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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
조영주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1월
평점 :
청소년 소설을 전혀 몰랐을 때는 유치하다는 생각을 했다. 청소년 소설이라니 로맨스를 생각하기도 했다. 막상 몇 권을 읽은 후에 내가 큰 착각과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소년이 나올 뿐 성인과 차이는 없다. 성인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이 청소년에게도 벌어진다. 더 심한 건 성인은 어느 정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라도 있지만 청소년은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자립적인 선택을 못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는 게 사실이다.
촉법소년을 보더라도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성인과 다를 바는 없다. 그런 이유로 단순히 성인이 아니라서 처벌을 가볍게 하는게 맞냐는 말도 많다. 청소년이 주인공일 뿐 그 안에서 전개되는 내용은 어른과 상관없다. 아주 좋은 내용도 많다는 걸 알고 청소년 소설도 편견없이 읽으려고 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를 사랑하는 정도가 너무 심한 사람을 말한다. 너무 적어도 문제지만 과도한 건 늘 문제가 된다.
나르시시트는 어느 정도는 매력적이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누가 봐도 멋질 수 있다.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데 멋지게 꾸미고 가꾸는 건 당연하다. 자신에게만 향하만 큰 문제는 없지만 타인에게도 적용될 때 문제가 된다. 내 편견인지 몰라도 나르시시트는 거의 대부분 예쁘거나 잘 생기거나 어딘가 남들보다 뛰어난 면이 분명히 있다. 노력해서 그렇게 만든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면을 스스로 사랑하고 남들도 그 부분에 있어 매력을 느낀다.
책은 단순히 나르시시트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러 이야기가 섞여 있다. 주인공은 해환이다. 어릴 때부터 폰이 없어 책 읽는 게 취미였고 특기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잘 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 계속 폰이 없었다. 이때만 해도 왕따가 되어도 잘 모르게 된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일이 폰을 통해 이뤄진다. 카톡이나 인스타나 여러 SNS 등을 통해 서로 연락하고 대화를 한다. 특히나 단체채팅 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소문이 퍼진다.
해환은 폰이 없으니 오히려 그런 일없이 중학교 가서도 당장 문제는 되지 않는다. 사실 부모 교육일 수 있어도 난 찬성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전부 폰을 갖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건 스스로 이상한 아이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모의 교육철학일 지라도. 그나마 해환은 공부를 엄청 잘해서 1등이라고 한다. 이 부분에 있어 내 기억에 공부를 잘 하는 아이는 왕따가 되지 않았던 거 같던데. 책의 주인공인 해환은 왕따였다. 보통 공부를 잘하면 건드리지 않는다.
뭔가 약간 공부 잘하는 것만으로 다른 존재로 여기며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로 안다. 그럼에도 왕따였다니 그건 좀 신기하게 보였다. 기본적으로 공불를 1등 할 정도면 언제든지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가 토대는 있다. 해환은 반에서 엄청 잘 나가는 애리를 알게 된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나애는 늘 주변에 아이들을 몰고 다닌다. 인기도 최고라서 언제나 인기투표에서는 1등을 독차지한다. 해환과 나애가 서로 엮일 일은 없어 보였지만 해환이 나애의 타겟이 된다.
왕따였던 해환은 나애가 자신을 친구처럼 대해주면서 왕따에서 벗어난다. 그런 후에 여러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제목에 나르시시트가 들어갔는데 왕따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누군가는 왕따를 당하지만 누군가는 왕따를 시킨다. 대부분 작품에서 왕따를 시키는 사람은 못된 걸로 묘사한다. 왕따 시킨 아이가 왕따가 되거나 자기 마음을 고백할 때면 다른 말을 한다. 자신도 왕따를 당할까봐 두렵다고. 자신도 왕따를 당했다는 말도 하는 작품이 많다.
그렇게 볼 때 왕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가 아닌가도 한다. <내 친구는 나르시시트>는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낼 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이게 딱히 정답은 없다. 비슷한 답도 내긴 힘들다. 인간사이 관계나 감정은 쉬운 문제가 아니라 그렇다. 대신에 마지막에 나름 열린 결말로 다소 희망적이긴 하다. 솔직히 소설에 나온 나애가 변할 지는 의문이다. 소설을 읽으니 나애도 생존을 위한 선택처럼 보여서. 그나마 청소년 시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어느 정도 극복하는 듯하다. 책을 쓴 작가가 마지막에 고백한 걸 보면.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