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목적은 다양하다. 휴식을 위해 가는 사람도 있고 자아 탐구를 위해 가는 사람도 있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동경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체험하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면서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기존과는 다른 인생에 대해 맛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행은 자아탐구나 휴식의 목적보다는 추억을 남기는 장소로 더 치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처럼 휴양지에 가서 책을 읽으며 편안하게 휴식을 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르는 장소를 사진으로 찍으면서 추억을 간직하는 장면이 더 쉽고 금방 떠 오른다. 그동안 여행이라는 것이 자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다보니 한편으로는 될 수 있는 한 추억을 더 간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어느덧 우리도 여행 - 그것도 해외여행 - 이 일생을 살면서 어쩌다 생기는 큰 이벤트가 아니라 조금은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휴식으로 점점 변모를 하면서 과거처럼 세계 곳곳에서 만나는 어글리 코리아(??)는 점점 사라지고 자신만의 고유한 여행으로 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행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나 여정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제법 있는 듯 하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박경철은 20대에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만난 후에 그가 살았고 많은 영감을 받았던 그리스에 대한 환상을 간직하며 서구 문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문화까지 탐구할 수 있는 그리스를 여행하는 꿈을 꾸었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다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처럼 막연히 생각만 하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그리스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탐험하고 만져보고 느껴보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박경철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에 대한 기록이 바로 '문명의 배꼽 그리스'이다.


여행기를 읽어보면 여행 장소에서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함과 미지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는 색다른 추억을 글의 저자와 함께 맛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특히,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나라에서 겪은 경험을 읽으면서 견문이 넓어지고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만족감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여행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흔한 일상적인 행동과 생각과 습관들이 그곳으로 도착한 사람에게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설고 색다른 경험으로 둔갑하는 점이 여행기를 읽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한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낯설다. 분명히 박경철이 그리스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경험한 것들에 대한 기록이지만 여행기라기보다는 자아탐구 성격이 조금 더 강하고 자아탐구보다는 그리스 문명에 대한 탐구가 조금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단순한 그리스 탐험이 아니라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인도하는 여정에 따라 박경철이 따라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이책은 부담없이 누군가의 여행기를 엿본다는 생각으로 읽게되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리스 중에서도 펠레폰네소스 반도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1권인데 솔직하게 그리스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은 갖고 있어야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뒤쳐지지 않게 쫓아 갈 수 있다. 대부분의 그리스 신화가 연대기에 따라 차례 차례 전달하는 형식이라면 이 책은 저자가 도착하는 장소에 따라 그곳에서 생긴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으로는 막연하게 그리스 신화를 들으며 친숙하지 않은 단어로 된 여러 그리스 신들에 대한 이름과 지명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이에 반해 각 장소에 도착하여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리스 신화를 보게 되어 일견 혼동스럽기도 하지만 그리스 신화를 글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 나온 이야기장소가 사진과 함께 볼 수 있어 다른 그리스신화와는 다른 색다른 그리스 신화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단순히 그리스 신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 얽혀 있는 뒷 배경과 실제로 신화가 역사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추가적으로 그에 대한 박경철만의 시각으로 생각하는 점을 알려주고 그보다 더 깊숙하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을 빌어 저자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건드려주고 알려준다. 물론, 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이라는 것이 저자가 임의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을 수 있게 만들었으니 결국에는 저자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어도 어찌 되었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글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전개라 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를 이윤기씨의 것으로 읽기도 했고 변신 이야기로도 읽었지만 여전히 정확하게 구분하고 체계확 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또한, 신화는 신화일 뿐 역사라고 할 수 는 없다. 신화와는 다른 역사에 대해 아테네와 스파르타, 아르고스, 펠레폰네소스 전쟁처럼 다양한 서양 역사에 대해서도 이리 저리 뒤죽박죽되어 있는 과거가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정리되는 측면도 있었다. 그리스 신화가 대부분 그리스 본토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대부분의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역사는 1권에서 소개되는 펠레폰네소스 반도에서 생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펠레폰네소스가 어디에 있는지 펠레폰네소스반도의 생김새가 중요도등에 대해서도 새롭게 다시 정립되었다.


스파르타 같은 경우에는 그동안 아테네와 스파르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정작 스파르타에 대한 역사 기록은 거의 없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다른 그리스 도시 국가들에 비해 다소는 정보가 부족했던 스파르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실제로 스파르타와 아테네를 비교하는 이야기들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정보는 아테네였찌 스파르타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잘 알려진 몇몇 부분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이 신화를 소개하거나 펠레폰네소스 반도에 대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책으로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 여행기를 읽는 가장 큰 재미는 여행에서 만나 사람들과의 대화와 그들과 엮인 다소는 사소하지만 크나큰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읽으면서 웃게도 만들어주고 미소를 짓게도 하고 같은 펠레폰네소스반도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다.


외국에서 단체로 있는 사람들이 '노스페이스' 점퍼를 다같이 입고 있다면 거의 틀림없이 한국사람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후에 자신도 입고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하며 수도원에서 만나 수도사들과의 대화, 뜻밖의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의 식대를 대신 내주기도 하고 오로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존경의 표시로 묘지에서 행한 예절을 보고 택시 기사가 하루종일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관련된 에스코트 해 준 이야기며 멀리 한국에서 왔다고 공짜로 관람하게 해 준 이야기, 도굴꾼이 아닌가하며 따라온 사람과 함께 상사를 흉보며 친해진 이야기들을 통해 여행기에서만 읽을 수 있는 재미도 선사하다.


게다가 박경철이라는 개인이 갖고 있는 엄청난 컨텐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선사해 준다. 나만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는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훔쳐 보는 것도 아주 좋은 재미인데 상당히 특이한 경력의 박경철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스펙트럼을 통과한 시야를 우리에게 알려줄 때 그 함께 본다는 재미도 선사하다. 다만, 친절히 알려주는데 벽 너머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도 함께 보지 못하고 벽 아래서 전달해주는 목소리만 듣는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그리스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총 10권으로 출판될 예정이라고 하고 이미 5권까지 원고를 넘겼다고도 한다. 또한, 작년부터 그리스를 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리스를 여행했다고 하니 향후 트래버로 살아가기 원한다는 저자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우리에게 박경철이라는 사람의 눈으로 본 시선도 이와 같이 함께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스 신화 책들(클릭)

협찬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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