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ㅣ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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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리 두껍고 글이 빼꼼하게 채워져 있는 줄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거의 700페이지나 된다는 것을 책을 선택할 때 보면서도 의식하지 못했고 그림 하나, 페이지 여백도 없다는 것을 얼핏 보면서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그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읽어도 여전히 두껍게 남은 페이지와 읽어도 쉴 공간을 주지 않는 글자의 압박.

 

엄청난 압박을 주는 책이 재미마저 없었다면 읽는내내 고역이자 시험이였을 것이다. 다행히도 재미있다~! 그것도 많이. 너무 주저리 주저리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내용까지 세세하게 묘사하고 알려주는 바람에 중반까지는 다소 힘겹게 읽을 수도 있다. 내가 읽으려고 택한 책은 추리류라고 생각하고 읽고 있는데 아무리 읽어도 추리가 아닌 정치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딱히 재미없다고 생각할 수는 없어 읽기는 했지만 언제 내가 생각했던 분야의 책이 될련지 궁금했지만 읽다보니 어느순간부터 추리라는 것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그 자체로 재미있다는 뜻이다. 경찰서 내부에서 벌어지는 경찰들의 정치와 경찰과 기자들간의 신경전과 음모(??)들이 읽으면서 서서히 긴장 아닌 긴장으로 읽게 되었다.

 

일본에는 특이하게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라는 순위가 있나본데 거기서 2013년에 1위를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64'는 재미있다보다는 대단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책이다. 마지막 100페이지 전까지는 재미있다는 생각을 읽게 되었다면 나머지 100페이지는 대단하다는 감정으로 읽게 만들어 준다. 

 

한마디로, 700페이지 정도는 권력 투쟁과 암투, 다른 직업끼리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불신이 팽배하며 같은 경찰끼리도 각자의 소속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상대방을 우습게 보고 그 안에서도 계열이 있고 중간에 껴 이쪽도 저쪽도 가지 못하는 주인공이 점차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어떻게 하든 잘 되게 하려는 고군분투로써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나머지 100페이지부터 이 책을 읽으려고 선택한 사람들이 원하는 바로 그 추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책을 읽는동안 추리에 대해서는 기억 저편으로 밀어내고 지금까지 다루었던 내용에 젖어 열심히 읽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급변하는 전개에 놀랄 정도로 설마, 설마하면서 읽게되다가 정말로 추리가 펼쳐지는 것에 대해 뒤통수를 맞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책의 제목만으로 책이 이야기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책이 있다. 제목이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 확인하고 동감하고 심화학습을 하면 된다. 책의 제목만으로는 어떤 감도 잡히지 않고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책이 있다. '64'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후자다. 

 

작가의 스토리를 읽어보면 사실 추리 전문 작가가 아니라 소설을 썼을 뿐이다. 우리나라에 번역되는 거의 대부분의 소설이 추리 소설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추리류의 소설일 것이라 지레짐작으로 읽었던 내 실수였던 것이다. '64'는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대단하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본다.

 

첫 장면이 두 부부가 딸의 죽음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결국에는 딸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딸을 찾기 위한 여정의 책이라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지만 전혀 아니다. 딸은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드러내는 하나의 메타포일 뿐이다. 결국, 딸은 나타나지 않지만 계속해서 주인공의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정신으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그 후로 주인공이 경찰 홍보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단순히 그 정도면 재미삼아 읽는 정도가 될 것이고 경찰서 내부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음모의 한 복판에 자신도 모르게 뛰어들어 이리 저리 장기판의 말로 뛰어다니지만 스스로 자각하여 장기판의 말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파악하고 그들을 옭아메는 과정이 전개된다.

 

여기까지라면 이 역시나 흥미롭게 잘 읽었다고 할 수 있는데 마지막에 가서 생각지도 못하게 책 전체를 계속 짓누르고 있던 사건이 다시 발생한다. 그것도 똑같은 방법으로. 그럼에도 읽는 독자들은 계속해서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이 사건이 진짜인지 시선을 돌리기 위한 유도책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아니, 확신은 없지만 주인공의 생각처럼 자작극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생각으로 읽게 되는데 최종적인 반전이 책 말미에 나온다. 자연스럽게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 책을 무려 10년 동안 집필해서 완성했다고 하니 오히려 당연한 것이 아닐까라는 심정마저 든다. 초반에 이리 저리 계속 깔아대는 밑밥을 잘 읽어야만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마지막에 가서 더욱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다.

 

초반에는 좀 집중이 안 되지만 중반에 들어가면서는 재미있다는 느낌으로 보게 되고 후반에 가서는 '우와~~'라는 감정으로 읽게 만든다. 분명히 글자도 여백없이 가득하고 엄청 두꺼운 책이지만 어느순간부터 인식하지 못하고 읽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가서는 침을 묻혀가며 읽을지도 모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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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쁜 부자들 - 부자들의 99%는 나쁘다
안재만 지음 / 참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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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에서 거의 최초로 부자에 대해 그나마 제대로 된 책은 '한국의 부자들'이였다. 워낙 큰 인기를 얻어 2편까지 나왔을 정도이다. 거의 대부분 부동산 부자를 많이 소개했는데 그들의 생활패턴과 투자 방법에 대한 언급과 함께 그들이 한 이야기를 저자의 관점으로 알려주는 책이였다. 그 책에서도 한국 부자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면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이야기를 해 준다.

 

이를테면, 줘야 할 돈은 최대한 늦추고 늦춰 주고 받아야 할 돈은 무조건 기를 써 빨리 받아내려 한다는 식의 정보였는데 '한국의 나쁜 부자들'은 굳이 따지자면 부자들이 부를 형성하는 방법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왔다 갔다하면서 줄을 타지 않고 불법을 작정하고 저지른다거나 탈세와 절세의 경계에서 교묘하게 절세처럼 보이는 탈세하는 모습을 그린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부자들의 치부와 더러운 형성과정을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꼭 부자가 아니라도 한국 사회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도 함께 서술하여 알려주는 책이라 보면 될 듯 하다. 읽다보면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잘못된 모순과 법과 제도를 어기거나 악용하는 사례를 알려줘서 르포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났다.

 

부자를 존경해야 하는지의 여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한국에서 부자라는 이미지는 긍정보다는 부정이다. 워낙, 평등사상이 뿌리박혀 있는지 몰라도 - 역설적으로 공산당은 뻐속까지 싫어한다 - 나 아닌 사람이 더 잘 사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경우가 많은듯도 보이고 너나 나나 똑같은 인간으로 네가 갖는 것은 나도 가져야 한다는 평등정신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때문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부자들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부자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그들의 앞에서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적당한 편법이 이뤄질 수는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부자들이 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그들의 방법이 일반인들이 따라하기에는 부러워도 따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끼리 음밀하게 온갖 법과 제도를 악용한 후에 일반인들이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똑같은 방법으로 할 수 없는 법과 제도가 완벽하게 구비되어 솔직히 입맛만 다시는 사람들이 많다. 알아도 못하거나 알면서 안 하거나의 차이는 클지라도 알아도 못하는 사람의 박탈감이 상대적으로 더욱 크다는 것이 부자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무엇을 안다고 하여 꼭 실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행에는 또 다른 감정인 용기와 배짱과 낯두꺼움이 존재한다. '나 혼자만'이라는 최면도 함께 정신을 지배해야 하는데 이게 일반인들에게는 결코 쉬운 행동은 아니다. 또한, 부자들의 선행은 잘 드러나지 않고 조그만하게 언급되어도 부자들의 악행은 커다랗게 타이틀을 점령하다보니 갈수록 부자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다. 

 

한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든 부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자의 기준을 얼마로 하고 무엇으로 할 것인지의 논란은 있겠지만 부자라고 누군가로부터 듣거나 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쉽게 부를 획득한 것은 결코 아니다. '돈 버는 게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본적도 들어본적도 없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는 누구나 다 어느정도는 불법과 탈세를 적당히 저지른다.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는 것도 불법이다. 아무리, 착한 기업이라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여건에 의해 저질르기도 한다. 그렇다해도 '부자들의 99%는 나쁘다'는 좀 심하다고 본다. 한 90%라면 모를까 말이다.(90%라는 농담 자체도 부자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알려준다고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과연 '한국의 좋은 부자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부자들의 선행과 부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자기희생과 손해를 본 사람들의 내용이 사람들의 이목과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자극적인 내용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때문이다. 분명히 과거에는 부를 형성하는 것이 깨끗한 방법보다는 밝힐 수 없는 내용이 많았을 것이다.

 

한 나라의 투명성과 선진화에 따라 부자들의 탄생 배경도 쫓아간다. 과거에는 좋은 게 좋은거라는 인식과 뒷돈으로 서로 가식적인 웃음으로 넘기며 부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했을지라도 갈수록 대한민국에서 부자가 된 다는 것은 일반인들의 허용범위 안에서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의 사례가 많이 알려질 것이라 본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으로 점점 국가 체계가 발전하니 말이다.

 

책에 나온 부를 형성하는 사례들은 이미 알려져 있기에 더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그 이야기는 책에 나온 사례는 이제 활용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누구나 다 아는 불법사례는 할 수 없는 감시와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뜻이 된다. 물론, 똑똑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활용하고 응용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창의적으로 부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만.

 

부자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나쁜 부자들'과 같은 책을 통해 어떤식으로 부를 형성했는지 알아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것을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다. 솔직히, 알아도 안 할 수 있지만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 책을 읽고 나 그렇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내가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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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 대해 저술한 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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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설계도
이인화 지음 / 해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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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도 기대도 없이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을때만큼 읽는 재미가 좋을 때가 없는 반면에 잔뜩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있다. 재미 자체가 없는 것도 아닌데 워낙 큰 기대를 하고 읽다보니 기대가 큰 만큼 반대급부의 감정이 밀려오는 듯 하다. 불행히도 '지옥설계도'는 엄청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작품이다.

 

이인화 작가는 '영원한제국' 작품을 집필한 작가이고 이 작품의 소개글과 책표지 디자인을 봤을 때 몹시도 끌렸다. 그러면서 단테의 신곡이니 '지옥으로 간다'정도의 정보를 갖고 읽었다. 유추했을 때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여 있을 것이라는 판단은 했다. 특히, 책을 읽기 직전에 작가의 약력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은 확실해 보였다.

 

크게 볼 때 두 가지로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강화인간이라 불리는 존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와 최면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세계가 있다. 꽤 다양한 인간이 등장하는데 정확한 주인공을 파악하기 힘들다. 나름 주인공이라 생각되는 인물은 있지만 비중이 너무 약하고 문제를 해결하지만 등장장면이 너무 적다.

 

현실세계에서 보통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강화인간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선택된 인물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었다. 도대체, 그 인물들이 어떻게 해서 선택받았는지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다보니 - 또는 내가 미처 읽지 못했거나 - 비록, 신체능력과 지능능력이 일반 인간의 몇배가 되었다고 해도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식이 쌓여 지혜가 된다고 보지만 단순히 지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통찰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과 이해력마저 늘어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사회에서 볼때는 무능한 인물이 '길드워'라는 온라인 게임에서 절대군주에 해당한다고 거의 선구자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이해되기 힘들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김팀장은 현실세계에서 추리소설의 교본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살인사건과 조작의 한 복판에 떨어져서 음모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만큼 치밀하게 추리적인 재미를 보여주고 개연성과 오~~ 그렇구나라는 감정과 무릎을 치게 만들어줘야하는데 풀어내는 과정이 그러지 못했다.

 

인페르노라는 가상 세계는 누군가가 창조된 공간이고 그 사실을 최면을 통해 유입된 강화인간들은 알고 있다. 그 이유만으로도 가상 공간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는 그런 것이 아닌가? 많은 문학작품과 영화에서 나오는 내용이 그렇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이 가상세계라는 것을 획득한 다음부터는 보이는 사물이 달라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가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 말로 가상 세계에서 모든 것을 창조하고 파괴하는 원동력이자 모든 것이다. 누군가 만든 가상 공간에서 내가 절대적인 영향력과 능력을 보이는데 한계라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렇다해도 정념에 의해 얼마든지 자신과 자신의 주변정도는 컨트럴할 수 있는게 기존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가상 공간이 인페르노라고 하는데 인페르노 나인이라는 웹전략 게임을 작가가 만들었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 부분에 너무 고정관념이 잡혀 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이미 인페르노라는 세계를 만들어 게임 상의 세계가 존재하다보니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흔들거나 소설속에 삽입한 세계라 할지라도 창조공간에서 다른 능력을 펼치는 것에 대해 생각의 확장을 못한 것일 아닐까한다.

 

인페르노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존재들은 자신의 삶을 의심하지 않지만 강화인간들은 자신들은 가상공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높은 자리에 있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현실세계의 모든 것들이 똑같이 존재하는데 굳이 중세정도의 세계로 만들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지구가 안 좋은 일을 당한 후의 시간이라는 설정이지만.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라는 설정을 잘 버무려 두 군데에 다 흥미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잘 얽혀 두 세계를 전부 왔다 갔다 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두 세계가 좀 겉돌고 두 세계의 연계성이 크게 있지 않아 아쉬웠다. 상당히 많은 것을 펼쳐놓고 잡으려고 했지만 너무 많이 펼쳐 결국에는 이도 저도 아닌 듯한 내용이 되어 산만한 점이 많아 보였다. 

 

소설이 재미없지는 않다지만 워낙 기대를 하다보니 실망감이 커 이렇게 되었던 듯 하다. 당연히 당선이 될 것이라고 알았는데 결과를 받아보니 탈락의 심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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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동의보감 2 : 기통차게 살자 ㅣ 허영만 허허 동의보감 2
허영만 지음, 박석준.오수석.황인태 감수 / 시루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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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학은 어릴 때 참 친숙했다. 축농증이 있어 몇몇 병원과 한의원을 다녔는데 대체적으로 한의원쪽을 좀 더 많이 갔다. 약들을 좀 처방받고 침을 맞는 것이 대체적으로 한의원에 가 하는 의료였다. 추가로 동생이 아파 침을 맞는 것도 봤다. 옆 집에 살던 분이 한의사라 그 분에게 침을 맞기도 했다. 어머니가 침이라는 것을 배워 자신에게 실험하기도 했지만 나에게도 했다.

 

나로써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축농증에 좋다는 부위에 침을 맞기도 했다. 실제로, 좋아졌는지 여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축농증은 평생을 함께 할 아주 불편한 생활이 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동양 의학은 어릴때부터 친숙했는데 첫째가 아토피가 있을 때 친구 아들이 약을 처방받아 좋아졌다고 하여 같이 처방받아 약을 먹은 적이 있다.

 

딱히, 약때문에 좋아졌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 여러가지 정황상 - 크게 신경쓰지 않을 정도가 되었고 둘째마저도 아토피가 생겨 여러 병원과 한의원을 돌아다녔다. 어떤 곳을 통해서도 결국에는 아토피를 치료받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아토피로 고생을 하지만 큰 신경쓰지 않고 아무거나 막 먹게 하는 편이다. 나이가 먹으면 자연스럽게 자기 치유가 될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다만, 병원에 비해 한의원들은 꼭 약을 처방해주는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는 가격이였다. 당시에 얼굴에 진물이 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것은 하려고 노력했고 새벽마다 긁어 이불이 피바다가 되다보니 어린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가격을 신경쓸 수가 없었다. 여전히 그 놈의 이불은 피로 이불이 묻어있지만 웃으면서 넘어갈 정도였는데 그런 이유로 약간은 한의원의 처방하는 약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의료에 비해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의료는 못미더운 감정이 솔직히 아직까지 있지만 한의원도 이제는 MRI도 찍는등 예전과 같은 주먹구구식(?)의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부분이 꼭 옳다 그르다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침을 맞고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하다.

 

가끔, 부모님이 약을 지어 주시기는 하는데 - 내가 드리지 않고 - 줘서 먹기는 하지만 딱히 몸에 좋은지는 모르면서 복용한다. 아직까지 젊어 그런 것이라 믿는다. 아프거나 하면 병원을 갈 생각은 해도 한의원을 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아프면 병원이 아니라 한의원을 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서양 사람과 동양사람은 서로 다른 개념과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처럼 타고난 몸이 다르다고 한다. 그렇기에 동양에서 발달한 한의약이 동양사람에게는 맞는다는 것이고, 실제로 옛적부터 아플 때 동의보감과 같은 것을 통해 병을 치료했다. 동의보감은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의료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의료책이다. 

 

동의보감을 직접 읽은 사람은 많지 않아도 동의보감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어지간히 좋은 음식이나 먹을꺼리를 소개할 때에도 꼭 동의보감에 나온 내용을 언급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런 동의보감을 만화로 쉽게 설명한 책이 바로 허영만작가가 그린 허허 동의보감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연배중에 허영만만큼 열정적으로 쉬지않고 작품을 발표한 작가도 없을 것이다. 한 때 잘 나간 만화가는 있을지라도 이토록 작품이 쉬지 않고 발표되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만화가는 없지 않나 한다. 내가 초등학교때부터 그의 작품을 읽었으니 엄청난 세월이다.

 

이번 허허동의보감 2편은 기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준다. 기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어떻게 해야 기를 살리고 몸이 허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글로써 어렵게 풀어낸 것이 아니라 단 몇 컷의 그림으로 머리속에 쏙 들어오게 만들어준다. 바로,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다. 몇 컷의 장면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시킬 수 있는 능력말이다.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이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내용마저 허접하거나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이번 동의보감에 대해 알려주는 책과 같은 책은 더더욱 말이다. 술술 읽다보니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읽고 말았다. 더구나, 단순히 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기 중에 정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정이란 우리가 말하는 정분난다는 그 정도 포함하고 정력이라 대표되는 정도 포함하는데 정이란 생활력과 같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과거 시대에는 대체적으로 남성위주의 사회라 그런지 몰라도 내용이 남성위주로 되어 있어 남자인 나로써는 좀 더 재미있게 읽기도 하였고 약간 민망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역시나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좋았다.

 

정보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정보에 치중하고 재미라는 측면은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만화로 된 책들은 이러한 부분을 둘 다 놓치지 않는다. '허허 동의보감'은 바로 이러한 면을 동시에 충족하는 책이다. 재미도 있고 정보도 얻으면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 말이다. 만화책이 재미가 없다면 그것만큼 욕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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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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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 대한 이야기는 마케팅으로 분류할 수 있어도 실제로는 심리학에서 다뤄어야 할 분야이다. 책표지에 나와있는 타이틀을 읽어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케팅 회사나 대기업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팔기 위해서 이제는 심리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광고를 만들고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해서 사고 싶다는 동인을 일으켜야만 한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자신들이 어떤 제품이나 상품을 팔든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는 기업이라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떻게해야 사게 만들것인지나 소비자들이 사고 싶게 유혹을 해야 하는 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제품이 중요하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제 더이상 제품의 질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갈수록, 소비자들은 더이상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기존보다 더 기능이 뛰어나고 좋은 제품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주는 마케팅에 따라 더 선호하는 제품을 구입한다. 제품의 성능 차이는 딱히 더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피부로 느낄 수 있을만큼 제품의 질이 다른 것은 오히려 힘들다.

 

이미지의 과잉이라 하지만 제품의 질을 판단하여 물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유혹하는 이미지를 보고 자신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을 구입하는 편이다. 자신의 갈급을 해소하는 제품을 샀을 때 순간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좀 더 나가서는 오르가즘까지 느낀다고 할 수 있다. (좀, 너무 나갔나??)

 

소비자가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은 예전에는 그저 더 좋은 제품을 만들면 되었다. 이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만으로 기업들은 생존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아쉬울 것이 없는 시대에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하고 더 많은 소비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원인을 기업들은 발견하고 소비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 싶다고 만들어 주는 인간의 근본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남성으로써의 본능, 여성으로써의 본능, 자녀로써의 본능, 부모로써의 본능, 생존을 위한 본능, 위안을 해소하는 본능, 자존감을 살려주는 본능등등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로 들어가 인간이라는 동물이 원하는바를 연구하여 자신도 미처 느끼지도 깨닫지도 못한 바를 자극하여 소비를 하게 만든다.

 

인간의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본능을 바탕으로 소비하는 방식과 방법에 대해 연구한 책이 바로 '소비본능'이라고 생각하여 책을 집었지만 그 점에 있어서 다소 아쉬운 책이 또한 '소비본능'이다. 순수하게 소비에 대한 다양한 점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 여기고 읽었지만 그보다는 진화론적인 관점과 심리학적인 관점에 대해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해 알려주는 책에 가깝다.

 

인간이 소비하는 이유와 소비로 해소하는 감정, 소비의 좋은 점과 나쁜점등등. 오로지 소비에 대해서는 파고 들어가는 책이였으면 좋았을텐데 소비를 컨셉으로 인간에 대해 알려주는 심리학 책이였다. 이미, 여러 책에서 읽은 내용이지만 신기하고 신비하게도 읽을 때 마다 새롭고 잊고 있었던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낸다는 점에서는 읽고 또 읽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기대와 조금 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근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각자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본능이 오랜 세월동안 발전하면서 더욱 극대화 된 것들도 있고 이미 몸이 알아서 행동하는 본능도 있다. 그런 이유로 남성은 포르노를 보고 여성들은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 남성들은 시각적으로 젊은 여성일수록 되는 이유는 널리 안전하게 퍼뜨리려는 자신의 생존본능이고 여성들은 자신을 지켜줘야 할 능력(명예, 자본, 지위, 키등등)을 갖고 있는 남성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남자로써 너무 힘들다. 갈수록.

 

소비라는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는 감정이 어떤 식으로 발생하고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 할 수 있는 특정 분야에 대해 더 깊은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전반적이고 광범위한 행동 경제 진화 심리학적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이 쪽 분야에 대해 좀 알고 싶은 사람이 첫 책으로 선택해서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본능에 대해 배우고 이유에 대해 깨닫고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탐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태도와 감정과 본능은 변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본능의 무서운 점이다. 알고 있다고 하여 하지 않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행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또는 행동이 끝난후에 아차~~하거나.

 

인간이라는 동물이 행하고 있는 움직임에는 이성이라는 판단으로 행동할 때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본능이 먼저다.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상황에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알아서 반응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기본을 반복연습하는 이유가 무조건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처럼 대부분 기본과 기초를 반복하는 이유가 저절로 몸에 인이 박혀 행동하기 위한 것이다.

 

'소비 본능'을 읽었기 때문에 이제부터 나를 유혹하는 기업이나 사람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아니, 아이러니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이 인간의 본능을 거스린다는 것은 대단히 칭찬할 만한 일일 수 있어도 인간으로써 몹쓸 짓이다라는 궤변으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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