스로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했고 활용했고 사람들을 만나 변화되었다. 이러다보니 책은 메모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른 분야에 관한 이야기가 반은 넘는 듯 하다.


책에도 소개되지만 난 이렇게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글을 쓰는 스타일도 아니고 일처리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치밀하지 못하고 대강 큰 틀에서 시작하는 스타일이다. 쉽게 시작하지 않을 뿐. 도저히 이렇게 못할 듯한 느낌도 있다. 글쓰기도 한 번에 쭈우욱 쓰고 더이상 보지 않고 끝내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한계도 단점도 두드러질 수도 있지만 덕분에 쉬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토록 많은 글을 계속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장단점은 분명히 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기도 하고 체계적으로 구조적인 형식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좋게 생각하면 마인드 맵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체계잡혀 쓴다고 볼 수 있고. 덕분에 메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관련 앱도 다운 받았고 향후에 메모를 한 번 실천해볼까라는 생각도 했다. 나이를 먹으니 변해야 하는 것도 있을 테니.


메모 습관을 할지 모르겠다. 무엇인가 시작하면 - 시작을 잘 안하는 편이라 그렇지 - 꾸준히 계속 하는 편이라 어떨지 모르겠지만 꽤 괜찮은 방법이라는 것은 동의한다. 메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메모를 어떻게 활용해서 내 것으로 만드냐가 중요하다고 하니 역시나 메모가 아닌 생각의 확장일 듯 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나무트리 확장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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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경제학자라면 - 고장 난 세상에 필요한 15가지 질문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이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경제에 대해 쉽게 풀어준 <경제학 콘서트>를 재미있게 읽었다. 실 생활에서 벌어지느 현상들이 경제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었다. 경제란 숫자로 이뤄진 것이 아닌 인간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풀어낸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 이후로 몇 몇 책을 더 펴냈는데 읽지는 않다 이번에 읽게 되었다. 표지에 본인 사진 대신에 그림으로 나온게 멋있게 보인다. 나중에 나도 책이 많이 팔려 출판사에 요청하면 이렇게 해 주려나 모르겠다.


이번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은 한 명이 질문하고 팀 하포드가 대답하는 대담형식이다.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워낙 팀 하포드가 주구절절 말을 하고 있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책은 경제에 대해 알아봐야 할 중요한 포인트를 알려준다. 대부분 거시경제 책들이 1900년대 초반까지 - 공항근처 - 알려주거나 최근 경제 현상에 대해 알려준다. 반면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은 그 비워있는 부분을 채워준다.


중요한 몇가지 개념만 알면 책을 다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 일수도 있다. 먼저 폴 크루먼에 의해 유명해진 탁아협동조합이야기다. 200가구 조합원이 아이를 서로 돌봐줘야했다. 40장의 증서를 받았는데 실제로 쓸 수 있는 증서가 너무 한정적이었다. 이러다보니 서로 급하지 않으면 쓰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을 돌봐주고 증서를 미리 확보하려고 했다. 해결 방법은 증서를 더 찍어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불황에 돈을 찍어 내야한다는 우화로 썼다. 연구원이 그 결과를 연구했는데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다들 증서가 넘치자 외출하길 원했고 결과는 동일하게 되었다. 


가격경직성이 대두되었다. 가격 자체가 경직되다보니 생긴 일이었다. 증서의 가치를 좀 더 유연하게 했으면 증서를 더 발행하거나 줄이지 않아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하지만 이러면 공정성 문제가 생긴다.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면 이미 구입한 사람이나 구입할 사람이 가만있지 않는다. 메뉴비용도 생긴다. 때에 따라 메뉴 가격을 변하면 그에 따른 비용이 많아진다. 매번 새로운 메뉴가격을 제시해야 하는데 교체비용을 감안할 때 가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조정을 수시로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끝으로 화폐현상이라고 불리는 실질 가격과 명목가격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다.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포로수용소에서도 거래가 있었다. 거래를 위해 담배가 교환수단이 되었다. 비흡연자가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적십자에서 가끔 뜻하지 않은 선물을 공급하면 더 비싸게 거래되었다. 독일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중개상인으로 꽤 이득을 얻었다. 전쟁 막바지가 되며 공급이 점차 줄었다. 교환가치였던 담배가격은 공정성문제등이 생겼지만 거래되었다. 한 국가가 제대로 작동을 해도 외부충격에 의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전세계적으로 하나의 블럭인 된 시대에는. 


실업은 현대 경제에서 아주 중요하다. 과거에는 실업이라는 개념이 불명확했다. 헨리 포드는 T모델을 만들어 자동화를 이룩했다. 분업화를 만들자 노동자 한 명이 빠지면 작업이 멈출 수밖에 없다. 그전까지 일자리가 넘쳐나서 언제든지 일을 하다 쉬고 싶으면 쉬고 다른 일자리를 찾았다. 헨리 포드는 최저임금을 작업시간을 1시간 줄이면서 두 배인 5달러로 올렸다. 노동자들은 서로 일을 하려고 대기했다. 근무자들은 좋은 일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지지 않았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된 노동자들은 적극적으로 일했고 늘어난 수입만큼 가족들이 여유롭게 살 수 있었다. 이러자 포드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자발적 실업자가 되었다. 좋은 일자리가 나왔을 때 즉시 일 할 수 있게 실업상태로 남아있는 쪽을 택했다. '구조적 실업'이 생겼다. 아무 일이나 하는 것보다는 버티면서 좋은 일자리가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불황에도 호황에도 실업자가 있다. 무조건 취직하지 않는 사람을 탓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개념말고도 흥미롭고도 재미있는 설명이 많다. 워낙 방대하고 다양해서 다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거시경제에 대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아주 힘들지는 않을 듯 싶다. 책 제목이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인데 이 책의 질문자는 정책결정권자라는 부분에 기초한다. 이런 복잡하고도 어려운 상황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묻는다. 재미있게도 이토록 어려운 내용을 전부 알아야 하다니 정책결정권자는 너무 어렵고도 힘들고 대단하다.


반면에 이런 내용을 거의 몰라도 정책결정을 잘 할 수 있다. 경제란 것은 위에 적은 것처럼 숫자가 아니다. 숫자로 대변되고 표시될 수 있을뿐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과 행동과 패턴이다. 이를 수치화하다보니 숫자가 나올 뿐이다. 거꾸로 이러다보니 자꾸 데이터화하면서 빅데이터를 의지하게 되는데 숫자 하나만 잘못 입력해도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숫자다. 갈수록 경제가 심리학과 결부된 행동경제학이나 복잡계에 결부되는 이유다.


여러 경제지표가 제대로 된 숫자를 표시하지 못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갈수록 치열한 논쟁이 되는 행복이다. 행복을 어떻게 지수로 표현할 것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심리학자도 철학자도 경제학자도 논쟁중이다. 행복이란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늘 변동한다. 그저 지금 행복하면 그게 전부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행복하지만 다 먹으면 행복은 사라진다. 또 먹으면 또 행복하겠지만 일정 이상 먹으면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질린다. 이처럼 행복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이다. 이 책 마지막에 행복도 함께 언급해서 썼다.


그나저나 이놈의 경제책은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아예 내가 경제와 관련된 책을 하나 쓰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아주 아주 쉽게. 그럴려면 또 다시 엄청나게 파고 파고 또 파야만 가능하다는 함정이 있다. 더구나 듣보잡이 그런 전문 책을 쓰려면 누가 읽어줄까하는 우려도 들고. 혼자 만족하기 위해 책을 쓰는 것은 아닐테니. 여하튼 경제는 인간과 밀접한 부분이라 예측도 힘들고 분석도 힘들다. 우리가 하는 행동 자체가 경제적이거나 비경제적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뒷 부분 내용은 좀 아쉽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거시경제를 알고자하는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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