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 [책] 언스케일

9일 - [책] 물 한 모금 생명의 떡

9일 - [영화] 조커

13일 - [책] 플로티노스

15일 - [책] 유사과학 탐구영역1

17일 - [책] 초기 기독교 여성 지돠들

18일 - [영화] 양자물리학

21일 - [영화] 엑스멘: 다크피닉스

22일 - [책] 자기 앞의 생

27일 - [책] 내가 정말 중독일까?

30일 - [영화] 82년생 김지영

이리저리 뛰었던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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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블이나 디씨의 세계관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영웅들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다. 자신들이 어찌할 수 없는 적들을 물리치는 데는 이들 영웅들이 꼭 필요한 존재지만, 평시에는 그런 초인들이 또 위협적으로 느껴지니 어떻게든 그들을 통제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결국 양쪽 세계의 영웅들은 이런 사람들의 인식에 맞춰 어느 정도 스스로를 시민들의 제어 아래 두려고 한다.

 

엑스맨의 리더인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는 정부의 요청을 받아 보통 사람들이 하기 어렵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일을 맡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엑스맨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려고 했던 건데, 참 살기 어렵다. 그런데 또 그럼 사람들의 우려도 아주 공감이 되지는 않는 것이, 영화 속 초인들을 강력한 무기’, 예를 들면 핵무기로 치환해보면 이해가 쉽다. 강력한 적을 물리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그러나 그 무기는 나에게도 위험하다. 때문에 국제적인 억제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

 

문제는 여기에서 그 무기들이 인격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점이 잊히면 안 된다는 점인데, 영화 속 사람들에게는 이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당연히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마블의 시빌워가 그런 것이었다면, 디씨에서는 영웅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이런 불안감이 일상적으로 비춰진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진 그레이(소피 터너)는 그런 임무 수행 중 엄청난 힘을 얻게 되고, 스스로도 잘 통제되지 않는 이 힘은 결국 주변 사람들까지(특히 일반인들까지) 위기로 몰아넣으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여기에 그런 진을 더 파괴적으로 충동질하는 캐릭터와 그를 말리기 위해 나서는 엑스맨 진영의 싸움이 더해지면서 이런 영화에 빠질 수 없는 액션신이 더해진다.

 

전체적으로 구색은 갖추었다고 보이지만, 문제는 주인공인 진 그레이의 고민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액션들이 서로 그다지 긴박한 연계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의 고민이라는 게 자신이 가진 통제되지 않는 엄청난 힘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어머니는 그녀의 힘 때문에 사고로 죽었다)에 대한 배신감인데, 사실 이 두 가지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분노할 일인가 싶은 내용들이다. 그냥 반항적인 십대의 충동적 비행을 돌이키려는 선생님들의 투쟁으로 보이기까지 하니까.

 

이런 혼란스러운 진행 가운데서도 다시 한 번 두드러지는 건, 사건의 원인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그저 큰 피해를 입히며 싸우는 것들을 다 잡아 가두어야 한다는 식의 정부 대응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을 보면서 잘못의 경중,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정치나 재벌, 특정한 영역이 다 문제라는 식의 눈 감은 양비론이 얼마나 많이 퍼져 있던가. 진짜 문제는 그러는 동안 정말로 나쁜 이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물타기라는 게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엑스맨의 뮤턴트들은 어디까지 쪼그라들까. 이젠 십대 가출기까지 보고 앉아 있어야 하나 싶은데, 이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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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독서가는 전심을 다해서 읽고,

최대한 수용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작품을 진지하게 읽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가 모든 작품을 엄숙하게 또는 심각하게 읽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는 저자와 동일한 마음으로읽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가벼운 의도로 쓴 것은 그도 가볍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심각하게 쓴 것은 심각하게 읽겠지요.

 

- C. S. 루이스, 오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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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 삐끼로 시작해서 이제 자신의 클럽까지 열게 된 찬우(박해수). 비록 유흥업소지만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운영하겠다는 나름의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검사 윤식(이창훈)이 있다.(다만 이쪽은 그간 주로 조연급으로만 출연해서 그런지 영화 안 비중이 제법 높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강한 존재감을 내비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유흥업소 사장과 준법 의식 자체가 탑재되지 않은 검사라는 캐릭터는 그 자체로 뭔가 그림을 만들어 내나 싶었지만, 주연을 거의 처음 맡았던 두 배우의 연기가 역할에 몰입되지 못하고 살짝 들떠 있는 느낌을 준다. 또 뭔가 판을 그린 것은 알겠는데, 그게 매우 제한된 인물의 대사로만 묘사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달까.

 

결정적으로 영화 제목이면서, 주인공 찬우가 끊임없이 떠드는 양자물리학이라는 소재도 지나치게 가볍게만 다뤄지는 느낌이다. 정말로 양자물리학 이론 가운데에 생각하는 대로 일이 이뤄진다는 말이 들어있던가? 영화 속에선 별 맥락 없이 무작정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주인공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소재 그 이상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때 양자두 사람으로 해석해서 뭔가 언어유희를 시도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런 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차별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최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영화 속 검사와 같은 인물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수법의 강도는 다르더라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특별한 수사들에서 검사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대체로 실망스러웠던 것 같다. (물론 많은 사건들을 성실하게 담당하는 검사들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면 안 되겠지만.) 정치인들이나 재계 인사들처럼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그들은 엄청나게 많은 힘을 가지고 있었고, 이 힘을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재사용해 왔던 것처럼 보인다.

 

물론 뭐 이 영화가 그런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을 고발하거나 비꼬는 작품은 아니다.(그런 쪽이라면 차라리 영화 부당거래의 류승범이 훨씬 더 제대로 깐족댔다) 어쩌면 그런 걸 겨냥해서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검착 개혁이라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외려 최근 돌아가는 형세를 보니 검찰 쪽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의 작은 한 조각도 뺏기기 싫다는 형태로 달려들고 있으니, 이런 영화가 사회혼란을 조장하고 검찰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기소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농담이다)

 

 

 

 

 

특별히 인상적인 포인트가 보이지 않았던 영화. 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에, 어디선가 본 듯한 전개(그나마 생뚱맞은 부분도 많고), 별 감동도 없는 결말까지. 각자가 맡은 역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뽑아내지도 못하고, 게임의 NPC처럼 움직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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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여성 지도자들 KIATS 기독교 영성 선집 9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외 지음, 전경미 외 옮김 / KIATS(키아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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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라고 할까. 책을 읽기 전 기대와 읽은 후의 소감 사이에 접점이 거의 없었다. 제목에 담겨 있는 내용을 설명하는 책인 줄 알았지만, 책 전체에 걸쳐서 설명은 전혀 없고, 네 편의 고대 기독교 관련문서가 번역되어 실려 있을 뿐이다. 그 내용을 잘 엮어서 초기 기독교 여성 지도자에 관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고스란히 읽는 사람의 몫.

 

그런데 책에 실린 이야기가 정말 초기 기독교 여성 지도자에 관한 이야기인지도 분명치 않아 보인다. 첫 번째 글의 주인공인 테클라나 두 번째의 페르페투아, 펠리시타스 등은 훌륭한 여성 그리스도인으로 살았던 것 같지만, 그들이 교회의 지도적인 사역을 했다는 내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 카파도키아 신학자 3인방 중 하나인 닛사의 그레고리의 누나이기도 했다는 마크리나는 수도원에서 지도적 위치에 서 있었던 것 같지만, 마지막 이야기인 마리아 복음서에는 온갖 모호한 뉘앙스만 보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실제로 그러했는가 하는 부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 중에서도 마지막 책인 마리아 복음서는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영지주의적 성격이 강한 유사 기독교 문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다른 이야기들 속 기적 이야기들도 어디까지 실제 일어났던 일일지 확실치는 않다.

 

 

책은 잘 해야 초기 기독교회 공동체, 혹은 그 근처에 있었던 공동체들 가운데 특정한 여성에 대한 존중과 칭송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역할 정도를 한다. 물론 여기에 실린 글들의 전문을 살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구성 면에서 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문득 굳이 왜 이 책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최근 교회 안에도 성큼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페미니즘 운동에 편승한 건 아니었기를 싶기도. 뭐 원문 번역 및 제공이 목적이었다면 오케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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