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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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국제적인 국가다. 한국을 모르는 세계인도 많지만 한 해에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만 해도 무척 많다. 당장 서울을 돌아다니면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흔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외국인 만나는 것은 이제 그다지 신기한 일도 아니다. 여기에 여러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이들 때문에나 이들 덕분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한국은 갈수록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다. 대책 중 하나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유치다. 이에 대한 호불호는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국은 단일 민족이라는 허상이 크다. 수많은 전쟁을 치뤘던 국가에서 단일 민족이라는 개념은 사실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이 더 크다고 본다. 한국에서 이제는 다문화라고 표현 - 왜 이런 표현을 하는지 이해는 하지만 이해가 안 된다 - 하는 사람들과 공존해야 한다. 이건 당위성 문제라기 보다는 생존의 문제가 아닐까한다. 당장은 별로 티가 나지 않을지라도 시간이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더 대두될 듯하다. 아쉽게도 자신의 상황을 외부로 돌린다.

<혐오자살>은 조영주 작가의 소설이다. 지금까지 조영주 작가가 쓴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이번 작품은 뭔가 결이 달랐다. 장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살인을 해결하는 전개가 대부분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영인데 조영주 작가의 메인 주인공이다. 유명 소설에서 시리즈로 나오는 주인공은 형사인 경우가 많다. 그런 주인공 시리즈로 만들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작가가 아낀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작품을 장르 소설에 충실하다고 하긴 힘들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나영은 오로지 조연에 머물고 등장도 많지 않다. 대신에 어떤 살인 사건에 대한 추적관점보다는 일반 소설처럼 느껴졌다. 느낌이 일본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같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으면 장르적인 요소를 차용해서 전개되지만 사회고발을 많이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벌어진 일에 대해 상당한 집중도를 갖고 보여준다. 이번 조영주 소설에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개인적인 소망은 조영주 작가도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해마다 작품을 내고 매번 대박이 났으면 좋겠다.

소설의 시점은 다소 복잡하다.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왔다갔다하면서 어찌보면 일부러 독자의 시선을 현혹시킨다. 독자로 하여금 내용은 제대로 쫓아와도 어떤 일이 진짜로 벌어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 살인 사건이 나면 대부분 살인범을 유추하고 쫓아가서 찾기 바쁘다. 나도 모르게 누가 살인범일지 고민하게 만든다. <혐오자살>을 읽다보면 누가 범인인지에 대해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범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저절로 하지 않게 된다.

더구나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죽는 사람이 나타난다. 자살이지만 살인처럼 보이는 장치를 한다. 뭔가 자살은 아닐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쫓아가게 만든다.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지도 않지만 형사인 나영은 초반에 나오지 않는다. 소설 전체 분량에서도 아마 10% 정도 밖에 안 나오는 듯하다. 그 이상 나왔다면 그만큼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워낙 강렬해서 중요도가 떨어진다. 그보다는 준혁이 나오는데 왜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의도적으로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게 만들지만 중반 이후부터 저절로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제목과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개연성을 점차적으로 높혀간다. 또한 준혁의 친구에 대한 힌트를 통해 혹시나 범인이 아닐까하는 섣부른 판단을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작가가 독자와의 추리소설적인 요소를 통해 지적 대결을 펼친다. 나는 꽁꽁 숨겨놓았으니 실제 범인을 찾으라는 추리 형식은 이 소설에서 중요하지 않을지라도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데 마지막에서 난 알게 되었다.

그렇게 볼 때 작가와의 싸움에서 졌다. 어인 일인지 이번 작품에서 기존과 달리 로맨스 코드가 들어갔다. 지금까지 읽어본 조영주 작가의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었다. 장르 소설에서 어느 정도는 볼 수 있는 재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것도 결국에는 전작 작가주의처럼 조영주 소설을 계속 읽은 덕분일테다. 어딘지 괜히 낯설었지만 덕분에 더 재미있었다. 솔직히 그런 부분을 작가가 일부러 거세한 것이 아닐까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작가가 한 단계 업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전 작품과 뭔가 다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설이었다. 단순히 장르적인 전개가 아니라 그랬다. 여기에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요소를 꽤 절묘하게 버무렸다. 층간 소음은 물론이고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함께 섞여있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쫓아가면서 짜증나게 만든다. 소설 중간 정도에는 준혁의 생각과 말에 짜증도 났는데 소설을 다 읽으니 준혁의 행동과 생각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그 감정과 판단 말이다.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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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난 작가와 추리싸움에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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