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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거절의 기술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권은현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8월
평점 :
과거 거절을 잘 못했다. 누군가 부탁하면 어지간하면 들어줬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내게 뭔가 부탁하진 않았다. 스스로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했다. 뭔가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누군가 오라고 하면 가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거절을 하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렇게 변한 걸로 기억한다. 아마도 거절을 하게 된 계기는 없었지만 독서에서 시작된 듯하다. 독서하면서 다양한 지식을 쌓으며 생긴 행동이었다.
아마도 내가 거절을 하게 된 건 나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부탁을 들어준다는 건 내 시간을 써야한다. 시간 뿐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능력도 함께 지불해야 한다. 내 능력이 대단할 건 없지만 부탁한다는 건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할 수 없는 걸 부탁하는 경우는 없다. 이건 약속에서도 똑같다. 예전에 약속을 하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당시에는 연락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누군가 약속 한 후에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1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솔직히 상대방 전화번호를 몰랐기도 했다. 그 당시는 서로 장소와 시간만 정하고 만났으니까. 결국 상대방은 나오지 않고 나중에 만나니 늦잠 잤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취급을 받았지만 인연은 계속 이어지긴 했다. 지금 와서보면 인연을 그 즉시 끝냈어야 한다. 화를 내면서. 그런 행동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당시에는 그런 걸 잘 몰랐다. 그 이후에는 반대로 행동했다. 약속을 했는데 현재 뭔가를 한다고 했다.
본인 표현으로는 내게 잘 보이기 위해 미용실에 있었다고 한다. 헤어 디자이너가 오질 않아 기다린다고 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빨리 하고 오라고 했었다. 1시간이 넘도록 오질 않았다. 이유는 계속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그런 것도 미리 예상했어야 하지 않나. 나는 이건 아니라고 말하고 집으로 갔다. 상대방은 미안한다고 했다. 그 이후 그 사람과 만나지는 않는다. 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을 만나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과거와 달리 누군가 요청을 하면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안한데 할 수 없다. 미안한데 다른 일이 있어 가질 못한다. 이런 식으로 거절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시간이 소중하다. 그 시간에 딱히 다른 걸 하지 않을 수 있다. 멍하니 있거나 TV를 보거나 독서를 할 수도 있다. 그 시간이 오히려 내게는 더 소중하다. 덕분에 얻은 건 내 소중한 시간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워낙 여유있게 살고 있어도 그런 거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 과거처럼 부탁이 많지도 않다. 내가 어떤 힘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라 이제 부탁받을 일도 없다. 나를 통해 뭔가 이득을 노릴 일이 없으니 부탁하지도 않는다. 덕분에 편하다. <품격있는 거절의 기술>는 거절에 대한 책이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다. 한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똑부러지는 성격이 많은 걸로 안다. 책을 읽어보니 세계 어디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나보다. 거절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다보니 자기 일도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를 돕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남을 도우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어느 정도 자신 일을 하면서 도울 때 행복하다. 자기 일에 피해까지 받으며 돕는다면 그건 힘들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 계속 도와주면 그게 당연한 거라 받아들이며 더이상 미안해하지 않고 요청한다. 부탁이 아닌 요청으로 변한다. 그러다보면 주객이 전도된다. 내가 뭔가를 해야 할 때마저 남을 돕는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 이를 위해서 거절해야한다. 책에서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거절도 한 번이 중요하지 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능숙하게 할 수 있다. 무턱대고 거절하는 게 아닌 상대방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하는 거절이 중요하다. 책에서는 예의있게 거절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다양한 사례와 상황으로 설명한다. 너무 꼼꼼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거절한다고 상대방이 날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사람이라면 차라리 잘 되었다. 덕분에 적절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같은 말의 반복.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번 기회에 거절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