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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별아이 료마의 시간
신보 히로시 지음, 노인향 옮김 / 지식너머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아이를 갖게 되면 병원에서 하는 검사중에 아이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검사를 한다. 그 검사를 하는 이유를 솔직히 모르겠다. 문제가 있다면 아이를 없애라는 의미인지 말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건 말건 간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병원에서는 미리 조심하고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하는 검사겠지만 그 검사결과를 기다릴 때 괜히 별의별 생각이 든다. 정말,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다행히도 3명의 아이가 세상에 나왔지만 전부 다 아직까지 아무런 탈없이 잘 자라고 있다. 둘째 녀석이 아토피로 여전히 고생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건강문제로 걱정하지도 않고 말이다. 이 정도만 되어도 엄청난 행운이고 축복인데 늘 당연한 것에 전혀 감사하지 않는 삶을 산다. 오히려, 아이를 닥달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한다. 아이는 아이답게 크는 것이 가장 최고일텐데 아이를 어른의 입장에서 보고 키우려고 한다.
잘 자라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이상하더니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면 부모로써 어떤 감정일까? 아이는 모른다. 자신의 상태를. 부모는 모든 것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감수하고 살아야한다. 게다가 주변의 시선은 동정내지 냉대이다. 아무리, 친근감을 표시해도 그들은 내 아이를 잠시 볼 뿐 늘 옆에서 함께 있어주는 것은 아니다. 부모인 나만이 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평생 옆에서 돌봐야 한다.
'문어별 아이 료마의 시간'은 어느 날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이의 아빠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아 책으로 펴낸 내용이다. 뜻하지 않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를 받은 료마는 단순히 자폐증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폐증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동반되는 자해행동뿐만 아니라 패닉에 빠지면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부모로써 최대한 노력하면 료마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조사했지만 자폐증은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체념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단순히 케어할 수 있는 단계나 상황이 아니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같다. 더구나, 밑 층에서는 아이가 폭발할 때마다 뛰고 쿵쿵 거리는 소리에 불만까지 이야기하다보니 더더욱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아이를 돌보게 된다. 너무 큰 스트레스로 아이 엄마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오롯이 아빠 혼자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한다.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로 이사를 한다. 두 분 다 나이가 있어 제대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게 된다. 자폐를 갖고 있는 아이지만 늘 옆에서 돌볼 수 없다. 돈을 벌어야 한다. 아이를 시설에 맡기기로 한다. 평일에는 시설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는 데리고 와 함께 생활한다. 주말에는 아이와의 시간을 위해 산책도 하고 공원도 가면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어느 곳에 가든 아이가 지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어떤 행동을 하든 모든 것은 감탄이고 감사이다. 아이가 패닉에 빠지고 자해행동을 하지 않는 것만 해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자라는 전 과정을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댓글에 위안을 받지만 가끔은 지적을 하는 사람의 글에 상처를 받아도 아이에게 자폐 판정을 받은 것에 비하면 얼마든지 웃어 넘길 수 있다.
겉으로 볼 때는 멀쩡한 아이라 사람들은 자폐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전철에서 갑자기 이상한 증상을 보이면 사람들은 눈총을 준다. 어떤 사람은 아이교육을 잘 하라고 이야기한다. 어지간하면 죄송하다는 말로 넘어가지만 자신이 아니라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가하는 위해스러운 것은 참지 못한다. 원해서 된 것이 아니다. 아이는 자신이 하는 행동을 어렴풋이 알 뿐이지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잘 마친다. 남들보다 많이 늦지만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행동이나 말에서 깜짝 놀라며 뒤 늦게라도 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한다. 느린 듯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생각을 하고 정상적인 행동을 한다. 여전히 아이라 생각했지만 세월이 가며 몸이 성장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해 벌어지는 일들도 생긴다. 그럴 때 마다 자란 아이에게 깜짝놀라며 아빠도 성장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정확하게 책에서는 표현되지 않지만 특수학교와 일반 학교의 중간 정도의 학교를 다닌 것이 아닐까 한다. 그 곳에서는 의사들과 선생들이 늘 관찰하며 지속적으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료마를 케어한다. 덕분에 패닉이나 자해행동은 많이 사라졌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게 된다. 그렇게 드디어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하며 책은 끝이 난다. 그 이유는 책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편집해서 펴 낸 것인데 블로그 자체를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폐쇄하기로 결정한다.
그동안,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글로 적으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위로 받고 위로 해 주는 장소가 되었지만 아마도 이제는 성인이 된 료마에게는 아버지가 옆에서 지켜보는 것보다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여겨진다. 자신이 아닌 료마가 직접 말이다. 준비과정은 나오지 않지만 료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아빠도 회사를 그만두고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을 위한 사단법인을 만든다. 료마도 아빠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책 말미에는 블로그에 글을 달아준 사람들의 글이 실려있는데 어떤 엄마는 쌍둥이 아이가 있는데 둘 다 자폐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현재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료마의 성장기를 지켜보며 글을 달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역시나 울림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으면서 세 아이의 아빠로서 '과연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며 읽었다. 료마의 아빠처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못하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그런 자신만 있는 것이겠지만 늘 웃는 모습으로 료마와 함께 있는 사진과 글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은 단순히 아빠로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일본 대지진때에 자원봉사를 갈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훌륭한 인간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먹먹해지는 느낌보다는 솔직히 안 쓰런 마음도 있지만 -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렸고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이제 - 두 사람의 앞 날이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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