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토지 제3부 11 - 박경리 원작
박명운 그림, 박경리 원작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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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처럼 인생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싫든 좋든 시간은 지나오고 지나간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새로운 세대가 살아간다. 혈기왕성했던 어른 세대는 이제 힘이 빠졌다. 젊은 세대에게 서서히 밀려나고 사라진다.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며 한 두명씩 꿈꾼다. 지금과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인물도 있고 아직까지 변하지 않기를 원하는 인물도 있다. 가진 게 없으면 전자고 조금이라도 갖고 있으면 후자다.


"지서방, 자두를 먹어보았소?"

"중문 대문 거칠 것 없는 게라우. 삽짝으로 쑤욱 들어서면 쓰겄소잉. 그래야 상놈이 알아듣들 않겄소?"

"자두 껍데기가 시다고해서 자두가 신 과일은 아닐 것이며, 껍데기를 벗기고 먹으면 달다고해서 마음놓고 덥석 먹을 수 있는 과일도 아닐 것이며, 조심스럽게 발라 먹어야지 씨앗 가까이 가면 껍데기 못잖게 시거든."

"그려, 껍데기만 핥아보고서 자두는 시다, 내가 그런다 말씀이여라?"


한 번도 자두 껍데기를 벗겨 먹은 적이 없다. 늘 자두는 한 입에 쑤욱 넣어 먹었다. 자두 껍질을 벗겨 씨앗이 없는 곳까지 가볍게 베어 물어 먹으면 달다는 말이다. 왜 그래본 적이 없을까.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늘 미끼를 문다. 과연 던진 미끼를 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일제 시대가 끝날 걸 알았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사람이 많다. 그걸 당시에는 절대로 알 수 없다. 독립투쟁을 했던 사람도 곧 끝날것이라고 알지 못했고 그저 믿음을 실천했다.


<토지>에 나온 인물은 각자 자신이 믿는대로 살고 있다. 악한 인물도 어느 날 갑자기 악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닌 어릴 때부터 자라온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 교육을 받은 인물은 그나마 올바르게 자란다. 교육은 인간을 변화시킨다. 의식은 인간을 지배한다. 자신이 알고 생각한 만큼 세상이 보이고 살아간다.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이라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테두리 밖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 인간사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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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제2부 10 - 박경리 원작
박명운 그림, 박경리 원작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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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포수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온다. 자신은 손에 피를 묻히고 살아가지만 아들은 선상질이나 시키려 한다. 조선은 망하고 일본이 조선 땅을 점령한 시점이다. 딱히 앞 날이 밝을리가 없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 지 모른다. 위정자가 변경된다고 서민들이 달라질 것은 없지만 같은 민족이 아닌 지배계층은 분명히 거부하고 저항하던 시대다. 이런 실정인데도 자기 아들을 교육시키려 한다. 미래가 불투명한데도.


차라리 산에서 사냥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안전하고 행복했을 것 같지만 그런 선택을 오히려 피한다. 현대 한국에서 교육열이 왜 이렇게 높은지 나오는 대목이다. 어렵고 못살때에도 한국은 자녀들에게 교육을 시키려 했다. 그게 가장 최고의 선택이라 믿었다. 오랜 시간동안 내려온 유교적 사상이 뿌리깊게 머릿속에 박혀있었던 이유일게다. 지금도 이런 사고는 변하지 않았다. 좀 아끼더라도 자녀에게 교육을 시키려는 부모의 선택은 변하지 않았다.


과거처럼 자녀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꼭 행복한 성공이 보장 된 것도 아니고 자녀가 성장하여 노후를 대신 살펴 줄 것도 아니다. 점점 갈수록 자녀에게 의지않는 노후를 보내야 할텐데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교육이 가장 최우선 선택이다. 내가 무식해서 괄시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자체를 갖고 있는 한 교육은 향후에도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듯 하다. 책에는 민초들의 삶이 많이 나온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인공은 그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배운 서희와 길상이 주인공이다.


대체적으로 대부분 작품에서 주인공이 무식한 경우가 없다. 주이공 자체가 주변 사람들보다 덜 떨어지면 독자들이 흥미를 잃어버리는 측면이 강해서 일 듯 하다. 심지어 살인자들도 최근 유형을 보면 엄청 인텔리하고 주도면밀해서 머리가 좋다. 이런 사회 전반의 현상은 아마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일하지 않나 싶다. 자신을 숨기지 않고 감정 그대로 드러내는 장점이 민초들에게는 있을 망정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은 보여지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보이면 탐욕으로 그려진다. 그렇게 교육은 중요하게 작용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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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제2부 9 - 박경리 원작
박명운 그림, 박경리 원작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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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후대가 무대 전면에 등장한다. 여전히 어머니세대는 있지만 <토지>에 나오는 그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 현실에 체념한 상태로 살아간다. 오히려 자신이 현재 이렇게 된 것이 몇몇 문제때문이라며 기회만 있으면 못잡아 먹어 안달일 정도다. 차라리 악한 일을 저지르기는 해도 후대는 무엇인가 하려고 계속 노력한다. 그 노력이 오로지 자신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그들의 노력이 한국 사회를 계속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서희와 길상은 끝내 결혼한다. 꽤 중요한 장면일 듯 한데 너무나 허무하게 둘은 결혼한다. 길상이 떠나려하지만 서희는 그를 잡으려 노력하기보다 화를 낸다. 교통사고로 서희가 다친후에 길상은 도망가지 않고 서희와 결혼하게 된다. 그 후에 아무런 꾸밈없이 - 책에서는 묘사나 설명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 곧장 이미 결혼한 것으로 처리된다. 서희와 길상의 인연과 사랑은 책에서 계속 나오던 소재였는데 좀 그랬다.


이번 편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김거북이라고 하는 김두수다. 그 아버지때부터 원래 평판이 좋지 못해 죽음을 당했고 김두수는 마을에서 쫓겨났는데 인연이라고 다시 만나게 된다. 그는 살기 위해서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여자를 겁탈하는 것은 너무 쉬운 것이고 배신이나 등쳐먹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그는 그 시대에 가장 최적화된 인물로 표현된다. 어느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지금에 최선을 다한다. 이럴 때 문제는 미래를 예측하지 않으니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에는 끝이 안 좋다.


그나마 지금은 살만한 시대다. <토지>가 나온 시대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약육강식이 심한 시대였다. 더구나 당해도 하소연 할 때도 없고 그저 속으로 삭혀야 하던 시대다. 지금은 최소한 외치기라도 한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당시에는 사람이 제대로 사람 취급받지 못하던 시절이다. 지금 이 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나처럼 무지랭이가 저 시대에 태어났으면 한 평생 조용히 농사나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다 비명횡사하지 않을까. <토지>는 읽을때마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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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제1부 6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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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당황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서 갑자기 마을에 역병이 돌아 지금까지 <토지>를 이끌어가던 사람들이 전부 특별한 예고도 없이 퇴장한다. 서희 할머니인 윤씨부인마저도 이렇게 죽을지 몰랐다. 대부분 주인공 비슷한 사람들이 거창하건 큰 사건과 함께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하게 되는데 죽음마저 다른 인물들과 비슷하게 처리되어 깜짝 놀랐다. 서희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조준구는 계획적으로 집에 눌러 앉아 재산을 빼앗려는 작전이 성공한다.


서울에 있는 온 가족을 데리고 와 눌러 앉으면 최소한 무엇 하나라도 얻거나 윤씨부인이 죽으면 서희것을 빼앗을 것이라 여겼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서희가 아직 어리고 제대로 힘을 갖지 못한 틈을 노리고 치고 들어가 성공했다. 물론, 아직까지 마을사람들의 인정도 받지 못했고 하인들도 두 패로 나눠져 있는데 이럴 때는 무조건 탕평책을 펼쳐야 하는데 잔 머리는 있는데 넓고 크게 보는 능력은 없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역병에 지나간 자리에는 흉년마저 들어 먹고 살기도 힘들도 근근히 죽이라도 먹으며 연명한다. 아무리 지금 살기다 어렵다고 하여도 토지의 배경보다는 훨씬 살기 좋다. 지금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하지만 토지에서는 워낙 기근이 들어 다들 먹을 것이 없자 굶어 죽는 사람도 나온다. 이에 서희는 곳간에 있는 쌀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조준구가 놓는 훼방을 물리치고.


서서히 마을에도 왜군이 나타난다. 조선은 그렇게 망해가고 있다. 지방까지 왜군이 올 정도로 힘을 전혀 쓰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마을 사람들은 서서히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당장 먹고 살야아 하기에 서희를 불쌍히 여기지만 어쩔 수 없이 변절하는 사람이 나온다. 이마저도 적극적으로 추종하던 인물을 다시 또 팽 당한다. 서울에서 관리인을 데리고 오자마자 쫓겨나다시피 한직으로 가게 된다. 작은 마을이지만 세상의 큰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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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제1부 5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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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양반 계층은 존재했지만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무엇보다 혼자 과부가 된 양반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텐데 이제 밤에 몰래 찾아가서 겁탈을 하려 한다. 이런 소문이 돌고 이를 이겨내기위해 질병에 걸렸다는 소문을 낼 정도다. 그동안 양반은 양반이고 천민은 천민이라는 생각으로 체념해서 숙명으로 받아들였지만 겉으로는 따르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그 밑에서는 균열이 생겼다. 


뼈대있는 양반이나 올곧은 양반 정도를 따를 뿐 그 외에는 적대적으로 대할 정도다. 양반이라는 것때문에 참고 있을 뿐. 그렇게 시대는 흐르고 흘러간다. 살인죄를 저질른 남편빼문에 마을을 떠났던 칠성댁은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아이들을 데리고 타지에서 살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도 되지만 그보다는, 타인에게 배타적인 이유로 보인다. 각자 살기 힘든 시절에 밥을 빼앗아 가는 사람으로 여겼을 것이다.


버텨내지 못하고 다시 마을로 왔지만 마을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정서는 남아 있다. 내 편이 아니고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은 가족에게까지 연좌제로 벌을 준다. 나는 너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우월적인 감정을 갖는다. 인구가 많아진 지금은 그나마 피할 구멍이라도 꽤 많았지만 작디 작은 마을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들도 똘똥 뭉치는 경우가 아주 아주 많다.


갑자기 마을에 괴정(콜레라)가 돌면서 마을 사람들이 속수무책이 된다. 의원은 다른 곳으로 갔고 대처할 아무런 의료지식과 기술과 도구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아무런 언질이나 대책도 없이 그동안 등장했던 많은 인물이 갑자기 죽는다. 읽다보면 답답한 장면이 참 많이 나온다. 현대를 사는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지만 당시를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체념하고 산다. 다른 곳으로 가도 다를 것은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제 토지는 다음 세대로 넘어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 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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