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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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 합쳐 무려 800페이지나 되는 이야기다보니 2권에 들어가며 점점 캐릭터에 친근함이 느껴지면서 저절로 조금씩 감정이입이 되며 출연하는(??) 인간들 한 명 한 명에게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주요 인물은 결국에 삼촌과 원정이라 하는 삼촌의 애인이라고 할 수 있고 2명만으로 이야기를 온전히 끌어가기에는 너무 길어 삼촌의 조카들 이야기도 좀 나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영악한 사람도, 너무 순진힌 사람도 드물다. 적당히 욕심을 갖고 살아가고 적당히 모른척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딱히, 나쁜 놈도, 착한 놈도 없이 어느 정도 나쁜 짓도 하고 어느 정도는 착한 행동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삶을 살아가며 재미있는 세상을 만들어 낸다.

 

평균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소설을 비롯한 문학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이 세상의 많은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었을까하는 마음마저 든다. 아침에 일어나 러시아워에 사람들에 부대끼며 출근하고 직장에서 일하고 점심먹고 일하고 간식먹고 일하고 상사눈치보며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밥먹고 TV보다 잠 자고 다시 일어나 출근하는 반복되는 삶을 작품으로 쓸 생각을 할 작가는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똑같이 보이는 우리 삶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꺼리를 갖고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다소 하품이 나오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하는 당사자에게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자신의 인생이고 역사인것이다. 이런 사람들중에서도 평범이라는 범위에서 조금 더 벗어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직업도 중요하다. 평범한 직업에는 누구나 예측가능한 행동을 보여주지면 익숙하지 않은 직업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험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의 저자 천명관은 영화 작가 출신이라고 한다. 소설은 재미있는 이야기꾼으로 재능을 발휘했지만 보여주는 시나리오는 소설만큼의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듯 하다. 그래도 작년에 나온 '이웃집 남자'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웃집 남자'는 소소하게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을 했다. 영화예고편을 볼 때 전혀 몰랐는데 천명관도 같이 광고를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이 얼마전에 크랭크 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천명관은 이야기는 재미있게 한다는 것은 확실한 듯 하다.

 

책에서 삼촌은 순진무구하면서 모든 사랑을 한 여자에게만 쏟는 인물이다. 그렇에도 여러 여자를 만나고 임신도 시킨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말이다. 순진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삼촌은 무도인의 길을 영화에서 '으악배우' - 으악 하고 죽는다는 의미 - 로 자신의 무도인 길을 걸어가며 우연히 보게된 원정이라는 배우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진심은 통한다고 원정이라는 배우와 사랑을 확인하고 정분을 쌓게 되지만 헤어지고 결국에는 다시 만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은 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2000년대도 나오기는 하지만 실제적인 활동무대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가장 좋았을 때라고 사람들이 말을 하는 시기이다. 직장은 평생직장이고 어느 정도 먹고 사는 것도 해결이 되어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고 믿었던 시절이다. 당시를 살던 사람들에게는 억압과 자유에 대한 갈구는 있었지만 지나고 나서 지금 사람들이 항상 좋았을 당시를 이야기하는 시절이 아마도 80~90년 일 것이다.

 

최소한, 자신이 노력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없다고 믿었던 시절이다. 지금이 그 당시보다 더 살기 좋은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당시를 그리워한다. 그렇게 추억은 모든 것을 변경하고 치환하고 왜곡하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인데 그렇다고 대단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 만한 인물은 삼촌이지만 특별한 의식을 갖고 살아간것이 아니라 그저 운명의 거대한 흐름에 어쩔 수 없이 흘러 갔을 뿐이다.

 

한편으로는 너무 세상에 대해 몰랐고 지식이 없었고 물정을 몰랐고 세상을 믿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오로지 무도인의 길을 걸어가려 했고 평생 사랑하는 여자만을 바라보고 살았다는 이유로 그처럼 많은 몹쓸 경험을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의지로 선택한 인생도 꽤 많다는 것을 생각할 때 꼭 운명이라고 할 수는 없을 듯도 하다.

 

책에서 나온 나라는 인물도 역사에서 아주 평범하게 살면서 잠시 세상과 사회에 대한 고민도 하지만 우리 대다수처럼 그저 삶을 살아갈 뿐이다. 잠시 '꿱'하고 소리를 질러 보지만 그 소리는 그저 잠시 퍼져 사라질 뿐이고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로 눈에 앞에 있는 현실에 적응하여 살아 갈 뿐이다.

 

어떻게 보면 오로지 삼촌만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개척하여 살아갈 뿐이다. 남들처럼 생각없이 뻔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타나는 역사 흐름에 굳이 발버둥치지도 않지만 또한 굳이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을 내린 삶을 살아간다. 마지막 장면을 볼 때면 해피엔딩이지만 그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소설속 판타지이다.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작가가 했기에 이번 작품을 끝으로 영화와는 결별을 한다는 작가의 변이 있었다. 또한, 이 작품을 블로그에 연재한 작품이라고 한다. 매일같이 작품을 썼다고 하니 그 점은 놀랍다고 본다. 외부 공간에 매일같이 소설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였을텐데 이렇게 완성했을 때 그 보람은 무척 크지 않았을까 한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실패하지도 성공하지도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다. 성공했다고 생각한 인물도 죽음으로 성공을 유지하지 못했고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인생도 없는 인물들이 그저 삶을 살아갈 뿐이다. 저자는 소설은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라며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읽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죽기 전까지는 인생에 있어 실패도 없고 성공도 없다. 또한, 죽으면 성공이나 실패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고로 나는 오늘도 소설을 읽는다.

 

 

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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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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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은 이야기꾼이라는 소리를 듣는 작가이다. 그 말은 그가 하는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뜻이 된다. 왜 그런 사람들이 있다.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누가 하면 더 재미있고 감칠맛 나는.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묘사를 잘 한다는 것이다. 또한,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한다. 쉴 때 쉬어주고 소리를 높혀야 할 때 높혀 주고 똑같은 말이라도 단어와 감탄사를 달리 하여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에 못 이기게 만든다.

그런 이야기를 글로 사람들에게 알린다면 그가 쓴 글을 재미있게 '오~~ 그래!!'하면서 읽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같은 주제와 소재를 갖고도 얼마든지 다양한 이야기를 쓸 수 있고 같은 경험을 했어도 그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재미가 달라 지듯이 비슷한 주제와 내용을 글로 전달해도 이야기꾼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천명관이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누구나 늘 항상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의 평균이라는 것이 있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나의 삼촌 부르스 리'는 솔직히 어떻게 보며 뻔하디 뻔한 내용을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일텐데 나에게는 그닥 재미있지는 않았다.

아직 1권까지만 읽은 상태라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유보해야 하겠지만 1권까지만 읽은 현재의 생각은 천명관의 '고래' '고령화가족'에 비하면 재미가 덜 하다는 것이다. 고래가 진정으로 그 어마어마한 이야기에 압도되어 '거 참 대단하네'하면서 읽었고 '고령화가족'이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빠져 들어 읽었다면 '나의 삼촌 부루스 리'는 딱히 그런 느낌이 없다.

확인을 해 봐야 정확하게 알겠지만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고래'의 다음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고래'가 일제 직후부터 박정희 시대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면 이 책은 박정희 이후의 시절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굳이 억지로 갖다 부친다면 부모의 인생을 되풀이 하는 어느 자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농촌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서자로 태어나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의 흐름에 저절로 엮이면서 겪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점에서 '고래'와 비슷하다고 보인다. 다만, '고래'가 어딘지 판타지적인 뉘앙스로 여러가지 것들이 섞이며 그럴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갖고 읽게 되는 반면에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내용전개는 비슷한데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이 순수한 현실만 그리고 있어 거꾸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그만큼 답답한 시절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면 읽는 나에게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철저한 착각일 뿐이고 - 설마, 저자가 나를 상대로 책을 펴 냈을리 없으니 - 1권에서는 무엇인가 나올 듯 나올 듯 하면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1권의 페이지가 400쪽이나 된다는 것은 이야기꾼이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묘사보다 서사성, 플룻을 중시하는 내게 소설이란 마지막 장면으로 가는 과정 진술이다'라는 작가의 한마디처럼 이 모든 것은 2권으로 이어져서 마지막에 어떤 결론을 나에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1권에서는 별로 였는데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더 재미있고 흥미로울지도 모르니 말이다.

사실, '고래'같은 경우에도 초반에는 재미있고 흥미롭지는 않았고 뒤로 갈수록 점점 내용에 빠져들고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했다는 걸 떠올려보면 '나의 삼촌 브루스 리'도 2권부터는 본격적인 삼촌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2권 거의 후반까지 삼촌이야기만 하다 본격적으로 삼촌이야기를 하고 있던 내 이야기가 펼쳐지는 걸 보면 둘의 이야기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확실한 것은 2권까지 읽은 후에 내린 판단이 정확할 것이다. 그런고로, 2권으로 고고씽~~

저자의 고래(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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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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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목적은 다양하다. 휴식을 위해 가는 사람도 있고 자아 탐구를 위해 가는 사람도 있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동경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체험하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면서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기존과는 다른 인생에 대해 맛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행은 자아탐구나 휴식의 목적보다는 추억을 남기는 장소로 더 치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처럼 휴양지에 가서 책을 읽으며 편안하게 휴식을 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르는 장소를 사진으로 찍으면서 추억을 간직하는 장면이 더 쉽고 금방 떠 오른다. 그동안 여행이라는 것이 자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다보니 한편으로는 될 수 있는 한 추억을 더 간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어느덧 우리도 여행 - 그것도 해외여행 - 이 일생을 살면서 어쩌다 생기는 큰 이벤트가 아니라 조금은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휴식으로 점점 변모를 하면서 과거처럼 세계 곳곳에서 만나는 어글리 코리아(??)는 점점 사라지고 자신만의 고유한 여행으로 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행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나 여정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제법 있는 듯 하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박경철은 20대에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만난 후에 그가 살았고 많은 영감을 받았던 그리스에 대한 환상을 간직하며 서구 문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문화까지 탐구할 수 있는 그리스를 여행하는 꿈을 꾸었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다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처럼 막연히 생각만 하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그리스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탐험하고 만져보고 느껴보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박경철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에 대한 기록이 바로 '문명의 배꼽 그리스'이다.


여행기를 읽어보면 여행 장소에서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함과 미지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는 색다른 추억을 글의 저자와 함께 맛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특히,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나라에서 겪은 경험을 읽으면서 견문이 넓어지고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만족감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여행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흔한 일상적인 행동과 생각과 습관들이 그곳으로 도착한 사람에게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설고 색다른 경험으로 둔갑하는 점이 여행기를 읽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한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낯설다. 분명히 박경철이 그리스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경험한 것들에 대한 기록이지만 여행기라기보다는 자아탐구 성격이 조금 더 강하고 자아탐구보다는 그리스 문명에 대한 탐구가 조금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단순한 그리스 탐험이 아니라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인도하는 여정에 따라 박경철이 따라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이책은 부담없이 누군가의 여행기를 엿본다는 생각으로 읽게되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리스 중에서도 펠레폰네소스 반도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1권인데 솔직하게 그리스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은 갖고 있어야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뒤쳐지지 않게 쫓아 갈 수 있다. 대부분의 그리스 신화가 연대기에 따라 차례 차례 전달하는 형식이라면 이 책은 저자가 도착하는 장소에 따라 그곳에서 생긴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으로는 막연하게 그리스 신화를 들으며 친숙하지 않은 단어로 된 여러 그리스 신들에 대한 이름과 지명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이에 반해 각 장소에 도착하여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리스 신화를 보게 되어 일견 혼동스럽기도 하지만 그리스 신화를 글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 나온 이야기장소가 사진과 함께 볼 수 있어 다른 그리스신화와는 다른 색다른 그리스 신화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단순히 그리스 신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 얽혀 있는 뒷 배경과 실제로 신화가 역사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추가적으로 그에 대한 박경철만의 시각으로 생각하는 점을 알려주고 그보다 더 깊숙하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을 빌어 저자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건드려주고 알려준다. 물론, 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이라는 것이 저자가 임의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을 수 있게 만들었으니 결국에는 저자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어도 어찌 되었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글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전개라 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를 이윤기씨의 것으로 읽기도 했고 변신 이야기로도 읽었지만 여전히 정확하게 구분하고 체계확 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또한, 신화는 신화일 뿐 역사라고 할 수 는 없다. 신화와는 다른 역사에 대해 아테네와 스파르타, 아르고스, 펠레폰네소스 전쟁처럼 다양한 서양 역사에 대해서도 이리 저리 뒤죽박죽되어 있는 과거가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정리되는 측면도 있었다. 그리스 신화가 대부분 그리스 본토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대부분의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역사는 1권에서 소개되는 펠레폰네소스 반도에서 생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펠레폰네소스가 어디에 있는지 펠레폰네소스반도의 생김새가 중요도등에 대해서도 새롭게 다시 정립되었다.


스파르타 같은 경우에는 그동안 아테네와 스파르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정작 스파르타에 대한 역사 기록은 거의 없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다른 그리스 도시 국가들에 비해 다소는 정보가 부족했던 스파르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실제로 스파르타와 아테네를 비교하는 이야기들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정보는 아테네였찌 스파르타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잘 알려진 몇몇 부분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이 신화를 소개하거나 펠레폰네소스 반도에 대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책으로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 여행기를 읽는 가장 큰 재미는 여행에서 만나 사람들과의 대화와 그들과 엮인 다소는 사소하지만 크나큰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읽으면서 웃게도 만들어주고 미소를 짓게도 하고 같은 펠레폰네소스반도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다.


외국에서 단체로 있는 사람들이 '노스페이스' 점퍼를 다같이 입고 있다면 거의 틀림없이 한국사람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후에 자신도 입고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하며 수도원에서 만나 수도사들과의 대화, 뜻밖의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의 식대를 대신 내주기도 하고 오로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존경의 표시로 묘지에서 행한 예절을 보고 택시 기사가 하루종일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관련된 에스코트 해 준 이야기며 멀리 한국에서 왔다고 공짜로 관람하게 해 준 이야기, 도굴꾼이 아닌가하며 따라온 사람과 함께 상사를 흉보며 친해진 이야기들을 통해 여행기에서만 읽을 수 있는 재미도 선사하다.


게다가 박경철이라는 개인이 갖고 있는 엄청난 컨텐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선사해 준다. 나만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는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훔쳐 보는 것도 아주 좋은 재미인데 상당히 특이한 경력의 박경철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스펙트럼을 통과한 시야를 우리에게 알려줄 때 그 함께 본다는 재미도 선사하다. 다만, 친절히 알려주는데 벽 너머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도 함께 보지 못하고 벽 아래서 전달해주는 목소리만 듣는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그리스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총 10권으로 출판될 예정이라고 하고 이미 5권까지 원고를 넘겼다고도 한다. 또한, 작년부터 그리스를 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리스를 여행했다고 하니 향후 트래버로 살아가기 원한다는 저자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우리에게 박경철이라는 사람의 눈으로 본 시선도 이와 같이 함께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스 신화 책들(클릭)

협찬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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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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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노사이드는 집단학살이라고 한다. 제노사이드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은 집단학살이 만행이 벌어진 적이 있다는 뜻이 된다. 얼핏 생각하면 집단학살은 인간이 동물에게 하는 못된 행동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무섭게도 인간이 인간에게 한 집단학살도 많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다. 불행한 시대에 일본인이 저지른 관동대학살도 마찬가지이다. 관동대학살에는 광기만이 흘러 일본인이 일본인을 조선인이라고 생각하고 죽일 정도였다고 하니 집단학살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제노사이드라는 걸 하는 유일한 종족이 바로 인간이라고 한다. 다른 종족은 집단학살을 하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제노사이드는 인간이 갖고 있는 욕심과 이익에 결부되는 거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노사이드를 하게 되는데 가장 큰 문제는 그 명령을 내리는 자는 현장에 있지 않아 그 참혹함을 명확하고도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고대부터 집단학살은 대부분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 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가혹하고도 몸서리치는 명령이자 참사이다.

 

'제노사이드'는 참으로 재미있고 흥미롭고 스펙타클한 소설이다. 폄하라고 볼 수 있지만 일본 소설가가 이렇게 방대하고도 거대한 내용을 구성하고 치밀한 내러티브를 만들었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소설에 나온 내용을 보면 우리가 흔히 블럭버스터 영화나 미드중에서도 엄청난 자본이 투자된 미드를 연상할 정도로 스피드있고 시종일관 극박하게 내용이 전개된다.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일본 소설을 보면 스펙타클한 내용보다는 아기자기하게 작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풀어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밀실사건이라는 것도 일본 추리소설의 가장 대표적인 장치인 것처럼 대부분의 일본 소설들이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치밀하게 풀어내는 강점이 있다고 보는데 너무 세세한 측면이 있어 나랑은 잘 맞지 안 맞아 굳이 많이 보지는 않는데 이 책은 그런 일본 풍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소설이다.

 

아프리카, 일본, 미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시간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 묘사가 저절로 머리속에 상상이 되면서 스스로 엄청난 자본이 필요로하는 미드를 찍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정도로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다. 무엇보다 더 대단한 것은 단순히 스케일이 크고 여러 곳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용이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게 만든다.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초반에 신기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시작하지만 중간에서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어딘지 다음 내용이 유추 가능하고 시작할 때의 참신한 맛과 강력한 에너지가 소멸되어가는데 반해 '제노사이드'는 끝까지 어떤 결말이 될지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잘못하면 손에 침 뭍혀가며 읽을뻔 했다.

 

 

사실 이런 책은 될 수 있는한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결말을 알고도 재미있게 읽는 사람도 있지만 이왕이면 뒤 내용을 모르며 읽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고문구를 근거로 이야기하면 일본에서는 희귀병의 치료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아프리카에는 기존과 인류와는 다른 엄청난 지성을 간직한 존재(??)가 태어난다. 미국에는 초강대국으로 자신의 옳다고 믿는 바를 실천하려는 대통령과 관련 인물들이 있다.

 

이렇게 세 군데에서 각자 벌어지는 내용이 기본 골격이고 하이즈먼 보고서라는 곳에서 세계의 미래에 대해 예측을 했고 그 중에 신인류에 의해 지금의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소설 내용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네안타르인 같은 종족의 현재의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몰살당했다고 한다. 그들의 유골등에 단순히 늙어 죽은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늘 이런 내용을 접하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사실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책 내용은 상당히 스펙타클하게 전개되면 흥미진지하지만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도 우리들에게 던져준다. 의도적으로 이 책에는 부시대통령이 미국의 대통령이라 생각하게 만든다. 비록, 이름은 다르지만. 자신이 하는 행동은 선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악이라는 편협한 생각이 어떤 어려움을 만드는지 우리에게 보여준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 뽑힌다고 해도 그가 하는 정책과 외교와 군사행동은 제어할 사람이나 제도가 없는 독재자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는 한국인이 등장하여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데 그 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를 그대로 책에서 알려준다.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편협한 역사관이 아니라 보편타당한 역사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특히, 단지 한국인에게 피해를 봤다고 무조건적으로 싫어하고 피해망상까지 벌이는 사람들에게 그렇다면 일본인에게 피해를 봤을 때는 왜 같은 일본인에게같은 행동을 하지 않느냐는 말에는 일본인이나 한국인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정의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는 장르 - 그런 장르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 우리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등장하는 장르이다. 우리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존재는 늘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지 발전을 가져올지에 대한 가치판단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소설과 영화에서 몇 몇 개인들은 그런 존재에 대해 친근감을 갖지만 권력자들은 하나같이 그들을 없애려고 한다. 한결같이 인류를 위한다는 같은 목적을 갖고 동일하 상대에게 다른 대처를 하는데 있어 보는 즐거우이 있다.

 

미국에서도 천재라고 불리며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성보다 뛰어난 사람보다 더 뛰어난 지성을 갖고 태어난 존재가 등장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엄청난 지성을 갖고 있다고 인류를 굴복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들었다. 지성만으로 모든 사람들을 굴복시키거나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책에서는 뛰어난 지성으로 사이버세상을 통제하는 것으로 자신의 위대함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인류를 능가하는 존재라고 보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는 지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발전과 개선을 시켰지만 그에 반해 지성이 없는 사람들도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인류역사가 발전했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지성은 없어도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발견하거나 인류역사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한 사람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보면 꼭 온 인류보다 뛰어난 지성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은 우리 인류를 너무 무시한 처사가 아닐까싶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생각한 뜬금없는 것들을 논외로 치고 '제노사이드'는 정말로 재미있는 책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가며 읽었다. 초반에는 그렇고 그런 일본 추리 소설류의 책이라 생각하고 읽었지만 소설 중반부로 가면서 점점 책 내용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분명히 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었다면 미드나 영화로 - 영화보다는 미드가 제격일 듯 - 만들어 질것이라는 데에 격렬하게 동의한다.

 

 

큰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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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서른 살이 된다면 - 세계 최고 석학이 들려주는 서른과 성공 사이
마이클 J. 모부신 지음, 서정아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다시 서른 살이 된다면'에서 가장 큰 불만은 제목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책 제목이 나이가 들어간 제목들이라 유행에 편승하는 제목을 한 것 같다. 실제로 영어 원제를 보면 '성공 공식'이라고 하는 제목이 좋을 듯 하다. 책 내용에도 저자가 다른 책에서 저자가 원한 제목과 편집자가 원한 제목이 달랐는데 편집자가 반대한 이유가 출판사에서 바로 전 출판한 책 제목과 유사한 이유라고 이유였다고 한다. 결국에 저자가 원하는 제목으로 다수의 투표를 통해 뽑혔다고 하는 것처럼 책 제목이 원제나 내용에 비해 책 제목이 다소 뜬금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책 내용은 아주 훌륭하고 만족스럽다.

 

책에 서두에 저자가 어떤 식으로 첫 직장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하며 시작한다. 입사 면접에서 최고 결정자의 휴지통에서 본 미식축구팀과의 팜플렛에 의해 연관성을 서로 이야기한 결과로 취직이 되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반대했지마 최고 결정자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입사되었다고 하면서 전적으로 운에 의해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며 과연 그렇다며 우리는 순수하게 실력으로 성공하는 것인지 운에 의해 성공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개인적으로 사업이나 투자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운이 작용한 결과가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 - 책에서는 능력이나 실력보다는 기량이라 표현한다 - 이 성공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에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운에 따라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믿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실제로 커다란 노력없이 성공할 수 있냐는 반문이 나오지만 우리가 흔히 운도 노력하는자에게 따라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노력과 운이 결합될 때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쪽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그 쪽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책을 읽어보면 성공한 사람이 갖고 있는 기량도 중요하지만 운이라는 요소가 일정 부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일 때가 많다. 다만, 이 점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에 따라 역설적으로 자신의 성공을 오래도록 유지하느냐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인다. 오로지 자신의 성공은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실력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어김없이 머지않아 성공이라는 자리에서 내려오고 자신의 성공에서 운이라는 요소가 다수 결합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고수(??)들이 그 자리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딘지 무척이나 성공이 하찮게 보일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에 결부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되니 그저 운이라는 놈을 어떻게 해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한 마디로 비관론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된다. 한 마디로 날때부터 금 숟가락 물고 태어나면 된다는 뜻이라는 자조적인 의미를 내품게 된다. 

 

책에 나온 예문중에 한 학생이 나온다. 이 학생은 선생님이 내는 100개의 문제중에 정확하게 80개를 외운다. 그래도 자신의 성적에는 큰 지장이 없다. 총 100문제가 나오는데 그 중에 80문제는 정확히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기량이다. 여기서 선생님이 문제를 20개만 낸다면 갑자기 자신의 기량만으로는 정확하게 점수가 나올 수 없다. 재수없게 자신이 외우지 않은 20개에서 문제를 낸다면 0점이 되어 버린다. 외우고 있는 80개 내에서 낸다면 100점도 가능하다. 이럴 때 바로 운이라는 요소가 개입을 한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기량을 길러 100개 중에 보통 60~80개 정도를 외운다. 이런 후에 나오는 문제가 어떻게 되는냐에 따라 자신의 기량과 상관없이 운이라는 요소가 결부될 수 밖에 없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100개를 다 외우면 되겠지만 우리 인생에 있어 그럴 수 있는 분야가 극히 제한적이다. 순수하게 기량으로만 성공이 정해지는 분야는 극히 드물다. 

 

책에서는 체스가 기량으로 승부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체스는 기량을 제외한 운이라는 요소가 거의 제한적인 분야이다. 이 중에서 투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기량만으로 다른 사람과 승부를 벌이는 게임이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기량에 더하여 더이상 알 수 없는 수 많은 개수중에 무작위로 펼쳐지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분야이다. 이러다보니 초심자의 행운도 통용이 되는 것이다. 딱 하나만 알고 있었는데 운 좋게 그 문제가 등장하여 100점을 맞출 수도 있는 거다. 이런 상황에 처음에는 행운이라 치부하지만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도 있다. 이러다보니 스스로 자신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운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작용하는지 결코 알 수 없는 게 바로 투자라는 분야이다.

 

아무리 기량을 올리고 올려도 100개를 다 외울 수 없는 게 투자이다. 투자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이 그렇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온갖 요소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완벽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투자는 그나마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직업에 있어서는 더더욱 어느 정도의 수준만 되면 굳이 더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흔한 말로 굴러갈 수 있게 된다. 이래서 자신의 기량은 더이상 늘지 않고 정체되지만 여전히 큰 무리가 따르지 않아 무난하게 넘어간다.

 

여기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기량을 더욱 완벽하게 다듬고 올리려고 노력한다. 이 순간부터 진정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고도의 집중과 끊임없는 인내와 반복이라는 고통을 거쳐야만 한 단계 겨우 올라 설 수 있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이상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은 없으니. 그 정도로도 먹고 살 수 있고 익숙해지면서 다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80개를 외우고 있으니 이 정도로도 적당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거다. 어쩌다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운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전부 아는 문제가 나오면 지금까지 노력한 결과라고 치부한다. 이런 모든 일들이 운이라는 요소가 결부된 결과인데.

 

이런한 이유로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 기량과 운에 대한 구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기량과 운이 결합할 수 밖에 없으니 어디까지 본인의 기량인지 어디서부터 운인지 아는 것은 자신이 일을 하는데 있어 냉정하게 자신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어디까지 기량으로 올라 갈 수 있는지를 파악하면서 운이라는 놈을 내편으로 만들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복권은 운에 속한 영역이지 기량에 속한 영역이 아니다. 체스와 같은 기량을 승부하는 분야는 철저하게 자신의 노력만큼 성공을 보장한다. 물론, 타고난 개인의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운에 속한 영역에서 재수없게 블랙스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철저하게 숙지해야 한다. 기량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하면 블랙스와에게 잡혀 먹힐 수 있다. 또한, 사후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늘 평균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평균을 올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균의 편차가 크다면 어느 순간 운이 재수없게 작용해서 완전히 낙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모든 사람이 꿈꾸는 성공이라는 걸 단순하게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고 이렇게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어떻게 보면 좀 막연한 이야기를 꽤 설득력있게 과학적으로 풀어 설명했다는 것이다. 어째서 운이 작용하는지를 알려주고 운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기량에 많은 부분을 할애 해야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설명한다. 이를테면 다윗은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 그가 골리앗에게 달려들어 일대일로 싸우려 했다면 백전백패였겠지만 최대한 원거리에서 골리앗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해서 성공한 것처럼 자신이 키워야 기량을 키우는 것이 올바른 성공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운은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고 말한다. 100개의 문제에서 80개를 외운 사람과 60개를 외운 사람과 20개를 외운 사람은 몇 문제가 나오느냐에 따라 운이라는 요소가 작용을 하지만 딱 한 번의 시험이 아니라 여러 번 시험을 치게 되면 결국에는 80개 외운 사람의 점수가 가장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운이 어느정도 작용 하는 걸 부정할 수 없지만 자신의 기량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문제가 100개가 아니라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자신의 기량과 상관없이 운에 의해 백점을 맞을 수 있지만 지속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량을 올리면 올릴수록 보다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다만, 순수하게 기량으로 승부하는 분야가 - 음악 콩코르, 테니스 시합과 같은 운동종목등등 -  아닌 다음에는 운이라는 요소가 점수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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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찬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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