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대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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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과학이 들어가니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은 과학분야 책으로 분류해야 한다. 막상 책을 읽으면 과학으로 분류하자니 애매하다. 차라리 인문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가깝지 않나한다. 인문으로 분류하면 심리에 좀 가깝다는 느낌도 들고 인지과학으로 봐야 할 것도 같고. 이런 혼란이 오는 것은 뇌라는 아주 이상한 놈때문이다. 뇌는 인간을 지배하는 놈이다. 인간이 인지하고 연구하고 조사하는 모든 것이 뇌를 거쳐 인식한다. 


인간이 신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쩌면 뇌를 탐구해서 정복한 날일지 모른다. 여전히 인간의 생각과 판단, 행동을 정확한 메카니즘을 밝히지 못했다. 과학의 발달로 fMRI등을 통해 인간의 뇌에 대한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하지만 우주를 탐구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최근 '김대식'저자는 여러 곳에 많이 출연한다. 책도 꽤 많이 냈고. 이번 책 사진을 볼 때 다소 독특한 사람이 아닐까도 싶다. 일반인도 쉽지 않은 포즈를 과학자가 저리 자신있게 하다니.


책은 딱히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쭈우욱 이어졌다기 보다는 이런 저런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정 주제를 배우려 읽기보다는 흥미위주로 신기한 것을 알아 둔다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저자가 워낙 박학다식해서인지 역사, 예술, 과학 등 다루지 않는 영역이 없다. 워낙 다양한 소재를 근거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알려주고 있어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뇌라는 놈이 어떤지 보다 별 생각없이 각 에피소드를 읽어도 충분히 상식을 넓히는 책으로 읽어도 된다. 특이하게도 전반보다 후반에 좋은 내용이 더 많았다.



고향을 떠난 이방인들. 미국에 사는 한국인은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에 사는 한국인은 과거를 그리워한다. 과거에 살던 사람들은 더 먼 과거와 더 먼 곳의 진정한 고향을 동경한다. 마치 망가져서 거꾸로 돌아가는 필름같이 온 세상 사람들은 잃어버린 세상을 그리워한다. -84페이지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과거는 다시 돌아가 수 없다는 현실때문에 과거는 늘 추억의 대상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기억을 재생하며 편집한다. 스스로 좋게 포장한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한 포장이 시간이 지나며 스스로 믿고 확신한다. 누구나 어릴때는 천재였던 이유다. 노스텔지아. 절대로 우리는 과거를 이길 수 없다. 나이를 먹을수록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잦다. 아무리 노력해도 젊음은 지나갔다. 지금이 더 살기 좋지만 여전히 그 당시는 각자에게 흐믓한 추억일뿐인데 그때가 더 좋았다고 말한다.


나라는 인간은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쌓아진 결과물이다. 그 덕분에 내가 존재할 수 있으니 끊임없이 과거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리워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자꾸 현재를 비난하는 용도로 쓰면 안 된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주 비슷한 상황도 찾아오지 않는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만큼 못난 것도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 젊은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해야 할까? 한 가지는 확실할 듯하다. '취업'과 '직장'의 의미가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직업'이라는 개념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인류는 오랫동안 타고난 신분과 운명에 따라 살았을 뿐이다. 취업이란 무엇인가? 논리적으로 취업이란 사실을 말한다. 취업이란 언제나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내 숟가락을 올려놓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은 이런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더이상 이미 존재하는 일자리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 새로운 일자리, 아니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인생을 살기 원하고, 무엇을 이 세상 누구보다 더 잘하는지를 인식한 다음, 그 무엇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치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 269페이지


제 2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갈수록 기계화 되어간다. 기계가 인간을 대치한다. 단순 노동을 대치하는 것보다 갈수록 인간이 갖고 있는 인공지능까지 장착한다. 아직까지 인식 능력은 쉽지 않지만 인공지능을 갖게 된 기계는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하며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저렴하다.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면 도태된다. 아무리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생존의 문제가 걸린 일이니 최소한 쫓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교육도 변해야 한다.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인재를 배출하려 체계가 잡힌 현재의 교육제도는 이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는 느리다. 시대를 쫓아가지 못한다. 교육은. 결국은 내가 변화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의 싸움에서 이겨 살아남았고, 오늘날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승리의 비결은 바로 '픽션'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 전설과 신화는 사람들을 응집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도구였고, 다시 말해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더 빠르고, 더 큰 것만을 여전히 최고로 생각하는 국내 기업들과 새로운 전설과 스토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 미국 기업들, 이제 우리도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싸움을 기억해야 한다. 기능과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 더 정확히 말해 스토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이다. -275페이지


애플이 스티브 잡스 시절에는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고 한 대형 아이폰을 출시했다. 이미 기존에 갤럭시 노트와 다를 바 없지만 사람들은 줄 서서 구입한다. 이런 차이는 전적으로 스토리다. 애플에게는 있고 다른 회사에는 없는. 기능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다. 더 이상 첨단기술로 사람들을 모집하고 구입하게 만드는 시대는 끝이 났다. 이제는 얼마나 내가 구입하려는 물건이 남과는 다른 차별성을 갖느냐다. 이마저도 속는 것일지라도 그래도 사람들은 스토리에 열광한다. 인간은 고대부터 스토리에 집착했다. 은유, 비유, 과장, 축소 등.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각종 설화와 우와를 비롯해 전래동화까지. 모든 것이 스토리를 뒤집어 썼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스토리로 각색한다. 지금도 인간은 스토리에 열광한다. 그럴싸해야 호기심을 갖고 선택한다.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잘못되었다고 깨닫기도 하지만 또 다시 스토리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포장한다. 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객체는 인기를 얻는다.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스토리는 내 가치를 올려주고 사람들에게 선택받게 해주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엔 본질이 다른 두 가지 타입의 복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완벽할 수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아이코네스'와 현실을 또 다시 왜곡하는 '시뮬라크라'들 말이다. 플라톤은 그렇기에 시뮬라크라들이야말로 존재에 대한 가장 큰 범죄라 생각했다. 이미 왜곡된 현실을 다시 한번 왜곡함으로써 인간을 이데아 세상에서 더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297페이지


아이코네스보다 시뮬라크라가 더욱 각광받는 시대다. ~척 하는 사람이 더욱 인기를 끈다. 실제로 있는 그대로 본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것만 들려주는 사람을 선호한다. 현실에서 진행되는 것과는 동 떨어져 있어도 시뮬라크라는 무시한다. 그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열광한다. 현재 벌어진 사실이 아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내용을 알려주는 사람이 최고다. 


시간이 지나야만 아이코네스와 시뮬라크라가 구분된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는다. 내가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이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아이코네스는 심심하고 지루하다. 시뮬라크라는 화끈하고 흥분된다. 나를 움직이고 뜨겁게 만드는 것은 아이코네스가 아닌 시뮬라크라다. 시뮬라크라에 더 시선이 가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코스프레는 우리가 사실이 아니라는 본질을 인지하고 즐길 수 있지만 시뮬라크라는 본질이라고 착각하고 믿게 만든다. 깨닫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미 늦을 때가 대다수다. 


지금 나를 뜨겁게 만들고 흥분시키는 것이라면 아이코네스가 아닌 시뮬라크라일 가능성이 크다. 늘 유혹은 달콤하고 매력적이다. 나쁜 남자와 연예는 이상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나는 아이코네스인가, 시뮬라크라인가. 내가 쫓는 것은 아이코네스인가, 시뮬라크라인가. 선택은 내 몫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과학책을 읽은 것이 맞겠지.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과학책이 분명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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