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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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노사이드는 집단학살이라고 한다. 제노사이드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은 집단학살이 만행이 벌어진 적이 있다는 뜻이 된다. 얼핏 생각하면 집단학살은 인간이 동물에게 하는 못된 행동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무섭게도 인간이 인간에게 한 집단학살도 많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다. 불행한 시대에 일본인이 저지른 관동대학살도 마찬가지이다. 관동대학살에는 광기만이 흘러 일본인이 일본인을 조선인이라고 생각하고 죽일 정도였다고 하니 집단학살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제노사이드라는 걸 하는 유일한 종족이 바로 인간이라고 한다. 다른 종족은 집단학살을 하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제노사이드는 인간이 갖고 있는 욕심과 이익에 결부되는 거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노사이드를 하게 되는데 가장 큰 문제는 그 명령을 내리는 자는 현장에 있지 않아 그 참혹함을 명확하고도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고대부터 집단학살은 대부분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 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가혹하고도 몸서리치는 명령이자 참사이다.

 

'제노사이드'는 참으로 재미있고 흥미롭고 스펙타클한 소설이다. 폄하라고 볼 수 있지만 일본 소설가가 이렇게 방대하고도 거대한 내용을 구성하고 치밀한 내러티브를 만들었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소설에 나온 내용을 보면 우리가 흔히 블럭버스터 영화나 미드중에서도 엄청난 자본이 투자된 미드를 연상할 정도로 스피드있고 시종일관 극박하게 내용이 전개된다.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일본 소설을 보면 스펙타클한 내용보다는 아기자기하게 작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풀어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밀실사건이라는 것도 일본 추리소설의 가장 대표적인 장치인 것처럼 대부분의 일본 소설들이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치밀하게 풀어내는 강점이 있다고 보는데 너무 세세한 측면이 있어 나랑은 잘 맞지 안 맞아 굳이 많이 보지는 않는데 이 책은 그런 일본 풍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소설이다.

 

아프리카, 일본, 미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시간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 묘사가 저절로 머리속에 상상이 되면서 스스로 엄청난 자본이 필요로하는 미드를 찍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정도로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다. 무엇보다 더 대단한 것은 단순히 스케일이 크고 여러 곳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용이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게 만든다.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초반에 신기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시작하지만 중간에서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어딘지 다음 내용이 유추 가능하고 시작할 때의 참신한 맛과 강력한 에너지가 소멸되어가는데 반해 '제노사이드'는 끝까지 어떤 결말이 될지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잘못하면 손에 침 뭍혀가며 읽을뻔 했다.

 

 

사실 이런 책은 될 수 있는한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결말을 알고도 재미있게 읽는 사람도 있지만 이왕이면 뒤 내용을 모르며 읽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고문구를 근거로 이야기하면 일본에서는 희귀병의 치료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아프리카에는 기존과 인류와는 다른 엄청난 지성을 간직한 존재(??)가 태어난다. 미국에는 초강대국으로 자신의 옳다고 믿는 바를 실천하려는 대통령과 관련 인물들이 있다.

 

이렇게 세 군데에서 각자 벌어지는 내용이 기본 골격이고 하이즈먼 보고서라는 곳에서 세계의 미래에 대해 예측을 했고 그 중에 신인류에 의해 지금의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소설 내용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네안타르인 같은 종족의 현재의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몰살당했다고 한다. 그들의 유골등에 단순히 늙어 죽은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늘 이런 내용을 접하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사실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책 내용은 상당히 스펙타클하게 전개되면 흥미진지하지만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도 우리들에게 던져준다. 의도적으로 이 책에는 부시대통령이 미국의 대통령이라 생각하게 만든다. 비록, 이름은 다르지만. 자신이 하는 행동은 선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악이라는 편협한 생각이 어떤 어려움을 만드는지 우리에게 보여준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 뽑힌다고 해도 그가 하는 정책과 외교와 군사행동은 제어할 사람이나 제도가 없는 독재자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는 한국인이 등장하여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데 그 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를 그대로 책에서 알려준다.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편협한 역사관이 아니라 보편타당한 역사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특히, 단지 한국인에게 피해를 봤다고 무조건적으로 싫어하고 피해망상까지 벌이는 사람들에게 그렇다면 일본인에게 피해를 봤을 때는 왜 같은 일본인에게같은 행동을 하지 않느냐는 말에는 일본인이나 한국인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정의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는 장르 - 그런 장르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 우리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등장하는 장르이다. 우리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존재는 늘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지 발전을 가져올지에 대한 가치판단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소설과 영화에서 몇 몇 개인들은 그런 존재에 대해 친근감을 갖지만 권력자들은 하나같이 그들을 없애려고 한다. 한결같이 인류를 위한다는 같은 목적을 갖고 동일하 상대에게 다른 대처를 하는데 있어 보는 즐거우이 있다.

 

미국에서도 천재라고 불리며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성보다 뛰어난 사람보다 더 뛰어난 지성을 갖고 태어난 존재가 등장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엄청난 지성을 갖고 있다고 인류를 굴복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들었다. 지성만으로 모든 사람들을 굴복시키거나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책에서는 뛰어난 지성으로 사이버세상을 통제하는 것으로 자신의 위대함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인류를 능가하는 존재라고 보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는 지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발전과 개선을 시켰지만 그에 반해 지성이 없는 사람들도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인류역사가 발전했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지성은 없어도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발견하거나 인류역사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한 사람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보면 꼭 온 인류보다 뛰어난 지성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은 우리 인류를 너무 무시한 처사가 아닐까싶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생각한 뜬금없는 것들을 논외로 치고 '제노사이드'는 정말로 재미있는 책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가며 읽었다. 초반에는 그렇고 그런 일본 추리 소설류의 책이라 생각하고 읽었지만 소설 중반부로 가면서 점점 책 내용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분명히 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었다면 미드나 영화로 - 영화보다는 미드가 제격일 듯 - 만들어 질것이라는 데에 격렬하게 동의한다.

 

 

큰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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