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역습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과거 신분상승이 단절된 시대에는 자신의 신분은 운명이었다. 더이상 다른 삶을 꿈꿀 수 없다. 체념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시대가 흘러 누구나 신분상승할 수 있고 최고의 자리까지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불행히도 그런 낙관적인 믿음은 얼마가지 못해 깨졌다. 여전히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높은 신분까지 갈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씁쓸히 받아들인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 태어남과 동시에 결정되지 않고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은 세상인것은 확실하다. 부에 대해 알려주는 온갖 책들은 거의 대부분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또는 엄청난 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가끔 탐욕스러운 부자에 대해 고발하는 책이 있다. 프랑스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는 평등이나 똘레랑스다. 내가 많이 읽지 못해 한계가 있겠지만 프랑스에서 넘어 온 번역물은 사회 고발이나 비슷한 종류다.


미국, 영국에서 번역된 출판물은 부자가 되라는 독려를 하고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식이다. 가끔 유럽 쪽 책들도 그런 종류가 있는데 내가 읽은 프랑스 책은 기욤 뮈소와 같은 작가이거나 사회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부자들의 역습>에서도 기욤 뮈소가 나오는데 엄청난 부자로 성공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부자들은 이제  새로운 신분이다. 과거에 왕과 귀족, 양반 등이 있었다면 지금은 모든 것을 다 떠나 부자만 남아있다.



산업혁명 시기까지는, 그러니까 18세기 후반까지 부는 대체로 안정적이어서 세대를 바꾸어 가며 상속돼 전해졌다. 본질적으로 '부'라는 것은 토지의 소유나 그 토지가 남기는 농업 생산물, 왕의 권력에서 부여된 특권들 등에서 오는 것이었다. 물론 고대에서부터 금융가와 상인들이 가진 부는 약간 예외였다. 왕이 지배하는 땅을 확장하기 위한 방법에는 전쟁과 결혼 두 가지가 있는데, 이중 전쟁을 선택한 왕은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부자들을 필요로 했다. -47페이지


이제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군수업체가 수익을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음모론은 있지만 부자들은 굳이 전쟁을 벌이지 않아도 이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다. 꼭 토지를 소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금융을 얻었다. 여전히 결혼은 부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이제 오로지 부만이 모든 권력과 지위와 신분을 상징하고 대변한다. 부를 가진 자만이 꼭대기에 서 있다. 과거와 다른 방법이라 누구나 신분 상승을 꿈꾼다. 신분 상승을 이룬 사람도 있으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갈수록 이는 꿈과 같은 일로 여긴다. 그나마 경제가 성장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좀 더 기회가 있을 뿐이다. 신규 부자가 드문 시대로 접어들었다.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 시상대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훌륭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는 돈이 있는 사람만이 자녀들이 공부할 수 있게 지불할 수 있다. 물론 돈이 많은 집 자녀라 하더라도 게으르거나 의욕이 없다면 쓸 만한 직업이나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부모의 회사에서 일자리를 잡게 되거나 부모가 남긴 유산으로 생활을 할 것이다.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부자들이 달리기의 선두에 서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121페이지


교육은 과거부터 신분상승과 신분고착의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시대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에도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고 고등학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닌다. 갈수록 교육이 필요없는 시대가 될 것이라 말한다. 대학은 너무 많고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누구나 대학 졸업장이 있는 시대에 대학은 의미없다고 말한다. 맞다. 하지만, 그런 대학 졸업장마저 없으면 더 비참해질 수 있다. 가면 갈수록 대학이 나온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해진다.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체험했기에 잘 사는 집 부모들이 그토록 자식들의 교육에 올인하는지도 모른다. 정 안되면 외국 유학이라도 해서 세탁해야 할 정도로.


부자들에게 교육은 최소한 기본이다. 교육으로 더 뛰어난 사람이 되지는 못해도 최소한 추락하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다. 가면 갈수록 대학을 들어가기 힘들다. 역설적이게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대학은 갈 수 있지만 대학을 다닐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대학을 가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대학을 다닐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 와중에 좋은 대학을 다니지 못하면 다녀도 남들만큼이라는 출발선에 겨우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워질 뿐이다. 부자들은 대학이라는 곳을 통해 출발선을 좀 더 앞에 놓는다.



시기를 막론하고 비즈니스나 산업적 측면을 제외했을 때 부자들의 주요 투자처가 바로 주택이다. 사는 곳에 위엄을 깃들기 바라는 것은 돈이 있을 때 종종 생기는 욕구인데, 부자들은 그런 집에서 살며 이 욕구를 충족시킨다. 부유한 동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주택, 특별한 대저택을 짓는 일은 언제나 그들의 부를 드러낸 줄 기념비를 짓는 것처럼 부자들의 반사적 행동이기도 하다. -172페이지


아무리 금융이 발달하고 금융으로 커다란 돈을 번다고 해도 주택은 변함없는 부자들의 가장 대표적인 부의 상징이자 자랑이다. 맨하튼의 비싼 맨션은 수십억을 넘어 수백억이다. 굳이 그럴 집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돈을 그렇게 깔고 앉아도 아무런 부가 창출되지 않지만 그 주택이 바로 부를 상징하고 자신의 능력을 대변한다. 절대자일수록 엄청나게 커다란 성을 짓고 궁궐을 만들고 묘를 짓는다. 후대에 건축물로 관광상품이나 유산이 되었지만 당대에는 그저 자랑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주택은 부의 상징이다. 부자들은 그들끼리 모이길 원한다. 아무에게나 자신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방법은 바로 비싼 가격이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금액으로 주택가격을 올린다. 남들은 말도 안되는 금액이라 고개를 저을찌라도 그들에게 그 정도의 돈은 문제되지 않는다. 내가 이런 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인정을 받고 인증되면 끝이다. 그 정도의 돈이 없어도 생활하는데 문제되지 않는다. 내가 그럴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80대 20 법칙을 넘어 90대 10이라고 하지만 또 다시 10 안에서 99대 1만큼의 차이가 난다. 엄청난 부자는 부자 안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보다 더 많이 난다. 부자들을 가장 억압하고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세금이다. 세금은 가장 부를 평등하게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세금으로 부자들의 부를 가져오려하면 역효과가 난다. 부자들은 늘 한 발 앞서거나 조정한다. 엉뚱한 피해를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받게 된다. 그만큼 현재는 부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 책 <부자들의 역습>은 책 제목만큼 부자들의 날 것을 보여주는 책은 아니었다. 생각보다는 다소 다르게 전개되진 않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반복한다. 단지 늘 미국 이야기만 듣다가 프랑스 이야기를 들으니 신선하다는 점이 좋았다. 몰랐던 프랑스 상황을 알 수 있는 점과 함께. 그 외에는 그렇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습에 대한 이야기는 뭐였지.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부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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