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6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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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생택쥐페리는 '어린 왕자'로 기억한다. 나도 어린 왕자말고는 딱히 기억하질 못한다. 그렇게 볼 때 원히트 작가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어린 왕자를 생각할 때면 그래도 된다. 불멸의 책 한 권을 썼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왕자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회자된다. 단순히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제목을 안다. 수많은 작품에서 어린 왕자 내용이 전해진다. 책을 읽지 않았어도 어린 왕자가 했던 많은 대사를 기억할 정도다.

그런 생택쥐페리는 죽음과도 다소 미스테리했다. 그는 작가이면서도 조종사다. 꽤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단순히 조종사 자격증을 딴 게 아니다. 직접 비행기 조종도 했다. 특히나 생택쥐페리 마지막은 비행기와도 연관이 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다고 했던 생택쥐페리는 진짜로 비행기와 함께 사라졌다. 오랜 시간동안 생택쥐페리가 살아있는게 아닐까라는 소문까지 있었다. 그가 비행기와 함께 사라진 것만 알고 있으니 어딘가에 살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던 생택쥐페리는 1998년에 그가 타고간 비행기가 발견되었다. 지중해에서 사라진 걸로 되어 있는데 마르세유 남동쪽 바닷가에 비행기가 있었다. 이와 관련되어 뭔가 연관된 책이 바로 <야간비행>이다. 생택쥐페리는 많은 책을 쓰진 않았다. 6권이 발표되었고 미완성 유고작인 성채가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야간비행은 조종사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낮이 아닌 야간 비행이다. 책에서 나온 문구 중 기억나는 게 있는데 당시에는 맞는 내용처럼 보였다.

비행기가 낮에는 빠르지만 밤이 되면 기차와 배가 따라잡는다. 비행기는 낮과 달리 밤에는 움직이기 힘들었다. 당시에는 GPS 등이 있지 않았으니 목적지를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다. 더구나 내륙이면 상관없는데 바다를 건너 가려면 더욱 힘들다. 아무런 불빛도 없는 상황에서 비행해야 한다. 그러니 야간비행은 함부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야간에도 중요한 서류 등이 있다. 이걸 제 시간에 전달해야만 중요한 일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책에서는 파비앵이 주인공이다. 파비앵이 주인공이지만 여러 인물이 나온다. 함께 일하는 여러 동료다. 그들이 함께 근무하며 여러 일을 겪게 되는데 마지막이 작가가 자신의 미래를 그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만 해도 비행기가 가면서 어떤 날씨가 될 지 잘 모른다. 각 지역별로 자신들의 날씨를 무전으로 전달하긴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내륙일 뿐 바다에서는 오로지 조종사가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분명히 뜨기 전에는 날씨가 좋았다.

비행을 한 후에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걸 알게 된다. 비행기가 뜬 후에는 오래도록 날 수가 없다. 더구나 바다에서도 착륙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파비앵은 갈 수 있는 곳이 없게 된다. 가고 싶어도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이상 기후 변화로 무전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파비앵에게는 아내가 있다. 아내는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마도 지금이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 벌어지고 만다. 책은 31년에 나왔고 생택쥐페리는 44년에 실종되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더 지났으니 작가 스스로 계획하거나 생각하지 않았을 듯하다.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작가인 생택쥐페리가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한국에는 어린 왕자, 야간 비행, 인간의 대지 정도만 볼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어린 왕자만 알고 있을 듯하다. 야간 비행은 100페이지 살짝 넘는 분량이라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책에서 파비앵은 자신의 위치를 모르니 계속 '여기가 어디죠?'라는 무선을 하는게 꽤 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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