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력 - 결심을 현실로 바꾸는 성공의 열쇠
가오위엔 지음, 김경숙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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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시멜로 동화(신화)가 있다. 아이들에게 너무 맛있는 마시멜로를 눈 앞에 두고서도 먹지 말라고 한 후 어른이 사라졌을 때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와 먹지 않은 아이를 자란 후에 추적 조사를 했더니 먹은 아이들에 비해 먹지 않은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자제력에 대한 이야기다. 스스로 자신의 욕구를 다스린 아이들이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마시멜로는 나중 연구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듯 하지만 자제력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준 동화다.

하고 싶은 것을 참는 이유는 보상이 더 크기 때문이다. 무조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참으라고 할 때 참는 것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욕구불만이 쌓이고 다른 감정으로 폭발할 것이고 순종적인 - 과장해서 맹목적인 - 사람으로 만든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이익을 참는 것은 당장의 이익을 참아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참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참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담배를 피면 마음이 편하고 일이 잘 되지만 담배를 참으면 당장의 눈 앞에 보이는 여러 이익을 달성할 수 없지만 지금은 효과도 보이지 않고 차이를 알 수 없지만 더 큰 이익을 자신에게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참는 것이다. 고 3 수험생이 TV를 보고 여행을 가고 친구들 하고 노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고 좋지만 참는 이유는 지금이 아닌 나중에 더 많이 TV보고 여행가고 친구들하고 놀 수 있기 때문에 순간의 욕구를 참는 것이다.

자제력이라 해서 무조건 모든 것을 참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 만큼 어렵고 힘든 것도 없다. 우리가 태어나 인생을 살며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양한 조건과 이유로 인해 하지 못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을 자제하라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 하고 싶은 참고 사는 것이 더 큰 불행을 가져다 주고 성공을 가로막는다.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게 자신의 삶에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제력은 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은 맞지만 더 큰 이익을 위해 참아야 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인간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면서 산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인물로 찍히고 무엇을 해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으로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이럴 때 자제력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소소한 것들을 참을 수 있는 자제력 말이다.

 

예전에는 성공학이나 동기부여에 해당하는 자기계발 서적들을 참으로 많이 읽었다. 나폴레온 힐 종류의 책을 많이 읽으면서 도움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직접으로 동기부여하는 책은 읽지 않는다. 당시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다른 계의 이야기인 듯 한 느낌이 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자기계발 종류의 서적들을 읽고 있지만 예전에 읽었던 그 분야의 선구자적인 인물들의 책 이외에는 다소 뻔한 내용이라 - 예화도 그렇고 - 망설여지게 된다.

뜻하지 않게 '자제력'은 그런 책이다. 그런 책일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점점 그런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새로운 방향으로 설정해서 알려주는 책이라 할 수있다. 자제는 어떻게 보면 동기부여에서 말하는 핵심중에 핵심이다. 더 좋은 것과 이익을 위해서 현재를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 자유주의가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자기계발 서적이 범람했다고 할 수 있는데 역시나 제이 중요한 것은 참고 이겨내라는 것이다. 그러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자제력을 포인트로 정하고 여타의 동기부여책에서 이야기하는 수 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책이다. 분명한 것은 책에 소개되고 언급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적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 열심히 읽을 때에도 이런 부류의 책은 읽기만 하고 책에서 따라하라고 소개하는 것들은 따라 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런 부분은 핵심 타이틀만 정확하게 읽고 나머지 부분은 대충 읽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동기부여나 성공학 책에서 언급하는 사람처럼 성공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괴리감으로 인해 책을 안 읽기도 한다. 읽어도 책에서 언급된 내용을 실천하지 못하거나 안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책에는 대단하고 거창한 것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아주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따라 하라는 이야기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이겨내면 무엇을 하든 성공한다. 실패하려고 해도 실패하기 힘들다.

자제력은 그만큼 중요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욕망을 이겨낸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리는 행동이자 마음이다. 하고 싶은 것을 미룰 수 있는 힘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해야 할 것을 귀찮고 힘들더라도 당장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성공한 사람들은 이걸 해 낸 사람들이다. 자신을 자제할 줄 알고 해야 할 것을 한 사람들이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인생을 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에 있어 자제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 정작, 원하는 삶은 자제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자제하지 못한다. 이런, 모순적인 불일치가 바로 인간이 삶이 어려운 이유다. 원하는 삶은 자제하지 말고 정말로 자제해야 할 것을 자제하는 삶을 산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제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사는 삶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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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행복한 부자 아빠의 특별한 편지 - "텐인텐"은 왜 젊은부자의 편지에 열광했을까?
아파테이아 지음 / 진서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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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식은 소중하다. 손 가락 물어 아프지 않은 건 없다. 여러 명이 자식이 있으면 그 중에 조금 더 관심을 줘야하는 아이는 있을 지라도 다 똑같다. 아이에게는 최고의 부모가 되고 싶고 아이가 원하는 것은 다 해주고 싶고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에 나가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인지상정이다. 다른 아이에 비해 못하는 것보다는 잘 하는 것이 더 좋은 것도 부모로써의 당연한 욕심이다.

 

과거와 달리 부자가 더 자식 교육이 엄격하고 제대로된 예의범절을 가르친다. 부자의 개념에서도 예전의 왕족과 다를바 없을 정도의 부자라면 너무 큰 선민사상이 머리속에 들어와 있어 가끔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도 대부분 부자들은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오히려 자식 교육에 더 힘을 쏟는다. 자신들이 교육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고 사회에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식만 옳다고 끼고 돌고 모든 지 다 내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감싸안는 것은 자녀를 파멸시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혼자 성공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그에 따른 교육도 철저하게 가르치고 돈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알고 있기 때문에 경제 교육도 직접 몸으로 알려준다. 부익부 빈익빈이 시스템적인 문제로 고착화 되는 것도 분명히 있지만 이처럼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느냐와 경험을 주느냐의 차이로 나이가 들수록 벌어지는 것이다.

 

단순히 색다른(??) 투자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와 인생 철학까지 함께 언급하며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마흔살, 행복한 부자아빠'라는 책으로 다가구(다세대) 주택 건축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개념을 심어준 아파테이아는 이번에는 투자가 아닌 자신의 자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펴 냈다. 아빠로서 자식에게 해 줄수 있는 물질적인 면이 아니라 교육적인 부분에서 해 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

 

자신이 먼저 걸어왔고 경험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며 느꼈던 인간관계, 투자 방법, 공부 방법,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등에 대해 제대로 걸어가기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이 책에는 담겨있다. 부자 아빠로서 - 자신의 책 제목이 부자아빠라고 하고 있으니 - 돈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들도 많겠지만 이 세상은 돈으로 할 수 없는 것들도 너무 많다. 대부분의 것들은 돈을 분명히 해결할 수 있다. 핵심은 돈으로 해결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닌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돈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돈이 분명히 큰 도움이 된다. 돈이 없다면 만날 수 없는 인간관계가 유지되거나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돈이 있어도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해결 될 수 없다. 돈이 있어도 스스로 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면 돈은 부모에게 물려받을 수 있어도 내 것이 아닌 잠시 머물렀던 돈이 되어버린다. 이러니, 부모로써 자식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단순히, 교육을 한다는 것이 돈을 더 벌기위한 것이면 흔히 말하는 철학이 없는 가르침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기에 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세상을 살면서 생기는 것들에 대한 지혜를 알려주려 노력한다. 저자의 자녀가 살아가며 제일 중요한 성취감을 키워주기 위한 방법에 대해 언급하고 이런 저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지만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분명히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자녀가 3명이나 있어 그런 면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방임형이다. 좌절도 겪고 남의 눈치도 보고 성취감도 맛 보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공부를 죽어라고 싫어하고 - 책의 자녀는 공부를 공부가 아닌 놀이로 느끼도록 노력했다 - 밖에 나가면 노느라 들어오지 않는 등 될 수 있는 한 내가 간섭을 하기 보다는 알아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 문제가 있을 때 간섭을 한다. 답답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너무 많지만 내 인생이 아닌 자신의 인생이라 여기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인생에 녹아들어갈 것이라 본다.

 

책의 자녀는 부모가 전략(??)적으로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얻게 만들어 준다. 스스로 세상의 주인공이 되도록 부모가 드러나지 않게 노력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텐데 해내고 있다. 나로써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놀아달라고 할 때도 '싫어!'하면서 안 해주는 걸 보면 말이다. 큰 틀에서 어떤 경험이라도 다하면서 자라기를 바란다. 나같은 경우에는 그저, 중심이 잃지 않고 건강하게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 중심에서 내가 아이들이 바라볼 사람이 있다는 정도가 되었으면 한다. 

 

상당히 여러가지 경험을 했고 직접 투자를 통해 돈을 벌어 인간의 속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저자는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 자녀에게 전부 알려주도록 노력한다. 심지어, 현재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도 문제가 생겼을 때 자녀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관련 사람들에게 다 이야기를 한 듯 하다. 단순히 돈이 아닌 그 방법에 대해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게 말이다. 현재 자녀의 마음과 나중에 커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는 몰라도 분명히 이런 부모를 만나 - 자신의 의지로 만난 것이 아닌 - 교육을 받은 사실에 대해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하지 않을까 한다.

 

단순히, 자녀가 올바로 나아가야 할 방향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 살며서 겪게 될 금전적인 자본적인 것들도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 할 지에 대해 후반부에는 언급하고 있는데 아마도 아직까지는 이해할 나이는 아닐 듯 하고 오히려 이 책을 읽고 있는 어른들에게 해 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훌륭한 투자서적으로 읽어도 무방할 듯 하다.

 

최근에 만난 출판사 사장이 이 책을 언급하며 이런 책을 써 볼 생각이 없느냐는 비슷한 이야기를 했을 때 솔직히 나는 부정적이였다. 나는 그렇게 훌륭한 아빠가 아니고 이런 말을 자녀에게 하고 지킬 수 없는 부모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 지 알겠는데 내 자신이 내 자녀에게 하고서는 그대로 실천할 자신이 없다. 쓰는 글 중에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없는 이유가 실천하지 못할 말이나 글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로 옆에서 늘 지켜보고 있는 가족인데 내가 너무 힘들다.

 

하지만, '마흔살 행복한 부자아빠의 특별한 편지'의 저자는 분명히 자신이 자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고 한 이야기를 실천하고 있고 또한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기에 무엇이라 할 수 없다. 다만, 나는 이렇게 자녀를 키우지는 못한다. 능력도 부족하고 솔직히 좀 귀찮기도 하고 말이다. 아마도, 3명이나 되어 그럴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우리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의 갈 길과 방향을 제대로 갔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로써 버팀목과 등이 되고 안아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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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별아이 료마의 시간
신보 히로시 지음, 노인향 옮김 / 지식너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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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이를 갖게 되면 병원에서 하는 검사중에 아이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검사를 한다. 그 검사를 하는 이유를 솔직히 모르겠다. 문제가 있다면 아이를 없애라는 의미인지 말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건 말건 간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병원에서는 미리 조심하고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하는 검사겠지만 그 검사결과를 기다릴 때 괜히 별의별 생각이 든다. 정말,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다행히도 3명의 아이가 세상에 나왔지만 전부 다 아직까지 아무런 탈없이 잘 자라고 있다. 둘째 녀석이 아토피로 여전히 고생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건강문제로 걱정하지도 않고 말이다. 이 정도만 되어도 엄청난 행운이고 축복인데 늘 당연한 것에 전혀 감사하지 않는 삶을 산다. 오히려, 아이를 닥달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한다. 아이는 아이답게 크는 것이 가장 최고일텐데 아이를 어른의 입장에서 보고 키우려고 한다.

 

잘 자라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이상하더니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면 부모로써 어떤 감정일까? 아이는 모른다. 자신의 상태를. 부모는 모든 것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감수하고 살아야한다. 게다가 주변의 시선은 동정내지 냉대이다. 아무리, 친근감을 표시해도 그들은 내 아이를 잠시 볼 뿐 늘 옆에서 함께 있어주는 것은 아니다. 부모인 나만이 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평생 옆에서 돌봐야 한다.

 

'문어별 아이 료마의 시간'은 어느 날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이의 아빠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아 책으로 펴낸 내용이다. 뜻하지 않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를 받은 료마는 단순히 자폐증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폐증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동반되는 자해행동뿐만 아니라 패닉에 빠지면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부모로써 최대한 노력하면 료마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조사했지만 자폐증은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체념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단순히 케어할 수 있는 단계나 상황이 아니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같다. 더구나, 밑 층에서는 아이가 폭발할 때마다 뛰고 쿵쿵 거리는 소리에 불만까지 이야기하다보니 더더욱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아이를 돌보게 된다. 너무 큰 스트레스로 아이 엄마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오롯이 아빠 혼자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한다.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로 이사를 한다. 두 분 다 나이가 있어 제대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게 된다. 자폐를 갖고 있는 아이지만 늘 옆에서 돌볼 수 없다. 돈을 벌어야 한다. 아이를 시설에 맡기기로 한다. 평일에는 시설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는 데리고 와 함께 생활한다. 주말에는 아이와의 시간을 위해 산책도 하고 공원도 가면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어느 곳에 가든 아이가 지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어떤 행동을 하든 모든 것은 감탄이고 감사이다. 아이가 패닉에 빠지고 자해행동을 하지 않는 것만 해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자라는 전 과정을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댓글에 위안을 받지만 가끔은 지적을 하는 사람의 글에 상처를 받아도 아이에게 자폐 판정을 받은 것에 비하면 얼마든지 웃어 넘길 수 있다.

 

겉으로 볼 때는 멀쩡한 아이라 사람들은 자폐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전철에서 갑자기 이상한 증상을 보이면 사람들은 눈총을 준다. 어떤 사람은 아이교육을 잘 하라고 이야기한다. 어지간하면 죄송하다는 말로 넘어가지만 자신이 아니라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가하는 위해스러운 것은 참지 못한다. 원해서 된 것이 아니다. 아이는 자신이 하는 행동을 어렴풋이 알 뿐이지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잘 마친다. 남들보다 많이 늦지만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행동이나 말에서 깜짝 놀라며 뒤 늦게라도 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한다. 느린 듯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생각을 하고 정상적인 행동을 한다. 여전히 아이라 생각했지만 세월이 가며 몸이 성장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해 벌어지는 일들도 생긴다. 그럴 때 마다 자란 아이에게 깜짝놀라며 아빠도 성장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정확하게 책에서는 표현되지 않지만 특수학교와 일반 학교의 중간 정도의 학교를 다닌 것이 아닐까 한다. 그 곳에서는 의사들과 선생들이 늘 관찰하며 지속적으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료마를 케어한다. 덕분에 패닉이나 자해행동은 많이 사라졌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게 된다. 그렇게 드디어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하며 책은 끝이 난다. 그 이유는 책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편집해서 펴 낸 것인데 블로그 자체를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폐쇄하기로 결정한다.

 

그동안,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글로 적으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위로 받고 위로 해 주는 장소가 되었지만 아마도 이제는 성인이 된 료마에게는 아버지가 옆에서 지켜보는 것보다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여겨진다. 자신이 아닌 료마가 직접 말이다. 준비과정은 나오지 않지만 료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아빠도 회사를 그만두고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을 위한 사단법인을 만든다. 료마도 아빠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책 말미에는 블로그에 글을 달아준 사람들의 글이 실려있는데 어떤 엄마는 쌍둥이 아이가 있는데 둘 다 자폐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현재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료마의 성장기를 지켜보며 글을 달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역시나 울림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으면서 세 아이의 아빠로서 '과연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며 읽었다. 료마의 아빠처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못하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그런 자신만 있는 것이겠지만 늘 웃는 모습으로 료마와 함께 있는 사진과 글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은 단순히 아빠로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일본 대지진때에 자원봉사를 갈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훌륭한 인간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먹먹해지는 느낌보다는 솔직히 안 쓰런 마음도 있지만 -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렸고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이제 - 두 사람의 앞 날이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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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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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헌책방을 순례한다. 지금은 절판이 되었거나 찾기 힘든 책들을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읽는 재미가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일 것이다. 예전에는 헌책방이 몰려있는 곳도 있었고 동네마다 서점이 있어 언제나 주변에서 가볍게 서점에 들려 책을 들춰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한 역할을 굳이 하고 있다면 북카페라고 할 수 있는데 누구도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헌책방은 명맥을 겨우 겨우 유지하고 있고 서점도 마찬가지다. 있던 서점도 없어지니 실정이니 새롭게 생긴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주변에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헌책방에 자주 간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면에 나는 헌책방을 가지 않는다. 어떤 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책을 구경하기 위해 서점을 가는데 어딘지 모르게 헌책방은 가서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작은 공간에서 책을 들쳐 보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가 운영하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도 저자의 첫 책을 읽고 가야겠다고 했음에도 아직까지 근처도 가 보지 못했다.

 

하다보니, 윤성근씨가 쓴 책을 전부 읽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부채감이 있다. 간다고 하고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을 읽다보니 두 가지에 대해 생각은 해 봤다. 하나는 출판사를 차려 내 책을 펴 내고 좋은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이 생각은 내 능력이 절대로 되지 않을 듯 해서 아주 잠시 생각하고 말았다. 가끔, 나에게 출판사를 만들지 그러냐는 이야기를 하던데, 최근에 주변분들중에서 출판사를 차린 분들이 있는데 그저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 그중에 책을 펴 내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만..

 

두 번째는 북카페를 차리는 것이다. 이것은 언제가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북카페 내에 있는 책은 전부 내가 읽은 책으로만 구성한다.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절판되고 없는 책이 생길텐데 그러면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정도의 크기로 만들어 내가 거기서 강연도 하는 정도로 말이다. 북카페를 통해 돈을 번다기 보다는 운영만 되면 될 정도로 하고 돈은 부가상품이나 내가 하는 다른 일을 통해 충당하면 될 듯 하다.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 아님,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운영하거나. 여하튼, 특색있는 북카페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책을 읽는 방법도 여러가지인데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 중에 하나가 책에 메모를 하며 읽는 것이다. 읽다가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친다거나 떠오른 생각이 있으면 펜을 들어 책에 적어 놓으면 다음에 다시 책을 읽을 때 도움이 되고 메모한 것만 읽어도 자신의 생각이 떠올라 좋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나 같은 경우 도서관에서 빌려보다 보니 책은 완전히 새 책으로 본다. 내 책이라 하더라도 집에 있는 책을 보면 하나같이 완전히 새 책이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줄 때도 부담없이 줄 수 있다.

 

진정으로 책을 제대로 읽는 분들은 나처럼 깨끗하게 읽는 스타일보다는 책에 메모를 하고 중요한 부분은 포스트 잇을 끼워넣고 책 하나를 통해 빼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빼 먹도록 노력을 한다. 한 번 읽은 책은 책을 펼쳐보지 않고 쭈우욱 들쳐보기만 해도 저절로 머리속에 다시 떠오른다. 이 정도면 책 한 권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다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도저히 그렇게까지는 못 읽고 완전 새것으로 책읽고 이렇게 리뷰를 쓰는 것이 전부지만.

 

헌책은 누군가 이미 읽었다는 뜻이다. 가끔 읽지도 않고 그 즉시 헌책방에 파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모 회사에서 중고 서점을 대형화해서 곳곳에 만들고 있는데 그 곳에 있는 책들중에는 읽지도 않고 파는 책들도 있다. 더구나, 분명히, 중고서점임에도 아무 책이나 막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히 다 읽은 책을 사고 파는 장소인데 너무 오래되거나 상태가 안 좋다고 받지를 않는다는 것은 중고서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돈만 벌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그 중고서점을 가면 볼 책이 너무 없어 실망할 때가 많다. 

 

사람들은 글 쓰기를 어려워하지만 누구나 글은 쓴다. 지금처럼 SNS가 발달한 환경에서는 다들 단문이라도 수 많은 글을 남긴다. 예전에는 책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경우가 많았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있던 책중에 메모를 발견하고 인상깊었던 내용을 발췌해서 알려주는 내용인데 예전에 대학교에서 화장실에 쓴 낙서를 모아 시집식으로 펴 낸 책이 떠올랐다. 단문이든 장문이든 시대상황을 담고 있었고 위트가 넘치는 재기발랄한 글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나도 20대에 글을 좀 많이 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쓰고 있는 글들은 대부분 이성적이다. 감성보다는 이성에 많이 치우쳐져 있는데 20대에는 아무리 이성이 넘쳐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감성이라는 감정이 풍부한 때라 쓴 글에서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감성이 묻어나올 것이다. 그 때에 쓴 글은 두고 두고 내 찬란한 감성이 넘쳐나서 오글거리고 쑥스러워도 시간이 갈수록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감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회상에 젖었다.

 

책의 겉표지에 쓴 메모들이 대다수를 이루는데 쓴 글을 읽어보면 거의 대부분 20대의 친구들이 - 이제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지만 - 자신의 고뇌와 우정, 사랑등에 대해 길지 않게 짧지만 함축적인 단어로 남겼다. 누가 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일기가 가장 내면 깊은 곳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책에 쓴 글들도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이라는 의식없이 썼기 때문에 더욱 진솔한 감정이 묻어나온다.

 

책에 메모를 한 사람들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써 놓은 글을 읽다보면 어떤 글은 울림을 주거나 명문장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억지로 글을 쓰기 위해 쓴 글들이 아니라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느낌과 생각을 쓴 글이라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진실이 담겨져 있다. 또한, 글을 쓴 시대상황도 저절로 행간에 읽힌다. 그 당시가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느낌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공유한 사람만 수긍할 수 있는 감정은 동시대를 함께 겪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연대감내지 동질감이다.

 

지금까지 깨끗한 상태를 그대로 보전하며 읽던 내 습관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향후에 누군가에게 책을 줄 때는 간단한 감상이나 메모라도 하고 주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솔직히, 약간 귀찮아서 책을 선물할 때 그냥 주는 편인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남긴 간단한 메모가 역사가 되고 추억이 되어 우연히 다시 만날 때 그 메모를 통해 서로 다시 한 번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더 즐겁게 회상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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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메멘토라는 영화가 있었다. 치매도 아닌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단기기억 상실이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에 중요한 일들은 적어놓는다. 상당히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몸 구석구석을 살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기억을 역추적하면서 하나씩 퍼즐의 조각을 맞춰가는 영화라 상당히 재미있는 소재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김영하는 '빛의 제국'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작품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일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문단과 평단과 독자로부터 인정을 받는 작가다. 읽은 느낌으로는 담백하게 통통튀지않는 문체로 담담하게 읽을 수 있었다. 최근에 나온 작품이 바로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제목이 흥미를 돋운다. 게다가 아주 아주 부담없는 분량이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두께라 실제로도 하루만도 아니고 하루도 안 되어 금방 읽었다. 소설답지 않게 단락과 단락도 뜨문 뜨문 이어져서 작심하고 읽으면 2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만큼 독파할 수 있다. 

 

그런데, 무척이나 재미있다. 소재자체가 워낙 특이하고 흥미롭다.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소설의 제목만 보고 유추할 때는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려니 했는데 그 이상의 소재다. 먼저, 어느 노인이 치매에 걸렸다. 노인은 그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노인이지만 살인자다. 그것도 연쇄살인범이다. 젊은 시절에 수십명을 살해했지만 공소시효도 지났을 정도로 완벽범죄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교통 사고 이후에 살인에 대한 충동과 재미가 사라져서 지금은 평범하게 살고 있다. 그저, 과거에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있다. 살인이라는 행위는 사실이고 죽은 자들은 말이 없고 자신이 범인이라는 공명심은 알리고 싶지만 차마 하지는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 하루 자신이 한 행동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과거에 했던 살인들은 여전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소설은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고 진지하지만 가볍다. 연쇄살인범이였던 노인의 이야기라고 간단하지만 그의 기억속에서 벌어진 일들은 간단하지 않다. 연쇄살인이라는 주제와 치매를 통해 진지하게 읽어야하지만 작은 분량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소재를 갖고 이런 내용을 엮었다는 것이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창작은 이래야 한다는 느낌도 든다.

영화의 초반 5분이 블럭버스터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소설에서 그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첫장을 펼쳐 나에게 쏟아진 문장은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속성을 이야기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려는지 다 읽은 후에는 정확하게는 솔직히 모르겠다. 뜻하지 않는 반전이 있었다. 지금까지 믿었던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이 치매를 겪고 있는 노인이라는 설정은 그래서 중요했다. 읽으면서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은 젊은 남자여야 할 텐데 어떤 식으로 각색이 될지 궁금했다. 

 

중간 중간 니체가 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공이라는 개념도 나온다. 과거에서 현재가 되어 미래가 된다. 현재는 미래를 이루는 과정이다. 현재는 과거를 통해 만들어졌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과거지만 현재 우리가 하는 행동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내 행동에 의미가 없고 스스로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동물이 된다. 리뷰는 이 공간에 남아 오래도록 머물것이다. 미래에도 이 글을 읽으면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된다. 기억은 각색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억은 진짜인지 확신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기억은 중요한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과거를 기억한다고 인생이 달라질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치매에 걸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닐까? 현재와 미래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인간이 인간이 되는 이유는 과거때문일까? 아니면, 현재에 존재하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미래가 우리에게 오기 때문일까? 나도 모른다. 치매에 걸리면 과거가 단절되어 지금까지 쌓아온 나라는 존재가 부정되기에 치매가 무서운 것이라 보인다.

 

소설은 뒤에 가 모든 것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다. 치매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의미로 만든 장치일까? 내용을 쫓아가며 읽던 독자들에게 끝까지 혼란과 혼동을 몰아넣고 끝내 버린다. 열린 결말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진실은 어떤 것인지 모른다. 치매는 가상의 인물도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치매가 최근에 온 것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진행되었던 것을 이제서야 자각하게 된 것일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는 것은 이런 경우에 써야 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겉 표지에 있는 작가의 모습을 보니 괜히 음산한 것이 살아있는 저자라는 느낌보다는 고인이 된 모습인 듯 한 느낌도 든다. 멀쩡히 살아 활발하게 집필활동과 독자와의 만남을 하고 있는 저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확실히, 좋은 책이란 내용이 길고 짧은 것이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바를 효율적으로 잘 전달하느냐이다. 길든 짧든 그 안에 녹아있는 중심은 크게 변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이 소설을 읽고 쓴 리뷰는 작가가 쓴 것과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써져 있을 수도 있다. 리뷰를 다 쓰고서는 작가의 말을 읽을 예정이다. 또한, 해설도 읽을 예정이다. 난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먼저, 내가 느낀 후에 다른 인간이 어떻게 느꼈지를 참고할 뿐. 작가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이미 작가의 것이 아니라 작품을 읽은 독자의 작품이 되어버린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난 느낌은 내 것이고 내 작품이다. 이 리뷰는 그래서 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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