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새를 오고가느라 평소보다 대중교통을 좀 더 자주 이용했더니 이번 주엔 두 권의 책을 끝낼 수 있었다. 엊그제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새 책을 (집에 있는 책을 읽어야 하는데...) 읽으려고 손에 들었었다가, 우연히 책 뒷날개에 적힌 출판사의 다른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체로 괜찮은 책들이었는데, 그 중 한 권이 수상(?)했던...

국가권력을 동원해 불법을 저지르고 법적 처벌까지 받았던 인물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랑스러워하는 느낌의 책이었다. 순간 확 깨는 느낌이 들어 책을 내려놨다.(그냥 반납할 예정) 함께 소개되는 다른 책들까지도 신뢰도가 뚝 떨어진다. (사실 들고 있던 책은 꽤 흥미로울 것 같긴 했는데...)

출판사의 라인업이라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나 같은 독자들은 그 출판사가 낸 책이 어떤 것들인지를 보고 그 출판사의 책을 손에 들지 말지를 판단하기도 하니까. 꾸준히 좋은 책들을 내 왔던 출판사의 책이라면, 잘 모르더라도 일단은 신뢰가 간다. 동네 식당에 가더라도, 모든 메뉴를 시켜 먹어보지 않더라도, 한 메뉴가 맛이 별로라면 굳이 다시 그 식당에 가고 싶지 않은 거랑 비슷한 원리.

그런데 반전.

오늘 새벽에 대신 들고 나간 책이... 

겨우 60여 페이지밖에 못 읽었지만,

그리고 아직 4월도 다 끝나기 전이지만,

어쩌면 올해 읽은(그리고 읽을) 책들 중 베스트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팍.




댓글(3)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25-04-1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게 무슨 책인데요?
근데 대단하시네요. 특새 동안 오가면서 책 두 권을! 아직 체력이 좋으신가 봐요. 전 요즘 책 세권을 한꺼번에 읽느라 악전고투 스트레스 만땅입니다. 제가 이리 약해졌다니 반성하고 회개하고 있습니다.ㅠ

노란가방 2025-04-19 11:54   좋아요 0 | URL
아니 뭘... 책을 세 권 동시에 보시면서 회개까지 하고 그러십니까 ㅋ

stella.K 2025-04-19 11:57   좋아요 0 | URL
약해 빠져서요...ㅎ
 



오늘은 저의 독서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던 책을 한 권 소개합니다. 
초딩 시절 처음으로 만나서 십수 번을 반복해 읽었던 소설. 
역사와 정치에 관해 관심을 갖게 만들어 주었던 책입니다. 
간만에 이 책 다시 정주행을 해 보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5-04-18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은하 영웅 전설 일본 SF소설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지요.을지서적본 10권과 외권 4권을 다 가지고 게신것 같은데 참 대단하시네요.저도 저도 은하영웅전설 14권을 구한다고 온 동네 헌책방을 다 뒤진 기억이 새록 새록 나는군요^^

노란가방 2025-04-18 19:06   좋아요 0 | URL
오... 카스피님의 연배가.....ㅎㅎ
저도 한 권은... 예전 대학시절 과외하던 집 아이가 동네 도서대여점 구입해다주었지요.

잉크냄새 2025-04-18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울문화사판 10권은 가지고 있는데 외전도 있는지는 몰랐네요.
전 한때 양웬리파에 들어가고 싶어했습니다.ㅎㅎ

노란가방 2025-04-18 20:12   좋아요 0 | URL
이렇게 곳곳에 숨어(?) 계시던, 왕년의 은영전 마니아들이...
 
파브르의 안경 - 곤충이라는 작고 오묘한 세계
성영은 지음 / 홍성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브르의 “곤충기”라는 책은 읽어보지는 못했더라도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게다. 사실 나도 딱 그 정도였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곤충을 관찰한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정도. 이번에 손에 든 책 제목에 실린 “파브르”가 바로 그 파브르다. 저자는 그의 곤충기에 나오는 다양한 곤충들의 식생 중 일부를 옮기면서 생명의 신비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사실 책을 손에 들기 전에는 그냥 곤충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을 줄 알았다. 물론 곤충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저자는 그 사이에 파브르의 자연(과 곤충이라는 생명)에 대해 보여주는 경이라는 태도, 관찰을 통해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귀납적 연구 방식과 함께, 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겸손히 인정할 줄 아는 지적인 겸손,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었던 기독교 신앙(그는 가톨릭 신자였다)에 대해 아울러 덧붙인다.


요컨대 단순히 파브르의 곤충기를 요약해 놓은 게 아니라, 제목처럼 파브르의 관점(안경)을 또한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저자의 기독교 신앙도 함께 배어든다. 과학자로서의 정체성과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나름의 안정된 지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책의 전반적인 문체가 친절하다. 단순히 경어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이라든지, 사이사이 저자의 의견을 제시하는 모양이 꽤 부드럽다. 마치 학창시절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는 느낌이랄까.


책에 담긴 전반적인 내용은 곤충의 경우 저학년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재미있기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앞서 언급한 파브르의 관점이라든지, 저자가 설명하는 기독교와 과학 사이의 관계 같은 부분은 청소년들과도 교회나 가정에서 이야기 주제로 삼아 읽고 대화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5-04-1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 파브르 곤충기는 저자의 고향인 프랑스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고 합니다.왜냐하면 전문적인 곤충학자도 아니고 교사생활을 하면서 몇십년에 걸쳐 관찰한 곤충에 대한 연구중 상당수가 현대에선 큰 학문적 평가를 못 받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신종 말벌이라고 자신의 부인과 자녀의 이르믈 딴 벌들이 실은 이미 기존에 있었던 종이라는 것 등이죠.
실제 파브르의 곤충기는 일본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데 그 이유는 일본에서 히트를 치고 그 이후 그 중역본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기 때문입니다.하지만 파브르 곤충기는 저자가 80대 노년에 완성한 책으로 뛰어난 스토리텔러로서의 저자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노란가방 2025-04-18 19:13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은 곤충기를 읽어 보셨나요?
저는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한 권쯤 읽어볼까(어린이용 편집 말고) 생각해 보았네요.
 


자기 이익에만 골똘해 잘 지내던 상대를 매몰차게 끊어 버리면

상대는 엄청나게 상처를 받는다.

그런데 그렇게 차는 사람은 대개는 자기도 그런 상처를 받은 사람이다.

자기가 그런 아픔을 겪었기에 보복하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상처를 주는 것이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은 절대로 그런 상처를 타인에게 주지 않는다.

그런 행동은 상상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이 사랑을 낳고, 상처가 상처를 낳는다.


김정일,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중에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5-04-18 0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라고 하는데 뭐 그래도 강남에 사는 것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더군요.그래선지 어떤 강남에 사는 여성분은 자신의 결혼 상대자의 조건중에 자녀 교육을 위해서 꼭 강남에 아파트가 있는 남성을 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노란가방 2025-04-18 05:43   좋아요 0 | URL
저와는 다른 세계에 사시는 분들이 많지요..ㅎ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 1974-75년 일제전범기업 연쇄폭파사건
마쓰시타 류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힐데와소피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 7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혁명의 시기였다. 익히 알려진 프랑스의 68혁명이 그 중 하나이고, 미국에서는 히피들의 반전운동의 기세가 강렬했다. 4.19 혁명으로 60년대의 문을 열었던 우리나라에서는 곧 박정희의 장기독재 아래 들어가지만 독재자의 암살로 70년대의 마지막 해를 장식했다.


바로 그 시대 일본에서도 한창 투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일본 적국파의 아사마 산장 사건은 유명하고, 전공투라고 불리는 전국적인 학생운동도 연일 이어졌다. 이들 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일제가 벌인 만행에 대한 분노와 희생자들에 대한 강한 연대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일본인이지만 일본의 잘못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모습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자민당 장기집권 아래서도 제대로 된 항의나 반발 없이 굴종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오늘날의 일본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이 책은 전공투가 소멸되고 그 파생조직 중 하나였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단체와 그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옮긴 책이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재구성한 일종의 르포르타주 성격의 글이다. 사실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는 이름과는 달리 조직원은 겨우 네 명에 불과했고, 그마저 자신들이 이 이름의 투쟁을 독점할 수는 없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기다리며 “늑대”라는 이름의 활동조직명을 따로 취한 이들이다.(후에 “대지의 엄니”와 “전갈”이라는 또 다른 자발적 조직들이 같은 이름으로 활동을 했다.)


이 당시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의 특징은 과격성에 있었다. 자신의 소속을 나타내는 색깔의 하이바를 쓰고 각목을 휘두르는 모습은 전공투를 상징하는 형상이었고,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조직원들이 선택한 방식은 폭탄테러였다. “전선”은 일제의 만행에 대한 깊은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 전범기업들과 전후 경제침탈에 나선 여러 기업들의 사옥에 폭탄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충격을 주고자 했다. 저자는 이야기를 재구성하면서 20대의 젊은이들이 왜 그런 방식의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투쟁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고민한다.


“전선”은 이들이 단순히 일제가 벌인 침탈에만 분노한 것이 아니라, 나아가 당시 저항 대신 일제의 계획과 명령에 복종했던 보통의 일본인들마저 함께 범죄의 당사자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독특했다.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변명은 이들이 보기에 헛소리였다. 당시 시점에서 “일본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죄책을 지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들이 선택한 폭탄 테러라는 방식은 강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상정하지 않았던 부작용이었다. 그들은 폭탄을 터뜨리기 전 반드시 사람들을 피신하도록 경고하는 전화를 걸었다. 다만 1974년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 빌딩에 설치한 최초의 폭탄은, 5분 전 경고 전화에도 불구하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많은 인명이 사사당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조직원들의 마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비록 폭탄이라는 수단을 사용했지만 젊은이 특유의 단순함과 과몰입, 그러면서도 순진한 면이 있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인명피해를 일으킨 행위는 분명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겠지만, 같은 행위라도 우리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조금은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컨대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 투척은 우리에게 “의거”로 남아있고,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나마 친일파들을 권총으로 처형하는 모습을 보고 환희를 느끼지 않던가.


그래서 이 책이 좀 더 어려웠다. 일제의 희생자이기도 했던 민족의 후예로서 우리는 “전선”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가 일으킨 가공할 만한 전쟁범죄의 최종 책임자이자 S급 전범이었던 일본 천황까지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봉창 의사의 시도가 정당하다면,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리고 희생된 민간인들은 또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도...


폭력은 무조건 나쁘다는 감상주의적 태도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태도가 과연 "정의로운가" 묻는다면 그 답 역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5-04-1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공투 참 오랜만에 들어보내요.6~70년대 과격학생 운동탓에 이후 학생세대가 현실참 여에 소극적이 된거 같습니다

노란가방 2025-04-17 18:22   좋아요 0 | URL
저는 책으로만 흘깃 들어본 개념이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는 이것저것 좀 찾아보면서 읽었더니 그 시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저도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했었는데... 5, 60년 전 일들 때문에 온갖 비리와 무능을 보이는 일당독재 정권에 군소리 한 번 못하고 사회 전반이 반 세기 동안 조용하다는 건 좀 이해가 안 되기도 하더라고요.